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05)
시상식의 시작은 이번에 신설된 상 부문부터 시작했다. 최대한 시상식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에게 트로피를 안겨줄 셈인지 별별 희한한 수상 부문이 나왔다.
“남자 인기상······ 유연서 씨, 축하합니다.”
그리고 역시나 투표 100%인 인기상은 유연서의 손에 들어가게 됐다.
-역시 유연서가 못받으면 주작이지
-다리 개길어
-졌지만 잘 싸웠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다른 배우 팬덤에서는 아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이 상을 제게 안겨주기 위해 노력했을 우리 팬분들께 감사합니다.”
유연서는 짧고 간결하게 수상 소감을 하고는 무대 밑으로 내려갔다. 관객석에서 큰 비명이 들렸는데, 마치 익룡 소리 같았다. 그 소리에 카메라는 관객석을 비췄고, 방송에 나오고 있는 제 동생을 발견한 임승현이 마시던 물을 뿜을 뻔했다고 한다.
“네, 베스트 커플상······ 이거 결과가 재밌네요.”
“한 드라마에 두 커플이 나왔네요?”
이어서 베스트 커플상, 이것도 거의 퍼주기식 상이었다. 다른 드라마의 메인 커플 위주로 호명하던 MC들은 씨익 웃더니 세 사람을 동시에 불렀다.
“세 분이 나란히 서시면 되겠네요. 잠시만요, 연서 씨가 중앙에 가셔야죠.”
홍민아와 서하준이 장난스럽게 유연서의 팔에 팔짱을 끼고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홍민아는 어깨가 아니라 팔뚝이었지만.
-엌ㅋㅋㅋ세같살ㅋㅋㅋㅋ
-와 근데 홍민아랑 덩치차 미쳤다
-유연서 로코찍어줘ㅠ
화면에는 라는 자막이 떴다. 워낙 많은 배우가 받기 때문에 별다른 수상 소감은 없이 일렬로 선 배우들을 훑고 지나갔어야 했지만, 현장 MC가 유연서의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연서 씨, 소감이 어떠세요?”
“제 양쪽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우니까 떨어지라고 하고 싶네요.”
MC가 내민 마이크에 유연서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면서 말했다. 그럴수록 홍민아와 서하준의 입꼬리가 위로 솟았다. 근처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네, 이제 다음 수상 부문은······.”
무대에 서 있던 배우들이 제자리로 돌아갔다. 잠시 기다린 끝에 현장 MC가 짤막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남자 신인상, 후보부터 만나보시죠.”
‘악귀’ 테이블이 작게 진동했다. 서하준이 다리를 달달 떨고 있어서 그랬다. 홍민아가 너무 긴장하지 말라며 그의 손등을 아프지 않게 때렸다.
(애 저대로 타 죽게 내버려 둬요? 그게 신부님이 원하는 겁니까?)
(우리 신부님 너무 원망하지 마세요.)
네 명의 후보 영상이 지나가고, 드디어 서하준의 연기 장면이 화면에 나왔다. 유연서와 언쟁하면서 눈을 부릅뜬 장면과 마지막에 후련하게 웃던 장면, 도심 추격 장면이 짤막하게 나왔다.
무대에서는 전년도 신인상 수상자가 시상자로 나와 마이크 앞에 섰다.
“남자 신인상은······.”
시상자가 편지봉투를 뜯어 안에 있던 글귀를 읽는다. 서하준의 긴장한 얼굴이 분할 화면 중앙을 차지했다. 그는 ‘나 상 진짜 타고 싶어요’ 표정이 얼굴에서 다 티 날 만큼 간절했다.
“‘악귀’의 서하준님, 축하합니다.”
하지만 막상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서하준은 그대로 굳었다. ‘악귀’ 테이블의 배우들이 벌떡 일어나 손뼉을 치는 데도 자리에 앉아 입만 멍하니 벌리고 있었다.
보다 못한 유연서가 서하준의 등을 때렸다.
