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erminally Ill Young Master of the Baek Clan RAW novel - chapter (179)
179화 불어오는 서풍 (2)
참사교의 잔당들이 세상에 나왔다.
그들이 백씨세가에 손을 뻗친 것이 가장 먼저였고, 후에 추측건대 신승을 습격했던 자들도 참사교의 소행이었다.
당연히 무림맹은 그 상황을 좌시하지 않았다.
“그들이 운남에서 활동하던 것이냐.”
백류산이 소류에게 물었다.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탐문을 하여 그들이 머물렀다는 것까진 확인했지만 이미 2년쯤 전에 자취를 감췄다고 합니다.”
“음…….”
그 옛날 참사교가 악명을 떨쳤던 데에는 그 음유함 때문이었다.
얼만큼의 첩자가 활약하고 있을지 알 수 없다.
백류산과 무림맹의 수뇌부는 조사를 비밀리에 수행했고, 그 탓에 진전이 많지 않았다.
“흔적을 발견한 것도 분명 성과이다. 단서가 끊긴 듯하여도 추적이 가능할 것이다. 우선 쉬도록.”
“예.”
소류가 부복하고 남궁신도 고개를 숙였다.
그들은 수집해 온 정보들을 가지고 무림맹의 군사인 천기서생에게 상세한 보고를 올릴 것이다.
남궁신은 소류를 뒤따라 떠났다.
남궁세가는 멸문에 가까운 처지였다.
한때 용봉지회의 수석을 다퉜던 남궁신이지만, 지금은 평무사 출신인 소류와 함께 행동하고 있었다.
비뚤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남궁신은 묵묵히 명에 따랐다.
떠나는 그들을 보며 백류산이 발을 돌렸다.
“귀신같은 놈들이군, 이번에는 또 운남이라니.”
소류와 남궁신에게는 희망적인 이야기를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참사교의 행방은 정말 신출귀몰했다.
그들의 흔적은 저 남쪽의 운남에서도 발견되었고, 북동쪽의 흑룡강 쪽에서도 발견되었다.
참사교가 중원에 그 거미줄을 얼마나 뻗쳐 놓았을지는 감히 짐작도 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맹의 전력을 다하면 추적하지 못할 것도 없었다만…….
‘상황이 너무 혼란스럽다. 아니, 혼란스러운 것조차 그들의 안배인가.’
지금은 참사교에 전력을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백류산이 도착한 곳은 원림의 작은 전각이었다.
본디 잘 쓰이지 않던 전각인데, 밤이 깊었음에도 불구하고 불이 켜져 있었다.
부맹주가 입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예를 표하는 자는 없었다.
논쟁이 격화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교를 먼저 쳐야 합니다!”
고래고래 외치는 것은 진주언가의 가주였다.
그는 주먹을 흔들면서 진격을 외치고 있었다.
마교와의 대전, 정마대전(正魔大戰)을 외치는 것이었다.
평소였다면 저런 발언은 비웃음이나 안 당하면 다행이었다. 평화로운 강호에서 얌전히 있는 마교를 뭐하러 정벌한단 말인가.
그러나 지금, 이곳에 모인 대문파들의 대표들은 하나같이 어두운 표정이었다.
“3년 뒤에 강호를 피바다로 만들겠다고요? 그런 헛소리를 듣고 우리가 얌전히 기다려 줄 이유가 어딨습니까!”
오행총 사건 이후로 1년, 많은 일이 일어났다.
무림맹은 남궁유백의 악행을 일단 숨겼다.
정파무림에 좋은 것이 하나 없는 일이기에, 천천히 조사를 이어 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잘못된 선택이었다.
어느 날, 한참 동안 신강 지역에 웅크려 있던 마교가 개봉에 사절을 보냈다.
기묘한 의복을 입고 있는 사내였다.
하얀 분을 잔뜩 칠하고 얼굴에는 문신을 새겨 두었는데, 마교에서 죄수들에게 하는 표식이었다.
마교의 죄수는 어딘가 고장 난 듯한 언행을 보였다.
무림맹의 인사들이 허겁지겁 달려 나오고, 구경꾼들이 잔뜩 모인 곳에서 사절은 입을 열었다.
“……중원의 위선자……들 ……의 행패가 지독 ……하다. 이에, 본 교는…… 징벌을…….”
요약하자면, 선전포고였다.
사절은 그저 도구에 불과했다. 마교의 말을 전하기 위한.
3년 뒤에 마교도들이 중원에 진격하리라는 내용이 이어졌다.
터무니없는 헛소리에 모여든 군중이 분노했지만, 마교의 죄수는 이상한 소리를 계속했다.
“3년…… 무량…… 정토에, 신마…….”
