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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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우연이었을까?
유연서가 액션 스쿨에서 구르는 사이, 임승현은 잠시 주성 그룹 본사를 찾았다. 이태겸을 데려오는 과정에서 썼던 비용 처리와 유연서를 담당했던 전임자의 기록을 찾기 위해서였다.
‘도련님의 자세한 정보가 필요해.’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등에 관한 사항들. 자세히 알고자 함은 유연서의 밑에서 일하는 게 할 만하다는 뜻이었다.
그가 전략 기획 본부의 문을 열자, 사무실 안에는 군데군데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다들 임승현처럼 유씨 일가를 보조하기 위해 현장에 나가 있었다.
“안녕하세요.”
“어? 승현씨. 일은 할 만해요?”
“네.”
임승현과 인사한 직원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유연서를 맡은 지도 한 달이 조금 넘었는데 아직 도련님 쪽에서도 별말 없었다. 게다가 임승현은 사무실에 앉아 있을 때보다 표정이 더 좋아 보였다.
임승현이 자리에 앉아 비용 처리에 대한 보고서를 빠르게 작성했다. 그의 곁으로 중년의 남성이 다가와 어깨를 토닥였다.
“승현씨. 오랜만이네요.”
“본부장님.”
“일어나지 마세요. 바쁘신 것 같은데.”
“아뇨, 이제 다 끝났습니다.”
임승현이 메일을 보내고 벌떡 일어났다. 전략 기획 본부의 본부장은 유창호 회장과 유건민 부회장을 담당하는 회사의 오래된 임원이었다.
“여긴 어쩐 일로? 요새 바쁘지 않나요?”
“도련님의 매니저를 구해서 잠시 들렀습니다. 업무만 처리하고 바로 나갈 생각이었습니다.”
“그렇군요. 매니저는 어떤가요?”
임승현이 잠시 멈칫했다.
‘그러고 보니 본부장님이 여기까지는 왜 오셨지?’
그는 회장과 부회장을 담당하는 사람이라 사무실에 있는 날이 손에 꼽았다. 근데 자신이 사무실에 잠시 들르자마자 우연히 찾아왔다?
‘본부장님이 아니라······ 회장님이 궁금해하시는 거군.’
임승현은 눈을 굴렸다. 그는 유연서를 공격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보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하지만 아무리 유연서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마음이 편치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뒤에 보고할 게 따로 있다는 건 마치 스파이 같지 않은가.
‘뭐, 이 정도는 말해도 되겠지.’
잠시 생각한 임승현이 입을 열었다.
“성격이 까칠한 것 빼고는 괜찮습니다. 과거도 깨끗했고요. 개인적으로는 도련님과 친구처럼 지내는 거 같아서 좋아 보였습니다.”
“그렇군요.”
화제를 전환하고자 임승현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사무실 안에 있는 사람들이 묘하게 조용했다.
“몇 분이 안 보이네요?”
“네, 다른 부서로 이동하셨습니다.”
“그래요?”
그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오히려 옆에서 망했니 뭐니 사람의 앞날을 재단하는 사람들을 싫어했다. 그는 아직도 유연서를 맡게 됐다고 송별회까지 벌어진 그날을 잊지 못했다.
“도련님의 밑에 있던 직원들이 오래가지 않았다는 건 승현씨도 알 테고······ 일은 괜찮나요?”
“네, 괜찮습니다. 소문과는······ 다른 분이시던데요.”
본부장이 임승현의 표정을 살폈다. 정말 멀쩡해 보였다.
“저는 이만 도련님께 가보겠습니다. 본부장님.”
“상무님께 보고는 안 드려도 됩니까?”
“저는 상무님 밑이 아니라 도련님 밑에서 일하잖아요.”
“그래요, 다음에 식사 한 번 하시죠.”
본부장님이랑 식사라······ 체할 것 같은데. 임승현은 그저 웃고는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오래갈 것 같구먼······.”
사무실에 남은 본부장이 푸근하게 웃었다. 이제 새로운 직원을 뽑는다고 면접장에 불려 가는 일은 없겠군.
그는 때마침 울리는 전화를 받았다.
“네, 회장님. 걱정 안 하셔도 되겠습니다.”
***
유연서, 영화 ‘백호함’ 주인공 물망 “긍정 검토 중” [공식]
원세븐 한결, 유연서·박민우 물망 ‘백호함’ 논의 중
-백호함 어떨거같음?