“야, 가서 상 받아 와.”
“네?! 아······.”
“수상소감 울지 말고 제대로 말하고. 안 그러면, 너도 알지?”
“네!”
뒤늦게 정신 차린 서하준이 삐걱대는 걸음걸이로 무대로 올라갔다. 마이크 앞에 선 그가 자신의 이름이 각인된 트로피와 꽃다발을 신기하다는 듯 쳐다봤다.
그 모습을 본 홍민아가 유연서에게 귓속말을 했다.
“왠지 재밌는 일 생길 거 같지 않아요?”
“그러게요.”
잔뜩 긴장한 서하준이 덤덤하게 자기 수상 소감만 하고 내려올 수 있을까? 왠지 인터넷에 영원히 박제될 사진이 탄생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우선 우리 ‘악귀’팀 정말 좋은 작품에서 좋은 분들에게 많이 배웠습니다. 레오를 연기할 때 많이 도움 줬던 연서 형, 창훈이 형······.”
‘악귀’팀에 대한 존경과 가족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의연하게 말하던 서하준은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리더니 눈물을 쏟아냈다.
“사실 처음에, 흑······ 걱정 많았거든요, 서하준이 누구냐 엔비는 뭐하는 애들이냐면서······.”
“아이고······.”
울어서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를 정도로 웅얼대는 서하준과 그걸 보며 관자놀이를 만지작거리며 탄식하는 유연서, 그 모습을 당연히 카메라는 놓치지 않았다.
신인의 풋풋함에 몇몇 배우들이 웃음을 터뜨렸고, ‘악귀’팀의 배우들은 음흉하게 히죽 웃으며 서하준을 놀리려고 시동을 걸었다.
수상 소감이 길어지자, 결국 마지막에는 아무튼 감사한다로 마무리한 서하준이 자리에 앉았다.
“······흑.”
자리에 앉아서도 고개를 숙이고 흐느끼는 서하준, 그를 놀리려고 준비했던 ‘악귀’ 배우들이 머쓱하게 서로 쳐다봤다.
유연서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품속에서 손수건을 꺼내 서하준에게 내밀었다. 언제 피를 쏟을지 몰라 여분으로 가지고 다니던 손수건이었다.
그리고 이 통곡하는 모습은 고스란히 화면에 담겼다.
-신인상 받을만했어 잘하더라
-나 서하준으로 엔비 입덕함ㅠㅠ
-서하준 뿌앵 우는거 귀엽네ㅋㅋ
-근데 서하준이 코푼 유연서 손수건 개비싼 명품아님?
이어서 시상하는 여자 신인상, 홍민아도 후보에 올랐었지만 수상하지는 못했다. ‘악귀’가 침체기였던 지상파 드라마의 면을 세워줬지만, 그렇다고 전국민적으로 화제가 된 건 아니었다. 그런 드라마에 상을 몰아주기엔 다른 좋은 작품도 많았다.
“아······ 이래서 베스트 캐릭터상준 건가.”
“아쉽네요.”
받을만 했는데······ 유연서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게 위로의 말이라는 걸 알아서 홍민아는 작게 웃었다. 데뷔 후 한 해만 받을 수 있는 신인상, 그 기회를 놓쳤다는 사실이 조금 아쉽긴 했다.
“괜찮아요. 저 빈손 아니잖아요. 두 개 받았으면 됐지.”
“신인상은 내년에 백산에서 받으면 되겠네.”
홍민아가 손으로 입을 가렸다.
“어머, 그렇죠. 이게 끝이 아니지.”
아직 내년 상반기에 있을 백산예술대상이 남아 있었다. 아직 후보에 들지 안 들지도 모르지만, ‘악귀’는 2020년 최고 시청률 드라마 TOP 5안에 들 정도니 어련히 알아서 부르지 않을까.
“조연상은, ‘악귀’ 정현식 님입니다. 축하합니다.”
