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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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이 과장 된 건가?
유연서는 제법 신 났지만, 작품은 그가 하고 싶다고 해서 바로 들어가는 게 아니었다.
“이거 전부 나한테 온 거라고?”
일단 유연서의 몸은 하나고, 산더미만큼 쌓인 대본 중에서 마음에 드는 걸 골라야 했다.
“뭐가 이렇게 많아?”
“그만큼 절박한 사람이 많은 거지.”
쌓여 있는 대본 중 인기 작가의 대본은 하나도 없다. 중고 신인이거나 신인 작가가 대부분이었다.
경력을 쌓고 싶어도 신인은 제작 편성에서 경력직에 밀린다. 그래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유연서에게 대본을 보내는 것이다.
“근데 왜 다 주연이야.”
“네가 주연 아니면 하기 싫다고 했잖아.”
“그래요? 아직 레슨도 못 받았잖아. 무작정 주연 맡는 건 별로인데······.”
박 실장이 숨을 삼켰다. 그는 보기 드물게 얌전한 유연서를 보며 신기한 듯 그의 얼굴을 살폈다. 기억 상실 비슷한 거라고 대표에게 들어서 알고 있지만, 성격이 너무 달라졌는데? 그 유연서가 주연을 고집 안 한다고?
“어차피 네가 촬영장에서 갑일 텐데 배역 정도야 마음대로 바꿀 수 있잖아.”
유연서가 작품을 골라 영상화에 성공하고 데뷔를 한 사람은 나름 업계에서 인정받고 있었다.
하지만 이후 유연서를 차기작에 캐스팅하는 경우는 없었다. 이유는 너무 발연기라서.
“뭘 고르지? 좋은 의견 없어요?”
“그냥 너 하고 싶은 거로 골라. 원래 그랬잖아.”
“저라면······ 경험해 봤던 것 위주로 고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역시 박 실장은 영양가 없는 조언을 했지만 임승현은 달랐다. 유연서는 대본을 카드 마술 하듯 촤라락 넘기면서 장난을 치다가 임승현의 말에 행동을 멈췄다.
“경험해 봤던 것······?”
“네. 그래야 더 몰입이 잘되지 않을까요?”
그러고 보니 대본 중에 군인 역할이 있지 않았나? 유연서는 벌떡 일어나서 대본의 산을 뒤적였다.
임승현의 말대로 다양한 배역은 앞으로 살아가면서 많이 할 수 있으니 처음은 익숙한 배역을 맡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찾았다.”
박 실장과 임승현이 유연서의 뒤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대본을 슬쩍 보니, 유연서는 그들이 생각했던 배역과 전혀 다른 것을 골랐다.
“······군인, 이요?”
“왜요? 나도 군대 다녀왔어요.”
본체도 의무 복무 기간은 다 채우지 않았나? 유연서는 뭐가 문제냐는 듯 되물었다. 하지만 임승현과 박 실장은 모호한 표정을 지었다.
“근데 이거 액션 많을 텐데 괜찮겠어?”
유연서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연기를 보여줬다. 발성과 발음은 물론이고 몸 자체를 못 쓰기로 유명했다. 독보적인 발연기에 다른 발연기 배우들이 묻힐 정도였다.
그런 사람이 액션을 찍는다? 대역 배우를 쓴다고 해도 한계가 있었다.
“그래요? 더 좋네.”
하지만 지금 유연서에게 가장 자신 있는 것은 액션 역할이었다. 특히 군인은 강진후의 삶 그 자체였다.
“액션 스쿨 다니면 되지.”
“연기도 제대로 못 하는데 액션 스쿨이라니······.”
유연서가 뒤를 홱 돌아봤다. 매서운 눈과 마주친 박 실장은 흠흠, 헛기침했다.
“근데 박 실장은 일 없어요? 여기서 뭐 해?”
“네가 작품 보는 눈 하나는 이거잖아.”
박 실장이 엄지손가락을 척, 내밀었다. 원래라면 유연서의 얼굴은 쳐다도 안 볼 정도로 질색했지만, 성격이 바뀌었다고 들었으니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지금도 유연서가 쌍욕 안 내뱉고 말투도 얌전해지지 않았는가. 비록 반 존대긴 해도.
“그런가?”
어쩌지, 난 작품 보는 눈 하나는 좋았던 그 유연서가 아닌데. 유연서는 괜히 볼펜을 굴리면서 대본을 펼쳤다.
