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erminally Ill Young Master of the Baek Clan RAW novel - chapter (358)
358화 전쟁, 부처, 손바닥 (6)
그때 하늘의 허공 중에 큰 소리가 났다.
卽時諸天、於虛空中、高聲唱言.
이 한량없고 끝없는 백천만의 세계를 지나서 한 세계가 있으니, 그 이름은 사바세계요.
그 세계에 계신 부처는 석가모니불이라 한다.
過此無量無邊百千萬億阿僧祇世界,有國名娑婆是中有佛名釋迦牟尼.
…….
여래께서 한번 기침하시고
諸佛謦欬聲
손가락을 또 튕기시니.
及彈指之聲.
십방의 모든 세계가 여섯 방위로 진동하더라.
周聞十方國,地皆六種動.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제21품, 여래신력품(如來神力品) 中.』
망혼은 알았다.
그는 세상의 비밀을, 누구보다 더 많이 아는 자였다.
이미 수천 년 전부터 그는 이 세상에 존재했다.
그 고대의 망혼과 지금 이곳의 망혼은 다른 육신을 가지고 있되 분명 같은 사람이었다.
영혼이 같고 기억이 같기 때문이었다.
포달랍궁의 라마승들이야 환생자를 린포체라 부르며 신성시한다.
하지만 그들이 경멸하고 적대하는 망혼이야말로 환생자였다.
그것도 달뢰라마보다 더 오래전부터 기억을 잃지 않은, 망각의 인이 없는 환생자.
망혼뿐만이 아니라 다른 호교사령 역시 그러하다.
‘최악이군.’
그런 망혼이지만 이번엔 진정 위협을 느꼈다.
부처.
무수히 많은 부처들 가운데에 석가모니의 격은 가장 드높다.
본래라면 이런 곳에 나타날 수 없는 이다.
공양물을 바치고 강림을 요구한다고 해도 석가세존이 강림할 수는 없는 일.
부처라도 인과율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현세에 개입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저 라마승들은 환생자로서 일천 년 동안 축적한 업과 혼백을 모두 바쳤다.
그로써 석가여래가 지상에 개입할 수 있는 인과율을 확보한 것이다.
참사교의 호교사령 하나를 해치우기 위해서라기에는 과하다. 분하지만 망혼 자신이 생각해도 그랬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허를 찌르는 일이었다.
‘순순히 당해 주진 않겠다.’
망혼은 이곳에서 소멸할 생각이 없었다.
결코, 결단코.
그렇기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시도해야 했다.
부처들, 특히 그중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일곱 부처들은 제각기 고유영역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바로 ‘정토(淨土)’라는 것.
석가모니불의 정토는 무승정토(武勝淨土)라 한다.
그 무승정토가 이 구역을 침식하고 있었다.
오색의 구름과 물, 연꽃. 무엇보다 목소리를 낼 수 없다는 점을 보면 명확했다.
무승정토에서는 말로 싸울 수 없으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흙먼지를 피우며 날뛸 수 없으니 죄 많은 자는 발을 떼지 못한다.
망혼은 석가여래가 완전히 강림하기 전에 행동해야 했다.
방심했던 스스로를 탓하며, 그는 자신의 엄지손가락을 깨물었다.
까득-
피가 주륵 흘러나왔다.
그는 엄연히 악신의 대제사장.
이미 수천 년의 업을 지니고 있다.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영역 정도야 쉬이 확보할 수 있었다.
“황충아! 울어라!”
망혼은 소리쳤다.
그리고 그가 효시에 담아 함께 쏘았던 황묘충(黃廟蟲)이 발작했다.
‘끄아아악!’
‘꺼억!’
소리 없는 비명이 두 개 울렸다.
망혼에게는 천만다행이었다.
그가 뿌려둔 황묘충은 다섯 마리가량.
워낙 귀해서 망혼마저 그 정도밖에 뿌리지 못한 벌레다.
다행히 이곳에 살아남아 있는 라마승 중 둘의 몸에 파고 들어간 듯했다.
