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02)
잠시 대기 끝에 ‘인생 주막’의 녹화가 시작됐다. 분위기 있는 술집 느낌의 세트장에 중앙에는 고깃집에서나 볼 법한 식탁과 불판이 놓여 있었다.
“오늘은 정말 역대급 게스트를 정말 어렵게 모셨습니다.”
“대기실에서 게스트 보자마자 소리 지를 뻔했어요.”
“그렇죠? 저도요.”
메인 MC인 한태형이 김지성의 출산 휴가를 알리고 오프닝 멘트를 시작했다. 오늘의 보조 MC인 박주현이 추임새를 넣었다.
“다섯 번째 정규 앨범을 발매하고 요즘 음원 차트를 점령하고 있는 가요계 황제 최준영 씨!”
“그리고 이 시대의 아이콘! 배우, 유연서 씨를 모셨습니다!”
MC의 오프닝 멘트가 끝나고 최준영과 유연서가 중앙에 섰다.
“두 분 다 유명하신 분들이지만, 그래도 소개 좀 해 주세요. 준영 씨부터 할까요?”
“네, 안녕하세요.”
최준영은 무슨 곡으로 컴백했고, 앨범의 컨셉은 뭐인지 소개하고 노래 한 소절 불러달라는 박주현의 요구까지 다 들어준 뒤에야 자기소개를 마칠 수 있었다.
“유연서입니다.”
그와는 다르게 유연서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 간략히 자신을 소개했다.
“크으, 여유 보세요. 다른 설명 없이 딱 ‘이름만으로도 누군지 다 알지?’ 하는 저 여유.”
“설명이 필요 없다. 이거죠? 역시 대한민국에서 여러모로 관심이 집중된 셀럽답네요.”
MC의 진행 성향이 달랐다. 한태형이 부드러운 어조로 기분 좋게 띄워 주는 성향이었다면, 박주현은 묘하게 빈정거리는 어투가 있었다.
이래서 다들 싫어했군······ 그렇게 생각한 유연서는 중앙에 앉았다.
“아, 박주현 괜히 불렀나?”
“그래도 세 명은 오디오가 너무 비어. 태형 씨도 혼자 진행하면 부담스러울 거고.”
“하필 시간 되는 사람이 박주현밖에 없다니······.”
그렇게 속삭이던 작가 진들은 뒤를 흘끔 바라봤다. 이태겸과 임승현이 무섭게 표정을 굳힌 채 팔짱을 끼고 촬영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래 봤자 이태겸은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았지만, 임승현은 수틀리면 촬영을 접어버릴 기세였다.
“와 진짜 뚫어질 것 같다.”
“박주현도 소문 빠삭하니 알아서 잘 조절하겠지······?”
“그러겠죠. 설마 유연서 상대로 입방정 떨겠어요? 촬영 전에 그렇게 조심하라고 얘기했는데.”
작가진들이 속삭였다. 연예점프의 갑작스러운 폐업 소식은 업계에 알음알음 퍼졌고 2년이 지난 지금은 소문에 살이 붙어 유연서에게 깝치다가는 웬만한 회사는 폐업된다느니 전에 유연서에게 무례한 말을 했던 피디가 짤렸다느니 온갖 괴소문으로 번졌다.
“근데 두분은 어쩌다가 저희 프로그램에 같이 나오게 됐나요? 듣기로는 준영 씨가 연서 씨를 데리고 왔다는데······ 평소 친하신가 봐요?”
“아, 당연히 친하죠. 같이 섬에서 일한 시간이 얼만데.”
“이건 연서 씨 의견도 들어 봐야겠죠?”
박주현의 말에 최준영이 뭐 그런 당연한 걸 물어보냐고 등받이에 몸을 편히 기댔다. 그 모습을 본 유연서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고 대답했다.
“그렇게 친하진 않아요.”
“야.”
최준영이 당황해서 그의 어깨를 짚었다. 그마저도 친해 보여서 박주현이 의외라는 듯 쳐다봤다.
“이야, 토크 쇼 처음 맞으세요? 예능을 아시네.”
“한태형 씨가 MC로 있어서 편하네요. 이 방송은 꼭 나와야 한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요?”