‘잠깐, 자동 행동 모드를 쓴다면 괜찮은 작품을 건질 수 있지 않을까?’
이어지는 베타의 말에 유연서는 잠시 혹했다. 남들이 그렇게 발연기라고 욕해도 작품 보는 눈 하나는 인정받았잖아.
그렇게 생각하던 유연서의 뒤에서 핸드폰 알림음이 들렸다.
“아, 죄송합니다. 중요한 연락이라서요.”
“괜찮아요.”
임승현은 안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화면을 바라봤다. 만족스러운 정보였는지 씨익 웃었는데, 풍기는 기운이 좋지 않아서 박 실장이 그의 옆에서 한 걸음 멀어졌다.
“도련님, 다녀오겠습니다.”
“12번?”
“네.”
유연서가 손을 흔들었다. 임승현이 고개를 꾸벅 묵념하듯 인사하고는 회의실 밖으로 나섰다.
“박 실장은 안 나가?”
“너 작품 고르는 거 보고 갈게.”
“나한테 의지하기보다 박 실장의 안목을 더 키우는 게 어때? 그러니까 박 실장이 아직 실장에서 머물러 있는 거야. 자존심 없어요? 나한테 매달리게?”
박 실장이 인상을 팍 찌푸렸다. 기억 상실이라는 거 다 거짓말이지? 왜 주둥이는 전혀 상실되지 않은 건데?
“맘에 드는 거 추려서 이 위에 올려놓을게, 됐죠? 어차피 나 이거 다 못 들어가잖아.”
그 생각 취소.
박 실장이 신나서 밖으로 나갔고, 회의실에는 유연서 혼자만 남았다.
‘베타, 자동 행동 모드 켜.’
그는 기다렸다는 듯 베타를 소환했다. 이왕 작품 들어가는 거 본체의 눈을 빌려 좋은 작품에 들어가는 게 낫지 않겠어?
***
“유연서, 드디어 연기 선생님 모셔 왔다!”
유연서 홀로 있는 회의실에서 한 대표가 문을 벌컥 열었다.
“한 대표, 노크 좀 해요.”
“근데 너 얼굴이 왜 그렇게 창백해?”
“내 얼굴은 원래 투명하고 맑았어.”
유연서가 뻔뻔하게 대답했지만, 한 대표는 눈을 가늘게 좁히며 그의 모습을 살폈다. 유연서는 피가 묻은 휴지 뭉치를 뒤로 숨겼다.
“너 어디 아프냐?”
“대본 너무 많이 봤더니 당 떨어지긴 하네. 연기 선생님 왔다며. 어디 계세요?”
“저기 연습실에. 오늘 당장 레슨할 건 아니니까 서로 인사만 하자.”
그거 듣던 중 다행이네. 유연서가 한 대표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시야가 어지러워 잠시 비틀거렸지만, 금세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
‘이 짓도 몇 번 하니까 익숙해지네.’
한 대표 몰래 휴지를 버리고 흐려지는 정신을 바로 잡은 유연서는 연습실 안으로 들어갔다.
“이 분은 배우 박현정. 나랑은 누님 동생 하는 사이야.”
“누님이라니, 네가 마음대로 부르는 거잖니.”
눈꼬리가 올라간 중년의 여성은 한 대표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쳤다. 연륜 있어 보이고 호락호락하지 않은 분위기. 얼굴 자체는 관리가 잘 되어 그렇게 늙어 보이지 않는데, 머리가 전부 하얗게 세 있었다.
“안녕하세요, 유연서씨.”
“행복한 작별, 맞죠?”
유연서는 입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뭐지? 자동 행동 모드는 진작에 꺼졌는데.
문제가 없다면 다행이고. 근데 지금 생각난 건데, 원래의 유연서는 마마보이가 아니었을까?
대뜸 인사도 없이 하는 말에 기분 나쁘기도 할 텐데 한 대표와 박현정은 그저 눈을 크게 뜨고 놀라기만 했다.
“······네, 맞아요. 희서랑 같은 영화에 출연했었죠.”
“선배님, 안녕하세요. 유연서입니다.”
유연서가 예의 바르게 상체를 꾸벅 숙이며 인사했다.
“선배님 작품 정말 잘 봤었습니다. ‘행복한 작별’ 이후에 필모가 없어서 아쉬웠어요.”
빈말이 아니었다. 그는 2207년도의 강진후였을 때 과거에 있던 영상 매체를 거의 전부 봤다고 해도 무방했다.