그 말만을 반복하던 죄수의 머리가 어느 순간부터 시뻘게졌다.
때마침 그 자리에 있던 정천수호대의 대주가 즉시 죄수의 목을 참했다.
하늘로 붕 떠오른 죄수의 모가지가 저절로 폭발했으니, 그야말로 마교도의 수법이었다.
삼 년 뒤 마교도들이 진격해 오리라는 소문은 막을 수 없이 빠르게 퍼졌다.
그와 함께, 오행총을 폭파시켜 후기지수들을 죽인 것 역시 마교의 소행이라는 소문도 퍼졌다.
마교의 발족에 전 강호가 술렁였다.
아직도 무림맹은 방침을 확립하지 못했다.
“놈들이 3년이라 했다 한들, 그 기간을 기다려 줄 필요는 없습니다. 마교도 예전의 그 위세가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가 먼저 쳐야 합니다!”
언가주를 비롯한 몇몇 문파들은 급진적인 주전론이었다. 굳이 마교의 진격을 기다릴 이유가 있냐는 의견이었다.
진주언가를 제외하곤 대개 중원의 서쪽 지방, 마교의 침략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짓밟힐 곳들이 그리 주장했다.
조용히 있던 제갈세가의 가주, 제갈고진이 끼어들었다.
“진정하시지요. 그자들이 굳이 3년이라는 시간을 언급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사실, 선전포고를 굳이 할 이유조차 없었다.
마교는 미친놈들이었으니 갑자기 싸움을 거는 것도 이상하지는 않다.
헌데 굳이 그리 사절을 보내 전 중원에 경고를 하고 삼 년이라는 시간을 주기까지 했다.
“섣불리 피를 흘리기보다는 놈들의 속셈을 먼저 아는 게 옳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용두방주.”
“크흠.”
제갈세가는 갑자기 개방의 방주를 끌어들였다.
체구가 장대한 용두방주가 손톱을 매만지며 답했다.
“우리가 애들을 풀어서 살펴보고 있지만, 아무래도 신장에는 거지가 별로 없어서…….”
“아직 제대로 된 이유를 찾지 못했나 보군요.”
“그렇긴 하지요.”
중원 최고의 정보력을 가진 개방조차도 마교의 속셈을 짐작하지 못했다.
다만 추측은 몇 가지 있었다.
제갈고진이 그 추측 중 하나를 들었다.
“내부의 분쟁을 가장 쉽게 해결하는 방법이 뭐겠습니까. 외부의 적을 만드는 것이지요.”
“마교가 내분을 겪는 중이라는 뜻입니까?”
화산파의 장로가 끼어들었다.
제갈세가 가주의 말인 만큼 흘려들을 수 없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저는 그렇게 추측하고 있습니다. 굳이 사절을 보내 선전포고를 한 것도, 삼 년이라는 시한을 둔 것도 요식행위 아니겠습니까. 그들 스스로에게 위기의식을 끌어올리는 것이지요.”
“그러면…….”
“사절을 보낸 자는 전쟁을 빌미로 마교를 규합하려는 것일 겁니다.”
그럴듯한 말이었다.
청성파의 장문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그렇군……. 애초에 전쟁을 원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어.”
광신도들이 무엇을 못 하겠느냐마는. 아무리 그래도 너무 앞뒤가 없는 선전포고였다.
몇몇이 제갈고진의 추측에 납득한 듯했다.
물론, 처음에 나섰던 언가주는 그렇지 않았다.
쾅!
그는 탁상을 주먹으로 내려치며 분개했다.
“어찌 그렇게 안일할 수 있단 말이오!”
언가주는 제갈고진과 그에 동조한 인물들을 손가락질했다.
“그대들은 마교가 발호해도 안전한 곳에 문파가 있다는 것이겠지. 그래서 그런 소리를 하는 것 아니오!”
“말이 지나치십니다!”
모용세가의 가주 모용정천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절강성에 있는 그들은 말마따나 마교가 전 중원을 지배하지 않는 이상 문제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백류산이 끼어들었다.
“언가주께서 틀린 말을 하시지는 않았지.”
부맹주의 말은 무거웠다. 모용정천도 입을 꾹 다물었다.
백씨세가를 포함한 섬서성의 문파들은 마교의 선전포고를 경시할 수 없었다. 화산이나 종남도 표정이 좋지 않았다.
“진정들 하시게.”
무림맹주인 신승 또한 나서서 흥분을 가라앉혔다.
“우리가 십만대산으로 진격한다면, 무수한 젊은이들의 피가 흐르겠지.”
옳은 말이었지만 언가주는 할 말이 많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감히 신승의 말을 자를 수는 없었다.
“그것은 정파무림맹의 방식이 아니네. 우리는 군대가 아니야.”