유연서의 말치레에 메인 MC인 한태형이 크게 웃었다.
“준영 씨 이번 앨범도 역시 전 곡 자체 프로듀싱을 맡은 데다가 믿고 듣는 수식어가 항상 붙잖아요? 기분이 어떠세요? 부담되지는 않으세요?”
한태형은 우선 최준영에게 집중했다. 어차피 게스트는 둘 뿐이라 각자 집중할 시간은 충분했다. 최준영은 요새 어떻게 지냈고, 앨범 작업은 어떻게 구상했는지 같은 얘기를 주고받았다.
“연서 씨는······ 초면에 이런 말씀 드리는 게 조금 이상하겠지만, 너무 잘생기셨어요. 본인이 잘생긴 거 잘 알고 계시죠?”
“알죠.”
유연서가 여유롭게 웃으며 대답하자, 한태형이 손뼉을 치고 웃었다. 제작진 사이에서도 환호성이 들렸다.
“아니, 뭐에요. 제가 대답한 거랑 반응 너무 다른 거 아니에요?”
“그거야 준영 씨는······.”
“외모지상주의가 너무 심한 거 아닙니까?”
“준영 씨는 목소리가 미남이잖아요.”
애초에 오늘 인생 주막 대본 컨셉이 최준영을 몰아가는 것이었다. 그는 대본에 충실하게 억울한 척을 했다.
“자, 준영 씨야 앨범 내고 활발히 활동하시고 계시는데······ 연서 씨는 요즘 뭐 하세요?”
“집에서 푹 쉬고 있습니다.”
“제가 사전 조사를 했는데, 연서 씨를 찾는 팬분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나 정도면 배우치고 활동 많이 하는 거 아닌가? 아마 2년간 긴 공백기 없이 계속 매체에 얼굴을 드러냈으니, 조금만 모습이 안 보여도 팬들이 갈증이 난 상태인가 보다. 그는 일단 웃었다. 어쨌든 찾아주는 사람이 많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글쎄요······ 이번에 수호 형네 촬영장에 놀러 간 적이 있는데, 그거 보니까 슬슬 차기작 들어가고 싶긴 하더라고요.”
“이야, 그거에 대해서 할 말이 있죠.”
“뭐죠?”
박주현이 씨익 웃었다. 웃음에서 비열함이 엿보이는 건 착각일까? 아마 촬영 전에 이태겸과 임승현이 했던 행동에 선입견을 품은 걸 수도 있겠지. 사람은 겪어 봐야 아니까.
하지만 다음에 이어질 말을 들은 유연서는 이게 선입견이 아니라 예리한 감이 작용했다고 느꼈다.
“저도 방금 알았는데, 신예원 씨가 모 잡지사와 한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던데요?”
“그랬나요?”
“촬영장 놀러 온 연서 씨 얼굴이 너무 잘생겨서 그날 NG 많이 냈다고 하시던데?”
“그래요? 저는 수호 형만 잠깐 보고 나온 게 다라서.”
“에이, 진짜요? 막 인사도 안 했어요? 번호 교환도 안 했습니까?”
말투도 묘하게 빈정거리는 것 같은 게, 역시 많은 사람이 꺼리는 게 이유가 있었다.
‘이거 봐라?’
왜 굳이 여배우를 끼워 넣어서 기자들이 자극적으로 제목을 뽑을 건수를 제공해주는지? 이런 얘기는 안 하기로 되어 있지 않았나?
유연서가 일부러 인상을 쓰고 카메라를 흘끔 바라보자, 감독이 황급히 팔을 교차해 X자를 만들고 간절하게 한태형을 바라보고 있었다. 제작진과도 상의가 안 된 부분을 박주현이 독단적으로 질문한 게 분명했다.
“아, 제발 진짜······ 저거 누가 데려온 거야? 이 작가야?”
“박 작가요.”
“하······.”
유연서의 예능감도 나쁘지 않았는데, 이럴 거면 차라리 박주현 빼고 세 명이서 진행해도 충분했을 거라고 감독은 생각했다.
물론 이런 장면이야 나중에 방송에 나갈 때는 다 편집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유연서의 기분을 망치면 끝난다.
