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06)
(최우수 연기상은······.)
(‘악귀’의 유연서 씨, 축하합니다.)
시상자의 목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난 유연서가 성큼성큼 무대로 올라갔다. 그 모습을 ‘악귀’팀의 배우들이 기립박수로 배웅하고, 현장에 있는 관객들은 지치지도 않는지 계속 응원의 목소리를 보냈다.
“그걸 또 봐요?”
“또라니, 어젯밤에 못 봐서 보는 거에요.”
흐뭇한 듯 광대뼈를 올린 제 남편을 본 박금주가 한숨을 쉬며 소파에 앉았다.
(우선 우리 ‘악귀’팀 식구들 함께해서 영광이었습니다. 하준이, 민아 씨, 그리고······.)
깔끔하게 뒤로 넘긴 머리카락에 잘생긴 얼굴이 더 두드러졌다. 카메라도 그걸 잘 아는지 그가 수상할 때에만 관객석이나 배우 석을 비추지 않고 오로지 유연서만을 담았다.
(그리고 언제나 응원을 보내주는 내 팬들, 소속사 식구들 비서님 감사하고······.)
그는 이렇다 할 수상 소감 없이 그저 덤덤하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음······ 가족들. 부모님, 형 그리고 할아버지 감사합니다.)
“허어······ 저 녀석이 할아버지 챙길 줄도 알고.”
사실 유연서는 남들 다 소속사 식구들과 가족들한테 감사 인사를 하니 예의상 넣은 거지만, 유 회장은 자기까지 불렀다는 사실에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졌다.
“이렇게 좋아할 거였으면 그냥 애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 두지 그랬어요?”
“그때는 쟤가 재능이 없었잖아요. 욕먹으면서 버티는 것 보다는 있던 회사 잘 물려받으면 좋잖아요. 머리도 안 좋은 것도 아니고.”
“희서, 그 아이 때문이 아니고요?”
유 회장은 티비에서 시선을 돌려 아내를 바라봤다. 박금주가 이희서를 입에 올린 건 그 사고 이후 처음이었다. 아내가 긴 우울증을 딛고 이제는 괜찮아졌다는 것에 기뻐해야 하는데, 마음 한 켠이 불편했다. 이희서라는 이름 때문이었다.
“그래, 그게 제일 거슬렸죠.”
이희서의 이름만 들어도 발작하던 손자가 이희서를 따라 아이돌을 하겠단다. 그래서 막았더니 배우로 전향해 이희서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어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예 연예계 쪽에는 발을 들이지 못하게끔 손을 쓰려고 해도 고집이 보통 고집이 아니었다. 막으면 평생 손자 볼 생각 하지 말라고 해서 포기했다. 그래도 신경 쓰여서 가끔 뒤를 봐 줬지만, 적극 나서지는 않았다.
손자가 수상 소감을 끝내고 배우 석으로 돌아가 다시 앉는 모습을 끝으로 유 회장은 채널을 돌렸다. 마침 12시 뉴스가 한창이었다.
(JSENM이 오늘 오전 아홉 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주성 전자 유건민 부회장의 아들이자, 배우 유연서 씨를 JSENM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습니다. 이에 재계에서는 후계구도를 대비하는 일환이 아닌가 추측하고 있습니다.)
화면에는 주주총회 의장으로 참여하는 최유진을 보여주더니 최근 유연서가 나왔던 드라마와 영화, 광고 등을 자료화면으로 내보냈다.
“근데 지금은 뭐, 애가 저렇게 좋아하니 나도 접어 줘야지.”
마침 ‘게스트 하우스에 어서 오세요’에서 아이를 보고 활짝 웃는 모습이 짤막하게 나왔다. 박금주는 그 모습에 시선을 고정하면서 입을 열었다.
“그토록 바라던 회사 일도 하겠다 하니 당연히 접어 주시겠죠.”
“당신은 날 너무 잘 알아.”
유 회장은 옛날 사람이라 그런지 아직 연예인을 낮잡게 봤다. 둘째 손자가 계속 연예계에 뜻을 두는 게 마음에 안 들었고, 제 지원을 받은 며느리가 고생해서 키운 회사를 아진 쪽 멍청이에게 넘기는 것도 아니꼬웠다.
