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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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버릇이 나와버렸네.
박현정은 유연서를 가르치는데 재미를 붙였다. 일단 소문과는 다른 고분고분한 성격에 뭘 가르쳐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재능, 그리고 성취력이 있었다.
그는 한 번 연습하면 자신이 만족할 때까지 연습실에서 나오지 않았다. 저번에는 밤을 새운 유연서와 마주치기도 했다. 그 덕에 유연서의 발성과 발음은 꽤 나아져 있었다.
‘그런 면은 제 엄마를 많이 닮았어.’
이희서도 독종이었지. 아이돌 출신이라고 얼굴만 예쁘다고 무시하는 스태프들을 연기력으로 굴복시키고 자신을 졸라 밤새 캐릭터 연구를 하던 그 열정. ‘행복한 작별’이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이희서의 노력 비중도 무시할 수 없었다.
잠시 회상에 잠겼던 박현정이 팔짱을 끼고 그의 걸음걸이를 유심히 살폈다.
‘진작 레슨받았으면 이미지가 그렇게 나락까지는 안 갔을 텐데······.’
다만, 한 가지 걸리는 점이 있었다.
“방금 했던 걸음걸이는 누구를 표현한 거죠?”
“먹을 것을 찾아다니는 아사 직전 노숙자요.”
“그렇게 보이네요. 아까는 총 맞고 도망치는 마약 상인이었죠? 잘 표현하긴 했는데······.”
유연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상상력이 구체적이면서 그것을 표현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 발연기 유연서가 맞나 싶을 정도로. 하지만, 표현하려는 게······ 대체로 어둡다. 마치 이런 것만 보고 산 사람처럼.
‘재벌이 밑바닥 인생을 이렇게 잘 표현한다고?’
다 못하기보다는 하나라도 잘하는 건 좋다. 하지만 이렇게 어두운 것만 표현하려 하면 유연서가 원하는 ‘다양한 배역을 맡고 싶다’는 소망에서 멀어진다.
“유연서씨는······ 전체적으로 ‘평범한 것’에 약하네요.”
“그런가요?”
유연서는 멋쩍은 듯 웃었다. 박현정의 말이 다 맞았다.
“표현하려는 게 너무······ 희망이 없어요. 왜 그런 캐릭터를 입혔죠?”
“그냥, 이유는 없어요.”
“흐음······.”
박현정이 눈을 가늘게 좁히자, 유연서는 시선을 피했다.
멸망 직전까지 갔다가 간신히 살아난 2207년 사회에서 그가 접한 사람들은 다 이런 사람들이었다. 햇빛을 못 받아서 퀴퀴한 얼굴에 태어나기 전부터 자유 없이 앞날이 정해진 삶, 가끔 지상에서 내려오는 괴물들, 좋아질 거란 희망이 없던 사회였다.
“몰입력은 좋아요. 상상력도 좋고.”
그는 과거 미디어 매체를 수천 수만 번을 접했고, 내가 저런 상황이었으면 어땠을까? 나라면 저렇게 말고 다른 식으로 했을 거라며 끊임없이 생각을 거듭했다. 그러다 보니 몰입과 상상력은 저절로 길러졌다.
‘그래도 아예 희망이 없지는 않네.’
유연서는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지만 좀 더 관찰력을 키워야겠어요. 내년에 복학하신다고?”
“네.”
할아버지와 약속한 게 있으니 학교는 제대로 졸업해야 했다. 게다가 그도 평범한 대학 생활이 궁금하기도 했고.
“그럼 주변 학생들을 잘 봐요. 유연서씨의 나이대라면 그런 배역도 많이 들어올 테니까.”
유연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근처 식당을 가면 종업원도 보고, 식사하는 직장인도 보고. 차를 타고 가면서도 쉬지 말고 길을 걸어가는 사람을 봐요. 저 사람은 뭘 하는 사람일까? 저 사람은 왜 표정이 안 좋지? 고객이랑 싸웠나?”
박현정은 숨이 벅차지도 않은지 속사포처럼 말을 내뱉었다.
“끊임없이 보고, 연구하세요. 임의로 그 사람에 대해 캐릭터를 창작해도 좋고요. 그리고 그걸 유연서씨의 것으로 만들어 오세요.”
때마침, 휴대폰 알람이 울렸다. 연기 수업이 끝났다는 소리다.
“오늘은 여기까지.”
“고생하셨습니다.”
유연서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박현정은 미련없이 연습실을 떠났다. 잘나가는 연극, 뮤지컬 배우라서 이렇게 시간 내 유연서를 가르치는 것도 빠듯했다.