‘됐다!’
귀역고를 보완해서 만든 새로운 벌레는 법력 높은 라마승마저 미치게 했다.
그들은 갑자기 대수인을 펼쳐서 게송 중이던 주변 라마들의 머리를 후려쳤다.
퍼석!
대비하지 않고 있던 불의의 공격에 라마승 둘의 머리통이 터져 나갔다.
반선라마가 가장 빨리 반응했다.
그는 직접 나서서 벌레에 발작하는 라마승의 목을 쳤다.
일체의 자비도 주저함도 없는 처단이었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 공양 의식이 조금 흐트러졌다.
망혼이 이제는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여덟 개 남은 손가락으로 복잡한 수인을 맺었다.
“너희만 공양을 쓸 수 있을 줄 아냐!”
그리고 피에 젖은 엄지로 자신의 모가지에 붉은 선을 긋는다.
망혼은 본질적으로 제사장의 역할을 맡고 있다.
한 자루의 검처럼 홀로 날뛰는 흑암과는 다르고, 얼굴을 바꾸며 숨어서 음모를 꾸미는 귀령과도 다르다.
그는 사람들을 부리고 제물을 바치는 자였다.
이곳에도 ‘제물’이 있었다.
‘어.’
‘아아…….’
광풍대에서 가장 강한 대주, 그리고 그 아래 백인대장들.
쌓은바 경지가 높고 살인을 가장 많이 한 조장들.
대략 서른 명가량이 제 목을 부여잡았다.
쩌억-
그들의 목이 일제히 잘려 나가 굴러떨어졌다.
망혼은 이미 광풍대와 지내던 동안 대주를 비롯한 마적들을 자신의 노예로 만들어 둔 것이다.
잘린 목에서 피가 솟구쳐 바닥을 물들였다.
핏물은 살아 있는 듯 망혼의 발치로 몰려들었다.
망혼의 몸에 붙어 있던 벌레들이 내려가 그 피들을 흡수했다.
인신공양은 그 대상을 인간으로 삼을 수도 있었다.
망혼은 제물을 취해 스스로를 강화했다.
달뢰라마가 망혼의 잔혹한 행위에 격노했다.
‘이 사악한-!’
“닥쳐라 중놈들!”
망혼은 손을 위로 뻗쳤다.
벌레에 뒤덮여 거대해진 손이 순간 불룩해지더니, 강기로 빚어진 강환 하나가 튀어나왔다.
그 어두운 강기 덩어리가 라마승들의 업을 모아 둔 금강석을 향해 날아갔다.
지축이 흔들리는 듯 강력한 폭발.
하지만 망혼의 얼굴은 아직도 일그러진 채였다.
금강석은 아직 멀쩡했다.
의식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었다.
오색구름 너머로 손끝이 떠올랐다.
거대한, 마치 산을 조각해서 만든 듯한 저 손.
석가여래에게 도망친 제천대성 손오공이 세상의 끝에서 목격했다던 다섯 개의 돌기둥이 저 손이다.
망혼은 결국 이를 악물고 더 큰 손해를 고려했다.
스스로의 몸을 제물로 바치는 의식.
그렇기에 다시 복구하기 어려운 손실이지만 상관없었다. 결국 어디든 편법은 있는 법이니.
결심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았다.
펑-!
망혼의 왼팔이 통째로 날아갔다.
하지만 그는 고통스러워하는 기색도 없이 오른손을 치켜들었다.
이번에도 강환이 쏟아져 나왔다.
다만, 그것의 개수가 수십 개에 달했다.
퍼퍼퍼펑!
달뢰라마가 쇳소리를 내며 외쳤다.
“막아야 한다!”
하지만 막지 못했다.
그 증거로 목소리가 울렸다.
금강석에 금이 가고, 백일밤낮을 바쳐서 새겨 둔 회로들이 끊겼다.
천장 위에 좌선해 염불을 외던 라마승들이 일제히 입으로 피를 토하며 거꾸러졌다.
공양의식이 망가지면서 석가세존의 강림이 저지된다.