그런데 마침 안 하겠다고 고집부리던 유연서가 나타나서 자리 하나를 차지한 것이다. 유 회장은 만족한 듯 씨익 웃었다.
“나 출국해요. 구정에는 나 없이 애들이랑 지내세요.”
“또요?”
유 회장은 박금주가 명절마다 외국으로 출국하는 게 손자 보기 부끄러워서였다는 것을 잘 알았다.
“당신, 이제는 그만 도망치라니까. 나를 봐요, 잘 지내잖아.”
“당신이야 말은 그렇게 해도 뒤에서 다 지원해줬잖아요. 그걸 그 애가 모를까요.”
박금주는 헛기침하며 부끄러워하는 제 남편을 흘끔 바라보고는 손에 든 핸드폰을 매만졌다. 박금주는 자신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생각했다. 그 어린 것이 도움을 청할 때 매정하게 쳐내 버린 것이 아직도 꿈에 나왔다.
최유진의 조언을 받아 다가가려고 해도 계속 도망쳤다.
“나이를 먹으면 유치해지는 게 맞나 봐요.”
내 잘못 사과하는 게 이리 힘들 줄이야······ 박금주가 한숨을 크게 쉬었다.
“겁이 나네요.”
제 손자가 어떤 현실을 살고 있는지, 그 진실을 마주하기 두려웠다.
***
-오늘 우리회사 로비 상황
(사진)
도련님 큰 화면으로 보니 더 잘생기셨네
└우리 도련님 진짜 잘생겼다
└도련님 최우수 축하드려요!!!
└도련님 앞으로 대상까지 갑시다!
└도련님 백산예술대상 기대할게요!! 충성충성^^7
└뭐야 너무 찬양하는거 아냐? 주성전자 분위기 원래 이래?
└└너라면 우리 도련님 최우수 기념으로 특별 성과금을 쏴 주는데 안 축하하겠냐
└└└와씨;;; 부럽다
└이앤앰은 뭐 없어?
└└우린 특별휴가ㅋ
└뭐야 대상도 아니고 꼴랑 최우수인데ㅋㅋ 게다가 뭔 영화제도 아니고 고작 방송국 연기대상ㅋㅋ 저거 받았다고 동네방네 소문내면 쪽팔리지 않아?
└└우리 도련님 모욕하지마라
└└우리 이사님 모욕하지마라
└└아빠가 아들 덕질하는거 보기 좋은데 왜 시비야
└└냅둬 부러우신가보지ㅋㅋ 아 성과금 달달하다~!
신년이 됐으니 가족끼리 점심이나 먹자는 유건민의 요청에 주성 전자 본사를 찾은 유연서는 그 자리에서 굳어서 입을 쩌억 벌렸다.
“형, 저거 뭐야?”
주성 전사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초대형 디스플레이가 1층 로비 벽면에 꽉 차 있었다. 그리고 그 디스플레이에는 유연서가 연기 대상에서 수상 소감을 하는 영상이 무려 반복재생으로 띄워져 있었다.
“뭐긴 뭐야.”
“아니 저게 왜 여기, 대체 왜······.”
유은호는 당황해서 말을 더듬는 동생을 보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최유진도 마찬가지였다.
“어머, 나도 할 걸 그랬다. 은호야, 우리 기념사진 찍을까?”
“끔찍한 소리 하지 마세요. 형, 찍지 마.”
지나가는 사람마다 그들을 보고 웅성거리는 와중에, 최유진과 유은호는 한 손으로 이마를 짚고 있는 유연서를 사이에 두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런 걸 할 사람은 한 사람밖에 없지.’
마침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임원들과 진지한 대화를 하던 유건민이 로비에 서 있는 제 가족들을 발견했다.
“아들!”
“아빠!”
우리 연서가 저렇게 큰 소리로 날 부르다니······ 기분이 좋아진 유건민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아들에게 다가갔다.
“왔어?”
“당장 저거 꺼!”
