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10)
“연서야 이거 한 번 풀어 볼까?”
“······다 했어요.”
“벌써? 세상에······.”
정신 차려 보니 모르는 사람이 앞에서 문제를 내밀었다. 손의 크기로 보건대, 나이대보다 훨씬 높은 난이도의 문제를 서툰 글씨로 써내려간 그는 활짝 웃었다.
이어서 상대가 외워보라고 한 것을 눈으로 쓱 훑어본 그는 이 테스트가 재미없는지 장난감을 흘끔 바라봤다.
“이미 다 외웠는데······ 놀면 안 돼요?”
“다 외웠다고?”
“네!”
“이걸 전부 다 기억하니?”
“왜요?”
다들 이러지 않아요? 천진난만한 얼굴로 외우라고 했던 것들을 줄줄 말했다. 상대는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몇 가지 심화한 테스트 끝에 상대가 결론지었다.
“도련님은 천재입니다.”
“우리 연서가요?”
“첫째 도련님만큼은 아니지만, 둘째 도련님도 범상치 않은 것만은 확실합니다. 축하드립니다.”
유건민은 제 무릎에 앉아 장난감을 만지작대는 아들을 대견하다는 듯 쳐다봤다. 그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이희서를 바라봤다.
“여보, 우리 애가 또 천재래.”
“이걸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당연히 좋은 소식이지!”
기쁨 섞인 유건민의 음성에 이희서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어릴 때부터 천재로 자라면서 유 회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면 버릇이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담겨 있었다.
“나 잘했어요?”
“응, 그럼.”
이희서의 얼굴은 여전히 지직거렸다. 하지만 환하게 웃고 있을 것 같았다.
눈을 깜빡이듯 검은 화면이 지나가고, 장소는 어느덧 유 회장의 저택이 되었다.
“둘째까지 천재네.”
“회장님 기분 좋으시겠어.”
사용인들의 속삭임.
“아이고! 내 손자가 또 천재구나!”
그리고 유 회장이 기뻐서 유연서를 높이 들어 비행기를 태웠다. 아이의 꺄르륵거리는 소리가 저택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네 덕분이다.”
“제가 뭘 했나요, 낳기만 한 건데······.”
“뭘 하긴! 저 멍청한 놈에게서 천재가 둘씩이나 나올 리 없어. 다 우리 며느리 덕분이지.”
유 회장은 제 아들을 고갯짓했다. 유은호는 나이대에 맞지 않는 어려운 책을 읽으면서 유건민에게 무언가를 질문하고 있었다. 유건민은 얼굴 근육이 풀어진 체 헤벌쭉 웃고 있었다.
“그래, 마침 너에게 줄 게 있었다. 어디 보자······ 주성 물산의 지분을······.”
“아버님! 그러지 않으셔도······.”
“아니면, 계열사 하나 떼어 줄까? 마침 하고 싶은 일도 있다면서? 내가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마.”
이희서의 사고에 수많은 루머가 있었지만, 그것과는 다르게 유 회장은 진심으로 며느리를 아끼고 있었다.
“우리 연서는 커서 뭐가 되고 싶어?”
“엄마처럼 되고 싶어!”
“그래? 엄마가 그렇게 좋아?”
몸이 흔들릴 정도로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제 아들을 이희서가 포근히 감쌌다. 그 따뜻한 온기에 명치 부근부터 행복한 고양감이 차올랐다.
하지만 행복한 기억도 오래가지 않았다. 잠시 시야가 암전되고, 어느새 어린 유연서는 한 대표의 사무실에서 물건을 던지는 훌륭한 어른으로 자라 있었다.
“연서야. 제발 좋게 좋게 가자. 감독 교체는 진짜 말도 안 돼.”
눈 밑이 시커메진 한 대표가 거의 빌다시피 유연서에게 매달렸다.
“시발, 내가 돈 대고 나 때문에 작품이 만들어진 건데 지가 뭐 어쩔 건데.”
“제발, 연서야. 감독까지는 네가 어떻게 할 수 없다니까?”
“시비 턴 건 그 새끼인데 이대로 당하고만 있으라고?”
대체 그 사람 얘기는 왜 꺼내는데? 나도 제대로 기억 안 나서 빡치는데. 자신에게 모욕을 준 감독 생각에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기억력이 그렇게 좋았는데 기억이 안 난다?’
기억을 동기화 받고 있던 현재의 유연서는 의문을 느꼈다. 설마 그렇게 된 이희서를 목격한 뒤에 기억력에 이상이 왔나?