“끝났냐?”
“어, 가자.”
다시 유연서의 매니저가 된 이태겸은 묘하게 얌전해진 유연서를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
‘와씨, 진짜 성격이 바뀌긴 했구나. 머리를 얼마나 다쳤길래.’
드라마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무튼, 이태겸으로서는 좋은 일이었다. 예전의 그 지랄 맞은 유연서의 매니저 노릇을 다시 한다니, 앞날이 깜깜했으니까.
“벨트 했으면 출발한다.”
유연서는 위화감을 느꼈다. 평소라면 조수석에 앉았을 임승현이 보이지 않았다.
“근데 임승현씨는 어디 갔어?”
“잠시 회사에 간다는데?”
“그래?”
그는 대수롭지 않게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
천하액션스쿨의 무술 감독과 스턴트 배우를 준비하는 훈련생들은 하던 것도 중단하고 부지런하게 청소를 시작했다.
“아니 누가 오길래 이렇게 청소를 열심히 해?”
“유연서가 온대.”
“뭐?”
훈련생들이 수군거렸다.
“그 유연서가? 갑자기 여긴 왜?”
“다음 작품이 액션인가 보지.”
유연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즐비했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그를 싫어하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덕질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유연서의 타고난 배경과 하고 싶은 대로 사는 삶을 부러워했고, 선망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나 어릴 때 이희서 진짜 좋아했는데.”
“나도. 유연서가 그렇게 잘생겼다며? 오늘 드디어 실물 보나?”
더군다나 업계 인들은 재벌의 취미 생활에 자신들의 일자리가 생기는 거니 그리 나쁘게 보지는 않았다.
“근데 유연서 하나 온다고 우리가 이렇게 뺑이 쳐야 해?”
“연기 더럽게 못 하던데 수업 잘 따라올 수나 있겠어?”
“한 시간도 못 버틴다에 한 표.”
“나도.”
하지만 물론 태생부터 잘난 유연서를 질투해서 아니꼽고 우습게 보는 사람도 있었다.
“안녕하세요.”
마침 유연서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액션 스쿨 사람들은 하던 것도 멈추고 그가 들어오는 것을 멍하니 바라봤다.
‘인사는······ 잘하네.’
‘얼굴 진짜 작다.’
‘실물 오진다······.’
‘몸이 꽤 좋은데? 관리하나?’
어째 유연서가 서 있는 곳만 사는 세계가 다른 것 같았다. 그의 뒤로 이태겸이 낑낑거리며 큰 장바구니를 들고 왔다. 안에는 이온음료가 가득 차 있었다.
“몇 분이 계실지 몰라서 일단 많이 사와 봤어요. 드세요.”
“어······ 네, 감사합니다.”
“에이씨······. 고생은 내가 했는데.”
이태겸이 구시렁거렸고, 그의 지척에 서 있던 사람은 그걸 받았다.
유연서는 액션 스쿨 내부를 천천히 살폈다. 공사장을 개조해 시원하고 높은 천장, 켜켜이 쌓은 매트. 한쪽 벽면에는 레펠 훈련을 위한 건지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는데, 다들 운동한 지 얼마 안 됐는지 땀 냄새가 가득했다.
‘좋네.’
원래 유연서였다면 더럽고 퀴퀴하다며 질색했을 테지만, 그게 사람 사는 냄새 같아서 지금의 유연서는 기분이 좋아졌다.
“유연서씨, 안녕하세요.”
그의 뒤로 누군가가 다가왔다. 약간 호리호리한 몸이지만 군살 없이 탄탄해 보이는 몸에 진하고 사나운 이목구비, 한눈에 봐도 연륜이 느껴졌다.
“천하액션스쿨을 운영하는 무술 감독, 박성진입니다.”
“안녕하세요. 유연서입니다.”
유연서는 박성진이 내미는 손에 제 손을 맞잡아 악수했다. 단단한 굳은살이 느껴졌다.
“여기서 배우시는 동안 유연서씨는 제가 직접 지도하겠습니다.”
“감독님이 직접요? 안 그러셔도 되는데. 저 초보잖아요.”
유연서가 살갑게 말하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눈을 크게 뜨고 그를 쳐다봤다.
허어, 소문의 그 유연서가 맞나? 근데 매니저는 왜 저렇게 놀라?
“초보니까 더 신경 쓰는 겁니다. 혹시 다치면 안 되니까요.”
사실 유연서가 내미는 어마어마한 수업료에 부담스러운 것도 있었고.
‘다치면 우리가 더 피곤해져.’
