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01)
“네, 형.”
(연서야, 오랜만이다.)
“요즘 앨범 잘 듣고 있어요.”
(그래? 고맙다. 혹시 요즘 바빠? 차기작 들어가는 건 없어?)
전화를 건 주인공은 ‘게스트 하우스에 어서 오세요’에서 함께 섬에 갔었던 최준영이었다. 배우이자 가수인 그는 최근에 앨범을 내고 활발히 활동 중이었다. 음원 깡패라는 별명답게 온 거리에서 그의 노래가 흘러나올 정도로 앨범 자체가 성공했다.
“저보다 지금 형이 더 바쁘지 않아요?”
(바쁘지. 근데 네가 안 바쁘면 형이랑 같이 토크 예능 나갈래?)
“토크 예능이요?”
(어, ‘인생주막’이라고······ 자극적인 프로그램은 절대 아니고 어차피 대본 다 있으니까 무례한 질문은 사전에 차단할 수 있거든.)
의자에 몸을 파묻은 유연서가 ‘인생주막’을 검색했다.
-인생주막 존잼이었다 매력있네ㅋㅋㅋㅋㅋ
-인생주막 웃으면서 보다가 눈물 쏟음ㅠㅠ
-내배우도 인생주막 나와줬으면 좋겠다.
평가는 다 좋았다. 자극적인 질문을 건네서 논란이 된 적도 별로 없었다. 유연서의 팬클럽 ‘러브 레터’에서도 그의 인생주막 출연을 소취하는 글이 많았다.
‘새롭긴 하겠는데······.’
글쎄······ 가서 뭔 얘기를 하지? 재미는 연출이 알아서 챙긴다고 해도 프로그램 특성상 같이 밥을 먹으면서 MC와 친해지고 속에 감췄던 진솔한 얘기를 하는 게 목적인 것 같았다.
‘심심하긴 한데······.’
유연서는 ‘악귀’이후 집에서 천천히 기억 동기화나 하면서 쉬고 있었다. 천 감독과 같은 거장의 차기작 소식이나 수집하면서 최유진이 줄 지분에 대한 세금을 내기 위해 재산을 불리고 있었다.
-연서야 뭐해ㅠㅠ 슨스라도 올려줘
-떡밥 몰아쳤다가 없으니까 허전함ㅠㅠ
-결사 예고편 또 안뜨나?
-악귀 재탕하러간다
-차기작 소식 아직 안떴지?
솔직히 안 보고 싶어하는 날이 없는 것 같지만, 마침 팬들도 두문불출하는 유연서를 찾고 있었다.
“뭐, 요즘 쉬고 있기는 해요.”
(잘됐다. 그럼 형이랑 같이 가자.)
“흠······ 글쎄요.”
(연서야 이제 너밖에 없다. 형들이랑 윤정 누나는 촬영 중이고 이준이도 컴백 준비로 바쁘대.)
“형 설마 게하 멤버 말고 친구 없어요?”
유연서의 진심이 담긴 농담에 최준영이 웃었다. 그래도 섬에서 동고동락한 시간이 길어서 이 정도의 말장난은 스스럼없이 할 정도였다.
(없어. 우리 게하 멤버야 내가 제일 믿는 사람들이지.)
“영광이라고 해야 하나요?”
(어때? 같이 나가자.)
최준영이 제발 같이 가자고 떼를 썼다. 이거 뭔가 수상한데······.
“형 혹시 거기 피디나 관계자한테 프로그램 꼭 나가겠다고 약속한 적 있어요?”
(헐.)
“게스트 한 명 데려가는 것도 약속한 거고?”
(와······.)
“맞네.”
최준영이 역시 귀신이라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다 들렸다.
(거기에 나 데뷔했을 때 도와주신 분이 계셔서······.)
“그래요?”
(그것도 있지만, 내가 예능이랑 토크쇼에 약해서 아는 사람 한 명은 꼭 끼고 가거든.)
“아 뭔가 이용당한 느낌인데?”
(아냐! 내가 널 어떻게 이용해!)
그래도 맨입으로 나간다고 하긴 싫지. 최준영은 놀리는 맛이 있었다.
“나 나가면 뭐 해줄 거에요?”
(야 너는 가진 것도 많으면서 뭘 또 얻으려 하냐.)
“됐고, 뭐 해줄래요?”
(음······ 너 차기작 OST 맡을까? 아니면······ 너 음원 낼래? 내가 곡 진짜 잘 뽑아서 줄게.)
“아무튼 형의 능력을 활용하는 선에서 아무거나 해줄 수 있어요?”
(그래! 내가 다 해줄게!)
