The Terminally Ill Young Master of the Baek Clan RAW novel - chapter (145)
145화 이강 사숙이었다면.
가장 마지막에 오행총에 입장한 것이 유수린의 조였다.
후기지수들은 함께하고 싶은 탐사조를 직접 골랐다.
아무리 첫 번째 순서가 부담스럽다고 해도 마지막으로 입장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자진해서 유수린의 조에 합류할 사람은 한정되어 있었다. 그녀와 친하거나, 혹은 성격이 느긋해서 꼴찌라도 상관없거나.
유수린에게는 친한 사람이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조에 아무도 안 올 것까지 각오했다.
다행히도, 그런 씁쓸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음.”
“유 소저. 좀 쉬고 계십쇼.”
점창의 섬전일광 유태진과, 종남의 유운비룡 이재일이 유수린의 조에 참가했다.
거의 동시에 유수린 조에 자원한 그들은 서로의 얼굴을 보며 당황했다.
둘 다 상대가 이곳에 지원할 줄은 몰랐다는 표정이었다.
“물 좀 드시지요.”
“마셨어요.”
“식사는…….”
“네, 먹었죠. 아주 배불러요.”
어째선지 유태진과 이재일은 서로를 견제하듯 차갑게 굴었다.
유수린을 가운데에 두고 얼쩡거리는 그들을 웃긴다는 듯 바라보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개방의 노식이었다.
이재일이 노식과 눈을 마주쳤다.
“왜 더럽게 코를 파고 그러나.”
“거지가 코를 팔 수도 있지.”
노식은 처음 유수린의 조에 자원했을 때도 코를 파고 있었다.
유태진과 이재일의 표정이 썩었지만 유수린은 노식을 반겼다.
모든 개방도가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뛰어난 개방도는 수완가였다.
그리고 노식은 유수린의 기대대로 머리 회전이 재빨랐다.
“노식 소협 덕택에 무사히 여기까지 왔어요. 우리는 아주 운이 좋네요.”
“뭘 그리 칭찬하십니까. 유 소저가 놈들의 정체를 알고 계시지 않았다면 꼼짝없이 위험했을 텐데요.”
아귀선충의 기습에서 그들은 재빨리 대처했다.
유수린이 놈들의 정체를 알아내고 노식은 해결책을 궁리했다.
그것은 바로 즉석에서 건량을 입에 때려 넣는 것이었다.
그들 4인은 정예 아닌 사람이 없었으니 2명이 통로의 가장 좁은 부분 앞뒤를 막는다.
나머지 둘이 물과 음식을 입에 쑤셔 넣고 교대해서 다른 사람들도 먹는다.
먹을 수 있는 만큼 먹어 두는, 버리는 것보다는 백배 나은 해결책이었다.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노식은 훌륭한 개방도였고, 그만큼 거지다운 거지였다.
그에게는 이강일행처럼 향낭이 없었지만, 육향을 덮을 만큼 냄새나는 옷을 입고 있었다.
부피가 줄은 건량은 노식의 품으로 들어갔다.
“흐흐, 생각해 보니까 이제 돌려줘야겠군요.”
노식은 품속에서 각자의 건량을 싸 둔 종이 뭉치를 나눠 주었다.
유태진과 이재일은 정말 싫다는 표정으로 건량을 받았다. 식사를 할 때마다 노식의 퀴퀴한 냄새를 맡아야 할 것 같았다.
“잠깐.”
유수린이 그들의 잡담을 막았다.
그녀가 표정을 굳히자 일행 역시 눈빛이 차가워졌다.
그들은 조심스럽게 무기를 뽑았다.
스르릉-
“누구길래 기척을 숨기고 다가오는 겁니까.”
유태진이 그리 말하자, 통로 저편에서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화소소가 가장 앞에 있었다.
“미안해요. 우리도 고생을 많이 해서요.”
나타난 남궁신의 조는 표정이 어두웠다.
“희생자가 있었거든요.”
그들은 유수린 일행과 달리 아귀선충에 당한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그것보다도 토쇄지를 눈앞에서 놓친 충격이 더 크겠지만.
“저희보다 빨리 오셨군요.”
“네. 혹시 누가 더 오지 않을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화소소의 중얼거림에 유수린이 답했다.
어째선지, 남궁신과 유수린 조는 이곳에서 만나게 되었다.
“입구가 막혀 있었어요.”
“여긴…….”
처음 온 유수린 일행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큼지막한 철문이었다.
손잡이도 없었고 밀어도 열리지 않았기에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황하의 문, 이라고 적혀 있더군요.”
유수린의 손가락 끝, 철문의 위에는 지긋지긋한 문구가 적혀 있었다.
