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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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네.
액션 스쿨을 나온 유연서는 기분이 꽤 좋았다.
‘학창 시절 느낌이라는 게 이런 걸까?’
사람들이랑 이렇게 긍정적으로 어울린 게 거의 처음이라서 그랬다.
강진후가 이렇게 많은 사람과 부대낀 것은 지상으로 나가기 전 작전을 짤 때, 그리고 지상에서 작전을 수행할 때뿐이었다.
그는 임무가 끝나면 닭장 같은 집에서 홀로 과거의 영상을 봤었다. 딱히 친구라 부를 사람도, 혹시 모를 반란 방지를 위해 자유 시간에도 5명 이상 모이지 말라는 삭막한 규정 때문에 여러 사람과 어울려본 적이 없다.
‘영화 끝나도 주기적으로 다녀볼까······.’
그런 의미에서 액션 스쿨을 다니는 건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유연서가 길가의 사람들을 관찰하며 생각에 빠졌을 때, 운전석에 앉아 핸들을 돌리던 이태겸이 입을 열었다.
“박 실장님이 너 감시하라더라. 제발 얌전히 있게 해달라고 아주 사정 사정을······.”
“왜?”
“너 전에 이런 미팅 한 번 나갔다가 깽판 친 적 있다던데? 몰라?”
본체야 본체야, 어디까지 한 거니. 유연서가 제 이마를 짚었다.
“몰라. 앞으로 안 하면 됐지. 박 실장은 날 너무 못 믿네.”
“네가 여태껏 한 짓을 생각해 봐. 뭐, 지금처럼만 하면문제 없을 거 같긴 한데······.”
그 여태껏 한 짓을 아직 모르겠다는 거지. 유연서는 한숨을 쉬었다.
대표와 박 실장 그리고 인터넷에 나온 여러 가지 썰들을 조합하면 유연서는 상대 배우는 물론이고 촬영장에서도 갑질을 부렸다는데, 여태껏 논란이 안 터진 게 이상했다.
‘앞으로 그렇게 산다면 몸은 편하겠지.’
원래의 유연서처럼 거슬리는 사람 없이 촬영장에서 왕 노릇 하는 거? 솔직히 말하면 편하긴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 싫었다.
[연기는 배우 혼자서 하는 게 아닙니다. 배우들과의 시너지가 중요하죠. 그리고 작품은 배우 혼자서 잘한다고 잘 되는 것도 아니고요.] [작가와 감독, 그리고 스태프 한 명 한 명이 노력하기 때문에 가능한 겁니다. 유연서씨가 정말 이 길에 욕심이 생겼다면, 작품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을 존중해 주세요.]박현정의 말처럼 현장에서 편할 수 있어도, 좋은 결과물을 위한 시너지는 힘들 것이다. 그리고 유연서는 사람과 어울리는 맛을 알았다. 가능하면 좋은 친구도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때 생각하면 지금은 선녀지. 근데 너도 그렇고 너네 팬들도 제정신 아니야. 예전에 종방연 케이크 대란 기억나냐? 난 그때 진짜 싸움 나는 줄 알았잖아.”
이태겸처럼 서로 까는 관계 말고. 근데 저렇게 떠들면서도 운전은 잘하네. 그러니 조수석에 앉은 임승현도 아무 말 안 하지.
‘이제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나.’
업계에서 소문난 이미지를 걷어내기 위해서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했다. 너무 달라진 모습을 보이면 의심할 테니까······.
‘그러고 보니 액션 스쿨에서도 나를 안 좋아하던 사람들이 많았는데······.’
마냥 좋은 시선만 보내는 건 아니었다. 도련님의 취미 생활에 이용당하는 거 아니냐고 비꼬고 질투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관찰력 좋은 유연서가 이걸 눈치 못 챌 리가 없었다.
‘어느새 친절해졌단 말이지?’
그는 태어나서부터 가진 돈도 많았고, 이 돈을 불리는데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돈이 썩어 넘치게 많았다. 죽을 때까지 다 못 쓰고 죽을 거 같아서 그냥 닥치는 대로 돈을 쓰기 시작했다.