그 해맑은 모습에 유연서가 버럭 소리쳤다.
-실시간 주성전자 로비 상황 중계한다
부회장님 도련님한테 한소리 듣고 계신다
그 와중에 상무님 동영상 찍는거 봐ㅋㅋㅋㅋ
└아ㅋㅋㅋㅋㅋ
└상무님 저런 캐릭터였냐
└└상무님도 은근 웃김ㅋㅋ
└이럴줄 알았어ㅋㅋㅋ
└우리 부회장 집안 서열 꼴지구나ㅠ
└근데 보기 좋아보인다ㅋㅋ
직장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들은 빠르게 외부 커뮤니티로 유출되었다. 주성의 홍보부에서도 이를 적극 활용했다. 유건민의 팔불출적인 행동은 뜻밖에 호의적인 여론을 생성했다.
남 부럽지 않을 재벌도 다른 평범한 가족처럼 단란하게 행동한다는 사실이 의외로 다가와서 그런가 보다.
“아니 내가 내 아들 자랑하겠다는데, 왜 안된다는 거야······.”
그거에 아들의 동의는 구하셨습니까? 유연서는 구시렁거리는 아버지를 날카로운 눈초리로 쳐다봤다.
“그래 연서야. 이미 소문 다 난 거 며칠 더 해도 괜찮잖아.”
역시 편들어주는 건 최유진밖에 없었다. 유건민이 감동해서 그녀를 쳐다보고, 두 아들은 그 주접에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하아······ 마음대로 하세요.”
유연서는 결국 백기를 들었다. 그는 또 수전증처럼 떨리는 손을 테이블 아래로 감췄다. 요새 이상하다.
“연서, 안 먹니?”
“아, 속이 좋지 않아서요.”
“그래? 약 먹어야 하는 거 아니야? 병원은?”
“그럴 정도는 아니고요.”
유연서는 고개를 저었다. 사실, 가족을 만나면 수전증이 심해진다는 걸 어렴풋이 눈치챘다. 이것도 설마 환영과 연관된 건 아니겠지. 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뜨며 자신의 몸을 제어했다.
“아, 천성민 감독님이요. 아마 저랑 할 거 같아요.”
“그래? 이사된 지 몇 시간 됐다고 벌써 성과를 가져오니?”
최유진이 대견한 듯 유연서를 쳐다봤다. 그 애정 어린 시선에 유연서는 헛기침을 했다.
“이렇게 된 거 사람 붙여줄 테니까 일 좀 배워 볼래?”
“그럴까요? 어차피 차기작도 아직 안 정했으니까······.”
아직 맘에 드는 시놉이 없었다. 이렇게 된 거 천 감독의 옆에서 환심도 사고 배울 거 다 뽑아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선 유연서는 자신에게로 쏠리는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형도 뭐 좋은 일 있다며.”
“아아······ 별거 아냐.”
“승진이 별거 아닌 게 아니야?”
할아버지의 시험을 통과한 유은호는 올해 전무로 승진한다. 오너 일가치고도 고속 승진이었다. 이미 승진은 내정되어 있었고, 언론에 발표만을 앞두고 있었다.
유은호는 바쁜 일정 때문에 이희서의 진범을 찾아내는 것에 진척이 없어 조급한 상태였다. 그를 도와주는 백서준도 일이 바빴고.
“요즘 들어 축하할 일이 많이 생기네. 샴페인 한잔할까?”
“저는 빼 주세요. 저야말로 별거 아니잖아요.”
형의 전무 승진에 비하면 나는 아직 초라한데 말이야. 유연서의 말에 최유진이 흐뭇하게 웃었다.
“그 상도 받고 싶은데 못 받는 사람도 있잖니. 충분히 축하할만한 일이야.”
“······그렇죠.”
최유진의 말에 그는 한 대 맞은 듯 멍해졌다. 그렇지, 이 상도 당연한 건 아니지. 더 많은 상을 받고 싶다는 조급함에 자신을 깎아내린 게 아닌가······.
“그럼 건배할까?”
유건민이 잔을 들자, 세 사람도 잔을 들고 부딪쳤다. 신년의 가족 모임은 이렇게 끝났다.