OST라······ 최준영 정도의 음원 깡패면 드라마 홍보에 좋으려나? 음원을 내는 건 그다지 생각 없지만, 빚을 지우면 어딘가 쓸 데가 있겠지. 유연서는 일단 바로 넘어가지 않고 나중에 연락을 주겠다고 하고 통화를 끊었다.
“야, 너 ‘인생주막’이라고 알아?”
“알지.”
“어때?”
마침 신호에 걸려 여유가 있던 이태겸이 눈동자를 굴렸다.
“괜찮을 거 같은데? 한태형도 국민 MC로 유명하고 프로그램 자체가 자극적이지 않고 잔잔하지.”
“그래?”
“어, 나가서 나쁠 건 없지. 박 실장님 목록에도 있고······.”
“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잠시 생각에 잠긴 유연서는 최준영에게 톡을 보냈다.
(최준영형) 진짜?
(최준영형) 진짜지? 나 너랑 나간다고 한다?
(나) 약속 잊지 마요
(최준영형) 좋아 내 능력이 닿는 선에서 무조건 해준다
뭐 그렇게까지 하나. 유연서는 일단 최준영과의 톡 내용을 캡쳐했다.
“나가게 됐으니까 알아서 처리해.”
“그래.”
사실 헤일로 미디어에서는 유연서의 이미지를 고급화시키려고 시도한 적 있었다. 드라마보다는 영화를 우선으로, 예능 프로그램도 너무 가벼워 보이는 것 말고 영화의 홍보 목적으로 잠깐만. 아무튼, 소속사 나름의 기준이 있었지만······.
그것도 유연서의 반응에 막혔다.
[나는 그런 전략 안 짜도 되는 사람 아닌가?]다소 재수 없지만 설득력이 있는 말까지 덧붙여서. 박상태 실장은 그 대답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래도 이젠 이런 거 관리해야 하지 않을까?] [뭐 그런 걸 따지고 있어. 갑자기 일하는 거 이상한데······.]헤일로 미디어는 단순 매니지먼트만 맡는다. 작품 선택은 배우의 선택을 최우선으로 따르게 되어 있었다.
[아니, 그래도 기본은 해야 할 거 아니야.] [박 실장, 뭘 하려고 하지 마. 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거야.] [하아······ 그래 네 맘대로 해라.]결국 박 실장은 백기를 들어야 했다.
“다 왔어.”
유연서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그의 뒤에 이태겸과 임승현이 후다닥 따라붙었다.
“도련님, 불편한 점은 없습니까?”
“물, 물 줄까?”
유연서의 건강 상태를 안 뒤로 그들은 유연서가 조금만 움직여도 뭐가 하나 잘못되는 줄 알고 수발을 자처했다. 심지어 그의 비밀을 안지 얼마 안 됐을 때는 밥도 먹여줄 기세였다.
‘편하긴 한데······ 좀 귀찮아.’
내가 애도 아니고. 유연서는 대충 손을 휘적이고는 걸음을 빨리했다. 세트장이지만, 공들여 만든 한옥이 인상적이었다.
“헉.”
촬영은 잠시 쉬는 시간인 듯 지나다니는 스태프들이 많았다. 그의 얼굴을 확인하는 사람마다 숨을 들이켰다. 그들은 웅성거리면서 유연서의 뒷모습을 쳐다봤다.
“형.”
간이 의자에 앉아있던 진수호가 고개를 돌렸다.
“왔어?”
대본을 접은 진수호가 벌떡 일어났다. 마침 집에만 있어서 몸이 근질거리던 참에 진수호의 연락을 받았었다. 심심하면 우리 촬영장 놀러 올래? 라고.
‘사극 현장은 처음이네······.’
마침 할 일도 없었고 사극이라는 게 유연서의 흥미를 자극했다. 제작비를 꽤 쏟았는지 의상 소품, 그리고 세트장이 꽤 정교했다. 스태프의 인원수도 꽤 많았다.
유연서는 차분한 남색의 도포를 입고 갓을 쓴 진수호를 묘한 눈으로 바라봤다.
“네. 근데 형 전에는 다른 거 찍지 않았어요?”
“그건 한 달 전에 끝났지.”
역시 진소호라고 불릴만하다. 유연서도 배우 중에서는 차기작 텀이 짧은 편인데 진수호는 더 짧았다. 그는 연기하는 거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었다. 작품 보는 눈도 좋았고 선택에 망설임도 없었다. 벌써 다음 영화제의 남우주연상과 최우수연기상의 유력 후보로 거론될 정도였다.
‘역시 이기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진수호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수호야, 다음 씬 말인데······ 헉, 유연서?”
작품의 주인공을 맡은 배우 선예원이 유연서의 얼굴을 보자마자 그 자리에서 굳었다. 진수호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웃었다.
“아, 제가 놀러 오라고 했어요.”
“안녕하세요.”
유연서가 고개를 꾸벅 숙이자, 정신 차린 신예원이 볼을 붉혔다.