[이렇게 안 해주셔도 되는데······.] [감독님, 제가 쓸 건데 너무 더러워서 그래요.]처음에는 천하액션스쿨의 낡은 비품을 싹 다 교체했다. 훈련하는 동안 식사와 간식을 책임졌다. 형편이 안 되는 훈련생의 운동복도 사줬는데, 이렇게 작정하고 물량 공세를 펼치니 유연서를 안 좋게 보던 사람들도 그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성격이 괜찮은데? 소문은 왜 그 모양이야?] [형님한테 악감정 있었나 보지.] [오다가 주웠다고 이렇게 많이 사오는 사람이 어딨어? 이게 그 츤데레인가 그거냐?] [먹을 거 사주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야······.]마침 어디서 봤던 커뮤니티 글이 생각나 자신의 이름을 검색했다. 그리고 눈에 띄는 한 게시물.
-유연서에게 뺨맞고 천만원 받기vs그냥 살기
└11111
└닥 1아니냐
└11
└반대쪽 뺨도 내주고 이천 받을래
└└222
이거다.
***
‘백호함’의 주연으로 캐스팅된 박민우는 웹툰 원작 드라마에 나와 이름을 알린 신인이었다. 신인이지만 출연작이 대박 터져서 요새 대중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라이징 배우였다.
“그분이 그렇게 장난 아니에요?”
“되도록 말을 걸지 마. 주연 뺏겼다고 너한테 해코지할 수 있으니까.”
“어떻게 그래요. 같이 작품 할 사이인데.”
그리고, 어차피 유연서 때문에 확정된 영화다. 배역 선택을 우선으로 선택할 수 있음에도 조연을 고른 이유는 모르겠지만, 주연을 못 했다고 뭐라 할 가능성은 적었다.
‘설마 소문이 전부 사실이겠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부풀려진 거겠지.’
박민우는 처음 맡아보는 영화의 주연에 신이 난 상태였다. 이미 행복회로를 풀가동하고 있었다.
“어차피 유연서 걔는 지 촬영분 끝나면 차에서 안 나와. 오늘은 그냥 조용히 감독이랑 작가 얘기만 듣고 있어.”
그는 자신을 따라온 매니지먼트 실장에게 단단히 주의받고 있었다.
소문으로 유연서는 자기보다 잘난 놈을 싫어했고, 교묘히 괴롭혔다고 한다. 그리고 요새 반응 좋은 박민우가 그 타겟이 될 거라 예상했다.
“글쎄요, 저보다는 한결이 형이랑 그분이 더 심할 거 같은데.”
박민우는 이한결과는 이미 구면이었다. 단막극에서 호흡을 맞춘 적이 있었다. 그의 말에 매니지먼트 실장이 제 머리를 쓸어 올렸다.
“하······ 분위기 개판이겠다.”
“어떻게 이렇게 만나지? 인연이라는 게 있나 봐요.”
“글쎄, 인연이 아니라 악연 아냐? 감독 요청이었다는데 골 때린다 진짜. 유연서랑 걔네 사이 나쁜 거 모르는 사람인가?”
“영화만 신경 쓰느라 업계 소식이 느린 걸 수도 있죠. 괴짜 천재 같은?”
박민우가 나지막하게 웃었다. 마침, 중앙 엘리베이터에서 누군가 내렸다. 쭉 뻗은 다리, 전체적으로 비율이 좋은 몸, 멀리서 봐도 이목구비가 선명한 게······.
“유연서다.”
“저 선배님한테 인사하러 갈게요.”
“잠깐, 민우야.”
매니지먼트 실장의 만류에도 박민우는 유연서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어디야?”
“저쪽······ 일걸?”
“야 이태겸, 너 매니저 맞아?”
“나 일한 지 반년도 안 됐거든? 기다려 봐, 내가 가서 보고 올게.”
이태겸이 후다닥 복도를 달렸다. 유연서는 한숨을 쉬었다. 그동안 착실하게 굴려줬다고 생각했는데, 군기가 들지 않는 것 보니 아직 멀었나.