황하(黃河)의 문
화소소는 눈을 찌푸렸다.
저 안에는 또 어떤 기괴한 것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지.
“토(土)와 수(水)가 만나는 곳. 그래서 황하라고 말장난을 한 걸까요.”
황하는 중원 북부를 관통하는 거대한 강이다.
누런 강이라는 이름답게, 진흙이 잔뜩 섞여서 황톳빛의 강물이 흐른다.
비가 크게 올 때면 마치 지상을 덮어 버릴 듯 흙탕물이 위협적이었다.
“그저 말장난은 아닌 것 같아요.”
“네?”
“철문에 귀를 가져다 대 보세요.”
화소소는 미심쩍은 얼굴로 유수린의 말에 따랐다.
철문의 차가운 감촉이 볼에서 느껴지고, 곧 그녀의 표정이 굳었다.
콰콰콰콰콰.
물소리가 들린다.
그것도 아주 거친, 마치 비 오는 날의 황하처럼.
끼이익-
놀랍게도 철문이 부드럽게 밀렸다.
“문이 열렸다!”
“그렇게 밀어도 안 열리던 것이…….”
노식과 유태진이 감탄했다.
그들은 화소소의 옆으로 가서 철문을 밀었다.
묵직한 철문이 서서히 열리자 사람들이 그곳으로 몰렸다.
내부는 시커먼 동혈이었다.
철문이 열림과 동시에 희미하게 들리던 물소리가 커졌다.
후우웅-
축축한 바람과 함께 물비린내가 훅 끼쳤다.
“불이 켜지는군요.”
철문이 열림과 동시에 기관이 작동되게 장치된 듯했다.
동혈의 좌우 벽면에서 기름이 흘러나오더니 점화되었다.
곧, 철문 아래의 광경이 훤히 드러났다.
“황하가…….”
“지하수가 흐르는 곳인가.”
천연동굴이었다.
다만 동굴의 지하수라고 치기엔 놀라울 정도로 세찬 물길이 세차게 흐르고 있었다.
진흙과 자갈이 섞여 있는지 싯누렇게 넘실댄다.
“빠지면 뼈가 으스러지겠군.”
“아무리 고수라도…… 헤엄을 칠 만한 물이 아니에요.”
“잠깐, 저기 좀 봐요.”
화소소의 외침에 사람들이 고개를 들었다.
동굴의 가장 큰 종유석에 문구가 적혀 있었다.
상류로 거슬러 오르면, 용문이 있으리라.
등용문(登龍門).
황하의 상류에는 용문(龍門)이라는 급류가 있다고 전해진다. 그것을 잉어가 거슬러 오른다면 용이 될 수 있다는 전설이다.
“저 징검다리를 건너라는 이야기군.”
“왜 저런 돌기둥들이 솟아 있나 했는데…….”
지하수의 곳곳에는 석순이 솟아 있었다.
작은 것들은 한 사람이 간신히 올라갈 만큼, 큰 것들은 몇 명은 올라갈 만큼 크다.
다행히 수가 적지는 않아서 지하수를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 것 같다.
“물살이 부딪치면서 많이 침식되었어요.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석순 대부분은 발을 디딜 윗부분보다 아랫부분이 가늘었다.
현재 모인 인원은 남궁신 일행 여섯과 유수린 일행 넷.
어떻게 출발해야 할지 고민하던 와중.
가장 먼저 나선 것은 이번에도 남궁신이었다.
“먼저 가겠소.”
그나마 그렇게 말을 한 것은 몸에 배어 있던 기본적인 예의 때문일까.
그는 표홀한 신법으로 석순 하나에 올라섰다.
그리고 번쩍 뛰어서 그다음 석순으로 넘어간다.
물이 튀어 미끄러울 텐데, 놀라운 담력이고 또 경공이었다.
다만, 문제는 세 번째 석순을 밟을 때 일어났다.
남궁신의 경공에 부족함은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다른 석순에 비해서 훨씬 튼튼하고 큼지막한 것이었다.
쿠르르르릉-
석순은 너무도 쉽사리 무너졌다.
아찔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남궁신은 부서지는 돌조각을 밟고 다른 석순으로 넘어가는 진기를 보여 주었다.
“저절로 무너진 게 아니에요.”
“한 번 밟으면 무너지게 설계된 것이 숨어 있는 건가.”
노식의 추론이 맞았다.
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사람들의 눈빛이 바뀌었다.
지금이야 석순이 넉넉하지만 조금 뒤는 부족할 수도 있다.
자칫해서 지하수에 빠진다면 시신도 건지지 못할 것이다.