└ㄴㄴ
└망할듯
└까알아냐? 유연서 픽이라서 혹시 몰라
└유연서 취향이랑 내취향 겹치긴해서 난 좀 기대됨
-하.. 내배우 유연서랑 영화하네 존나싫다
└2222
└└333 왜 하필ㅠㅠ
└내돌도ㅎㅎ..
└└ㅇ ㅏ..힘내자
-유연서 액션 영화는 처음아니냐
└망할듯
└와 액션은 절대 안들어가겠거니 했는데 이걸 들어가네
└액션이 더 낫지 않아? 스턴트 쓰면 되니까
-역주행 터져서 잘된그룹과 둘기가 만나네ㅋㅋㅋ
유연서 지금 잘되고있는 원세븐 보면 무슨 생각할까?
└딱히 뭘 생각해야해?
└아무생각 안할듯ㅋ
└재벌은 아쉬운거 없다ㅋㅋ 글고 둘기해도 뒤에서 친목할놈들은 다 만나더라 팬들만 속터지겠지
“형 진짜 그 영화 할 거야?”
원세븐의 이한결은 한 살 아래인 멤버, 박주원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이한결의 손에는 ‘백호함’의 대본이 들려 있었다.
“해야지. 좋은 기회잖아. 액션 장면이 좀 많긴 한데 대본도 나쁘지 않고.”
“내가 그런 소리 들으려고 말건 거 아닌 거 알잖아. 형 진짜 할 거야? 걔 봐도 되겠어?”
“그러면?”
이한결이 펼쳐진 대본을 닫고 박주원을 응시했다. 덤덤한 표정과 눈빛에 박주원은 시선을 피했다.
“주원아, 우리가 걔 신경 쓸 시기는 지났잖아.”
“난 걔랑 더는 엮이기 싫어. 형들이랑 애들이랑도 엮이는 거 보기 싫고.”
박주원이 작게 웅얼거리듯 말했다. 이한결이 한숨을 쉬었다.
“······그 맘 모르는 건 아닌데.”
유연서가 처음부터 이렇게 이미지가 나쁜 건 아니었다.
오히려 재벌 3세의, 소문만 무성했던 이희서의 아들이 아이돌 데뷔를 한다는 소식에 관심이 집중됐었다. 비주얼이야 말할 것 없이 좋았고 실력도 꽤 좋았기 때문에 초반 인지도와 팬도 많이 붙었었다.
유연서 덕분에 원세븐의 출발선 자체가 다른 신인 그룹보다 앞서 간 것을 멤버들도 느꼈고, 그 덕분에 싸가지 없는 성격쯤이야 참아줄 만했다.
(외국 둘기도 아니고 유연서가 왜 갑자기 탈퇴해?)
(집안에서 하지 말라고 한 거 아냐?)
(근데 그럴 거면 데뷔 전에 뭐라 했겠지. 데뷔까지 한 거 보면 주성에서 터치한 건 아닌 거 같은데?)
(그럼 다른 이유가 있는 거 아냐?)
유연서가 돌연 그룹을 탈퇴했던 직후에도 여론은 유연서의 편을 들었다. 주성 그룹의 기업 이미지와 이희서의 생전 이미지가 좋았기 때문에 그 후광을 입은 덕이었다.
(혼자만 재벌이고 튀니까 다른 멤버들이 왕따시킨 거 아냐?)
(다른 멤버들이랑 사이 안 좋아 보이긴 하더라. 친한 멤버가 없던데?)
(근데 좀 팀워크 안 맞는 느낌은 있긴 한데······. 김이준이랑은 좀 친하지 않았어?)
당시 유연서의 더러운 성격은 4차원으로 포장됐었고, 돌연 탈퇴한 이유는 원세븐에게로 향했다.
나중에 유연서가 배우로 데뷔했을 때, 한 잡지사에서 단순 본인의 변덕 때문에 탈퇴했다며 팬 아닌 사람도 빈정상할 인터뷰를 남겨서 비난의 화살은 유연서에게 돌려졌다.
이한결은 유연서가 숙소에서 짐을 뺄 때 구질구질해서 못 있겠다고, 아이돌보다는 역시 배우를 하겠다는 유연서의 말을 듣고도 화나고 원망하지 않았다.
그래, 그럴 수도 있겠다. 어차피 원세븐이 이렇게까지 이름을 알린 것도 유연서 덕분이니까. 그도 한 그룹을 캐리하기는 싫었겠지. 라고 덤덤히 생각했을 뿐이다.
하지만 공백기와 무명시절. 그 암울했던 시기를 겪다 보니 매사에 무던했던 이한결마저 다른 멤버들과 같이 모든 걸 유연서 탓으로 돌렸고 원망했다.