유연서는 단독으로 출연해도 시청률이 보장된다. 지금 좋은 인상을 남겨야 나중에 또 섭외할 수 있지 않은가. 그 가능성을 한태형이 입을 열 때마다 하나씩 없애고 있었다.
“차기작은 천천히 알아보고 계시는 거고······ 다른 계획은 없으세요? 지금 연서 씨의 근황을 궁금해하는 분들이 상당히 많아요.”
그 사인을 본 한태형이 곧바로 화제를 전환했다. 역시 국민 MC로 불리는 것답게 아주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이번엔 다른 일도 해볼까 해요.”
“다른 일이요? 어떤 건지 들어볼 수 있을까요?”
조만간 어머니 회사에 임원으로 꽂힐 예정이거든요. 라고 말할 수는 없으니 그저 웃었다.
“저에게 어울리는 일이 뭐가 있을까요?”
“이야, 여기서 역질문을 하실 줄이야······ 예능은 어때요? 마침 제 옆을 지키던 김지성 씨가 출산 휴가로 몇 주 방송을 쉴 거 같은데······.”
“제가 보조 MC를요?”
“안 될 것 없죠. 지금도 훌륭하신데요. 예능은 이번이 세 번째죠?”
“얼마 출연 안 했었죠.”
“진짜 진지하게 하실 생각 없어요?”
한태형은 유연서를 띄워 줬다. 그렇다고 아부하는 것도 아닌 출연진을 편하게 하려는 의도가 보였다. 왜 많은 팬이 ‘인생 주막’의 출연을 바라는지 이해 갔다.
“에이, 진행이랑 게스트로 나와서 하는 거랑 같나요?”
일일 보조 MC 박주현이 초를 쳐서 그렇지. 최근에도 말실수로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그는 안 그래도 없어지는 일자리에 초조한 상태였다. 마침 원래 보조 MC였던 김지성이 출산 휴가로 몇 주 쉴 예정이고, 그 빈자리는 박주현이 노리고 있었다.
‘설마 유연서도 방송 짬이 있는데······ 예능에 대놓고 싫은 티는 내지 않겠지.’
물론 싫은 티를 내도 된다. 최대한 자극적인 장면을 뽑아내서 이슈를 만들면, 화제성과 시청률은 보장이다. 그렇게 된다면 임시 MC의 자리는 자신이 될 거라고 박주현은 생각했다.
“앨범 내보는 건 어때? 너 노래 잘하잖아.”
“맞아요. 저 연서 씨가 노래한 거 봤어요. 그,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서요.”
박주현의 견제질이 다 표가 나는지 한태형과 최준영은 서로 말을 주고받으며 다시 주제를 돌렸다.
“안 그래도 준형이 형이 여기 같이 나오는 조건으로 곡 준다고 하긴 했어요.”
“오, 좋은데요. 근데 준영 씨, 설마 곡 하나만 주실 겁니까?”
물을 벌컥벌컥 마시던 최준영이 결심한 듯 말했다.
“원한다면 앨범 전체 프로듀싱 해 주겠습니다. 얘가 원한다면요.”
“오오. 이러다가 준영 씨에 이어서 차트 점령하는 거 아닙니까?”
“그럼 저야 좋죠. 배우들도 팬미팅 같은 걸 하잖아요? 며칠 전에는 수호도 했었고······ 아무튼 팬미팅에 부르면 딱 맞겠네요.”
“준영 씨는 저작권료를 챙기고요?”
“에이, 태형이 형······ 알면서.”
최준영이 씨익 웃었고, 한태형은 그의 어깨를 살짝 때리며 웃었다.
“연서 씨는 어때요?”
“진지하게 생각해 보겠습니다.”
유연서도 같이 웃었다. 이렇게 판을 깔아줬는데 한 번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그리고 옆에서 추임새를 넣던 박주현이 또 입을 열었다.
“근데 진짜 연서 씨 너무 잘생겼다. 그렇죠?”
이번엔 또 무슨 소리를 하려고······ 칭찬이긴 한데, 불안했다. 한태형의 눈동자가 살짝 떨렸다.