가장 먼저 남궁신을 뒤따른 것은 화소소와 옥자청이었다.
“저희 먼저 가겠습니다.”
“이런……!”
그들은 순식간에 석순들을 밟고 지하수를 거슬러 올랐다. 또다시 몇 개의 석순이 무너졌다.
남은 일행들에게 긴장감이 맴돌았다.
유수린이 자신의 조원들과 눈빛 교환을 할 때.
슬금슬금 움직이던 남궁신의 남은 조원들이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섰다.
양구전이 특히 그랬다.
“저, 저희를 도와주십쇼!”
“……네?”
“남궁신 저자는 의협을 모르는 자입니다. 저자 때문에 동도 한 명이 목숨을 잃었어요!”
그렇게 울부짖는 그는 자신의 팔에 난 상처까지 보여 주었다.
“부끄럽지만 저희는 무공이 대단치 못합니다.”
“그래……서요?”
“청림의 도인들은 모두 자비롭다고 알고 있습니다. 부디…….”
양구전은 얼굴을 붉히면서 말을 빙빙 돌렸다.
하지만 그 말뜻은 금세 알 수 있었다.
노식이 이마를 긁으며 비웃었다.
“설마, 먼저 보내 달라는 건가?”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양구전은 허리를 깊게 숙였다.
이재일과 유태진은 불쾌한 표정을 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결정권을 조장인 유수린에게 넘긴 것이다.
양구전도 그것을 눈치챈 듯했다.
“유수린 소저…….”
유수린은 곤란한 기분이었다.
남궁신이 정말 이들을 핍박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대놓고 부탁을 받아 본 적은 처음이었다.
비굴한 모습이 마음에 안 들었지만, 청림의 자비 운운하면서 저러니까 확 거절하기도 힘들었다.
-유 소저.
그때, 노식의 전음이 귀에 꽂혔다.
-저희는 유 소저의 의견을 따를 겁니다.
유수린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 순간 떠오른 것은, 그녀의 사숙 이강이었다.
만약 이강이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까.
한참을 고민하던 유수린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경고할게요.”
그 말투가 몹시 차가워서 양구전은 몸이 굳었다.
“……예?”
“다시는 청림이나 도인에 관해서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만약 유수린 혼자였다면 이들을 도와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수린은 엄연히 탐사조의 조장이라는 자리에 있었다.
“우리가 먼저 건넙니다.”
그 말은 유수린이 이들 셋을 책임진다는 뜻.
생면 모를 남을 위해 자신을 따르는 셋을 희생시킨다면, 그만큼 모자란 인간이 없으리라.
황망해 하는 양구전과 후기지수들을 뒤로하고, 유수린이 신호했다.
노식과 일행은 씩 웃으며 석순으로 뛰어올랐다.
* * *
그리고 이강은.
목(木) 통로에서 다른 탐사조와 비슷한 상황을 맞닥뜨렸다.
한쪽에는 안으로 나아가는 통로.
한쪽에는 오행신존의 유산이 있었다.
다만 다른 것은 이곳이 목기(木氣)의 운행을 따르는 통로이기 때문일까.
오행신존의 유산은 토쇄지 같은 무공이 아니었다.
놀랍게도 영약이 남아 있던 것이다.
백련선태의 공력으로 만족하는 것도 좋으리라.
이강은 눈꽃이 내려앉은 듯한 이끼의 자태를 감상했다.
이곳에 들어왔을 때부터 청아한 향이 느껴졌다.
언제 맡아도 좋은, 영약의 향이었다.
“이끼 형태의 영약도 있군…….”
모용진이 중얼거렸다.
그의 말대로 백련선태는 보기 어려운 귀한 영약이었다.
금태화리의 내단만큼은 아니지만, 쉽게 포기하기도 어려운 물건이었다.
하지만 이강은 단호하게 말했다.
“설마, 이 이끼를 챙겨서 돌아가고 싶은 그릇 작은 사람이 있나.”
당은설, 소운, 모용진.
그 누구도 손을 드는 사람이 없었다.
“다행이군.”
이강은 다시 한번 생각했다.
탐사대의 숫자가 많은 것보다 적어도 마음이 맞는 자인 게 중요했다.
이들은 모두 이강과 뜻이 맞았다. 소수로 꾸린 것이 다행이었다.
다만, 이강은 그냥 떠날 생각 또한 없었다는 게 문제였다.
“하지만!”
그는 통로로 나아가려는 모용진의 어깨를 잡았다.
“하지만……?”
당황하는 모용진.
이강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 영약을 두고 가는 것도 바보 같은 것은 마찬가지겠지”
“……이랬다가 저랬다가.”