망혼의 입가에는 득의한 미소가 떠올랐다.
“하하……!”
하지만 또 한 번 희비가 엇갈렸다.
오색구름이 걷히고, 바닥에 피어났던 연꽃이 순식간에 시들었지만, 석가의 손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 거대한 손은 오히려 열린 하늘에서 점점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달뢰라마가 희망을 얻고 외쳤다.
“라마들은 게송을 멈추지 마라! 세존께서 그 일장을 내려치시리라!”
석가세존의 손이 오색구름을 뚫고 나왔다.
열린 천장을 가득 채운 손.
그 거대한 손이 내려왔다.
빠른 속도는 아니었지만 그리 보이는 것뿐.
망혼은 그것이 피할 수 없는 종류의 공격임을 깨달았다.
석가여래가 이미 넘겨받은 인과율 중 일부를 모조리 담아 낸 일장이다.
저 석가여래불의 한 수는 망혼 역시 알고 있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태산과 같은 일장(一掌).
이름하여.
여래신장(如來神掌).
망혼이 필사적으로 몸을 웅크렸다.
벌레들이 그를 보호하듯 둥글게 뭉쳤다.
이내 여래의 손이 망혼을 덮쳤다.
한 박자 늦게 터져 나오는 굉음.
콰아아아아앙!
지축이 뒤흔들리고 단단한 석조 바닥이 움푹 꺼졌다.
살아남은 마적들은 일제히 나뒹굴고 라마승들 또한 성한 사람이 없었다.
굉음 탓에 귀에서 삐- 하는 이명이 울렸다.
역시 넘어졌던 달뢰라마는 얼른 일어섰다.
혼백과 업의 대부분은 이미 공양물로 바쳐졌다.
그를 포함한 라마승들은 이제 신승과 별 다를 바 없는 상태가 되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여래신장의 위용은 그들의 마음을 진동시켰다.
달뢰라마는 눈물을 흘리며 땅바닥을 덮은 부처의 오른손을 보았다.
“되었다! 되었어!”
어떤 자가 저 아래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석가여래의 강림은 겨우 그 오른손만 현세에 불러낸 것으로 그쳤지만, 그 성과는 눈을 뜨게 할 만한 것이었다.
땅을 덮은 오른손은 자신의 목적을 다했다는 듯 꽃잎으로 화했다.
천장이 열린 대전 내에 연꽃잎이 환상적으로 나부꼈다.
석조 바닥에는 거대한 손자국만이 남았다.
망혼의 모습은 흔적조차 없었다.
다른 라마승들 또한 ‘나무석가모니불’을 외며 눈물을 흘렸다.
“자, 잠깐…….”
환희에 차 있던 달뢰라마가 우뚝 멈췄다.
땅에 새겨진 거대한 손자국, 그 중앙인 장심(掌心) 부분에 무언가가 박혀 있었다.
땅바닥에 박혀 있어 처음에는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다.
마치 검은 금속판처럼 보이는 그것은 사실 벌레였다.
특수하게 길러진 벌레들의 강인한 외피가 극한의 압력으로 압축되어 마치 금속처럼 된 것이다.
새가 알을 깨고 나오는 것처럼, 그것이 조금씩 갈라졌다.
빠져나온 것은 피투성이의 손.
그 손이 땅을 짚고 자신의 몸을 지상으로 끌어올렸다.
피투성이가 된 모습.
전신 칠공에서 검은 피를 죽죽 흘리고 있으며, 어깨 한쪽은 완전히 무너졌고 갈비뼈 몇 개가 배를 뚫고 나와 있었다.
“흐, 흐, 흐으으…….”
그렇지만 망혼은 웃었다.
부러져 나간 이빨과 피를 줄줄 흘리면서도.
“부처의 손…… 손은, 꽤 매, 맵네.”
광기가 번뜩이는 흉측한 괴물의 형상.
달뢰라마와 라마승들은 대계가 이미 그르쳤음을 눈치챘다.
공양 의식은 실패했고, 참사교의 호교사령은 처단하지 못했다.