특히 ‘행복한 작별’은 그도 감명 깊게 본 영화여서 두세 번 재탕했을 정도였는데, 처음 유연서의 위키 페이지를 살펴봤을 때도 친모가 이희서라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었다.
‘한 대표 말이 사실이네······?’
박현정이 멍하니 벌어지는 입을 가리려 손을 들었다.
[누님, 진짜 한 번만. 한 번만 맡아주시면 안 돼요? 연서 걔 사고 겪고 성격 많이 바뀌었어요. 진짜 소문의 그 유연서가 아니라니까?]그녀는 사실 한 대표의 적극적인 요청에 마지못해 끌려왔다. 그녀의 제자로 들어오려는 사람은 많았고, 굳이 성격 더럽기로 소문난 유연서를 맡을 이유는 없었기 때문이다.
‘소문이 과장 된 건가? 듣던 것과는 딴 사람 같잖아······.’
그래도 선배님 선배님 하며 살갑게 웃는 것이 기억 속 누군가와 많이 닮아 있었다.
“유연서씨는 지금 보니······ 소문과는 다르네요······.”
“흔히들 죽을 뻔한 사건을 겪으면 삶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진다고들 하잖아요? 그렇게 봐 주세요, 선배님.”
앞으로 오래 볼 사이인데 첫인상이 중요하지. 유연서가 눈웃음을 지으며 하는 말에 한 대표가 놀라서 입을 쩌억 벌렸다. 아니, 누구세요? 진짜 성격 바뀐 거 적응 안 되네.
박현정은 그 모습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게 연기력에서도 나타났으면 좋겠네요. 내가 도와주죠.”
앞으로 유연서의 연기 수업을 맡겠다는 허락과도 같은 말에 한 대표가 주먹을 꽈악 쥐었다. 됐다! 됐어!
***
“이태겸, 너 배달하면서 무슨 사고 쳤냐?”
“네?”
“방금 가게에도 너 보내지 말래.”
“네?! 왜요?!”
유연서의 열두 번째 매니저였던 이태겸은 갑작스러운 날벼락에 크게 소리쳤다. 요즘 들어 그가 배달하는 집에서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자연스레 가게에서도 항의가 들어왔다.
“나도 몰라. 너 진짜 사고 친 거 없어?”
“아니 씨······.”
“야, 너 어디가! 가게에 따지러 가냐?!”
“이유는 알아야 할 거 아니에요!”
“가서 난동부리지 마라!”
이태겸은 그 말을 무시하고 배달 오토바이를 타고 방금 들렀던 가게로 향했다.
“사장님!”
“어? 아까 배달 기사분······.”
“나 왜 보이콧 했어요?”
대뜸 하는 말에 가게 주인이 땀을 비질 흘렸다.
“그게······ 손님이 배달 기사분 인상이 안 좋다고 클레임을······ 저희도 이러고 싶진 않은데 어쩔 수 없어요.”
“아니 왜요! 나 그렇게 인상 안 더러워요!”
“저한테 따지셔도, 손님한테 민원이 들어온 거라······ 저희도 평점 낮추기 싫어요. 죄송합니다.”
나 정도면 그래도 SNS에서 남친짤 한 세 개 정도는 나온다고! 이태겸이 억울해서 따졌지만, 가게 주인은 미안하다는 말만 연신 내뱉고 다시 주방으로 사라졌다.
“허······ 진짜 이게 뭐야?”
요즘들어 운이 더럽게 없다. 딱히 학력도 없고, 재주도 없는 몸에 그나마 자신 있는 게 운전이었는데. 배달 구역을 옮겨야 하나?
한참을 멍하니 머리만 쥐어뜯던 이태겸의 옆으로 정장을 입은 장신의 남자가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임승현은 주성 그룹의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 인재였다. 주성 그룹은 면접할 때 사람의 인상을 중요하게 보기도 했는데, 고로 임승현의 얼굴은 아나운서와 같은 깔끔하고 신뢰감 상승하는 얼굴이었다. 게다가 목소리도 묘하게 사람을 안심시키는 감미로운 느낌이 있었다.
“아 씨, 깜짝이야. 누구세요?”
그래서 이태겸은 갑작스러운 접근에 놀라면서도 임승현을 경계하지는 않았다.
“이태겸씨 되시죠? 저는 이런 사람인데요······.”
임승현은 주성 그룹 전략기획 본부 소속 명함을 스윽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