“허나, 저들이 전쟁을 일으키려는 것 아닙니까.”
“다시 한번 말하겠네, 언가주. 우리가 진격하지는 않아.”
정파의 태산북두인 소림, 천하십대고수 중 하나.
무엇보다도 무림맹주.
신승이 그리 확언하자 많은 자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럼에도 가만히 그들의 발호를 기다릴 수도 없지.”
이번에는 언가주와 섬서 문파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소림은 마교에 의해 장경각이 불탄 적이 있었다. 사마척결의 기치를 들고 최전선에서 마교와 싸우던 자들이 바로 소림이었다.
“마교는 피 흘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네. 만약 제갈가주의 추측이 맞다고 해도 싸움은 일어날 것이야……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맹의 대소사에서 물러나 있던 신승이 비로소 몸을 일으켰다.
“정파무림을 규합해 피 흘릴 준비를 하는 것이지.”
주름진 신승의 눈은 검고 깊었다.
하지만 목소리에는 힘이 깃들어 있었다.
“마교와 인접하고 있는 곤륜의 역할이 가장 중요할 것이야. 무당과 곤륜에 모두 사람을 보내게.”
“명에 따르겠습니다.”
군사인 천기서생이 포권을 하고 허리를 숙였다.
“아미타불, 기어코 혈겁이 오는 것인가.”
사실상 은퇴하여 죽음을 기다리던 신승은 혀를 끌끌 찼다.
“부처께선 내가 쉬는 게 고까우신 듯하구나.”
신승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이럴 때 그의 친우인 검제라도 옆에 있으면 좋으련만.
태극검제는 무당산에 박혀 나오지 않고, 무당파는 갑자기 봉문을 선언해서 틀어박혔다.
얼마 남지 않은 수명. 당장 3년 뒤까지 살아 있을 수나 있을까.
“아미타불…….”
무명대사는 나지막이 불호를 욀 수밖에 없었다.
* * *
칠대세가의 무력 역시 대단하지만, 무림맹의 주축은 역시 구파일방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구파일방의 태두는 소림과 무당이었다.
당연하게도, 천하십대고수 안에 소림과 무당은 각각 한 명씩 이름을 올렸다.
소림과 무당 없이 마교와 겨룰 수는 없었다.
그런 면에서 무당의 봉문은 충격적인 일이었다.
마교가 선전포고를 했는데 무당이 현판을 내리고 문을 걸어 잠그다니.
정파제일검으로 꼽히는 태극검제가 무당의 도사들을 이끌고 무당산을 내려와야 정상 아닌가.
전 강호가 무당파를 비난했다. ‘말코도사놈들이 비겁하기 그지없다’라고.
평소라면 감히 무당에게 할 수 없을 만큼 노골적인 욕설이 쏟아졌다.
그러나 그 욕설들이 무당파에 전달되는 일은 없었다.
수많은 참배객들이 방문하는 성지가 무당산이다.
장삼봉에게 참배를 하러 오는 양민들까지 무당파는 가로막았다.
심지어 무림맹에서 신승의 명을 받고 온 사절마저 해검지 앞에서 발이 막혔다.
당황한 사절은 그나마 장로라는 자가 나와서 맞이하자 안도했다.
하지만 안심하긴 일렀다. 장로는 봉문을 풀 수 없는 상황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이유를 물어도 대답해 주지 않았으며, 꼭 장문인을 만나야 한다는 말을 해도 고개만 저었다.
신승의 이름을 말하면서 어떻게 해야 무당의 문을 열 수 있냐고 묻자, 그제야 비밀스럽게 이야기했다.
“천하사대신의 중 일인, 혹은 곤륜파의 고명한 도사님이 오시면 문을 열어 드릴 수 있겠소.”
그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축객령이 떨어졌다.
무림맹의 사자는 곧바로 말을 타고 개봉으로 향했다.
무림맹의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이야기였다.
부맹주 백류산은 사자로부터 이야기를 전해 듣고 기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잘되었군.”
안 그래도 곤륜파에 사람들을 보내려던 참이었다.
마교와 가장 인접한 구대문파가 바로 곤륜이었다.
용봉지회에도 후기지수들을 보내지 않을 만큼 고립된 자들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사절을 보내야 했다.
그리고, 바로 백류산의 아들인 이강이 그곳 곤륜파에서 머물고 있었다. 사백인 금침의괴와 함께.
“이강이와 금침의괴를 함께 데려오면 되겠어.”
곤륜파의 장로와 천하사대신의 중 일인이 한곳에 모여 있었다.
백류산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문제는…….’
다만 문제가 하나 남아 있었으니.
‘……누구를 보내야 하는가인데.’
고민하던 백류산은, 곧 마음을 정하고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