여래가 내리친 일장은 과연 대단한 것이었다.
이곳 라싸에 다시 한번 지진을 일으킬 정도였다.
안 그래도 근래 수상한 지진 탓에 포달랍궁의 호수 또한 몇 차례 넘실 대던 참이었다.
마적떼가 지나가도 멀쩡했던 두꺼운 얼음도 쩍쩍 갈라졌다.
여전히 사람이 헤엄치기에는 말도 안 될 정도로 차가운 물이다.
그 물속에서 얼음층을 뚫고 지상으로 나오기는 당연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고요한 와중.
얼음 한복판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쩌엉!
물속에서 얼음을 뚫고 나타난 것은 한 자루의 검.
그보다는 금속조각이라는 표현에 가까운 물건이었다.
이강이 새로 얻은 검, 백아(白牙)였다.
백아는 잠시 허공에 체류하더니 다시 얼음 속으로 처박혔다.
그리고 얼음을 쪼개고, 다시 들어가고 나오기를 반복한다.
둥글게 원을 그리며 얼음을 부수는 것이다.
곧 그 검푸른 물속에서 누군가가 튀어나왔다.
“푸핫!”
이강이었다.
당연한 일이었지만 이강의 몸은 흠뻑 젖어 있었다.
흑단 같은 검은 머리를 뒤로 쓸어올리자, 새하얗게 성에가 꼈다.
당연히 얼어 죽을 만큼 추웠지만 그의 근육과 기혈은 얼어붙지 않았다.
그 증거로 몸에서는 더운 김이 풀풀 솟는다.
이 정도로 활발한 신진대사는 겪어 본 적 없는 일, 세수역근경의 수련이 없었다면 이렇게 쉽게 빠져나오지 못했을 터였다.
「얼어 죽겠군.」
이강은 팔에 묶여 있는 달마의 볼멘소리에 동의하며, 길을 안내해 준 담현의 목각인형을 품에 넣었다.
「지체하지 말고, 가라.」
이강은 달리기 시작했다.
경공을 극성으로 발휘하자 젖어 있던 옷자락이 펄럭이는 동시에 얼어붙었다.
그는 북풍한설이 사람으로 강림한 것처럼 빠르게 뛰었다.
이강은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수많은 시신들이 이강의 앞길에 나뒹굴고 있었다.
죽어서 혀를 내밀고 있는 말들.
떨어져서 목이 꺾여 있는 마적.
배에 창이 박혀 죽은 라마승.
점점 더 사악한 기운이 농밀하게 느껴진다.
터져 나간 성문을 통과했을 때는 그것이 극에 달했다.
「보이는 즉시 행동하라.」
달마의 조언을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미 물속을 헤엄칠 때부터 이강은 느꼈다.
포달랍궁에 강림하려는 거대하고 영험한 존재와.
그에 대항하는 사악하고 어딘가 익숙한 존재를.
마침내 이강은 포달랍궁의 중앙까지 침투했다.
그곳에는 달뢰라마와 살아남은 라마승들이 있었다.
중앙의 바닥에는 어째선지 거대한 손자국이 남아 있었고, 그 위에 피투성이의 사내 한 명이 손을 치켜들고 있었다.
적은 명확했다.
이강의 전신 혈맥에 뇌전의 힘이 내달렸다.
머릿속에서 우르릉, 하는 천둥소리가 들리고 눈은 바다처럼 새파랗게 변했다.
천뢰령으로 극한의 가속력을 얻었다.
그리고 유성아를 뽑아 든다.
유성아에 백청(白靑)의 강기가 휘익 치솟는다.
다시 등으로 돌아가 있었던 백아가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하늘로 쏘아졌다.
피투성이의 사내, 망혼도 무언가를 눈치챘다.
라마승들을 쓸어버리려던 그가 뒤늦게 고개를 돌렸지만.
퍽-
백아가 그의 몸에 틀어박히고.
서겅!
이강은 유성아를 휘둘러 망혼의 허리를 양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