“넌 싫으냐?”
“아니요, 뭐 챙겨 갈 수만 있다면.”
모용진이 우물쭈물댔다.
당은설도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백련선태는 당가 팔대지독 중 하나를 만드는 데도 쓰일 만큼 귀한 거예요. 어떻게 쓰는 건지는 비밀이지만.”
“독을 만드는 데 쓰는 게 좋은 거예요?”
“네, 아주 좋은 거죠.”
다른 조와 이강의 조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기관과 암기에 지식이 있는 사람이 무려 둘이나 된다.
이강과 당은설은 진작 이곳에 설치된 기관을 분석해 냈다.
“저기, 통로의 바닥은 속이 비어 있어요. 누르면 들어갈 것 같은데.”
“체중을 실으면 감지하는 종류의 기관이군요.”
“백련선태가 있는 쪽은 어때요?”
“무게를 감지하는 것은 아니고. 백련선태가 깔린 모판에 철사가 감겨 있더군요. 건드리면 끊어질 것 같은데.”
“천장에 자국이 있는 걸 보니까 창살은 아니고 아예 쇠 벽이 내려오는 것 같습니다.”
당은설은 천장으로 뛰어오르더니, 천장에 쇠침을 하나 박아 넣었다.
“통짜 쇠예요.”
“한 번 내려오면 열 수는 없겠군.”
“톱니바퀴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고, 그냥 걸쇠에 고정된 것 같은데요.”
“건드리면 쿵, 떨어지게?”
이강과 당은설이 나누는 대화를 소운은 멍하니 지켜보았다. 그와 모용진은 솔직히 하는 게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소운에게 이강이 다가왔다.
“네 덕분이다.”
“네?”
이강은 툭툭 자신의 가슴팍을 두드렸다.
그 안에 있는 목(木) 상자.
그들이 이곳에 들어와서 백련선태를 만난 것도 소운의 덕이라는 뜻.
소운이 비로소 웃었다.
“네 단창 말이다.”
“……네?”
“뭘로 만든 거냐?”
소운은 단창 두 개를 들고 다녔다. 처음에는 단봉으로 소개했지만 윗부분을 돌리니 창날이 툭 튀어나왔다.
“만년한철이요.”
그 말에 모용진과 당은설이 눈을 크게 떴다.
만년한철로 만든 단창 두 개라니. 대단한 귀물임이 틀림없었다.
소운도 말실수를 했다는 듯 당황했지만 이강은 신경쓰지 않았다.
“나 좀 도와주겠냐.”
“어, 어떻게요?”
이강은 자신의 계획을 설명했다.
그의 검 역시 사용하리라는 말에, 소운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걱정하지 말고.”
소운은 자신의 단창을 하나 들어서 통로의 오른쪽 벽에 섰다.
나머지 단창 하나는 이강이 들어서 왼쪽에 섰다.
“정확히, 천장의 옆면에 박아 넣는 거다.”
“네.”
“하나, 둘……!”
이강과 소운은 뛰어올라서 통로의 벽면에 단창을 세게 박아 넣었다.
그러곤 벽면과 단창을 붙잡고 매달렸다.
이강이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당 소저. 준비됐습니다.”
“조심해요. 지금 가져갑니다.”
백련선태 앞에 선 당은설이 그리 경고했다.
그녀가 백련선태가 자라는 모판을 뜯어가는 순간, 무언가 튕기는 소리와 함께 통로의 천장에서 철벽이 떨어졌다.
꾸우웅!
하지만 원래라면 통로를 막았어야 할 철벽은 좌우에 박아 둔 단창에 걸렸다.
닫히지 않은 틈 사이로 모용진과 당은설이 휙 들어갔다.
이강과 소운은 곧바로 단창을 회수하면서 몸을 튕겼다.
“으아압!”
“엇!”
바닥을 구르며 통로 내부로 들어온 둘.
철벽은 그제야 통로를 막았다.
콰아아앙!
귀가 먹먹해지는 굉음이었다.
소운은 땅바닥에 누워서 숨을 골랐다.
“으, 아찔했네요.”
“자, 고마웠다.”
소운은 씨익 웃으면서 단창을 돌려받았다. 역시 두꺼운 단창은 철문을 지지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만년한철로 만들었기에 흠집도 나지 않았다.
이강은 벌떡 일어나서 당은설에게 다가갔다.
“가까이서 좀 봅시다.”
“자, 여기요.”
당은설은 양손에 백련선태의 모판을 잡고 들었다.
꼭 새하얀 백설기처럼 아리따운 자태.
그것은 네 명이서 오순도순 나눠 먹을 만큼 넉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