“정현식 씨는 ‘악귀’에서 교주 역할을 맡아 씬 스틸러로 화제를 모았는데요······.”
그리고 ‘악귀’로 매체 데뷔한 정현식이 조연상을 거머쥐었다. 류창훈도 후보에 있었지만, 아쉽게도 초반부에 잠깐 나온 터라 수상하지는 못했다.
“빈손으로 돌아갈 줄 알았는데 이렇게 값진 상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우리 ‘악귀’ 식구들 고생 많았고. 좋은 후배들과 함께해서 영광이었습니다······.”
놀랍게도 정현식은 조연상 외에 프로듀서상까지 받아 2관왕을 했다. 연극판에 오래 있었고, ‘악귀’로 카메라 연기도 훌륭하게 해내서 벌써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중에는 천성민 감독도 있었다. 유연서는 며칠 전 천 감독과 만났던 일을 생각했다.
[자네는 내 영화의 애들이랑 이미지가 맞지 않아.] [그런가요?] [미안하지만, 내 영화 출연한다고 나에게 잘 보이려 한다면 그만 하는 게 좋겠네.] [제가 왜 출연 기회만 따내려고 한다고 생각하세요?]영화 연기는 절반이 배우 몫, 절반이 감독 몫이라는 얘기가 있었다. 그만큼 감독의 디렉팅이 중요하다는 것이고, 감독이 어떻게 하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얘기였다.
그래서 연기를 조금 못 해도 작품에 맞는 이미지만 있다면 신인에게도 기회가 있다. 제작사의 입김만 없다면 말이다. 유연서는 최대한 천 감독에게 맞춰줄 예정이다.
[아시다시피 제가 어머니 회사에서 직급을 하나 받았습니다.] [알고 있네.]천 감독이 경계했던 것도 이것 때문이었다. 이미 가진 배경으로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할 수 있는데, 제작사의 권한까지 가지면 유연서는 업계에서 더욱더 막강한 권력을 얻게 된다. 게다가 그 제작사가 보통 제작사인가 대한민국 3대 투자제작사이자 배급사였다.
[새로운 얼굴 찾고 싶으면 오디션 마음껏 여세요. 제작비 필요하면 얼마든지 요청하시고요.] [호오······.] [저는 일체 간섭 안 하고 제작에 필요한 돈만 대겠습니다.] [그럼 자네가 원하는 건?] [견학이요. 감독님이 어떻게 디렉팅을 주는지, 연출은 왜 이렇게 했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관찰하고 싶습니다.]아쉽게 출연할 기회를 놓치게 생겼지만, 그래도 이건 기회다. 이만한 거장 감독의 디렉팅을 근거리에서 들을 수 있고, 만약 영화가 좋은 성적을 얻게 된다면 제작자로서의 커리어는 남는다. 그로서는 남는 장사였다.
천 감독은 유연서의 제안에 잠시 혹한 듯 표정이 변했지만, 한순간이었다. 하지만 유연서는 그가 이 미끼를 물 거로 생각했다. 천 감독은 유연서의 무대 연기를 꽤 인상 깊게 봤으니까.
“미니시리즈 최우수 연기상 후보부터 보실까요?”
“보여주세요.”
생각 끝에 드디어 유연서가 후보에 오른 최우수 연기상의 영상이 스크린에 나왔다.
(그럴 리 없어······ 당신은······.)
(아니, 난 너랑 달라.)
소개 영상이 끝나고, 시상자가 입을 열었다.
“꺄아아악!”
관객석에서 찢어지는 비명이 들려왔다. 유연서는 당당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로 향했다. 시상자가 건네주는 트로피와 꽃다발을 매만지던 그가 마이크 앞에 섰다.
‘더 받고 싶다.’
이거로 만족하기 싫었다.
-솔직히 가장 권위있는 시상식은 3대 영화상이지ㅋㅋ 누가 연대 신경쓰냐
-엥? 뭐야 서하준이 신인상 받을 자격이 돼? 차라리 홍민아를 주지
-유연서가 벌써 최우수 받을 자격이 되나?
