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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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 해 보고 싶었어.
유연서는 지나가는 사람도 걸음을 멈추고 구경했을 화려한 스포츠카에 올라탔다.
[하······.]이 차가 아마······ 세 번째 차였나? 기억을 지켜보고 있던 강진후, 현재의 유연서는 이 차의 가격을 생각하며 과거 유연서가 무슨 짓을 하는지 눈을 가늘게 뜨고 지켜봤다.
[씨발······ 씨발!]한참을 핸들에 고개를 처박고 있던 유연서가 갑자기 핸들을 주먹으로 퍽퍽 때리는 게 아닌가. 자연스레 클랙슨이 울렸고,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유연서가 탄 차를 주시했다.
[아무도 날 이해 못 해!]하지만 원체 남의 시선을 신경 안 쓰는 유연서는 더욱 격하게 핸들을 때릴 뿐이었다. 핸들 중앙에 박힌 황소 엠블럼이 유난히 칙칙해 보였다.
“뭐야, 미친놈인가······.”
그 말을 내뱉는 유연서의 입에서 피가 주륵 흘렀다.
그리고 정신을 잃었다.
이놈의 기억 동기화는 날이 갈수록 이상한 기억만 보여준다. 베타는 죄다 쓸데없는 기억만 수집한 거 아냐? 그렇게 생각하기 무섭게 베타가 말했다.
‘······베타, 내가 필요한 과거 기억만 동기화할 수는 없나?’
아, 그래서 기억 동기화가 1인칭 시점이 아니라 3인칭 시점으로 보여준 거구나. 유연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베타의 학습이 끝나면 알짜배기 기억만 검색해 동기화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그때까진 참아야지.
‘그럼 어쩔 수 없고.’
나름 피를 토하는 고통에도 어느 정도 적응된 상태였다. 이렇게 계속 동기화하다가 괜찮은 기억을 건질 수는 있겠지. 과다 출혈로 죽지 않는 이상······. 애써 낙관적으로 생각한 유연서는 연습실의 문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어서 와요.”
박현정이 연습실 중앙에 앉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유연서는 손목시계를 바라봤다. 오라는 시간보다 10분 일찍 왔는데 박현정은 그보다 일찍 도착해 있었다.
“제가 좀 일찍 왔습니다. 유연서씨를 가르치려면 꽤 오래 걸릴 것 같아서요.”
유연서는 엉거주춤 박현정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가 자판기에서 뽑아 온 이온음료를 내밀자, 박현정이 의외라는 듯 그를 쳐다봤다.
“연기 레슨 들어가기 전에······ 유연서씨의 연기 문제점이 뭔 줄 압니까?”
“뭐죠?”
“전부 다입니다.”
“다, 다요?”
음료를 마시던 유연서는 사레가 들리려는 것을 애써 수습했다.
“네. 그런 의미에서 유연서씨가 여태껏 해 왔던 연기 중 가장 최악인 것을 골라 왔습니다.”
“어, 선생님 그건 안 해도 되는데······.”
그 예전의 유연서랑 지금의 유연서가 알맹이가 완전히 바뀌었거든요? 그가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박현정은 유연서가 곤란한 상황을 회피하려고 이런 행동을 취하는 줄 알았다.
박현정은 미리 준비해 둔 태블릿 패드를 내밀었다. 유연서는 고개를 뒤로 빼면서도 화면에서 눈을 돌리지는 않았다.
(지.금.무.슨.짓.하.는.거.야?)
(나.한.테.올.래.요?내.가.잘.해.줄.게.)
우와 이게 사람이 친 대사인가.
공감성 수치가 느껴지는 것을 보니 그래도 자신이 유연서라는 자각이 생겼다는 뜻이다. 그는 박현정이 보여준 영상을 애써 끝까지 시청했다.
카메라 공포증인가? 싶을 정도로 딱딱한 연기에 복장이나 주변 환경을 보니 각기 다른 작품이었을 텐데 전부 똑같은 연기를 펼치고 있었다.
게다가 영상 자체는 마이튜브에서 누군가 편집해 올린 것이었다. 무려 [유연서 발연기 모음 1탄]으로. 그렇다면 2탄도 있고 3탄도 있다는 뜻이겠지?
“자, 문제점이 뭐 같아요?”
지금 손 오그라드는 거 안 보입니까? 유연서가 한숨을 푸욱 쉬었다.
“전부 다네요.”
“네, 맞아요. 호흡은 물론이고 딕션까지······ 후시 녹음 들어간 거에요, 이거?”