그리고 며칠 뒤, 역시 이슈메이커 답게 유연서의 이름이 인터넷을 점령했다. 천성민 감독과 계약 조율을 하러 교외의 카페에서 만난 것을 한 기자가 사진으로 남겼기 때문이다.
JSENM 사내이사 된 유연서, 벌써 거장 감독 복귀작에 꽂히나
[이슈] 천성민 감독 복귀 시동 뒤에는 유연서가 있었다천 감독 복귀작에 주연 유연서···이제는 신인의 희망이 아니라 연예계 생태 교란종이 되나
-와 바로 천성민 복귀작에 자기를 꽂아버리네ㅋㅋ 다른 배우 기회 다 뺏기게 생겼다
-천 감독 작품은 진짜 모든 배우의 로망인데 이걸ㅋㅋㅋ 너무 속보이는 거 아니냐
-와 근데 안그래도 개쩌는 배경에 날개를 달았네ㅋㅋ
-근데 영화에서 투자자가 힘이 제일 센거 아냐? 돈 투자하는데 배우로 참여해도 되는 거 아님? 연기력이 예전처럼 발연기면 몰라도
└그래도 상도에 어긋나잖아 공인이면 좀 사리던가
└누가 유연서가 투자한다고 함?
└└그럼 투자가 아니라 뭐임? 천 감독정도 되는 사람이 투자자도 아닌데 유연서를 주연으로 꽂겠음?
└연기력 나아진거 인정하는데 솔직히 불공평하지 누구는 오디션 몇십개를 보는데 누구는 가진 배경으로 그냥 오디션 없이 바로 꽂히고ㅋㅋ
└└야ㅋㅋ 업계 알못이네 어차피 배우 꽂는 건 제작사 맘이거든? 언제적 오디션이야ㅋㅋ 오디션 열어도 그거 다 내정자 있어요ㅋㅋ
└영화 업계에서도 유연서 사내이사되는거 부정적으로 봤음 배경 이용해서 자기 원하는거 다 하는거 아니냐고
└└근데 그건 예전에도 그랬잖아ㅇㅇ 영화업계 발전이라고 찬양할때는 언제고
└└└아 누가 신인 발굴하는거 뭐라해? 천성민이래잖아 칸의 황제ㅋㅋ 웬만한 탑배우도 오디션 일일히 다 보는 사람이 바로 꽂아버린다? 이게 압력 행사 아니면 뭐냐
유연서가 JSENM의 사내 이사로 확정되고부터 갑자기 그를 견제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와 겹치는 배우 팬덤, 혹은 소속사일 수도 있고 아니면 영화 업계에 있는 관계자들이 그를 경계하는 것일 수도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투자배급사의 이사. 투자자 개인으로도 충분히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요즘 가장 최고 주가를 달리고 있는 배우.
아마 자신의 자리를 뺏길까 봐 조마조마한 모양이었다. 온갖 역바이럴이 판을 쳤고, 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배우 커뮤니티에서는 연일 이 얘기가 거의 도배되다시피 올라왔다.
(슬슬 얘기해야겠어.)
“저 때문에 괜히 일찍 밝히는 거 아닌가 싶네요.”
(아니네, 어차피 슬슬 발표하려고 했거든.)
“이렇게 된 거 오디션 홍보도 같이 하죠, 어떠세요?”
(그거 좋겠네.)
점점 과열되는 양상에 공식 입장을 준비하던 유연서는 천 감독의 통화를 받았다. 그리고 몇 시간 뒤, 천 감독의 공식 입장이 올라왔다.
[공식] 천성민 감독 복귀설에 천 감독 “복귀는 맞다. 하지만 유연서는 투자로 참여”······이에 천성민 감독은 “내가 그런 압력에 굴할 줄 아나”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유연서 배우는 내 작품의 오랜 팬이다. 내 의사를 존중하고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줄 것을 약속했고 나는 그에 응했을 뿐”이라고 전했다.
이에 JSENM측은 “유연서는 배우로서가 아니라 JSENM의 사내이사로 나서는 것뿐”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소문을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