-객관적으로 봐도 박주훈이 연기 더 잘했는데 유연서가 벌써 최우수 받는게 말이 안됨
-시상식플 언제 끝나냐? 며칠 여기 안들어오면 됨?
-아니 근데 시상식 쓸데없는 엠씨멘트 많지않았냐? 배우가 주인공인데 수상소감 자르는게 말이 되냐고
-나 유연서 팬인데
원세븐때부터 입덕해서 지금까지 쭉 덕질하던 팬임
누가 뭐라해도 오늘 상 받아서 진짜 좋았다ㅠㅠ
주변에서 뭐라 해도 버틴 보람이 있다고 해야 하나ㅠ 아마 그때부터 덕질하던 팬들은 다들 울면서 봤을거야..
요즘은 응원하는 사람들 많아서 기분 좋고 아무튼 진짜 너무 좋다.. 내배우 최고
└ㅌㄷㅌㄷ
└진짜 받을만했음
└ㅌㄷㅌㄷ 드라마 잘봤다
└대상까지 쭉쭉 가자!
└원래 시상식 분위기 이러니까 적당히 넘어가 ㅌㄷㅌㄷ
***
“연서야.”
후드티를 눌러 쓴 유연서가 인상을 찌푸렸다. 뒤를 돌아보니, 방문에 기대 서 있는 유은호가 있었다. 이 시간이면 아무도 없을 거 같아서 왔는데······ 귀찮게 됐어.
“······뭐.”
저 단답형의 대답에서 ‘뭐야, 왜 여기 있어’라는 의미를 읽어낸 유은호가 팔짱을 풀고 동생에게 다가가 어깨에 손을 올렸다.
“뭐 해? 짐 가지러 온 거야?”
“내가 하는 일에 간섭하지 마.”
그 손을 뿌리치고 짐 가방에 대충 옷을 쑤셔 넣었다. 아마 AST 엔터에 들어가 연습생을 시작하고, 원세븐이 될 멤버들과 합숙하던 시기 같았다.
“······간섭이 아니라 걱정이라는 거 너도 알잖아.”
유은호가 한숨 쉬듯 말했다. 아이돌이 되겠다며 갑자기 집을 뛰쳐나갔다. 외국에 계시는 조부모님과 부모님께 절대 말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기까지 했다.
애초에 동생에게 약한 유은호는 그가 뭘 하든 그게 위험한 게 아닌 이상은 응원해주려고 했었다.
“네가 하겠다는 거 말리진 않겠는데, 그래도 숙소보다는 집이 낫지 않겠냐.”
“집? 여기?”
유연서가 어이없다는 듯 허, 웃었다. 집은 안식처다. 내 한 몸 편히 누울 수 있는 곳이 집이다. 엄마가 죽은 별채가 코앞에 있는데 여기가 집이라니······.
“여긴 내 집이 될 수 없어.”
“연서야.”
그렇게 말하는 유연서는 후드티에 가려진 귀를 신경질적으로 긁었다. 귀가 화끈거렸다.
“간다. 나오지 마.”
“데려다 줄게.”
“아니, 됐어.”
형이랑 있으면 그게 심해지니까.
도망치듯 집을 빠져나온 유연서가 택시에 올라탔다. 형에게 괜히 화풀이한 것 같아 뒤늦게 후회한 유연서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조금 친절하게 말할 걸 그랬나.
“그게 뭘까······.”
환영일까? 좋은 의미가 아닌 건 알겠는데······ 현실로 돌아온 유연서는 세면대에 고개를 처박고 피를 뱉어냈다.
“윽······.”
언제쯤 동기화가 익숙해질까. 유연서는 무거운 몸을 차가운 욕실 바닥에 뉘었다.
주머니에 넣은 핸드폰이 바닥에 미끄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어차피 들킨 김에 병수발이라도 들라고 할까. 실없는 생각을 하면서 그는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