‘생각해보면 이상하지.’
우리가 안 된 건 단순히 우리나 우리 소속사 문제일 수도 있는데 말이야. 그걸 역주행이 터지고 그룹이 안정화된 지금에서야 느끼다니. 이래서 마음과 통장잔고가 빈곤해지면 생각이 매사 부정적으로 튀는 법이다.
“내가 이런 제작비 많은 영화에 조연으로 꽂힐 일이 어디 있겠어.”
어쨌든, 유연서는 유연서고 일은 일이다. 이한결은 고작 전 멤버 때문에 기회를 놓치는 멍청한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걔 소문 들어보니까 자기 연기만 하고 차에 틀어박힌다던데. 그렇게 마주칠 일은 없을걸.”
“······그래?”
이건 순전히 박주원을 안심시키기 위한 거짓말이었다. 배역상 둘이 합을 맞추는 장면이 꽤 많았고, 이걸 익히기 위해서는 촬영 전부터 같이 연습해야할 게 많았다.
‘사실 한 가지 걸리는 점도 있고.’
이한결은 김이준이 충동적으로 유연서의 병실을 다녀와서 한 말이 계속 귓가에 남았다.
[유연서 걔가 우리 팀 탈퇴한 게··· 말 못 할 이유가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만약, 집안 압박 때문에 관둔 거라면?]원세븐은 공백기 동안 비어버린 메인 보컬의 자리를 채우기 위해 연습했고, 이후 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무명 시절에도 꾸준히 곡과 앨범은 나왔고, 그때마다 음악방송 활동도 꾸준히 출석했다.
하지만 그 활동비는 어디서 나왔을까? 그들의 소속사는 가망 없는 아이돌을 지속시키기 위한 돈이 없다. 음악 방송 한 번 나가는데도 돈이 몇백에서 천까지 가볍게 넘어가는데다가 곡을 사오고 뮤직비디오까지 찍을 돈은 어디서 나왔을까?
‘전부터 이상했지.’
가끔 돈이 필요할 때마다 누군가와 통화하던 매니저 형과 대표님. 그리고 누구냐 물어보면 그냥 우연히 좋은 투자자가 생겼다고 얼버무리는 말까지.
‘그게 우연이었을까?’
이한결은 제 손에 잡힌 대본을 쓸었다.
***
“그럼 이런 동작도 할 수 있어요?”
박성진 감독이 고난도의 마샬 아츠 동작을 보여줬다. 유연서는 그 동작을 한 번 보고 바로 따라 했다. 훈련생들이 오오, 하고 감탄했다.
“진짜 어디서 배운 적 없어요?”
“없죠. 사고 이후로 건강 때문에 운동을 좀 했더니 몸이 좀 가볍긴 하더라고요.”
오늘은 임승현도 있으니 적당히 호신술을 배웠다는 거짓은 통하지 않는다. 임승현은 이태겸과 함께 유연서가 하는 동작을 놀란 듯 쳐다보고 있었다.
“와 이런 건 운동 좀 했다고 되는 게 아닌데. 무슨 몇십 년 한 거 같은 동작이 나오거든요.”
“그런가요?”
아직 부족한데. 몸은 아직 덜 만들어졌고······. 강진후 시절의 몸 상태와 비슷해진다면 놀라 기절하시겠군. 유연서가 피식 웃었다.
“이게 다 제가 잘나서 그런 거 아니겠어요?”
“우우!”
그 재수 없는 말에 훈련생들이 크게 야유했다. 유연서는 액션 스쿨을 다니는동안 훈련생 및 감독들과 빠르게 친해졌다.
같이 땀을 흘린다는 동지 의식 때문일 수도, 매번 그가 사는 밥과 간식 때문일 수도 있다. 가장 큰 건 생각보다 유순한 유연서의 성격 덕분이지만.
“아, ‘백호함’에서도 잘 부탁합니다. 감독님이 액션 맡는다면서요?”
“제가 더 감사하죠. 유연서씨 아니면 우리 애들이 돈 벌 기회가 어디 있겠어요?”
‘백호함’은 대한민국 최북단 해역을 순찰하던 해군 전함에서 벌어지는 미스테리한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유연서의 출연 확정에 빵빵해진 제작비로 천하액션스쿨의 많은 감독과 훈련생들이 스턴트로 참여할 예정이었다.
“도련님, 시간 됐습니다.”
“그럼 이만 가봐야겠네요.”
유연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백호함’의 감독과 작가 그리고 주·조연 미팅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