제가 아는 본체의 성격으로 보건대, 후시 녹음도 제대로 참여 안 한 거 같거든요. 유연서가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어쨌든, 몸 쓰는 것도 그렇고······ 그냥 전체적으로 기본이 안 되어있어요.”
“······.”
“그나마 발성은 봐줄 만하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정도고.”
그래도 아이돌 메인 보컬 출신이라고 복식 호흡은 할 줄 알았다. 하나라도 건질 수 있어서 다행인 건가. 유연서는 자신이 하지 않은 일로 뼈를 맞아서 수치심에 헤롱거렸다.
박현정이 벌떡 일어나자, 유연서도 뒤따라 일어났다. 마치 춤 연습실같이 커다란 거울 앞에 선 그가 박현정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수업 시작하겠어요. 우선 스트레칭부터.”
“스트레칭이요?”
유연서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정말······ 연기 수업 한 번도 안 받아보셨군요?”
박현정이 눈을 가늘게 떴다. 핀잔을 주는 말투였지만, 속은 그를 나쁘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인성 터졌다는 소문과는 별개로 유연서가 배우 일을 시작하고부터 신인 작가와 감독, 배우들이 데뷔할 기회를 마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네.”
“신체 훈련 들어가기 전에 몸을 푸는 겁니다. 걷는 것은 연기에서 정말 기본이거든요.”
박현정은 앞길이 깜깜한 것을 느꼈지만, 그래도 이제부터라도 배우려는 자세는 높이 샀다.
‘바로 대본 보고 연습하는 게 아니었구나.’
그가 상상하던 연기 수업과 달랐다. 몸을 푸는 것부터 걷는 것과 호흡에서도 생각보다 많은 연습이 필요한 거였구나.
‘열심히 해야지.’
그가 박현정을 따라 손을 위로 쭉 뻗었다. 아직 작품 들어가기까지 시간은 꽤 남아 있었다.
***
황송한 몸짓으로 전화를 받은 남자는 통화를 끊자마자 크게 소리쳤다.
“우와아아악! 돼, 됐다! 됐어!”
“왜요?!”
“유연서가 우리 영화 하겠대!”
“진짜요?!”
두 명의 건장한 남자가 서로 얼싸안고 크게 환호했다. 그들은 같은 대학에서 만난 선후배 사이로, 아직 데뷔하지 못한 햇병아리 영화인들이었다.
대본을 제작사에 보내고 손가락만 빨고 있던 그들은 유연서가 내리는 동아줄을 기꺼이 잡았다.
“그럼 우리 제작 확정이에요?”
“어, 헤일로 미디어에서 연락 왔어. 만나서 촬영 준비하쟤.”
한 대표는 유연서의 퇴원 기념으로 그가 고르는 대본 중 하나의 제작을 맡기로 했다. 사실 안 맡을 이유가 없었다. 제작비 충당은 유연서나 그의 뒤에 있는 주성 그룹이 해 줄 테니까.
“하······ 우리 묵은지가 드디어 크랭크인 하는 건 좋은데 하필 주연이 유연서네.”
“그 유연서 덕분에 촬영할 수 있잖아요. 이대로 작품 썩힐 수도 없고······.”
“그렇긴 그래.”
어쨌든 데뷔가 우선이었다. 한참을 빙글빙글 돌며 기쁨의 축배를 마시고 있던 그들이 잠시 차분해졌다.
“근데 주연 아니고 조연하고 싶다는데?”
“에엥? 웬일이래. 그러면 우리 입장에서도 땡큐긴 한데······.”
그들은 자리에 앉아서 염두에 두었던 배우 목록을 살폈다. 유연서가 고른 작품은 제작사에서도 별다른 터치를 하지 않았고, 주연만 보장된다면 나머지 부분은 작가와 감독이 뭘 결정하든 신경 쓰지 않았다. 주연의 촬영장 갑질과 발연기만 빼면 모든 게 괜찮은 환경이었다.
“누가 좋을까? 진수호?”
“아 걔는 안 돼요. 유연서보다 급이 높잖아.”
소문으로는 유연서는 자신보다 잘나가는 배우와 같은 작품에서 만나기 싫어한다고 들었다. 한 마디로 촬영장에서 왕 노릇 하겠다는 심보였다.
자연스레 톱스타는 제외, 결국은 비슷한 급이거나 신인들만 남았다.
“아이돌 쓰는 건 어때요? 요즘 걔······ 누구더라?”
감독에 내정된 남자가 누군가를 검색했다.
“맞아, 얘. 전에 단막극 봤는데 연기 잘하더라.”