“정말 반가워요. 제가 너무 무례했죠?”
“아뇨, 괜찮아요.”
어차피 이름 석 자로 불리는 건 익숙했다.
신예원은 여배우 중에서도 TOP 3안에 들 정도로 경력도 오래됐고 박 실장이 그렇게 부르짖는 고급 이미지의 배우였다. 그도 미래의 저장소에서 신예원이 나온 영화를 꽤 즐겁게 봤던 기억이 있었다.
‘이미지와는 다르게 성격은 활발한가 보네.’
영상으로만 봤던 사람을 실제로 보니 새삼 어색했다. 신예원은 유연서가 다 듣고 있음에도 진수호에게 뻔뻔하게 말을 건넸다.
“와 진짜 장난 아닌데? 너 진작 안 부르고 뭐 했어?”
“하하······.”
그 뒤로 많은 배우와 스태프의 인사를 받았다. 신예원과 진수호뿐만 아니라 배우 계에서는 탑 급에 속하는 배우들이 많이 있었다.
“촬영 시작할게요!”
감독의 옆자리에 앉을 수 있게 된 유연서는 모니터 속 진수호와 신예원을 바라봤다. 아까의 장난스러운 분위기는 어디로 가고 서로 날카로운 얼굴로 검을 맞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유연서는 갑자기 의욕이 솟는 것을 느꼈다.
‘슬슬 차기작도 정해야겠다.’
다음엔 뭘 할까?
***
“연서 씨!”
유연서가 촬영장으로 들어오자, ‘인생주막’의 작가가 헐레벌떡 뛰어와 그의 앞에 섰다. 작가는 혹시 그가 나온다고 해놓고 안 오는 게 아닐까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나와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감사는 준영이 형한테 하세요.”
“그래도 진짜 감사해요. 저희가 요즘 시청률이 잘 안 나왔는데······.”
‘인생주막’은 국민 MC라 불리는 한태형을 메인으로 승승장구했던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높았던 시청률도 프로그램이 오래되고, 여타 예능과는 다른 잔잔한 노선을 타고 있어서 시청률도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저, 근데 약간 변동사항이 생겼어요.”
“뭔가요?”
“보조 MC인 김지성 씨 아내분이 출산 준비에 들어가셔서 지성 씨가 몇 주 출산휴가를 다녀올 예정이거든요.”
“그래요? 출산 축하한다고 전해주세요.”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생주막’의 게스트는 최준영과 유연서 둘뿐이었고 MC도 두 명이다.
“그럼 보조 MC로 다른 분이 오시나요?”
“박주현 씨요. 아시나요? 시간 된다는 사람이 그분밖에 없어서 급하게 섭외했거든요.”
“아······ 알죠.”
대답은 이태겸에게서 나왔다. 유연서는 뒤를 흘끔 바라봤다. 이태겸뿐만 아니라 임승현까지 표정이 좋지 못했다.
“왜?”
“좀 말 많던 사람이라서, 잠시만.”
박주현은 코미디언으로 데뷔해 지금은 예능 MC로 많이 불리는 사람이었다. 진행 능력은 인정하지만, 입에 필터가 없어서 무례한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했던 논란은 거진 박주현의 입에서 나온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였다.
이태겸이 인상을 팍 쓴 채로 피디에게 다가갔다.
“피디님, 얘기가 다르네요? 박주현 온다는 얘기는 없었잖아요.”
“사정이 그렇게 됐습니다. 이해해 주세요. 저희가 잘 커트할게요.”
그는 박 실장에게 배운 대로 일단 피디에게 따졌다.
유연서가 게스트로 나온다는 소식으로 ‘인생주막’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껑충 뛰었다. 방송국에서는 심지어 예능국장까지 다녀갔을 정도였다. 이미 이 현장의 갑은 피디와 작가가 아닌 유연서였다.
“일단 대기실로 가실까요?”
스태프가 과하게 굽실거리면서 유연서를 대기실로 안내했다. 안에는 최준영이 벌써 도착해 메이크업을 받고 있었다.
“왔어?”
유연서는 최준영이 내미는 손에 손을 맞잡았다.
“근데 MC 바뀐다는 소리 들었어요?”
“어, 들었어. 아······ 박주현은 별로인데.”
“무슨 일 있었나 봐요?”
유연서는 드물게 표정이 어두워지는 최준영을 보고 눈을 가늘게 좁혔다. 최준영은 정말 하기 싫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좀 일이 있었어.”
“형도 그 사람 때문에 악성 편집 당한 거 있나 봐요?”
“어······ 조금. 아, 이제 와서 안 나간다고 할 수도 없고.”
그는 고뇌하는 최준영의 등을 보며 생각했다. 설마 나한테까지 무례하게 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