박성진 감독은 사실 유연서를 안 받으려고 했었다. 까다로운 도련님의 비위를 맞추기 싫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필 그때 액션 스쿨 운영비가 부족했었고, 결국 마지 못해 그를 받았다.
‘강도 높은 훈련을 하면, 적당히 나가떨어지겠지.’
그가 후배 무술 감독에게 눈짓했다. 그 의도를 알아차린 후배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 훈련 시작하자!”
그가 손뼉을 치자, 감독과 훈련생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열 맞춰 선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유연서는 박성진 감독을 쳐다봤다.
“일단 처음이니 저희를 따라서 스트레칭부터 하시고, 기본 루틴으로 들어가죠. 서툴러도 괜찮습니다.”
“네.”
유연서는 맨 뒤에 자리를 잡았다. 그의 눈빛이 기대로 물들었다. 연기 수업처럼 처음은 가벼운 운동부터 시작하겠지?
“하나! 둘!”
그렇게 후배 감독의 지시 아래 강도 높은 스트레칭이 시작됐다.
윗몸 일으키기와 플랭크, 스쿼트 등 다양한 동작의 운동을 했는데, 숙련된 훈련생들도 다들 헥헥 거리며 땀을 흘리고 있는데도 유연서는 포기하지 않고 있었다.
‘뭐야? 잘 버티네?’
박성진 감독의 눈빛이 바뀌었다. 그가 액션 스쿨을 운영하면서 훈련생들에게 가장 강조한 것은 체력보다는 의지였다. 힘들어하면서도 포기 않고 끝까지 따라 하려는 사람은 그의 후배 감독이 되었고, 아직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이러면 생각이 달라지잖아.’
소문대로라면 이런 훈련을 왜 하냐며 미쳤냐며 난리 쳤을 유연서는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었다. 박성진 감독은 운동을 지도하던 후배 감독에게 그만하라며 손짓했다.
‘아직 버틸 만한데······. 생각보다 더 이 몸은 쓰레기였군.’
유연서가 이 몸으로 오면서 가장 우선으로 했던 것은 기억 동기화, 그리고 몸만들기였다.
원래의 유연서는 눈에 잘 보이기 위한 몸을 만들었을 뿐, 실전에서 쓸만한 만큼의 몸은 전혀 아니었다. 그래서 하루도 빠짐없이 2207년의 훈련 루틴을 이어갔다. 아직 강진후 시절 몸 상태를 이끌어내긴 무리였지만.
“좋아! 스트레칭은 여기까지! 5분 쉬고 기본 동작 갑니다!”
“네!”
다들 바닥에 엎어졌고, 유연서도 마찬가지였다.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이태겸이 수건과 음료수를 내밀었다.
“와, 너 잘 버틴다.”
전에 매니저를 했을 때도 헬스장은 꾸준히 다닌 건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잘 따라올 줄 이태겸도 몰랐다. 유연서는 그 사이 음료수 한 통을 비워냈다.
“자! 5분 끝! 다시 서!”
유연서가 끙, 하며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하나!”
“어이!”
훈련생들이 크게 외치며 발차기를 했다. 유연서가 자세를 잡았다.
“둘!”
“어이!”
뒤이어 유연서도 훈련생들과 함께 크게 외치고서는 오른발을 허공에 뻗었다.
‘뭐야.’
뒤에서 이를 지켜보던 박성진 감독이 눈을 크게 떴다. 동작이······ 군더더기가 없었다.
“하나!”
“어이!”
게다가 유연서가 동작을 반복하면 반복할수록 더 정교하고 예리하게 바뀌는 느낌이 들었다.
‘······호신술 같은 걸 배웠었나?’
박성진 감독이 무의식적으로 유연서의 어깨에 손을 가져다 대려는 찰나, 유연서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유연서가 몸을 뒤로 홱 틀어 박성진 감독의 팔을 두 대 때렸다. 이어서 팔목을 잡아 그의 등 뒤에 붙여 제압했다. 단 몇 초도 안 되어 순식간에 벌어진 일, 간결하고 깔끔한 동작이었다.
“허억······.”
제압당한 박성진 감독이 놀라서 숨을 삼켰고, 소란을 느낀 후배 감독들과 훈련생들의 시선이 유연서와 박성진 감독에게 향했다.
“뭐, 뭐야?”
“박 감독님 제압당한 거야?”
“방금 뭐였어요?”
수군거림에 유연서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손에 힘을 풀었다. 그는 박성진 감독의 어깨를 살포시 토닥였다.
“아, 죄송합니다.”
오랜만에 몸을 격하게 움직이니 예전 버릇이 나와버렸네. 그러게 뒤에서 왜 그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