아이돌, 그것도 남자 아이돌에게 관심이 없는 감독은 생각 없이 한 인물을 찍었다. 바로 원세븐의 멤버였다.
***
“앞으로는 예전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없도록 하시죠.”
“그거야 뭐······ 일이니까 당연하죠. 나 그래도 책임감 있어요.”
“도련님을 길에 버리던 그날도 아직 계약관계였을 텐데요.”
“그으건······ 아, 진짜 걔가 얼마나 지랄 맞은지 겪어봐야 안다니까요?”
이태겸은 배달 라이더 뛰는 것보다 훨씬 많은 월급을 준다는 회유에 넘어가 버렸다.
“그건 나도 충분히 이해해. 너 그렇게 퇴사해도 별말 안 하잖아.”
“네. 실장님. 그건 죄송합니다······.”
“자, 계약서에 사인하시고. 이번에는 오래 보자.”
“······저 진짜 걔가 달라졌다는 말만 믿을게요.”
이태겸은 망설이면서도 계악서에 사인했다.
“그건 걱정하지 마. 걔 진짜 사람 됐더라.”
박 실장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신기한 눈으로 임승현을 바라봤다. 저놈을 어떻게 꼬셔온 거지.
[저 진짜 못하겠어요! 대표님이랑 실장님한테는 죄송한데, 그냥 매니저 관둘게요!] [걔 얼굴은 봐줄 만하지 다른 건 완전 개 쓰레기! 저 요새 스트레스받아서 머리카락도 엄청 빠졌다니까요!]이태겸이 관둘 때 얼마나 난동을 피웠는지 생각하면, 다시 돌아온 게 기적 수준이었다. 게다가 군말 없이 계약서에 사인하기까지. 역시 주성 그룹 소속은 뭐가 다르긴 하구나.
계악서에 빠짐없이 사인이 된 것을 검토하고, 계약 효력이 발생한 것을 확인한 임승현이 회의실의 문을 열었다.
“도련님, 사인받아냈습니다.”
“수고했어요.”
유연서는 임승현의 어깨를 먼지 털듯 토닥이고서는 이태겸의 맞은 편에 앉았다. 저절로 책상에 다리가 올라가는 것이 본체가 많이 해본 행동이었나 보다.
그 건방진 태도에 이태겸이 인상을 찌푸리는 건 덤이었다.
“오랜만이다?”
“······너 사고 났다며. 괜찮냐?”
거 봐, 얘가 그래도 인정머리가 많은 놈이라니까. 그렇게 안 좋게 헤어졌는데도 안부를 물어보는 거 봐. 유연서가 소리 내 웃었다.
“내가 너 언젠가 칼빵 맞는다고 했지?”
“칼빵은 아니고 교통사고인데.”
“아무튼 너 그렇게 살다가 천벌 받을 줄 알았어.”
“쓰읍, 어디 하늘 같은 고용주에게.”
유연서는 이태겸이 사인한 계약서를 가져와 흔들었다. 이태겸은 속으로 충동적인 자신의 성격을 자책하며 끙, 앓았다.
“근데 나는 왜 불렀냐? 나야 돈이 급하니까 온 거긴 한데, 넌 나한테 미련 없을 거잖아.”
“글쎄······.”
유연서가 골똘히 생각했다. 본체였다면 무슨 말을 했을까?
‘오, 맞아. 나 이런 말 해 보고 싶었어.’
유연서가 씨익 웃었다. 그 악마 같은 웃음에 이태겸과 박 실장이 몸을 움찔 떨었다.
“나한테 그 지랄한 새끼는 네가 처음이야.”
“뭐?”
“책임져.”
“뭐어?!”
쟤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태겸이 벌떡 일어났다. 그의 팔뚝에서 닭살이 돋았다. 어쩐지 느낌이 싸했다.
“감히 날 길에 버리고 가? 착실하게 굴려주마.”
“잠, 잠깐만! 야! 유연서!”
유연서는 그 말을 끝으로 회의실 밖으로 나갔다. 이태겸은 회의실 안에 남아 제 머리를 쥐어뜯을 수밖에 없었다. 젠장, 당했다!
“그래서, 쟤는 어떻게 구슬렸어요?”
유연서는 기분 좋은 듯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차로 향했다. 그는 소리 없이 자신을 뒤따라온 임승현에게 넌지시 물었다.
[손님한테 신고가 들어왔다고 더는 오지 말라고만 해 주시면 됩니다.] [근데······ 이래도 될지.] [걱정하지 마세요, 다른 업체에서도 똑같이 했는데 뒤탈 없었습니다. 돈도 더 얹어 드리죠.]임승현은 그저 웃었다.
“비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