“야 유연서. 내가 진짜 너 생각해서 이러는 거야 이번 한 번만 넘어가자. 내가 무릎 꿇고 빌까?”
“······몰라! 알아서 해!”
한 대표의 위에 일렁이는 형체 때문에 유연서는 사색이 되어서 소속사 건물을 빠져나왔다. 차를 가져왔지만, 환영이 보이는 상태로 운전하다가는 사고를 낼 것 같았다.
“시발!”
택시를 타고 집에 와서도 성질나서 장식장 위의 조형물 따위를 거칠게 쓸어 넘어뜨렸다.
“나한테 왜 그러는데!”
그가 허공의 두 다리를 향해 크게 소리쳤다. 악에 받쳐서 근처에 있는 물건을 집어 던지고 목이 쉴 정도로 소리쳤다. 제발 사라지라고. 하지만 환영은 없어지지 않았다.
“아······!”
그러다 머리에서 이제껏 느껴 보지 못한 강한 통증이 느껴졌다. 난동을 부리던 유연서가 잊었던 과거를 기억해낸 것이다.
‘여긴······.’
이게 ‘기억 속의 기억’인가 보다.
‘그때다.’
어린 시절 늘 보던 할아버지의 저택이었지만, 이 분위기를 잊을 수 없었다. 바로 이희서가 죽었던 바로 그 날이었다.
어른들끼리 모여 알 수 없는 얘기를 하고, 형은 책에 빠졌고 다른 사촌들과는 재밌게 놀 수 없었다. 그에 지루함을 느낀 어린 유연서가 장난감을 손에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연서가 정원으로 나와 별채로 향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그를 불렀다.
“아들.”
그 사람은 이상했다. 다들 둘째 도련님이라 부르는데, 혼자만 ‘아들’이라고 불렀다.
“나 아저씨 아들 아닌데?”
“미안하구나, 아저씨 아들이랑 똑같아서.”
남자가 작게 웃으며 유연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역광 때문에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혹시 이희서 씨 어디 계시는지 아니?”
“우리 엄마요? 저기, 오른쪽에서 세 번째 방에 있는데요.”
“고맙다.”
남자가 또 유연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손길이 그다지 부드럽지는 않았다.
“근데 아저씨 누구세요? 처음 보는데······ 우리 엄마는 왜 찾으세요?”
“처음이라니. 아저씨는······.”
“아뇨, 내가 모를 수 없어요.”
나는 천재거든요. 어린 유연서가 허리에 손을 올리고 위풍당당하게 서 있자, 남자가 또 웃었다. 유연서를 몹시 귀여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구나······ 아저씨는 원래 있던 아저씨가 아파서 대신 나왔어.”
“그래요? 어떤 아저씨인데요? 용호 아저씨? 상영이 아저씨?”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햇빛을 가리는 구름 덕분에 남자의 얼굴이 점점 드러날 무렵, 뒤에서 사용인의 말소리가 들렸다.
“연서 도련님!”
“어······.”
어떡하지? 유연서가 작은 머리를 휙휙 돌리며 사용인과 남자를 바라보자, 그는 귀에 낀 무전기에 손가락을 갖다 대더니, 몸을 돌렸다.
“나도 이제 가 봐야겠다. 다음에 볼 수 있으면 또 보자.”
“네.”
유연서는 찝찝한 얼굴로 돌아섰다.
“도련님, 어디 계셨어요. 회장님이 찾으세요.”
“······.”
“앞을 보셔야죠. 그러다 넘어지세요.”
사용인의 손을 잡고 다시 본채로 향하면서도 유연서는 남자가 별채로 걸어가는 것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이상하다.’
다들 나한테 조심스럽게 대하는데, 저 아저씨는 특이하네.
‘저 사람인가?’
‘계속해.’
상관없다. 마침 특전으로 ‘기억 다시 보기’를 받았다. 혼재된 기억은 나중에 다시 보면 된다. 현실의 유연서가 이를 악물었다. 마치 필름을 빠르게 돌리는 듯 몇몇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다.
“왜 그러세요?”
“그 아저씨 없는데? 아줌마, 전에 그 아저씨 못 봤어요?”
“그 아저씨요?”
“있잖아요, 그때······ 어?”
처음에는 의문이었다. 하지만 더 생각할수록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져서 자세히 생각나지 않았다.
“아아악!!”
“도, 도련님!”