“저렇게 뛰는 게 가상하니 봐 주시는 게 어떻습니까? 도련님.”
“저 그렇게 화 안 났어요.”
임승현이 작게 웃었다. 마치 유은호가 유연서를 바라보는 표정을 임승현이 똑같이 짓고 있었다. 동생 취급인가······. 유연서는 멋쩍어서 볼을 긁적였다.
‘그나저나 미팅에서는 무슨 얘기를 하지?’
유연서는 손에 든 ‘백호함’의 대본을 내려다보았다.
그가 자동 행동 모드를 켰을 때, ‘백호함’은 애매하게 걸친 작품이었다. 한참을 대본을 들었다 놨다 하는 게, 본체의 작품 고르는 눈으로 봐도 대박 냄새는 안 나는데 그래도 나름 괜찮은 작품 정도?
하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이 작품은 현장을 느껴보고 싶어서 그리고 경험했던 것 기반으로 선택한 거니까.
“안녕하세요. 선배님.”
매니저를 갈구는 모습에 박민우가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용기 내 유연서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박민우씨? 잘 부탁해요.”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의외로 순하게 인사를 받아주는데다가 이름까지 안다고? 박민우와 그의 매니지먼트 실장이 속으로 놀랐다.
유연서도 속으로 놀라고 있었다. 정확한 작품명은 베타의 나비 효과 방지 때문에 의도적으로 기억이 막혀 있지만, 박민우는 여러 드라마와 영화에서 얼굴을 비췄다.
작품의 완성도나 작품성 그리고 점점 나이가 들어 중견 배우로 가서도 꾸준히 얼굴을 비추는 것으로 보건대, 박민우는 대배우가 되었을 것이다.
“제 이름을 알고 계실지 몰랐어요. 저 아직 신인이라서······.”
“네, 뭐······.”
그런 사람이 아직 신인이란 말이지. 유연서는 덕질했던 사람을 마주한 팬의 심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사람 작품 진짜 잘 봤는데. 몇 번을 돌려보기도 했었다.
“저희 미팅은 저쪽에서 진행한대요.”
“그래요? 야! 이태겸!”
유연서는 반대쪽으로 달려간 이태겸을 불렀다. 그리고 마침,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가 내렸다.
“한결이 형.”
“민우 오랜만이네.”
원세븐의 이한결이었다. 그는 하이파이브하듯 손을 든 박민우의 손을 맞잡아 짧게 악수했다.
“여기 서서 뭐 해?”
“잠시 선배님이랑 인사 좀 하느라고요.”
“선배님?”
이한결은 그때야 박민우의 뒤에 서 있는 유연서를 발견했다. 서로 눈이 마주치자 주변 분위기가 한층 내려갔다.
“유연서, 너도 오랜만이다.”
“안녕하세요 이한결씨.”
이한결이 한쪽 눈썹을 들어 올렸다. 뭔가 마음에 안 드는 눈치였다.
“이젠 형이라고도 안 하는구나.”
어, 누구지. 유연서가 고개를 기우뚱거렸다.
“우리가 형 동생 할 정도로 친했습니까?”
그는 정말 궁금해서 물어본 것이지만, 받아들이는 이한결은 달랐다.
이태겸은 이한결의 뒤에서 유연서를 향해 두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아니, 아니야! 그런 말 하는 거 아냐! 라고 말하는 듯했다.
“그래, 넌 그렇게 생각하고 싶나 보네.”
실망한 이한결이 몸을 돌려 발걸음을 옮겼다. 박민우는 그 사이에서 눈치만 보다가 이한결을 따라 회의실로 향했다.
“뭐지······?”
남겨진 유연서만 영문을 몰라서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봤고, 이 자리에서 유연서의 기억 상실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임승현이 넌지시 말했다.
“도련님, 원세븐이요. 전에 잠깐 활동하셨던.”
“아.”
그러고보니 자신의 위키 페이지에서 찾아본 것 같았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네.’
예전부터 얽힌 악연이라면 돈 지랄 전략도 안 먹힐 거 같은데. 유연서가 아쉬워서 쩝, 입맛을 다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