“연서 씨 실물 본 다른 연예인들이 가장 잘생긴 남자 연예인으로 하나같이 다 연서 씨를 꼽았잖아요?”
“그럴만하죠. 저도 자꾸 이쪽으로 고개가 돌려지잖아요. 계속 보고 싶어서.”
“게다가 요즘은 연예인의 연예인이라고 불리잖아요. 어때요? 여자 연예인들 대쉬 많이 받아봤을 거 같은데? 번호 많이 따여봤죠?”
“아, 형 그런 얘기를 왜 해요. 무슨 90년대도 아니고.”
대본에도 없는 질문인지 감독이 벌떡 일어나서 손을 세차게 흔들고 있었다. 표정에서는 다급함이 엿보였다.
‘왜? 이런 얘기를 해야 시청률을 올리지. 한태형 감 떨어졌네.’
자극을 만들어 내려는 시도는 가상했으나, 애초에 프로그램 성격이 자극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
유연서는 대답 없이 입에 미소를 머금은 채 박주현을 빤히 쳐다봤다. 쉽게 할 수 없는 분위기에 박주현이 눈을 내리깔고 시선을 피했다.
‘무슨 눈빛이 저래······.’
괜히 자존심이 상한 그는 타겟을 바꿔 최준영에게 화살을 돌렸다.
“준영이 너는 소식 없어?”
“에이, 언제적 준영이에요. 형, 저 신인 아니에요.”
다소 무례한 질문에도 최준영은 웃으며 대답했다. 가수 겸 배우답게 표정을 잘 갈무리하고 있었지만, 속은 그렇지 않았다.
“요즘 저작권으로 수익 짭짤하지?”
“형보다는 많이 벌죠.”
“전에 열애설 난 그분은? 뭐 좋은 소식 없어요?”
한태형이 기겁해서 손사래를 쳤다. 최준영은 괜찮다고 말하며 대충 웃어넘겼다.
‘그래도 나한테 쏠리니 불편한데 또 편하네.’
사실 최준영은 박주현의 등장에 꽤 긴장한 상태였다. 그는 신인 시절 박주현이 했던 집요한 질문에 말려들어서 한동안 고생한 적이 있었다.
만약 박주현이 집요하게 유연서를 물고 늘어졌으면 나중에 그를 보기 민망했을 것이다. 자신이 나오자고 해놓고 이상한 질문만 받으면 마음이 편치 않았을 테니까.
“하······.”
최준영이 웃으며 대충 넘기고 있을 때, 유연서가 깊게 한숨을 쉬고는 등받이에 몸을 편히 기대 팔짱을 꼈다. 다리는 꼬고 있었는데, 얼핏 보면 건방져 보이는 자세였다.
“인생주막은 원래 이런 프로그램입니까? 재미없네.”
그 발언에 촬영장이 싸해졌다. 당황해서 입을 다물었던 박주현은 그제야 자신의 실수를 알아채고 애써 수습하려 했다. 그는 말이 뇌를 거치지 않고 바로 나와서 나중에 후회하는 스타일이었다.
“어······ 연서 씨가 예능은 별로 안 나와서 그렇지 이런 질문은 다 해요. 편집하면 되니까.”
“이건 예능을 떠나서 기본 인성 문제지.”
낮게 내리깔고 하는 말과는 다르게 입에는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그래서 더 살벌해 보였다.
“그다지 궁금하지도 않은, 남의 연애 사실 파헤치면서 공격하는 게 박주현 씨는 재밌나 보네.”
“어······ 저는 공격하려는 의도는 없었는데.”
“팬 많은 가수한테 열애설이 그럼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까? 누가 누구 번호 따고 이런 게 정말 재밌어요? 진짜로?”
“······.”
“이게 방송에서 할 말입니까? 이런 건 사석에서 하세요. 아니, 솔직히 사석에서 해도 말로 언급되는 상대한테 무례하다는 거는 아시죠?”
아무리 나중에 편집한다고 해도, 이건 선을 넘었지. 유연서가 눈을 날카롭게 빛내며 박주현을 노려보고 있자, 감독이 황급히 소리쳤다.
“녹화 조금 쉬었다가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