‘기억 속의 기억’이 끝나고, 집에서 난동을 부리던 과거의 유연서가 머리를 부여잡고 주저앉았다. 그날의 모든 게 떠오르자, 천재라 불렸던 어릴 때의 기억력도 되살아났다. 그는 어릴 때 평소에 있었던 경호원의 얼굴과 체격 등등을 기억해냈다.
그 남자는 이전에도 보지 못했고, 이후에도 보지 못한 사람이었다. 별채를 향해 걷던 뒷모습, 게다가 그의 시선은 이희서가 자주 머물렀던 방 창문으로 향해 있었다.
고통스러운 그 날의 기억을 끌어올린 끝에 유연서는 확신했다.
아, 그 사람이다. 그 사람이 범인이다. 엄마는 그렇게 죽을 리가 없다.
“······헉!”
나 때문이었다. 그날 그 남자에게 엄마의 위치를 알려 줘서. 기억 속 유연서가 주저앉았다.
장소가 또 빠르게 바뀐다. 유연서가 나름대로 그날에 있었던 사건을 조사하려 하지만, 혼자서는 역부족이었다.
“엄마가 정말 자살했다고 생각해?”
그래, 어쩌면 형이라면 믿어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돌아온 건 매정한 대답이었다.
“연서야, 이미 끝난 일이다. 경찰이 몇 번이나 조사한 사건이야.”
“형, 내 말 들어봐. 그때······.”
그때 내가, 내가 그 새끼를 엄마한테······.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이제 그만 엄마는 잊어버려.”
시야가 암전된다. 몸의 한계가 왔는지 보이는 건 없고 누군가의 목소리가 중첩돼서 들렸다.
“도련님이 또 발작을······.”
“아이고 내 손자······ 그 애는 왜 그렇게 가서는······!”
“진짜 죽어서도 민폐네.”
“그 애 때문에 이게 무슨 일이니.”
처음에는 왜 그렇게 죽었는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하지만 유연서가 이희서의 이름만 들어도 발작하고, 결국에는 기억까지 잃어버리자 주변인의 화살은 점점 이희서로 돌아갔다.
‘엄마 탓하지 마요. 내가 다 잘못했어요.’
그리고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유연서는 자기를 자책했다.
현실의 유연서가 몸을 웅크리고 이마를 바닥에 기댔다. 코피가 주륵 흐르고, 기침을 내뱉었다. 바닥에는 그가 토한 피로 흥건했다.
[너 때문에.]그런데 문제는 이 환청이 기억 속 환청인지, 지금 듣고 있는 환청인지도 헷갈리기 시작했다.
[너 때문에.]“흑······ 끄흑······.”
온몸이 바늘로 찌르듯 아팠지만, 정신이 더 힘들었다. 이미 기억 동기화는 끝났는데, 그때 남은 감정 때문에 몸을 가눌 수 없었다. 눈물이 쉴새 없이 흐르다가 결국 숨을 꺽꺽 쉬며 울었다.
[연서야. 우리 아들.]“우웩!”
[너 때문에.]“커헉······!”
이명 때문에 귀가 먹먹한데 환청만은 선명하게 들렸다. 베타가 계속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너 때문에.]“나 때문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이희서의 환영이 제 위에 있을 것을 알기에 그랬다.
“엄마, 나 좀 살려 줘.”
누군가가 그의 팔을 잡았다. 유연서는 팔을 허우적거리며 그것을 피했다. 이건 현실인가? 이제 구분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너 때문에 내가 죽었잖아.]“숨 막혀······ 제발······.”
두 손으로 목을 긁었다. 너무 세게 긁어서 금세 상처가 났다. 그 손을 누군가가 다급하게 붙들었다. 뭐가 윙윙 울리면서 말을 걸어왔다.
“헉······!”
“허억! 허어억······!”
과호흡으로 번질 뻔했던 그의 울부짖음은 베타의 기계적인 목소리로 점점 잠잠해졌다. 이전 생의 그의 모습이 빠르게 지나갔다. 어지러웠던 그의 정신이 현실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허억······.”
간신히 정신을 차리자마자 그의 어깨에서 온기가 느껴졌다. 눈을 몇 번 깜빡여 초점을 맞췄다. 웅얼대던 목소리도 점점 선명하게 들려왔다.
“야 유연서!”
아, 이건 현실의 형이네.
“너······ 너 이게······.”
“······형.”
이 새끼야. 내 말 들어주는 게 그렇게 어려웠냐.
“그때 왜 그랬어.”
“연서야.”
“나 좀 믿어주지······.”
그리고 유연서는 정신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