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30)
“연서는 진짜 얌전하네. 우리 세아는 못 움직여서 난리인데.”
이희서의 무릎에 앉은 유연서는 큰고모, 유민정에게 볼을 살짝 꼬집혔다. 뭐가 좋은지 배시시 웃자, 두 고모가 앓는 소리를 내며 좋아했다.
“은호도 봐봐, 관심 없는 척하면서 은근 언니 근처에 있다니까?”
“오빠는 무슨 복인지 아들들이 이렇게 귀여워?”
유은호는 멀찍이 떨어진 그늘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조카 사랑은 어릴 때부터 있었나 보다. 두 고모가 발을 동동 구르며 좋아했다.
“참, 언니. 아버지가 일 맡긴다면서요?”
“제가 어떻게 해요. 어떻게 거절할지 몰라서 미뤄 두고 있었어요.”
“왜요? 잘할 거 같은데. 언니 감각 있잖아요. 전에 나 일하는 것도 도와줬잖아요.”
작은고모, 유선영은 이 당시 패션 사업을 막 시작하려는 시기였다. 이희서는 당대 최고의 톱스타로, 얼굴로만 뜬 게 아니라 패션 아이콘으로도 유명해서 도와준 것이다.
“하여튼 아버지도 별나. 며느리까지 일을 시키려고 하다니.”
“그래서 우리가 차별 없이 크긴 했잖아. 안 할 거예요? 지분도 준다는데?”
지분을 준다고? 그가 알기로 유 회장은 자격 없는 사람에게는 제 재산을 나눠주지 않기로 유명했다. 한 가지 예외가 유연서였다. 그거야 비극을 목격한 당사자라 편애하는 감이 좀 있었고. 아무튼, 이 정도로 며느리를 아낀다라?
‘그런데 왜 지금껏 가만히 있었지?’
그들 형제가 했던 생각을 유 회장이 과연 안 했을까? 지분까지 줄 정도로 예뻐하던 며느리가 그렇게 죽었는데,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자살로 사건 종결을 해 버렸다고?
‘범인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거나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나?’
아내의 사건을 쫓느라 폐인이 된 유건민 때문이라는 이유가 가장 컸으나, 아직 가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유연서는 모든 게 의문투성이였다.
“생각 좀 해보고요.”
“이거 봐. 언니도 아예 생각 없는 건 아니네.”
“사실 제가 연예인 했을 때는 바쁘게 살았거든요.”
“좀이 쑤시죠? 언니도 가만 보면 일 중독자라니까.”
이희서도 마음이 아예 없지는 않은지 얼굴이 발그레했다. 머뭇거리던 그녀는 무슨 일을 할 건지 시누이들에게 말했다. 하지만 어린 유연서는 이희서의 무릎에서 벗어나서 다른 곳으로 뛰어가고 있었다.
‘아니, 이 중요한 얘기를 할 때 어디 가?’
기억을 동기화 받고 있던 유연서는 답답해서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어린 유연서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본채와 별채를 오가며 뛰어다니던 그가 어느 한 곳에서 멈춰 섰다.
“혹시 돈 좀 빌려줄 수 있어?”
“무슨 일 있어?”
“사실 우리 딸 병원비가······.”
당시 저택을 경비하던 경호원들의 대화. 유연서가 그들에게 다가간다.
“아저씨.”
“아!”
갑자기 현실로 깬 유연서가 짧게 탄식했다. 하필 중요한 순간에 기억이 끊기다니.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익숙하게 피를 뱉어냈다.
그들이 이희서를 살해한 범인 찾기에서 첫 번째로 의심한 것은 당시 사용인의 채무 관계였다. 유 회장은 꽤 좋은 고용주였다. 돈도 많이 주고, 퇴근도 잘 시켜주고 상여금도 두둑했다. 하지만 그걸 배신할 이유는 역시 돈이 가장 큰 이유기 때문이다.
‘누구지?’
누군지만 알 수 있다면 가장 큰 단서가 될 거 같은데······ 유연서는 시계를 살폈다. 아직 다음 스케쥴까지는 시간이 꽤 남았다.
그의 귓가로 베타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
백서준은 제 집 앞에 서 있는 큰 사람을 보고 깜짝 놀라서 뒤로 물러났다.
“안녕하세요. 형사님.”
“승현 씨가 여기는 웬일이죠?”
그것도 내 집 앞에서, 내 차 근처에 서서. 백서준은 의심의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도련님이 보내셨습니다.”
“나 뭐 하는지 감시하라고?”
“감시가 아니라 협력이죠.”
맡겨 두라고 했는데 그새를 못 참고 사람을 붙이다니. 백서준은 한숨을 쉬고는 일단 차에 타라고 손짓했다. 유연서가 보내 준 자료가 꽤 쓸모 있었고, 그걸 정리한 사람이 임승현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어디로 가십니까?”
“일단 이 사람 집이요.”
서류 속 누군가를 짚은 백서준이 차에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
“이 사람부터 가는 이유가 있습니까?”
“딸이 있는데, 병원 생활을 오래 한 거 같더라고요? 병원비가 꽤 나갔을 텐데 깨끗하단 말이죠?”
“의심할 만하군요.”
경기도 외곽의 한 시골 마을에 도착한 그들이 주위를 살폈다.
“여기 같은데······ 계세요?”
“잠겨 있네요.”
한참을 주위를 살피던 백서준과 임승현은 느티나무 아래 평상에 앉은 어르신들에게 다가갔다.
“어르신, 저 슈퍼에 무슨 일 있나요? 가게가 안 열려 있어서요.”
“행복 슈퍼? 아이고, 거기 사장 죽어서 지금 상 중이잖아.”
“네? 언제요?”
“그······ 엊그제던가?”
놀란 백서준과 임승현이 서로를 바라봤다.
***
이정훈의 시놉을 빼돌려 영화를 제작하고 있었던 영화사 구상은 난관에 봉착했다.
급하게 촬영에 들어간 이정훈의 소식을 듣고 느낌이 싸해서 알아보니, 같은 작품을 준비 중이었다. 뒤늦게 연락하자 이정훈은 아닌데? 다른 시놉인데? 라고 배짱을 부렸다. 그리고 그 뒤에는 유연서가 있었다.
‘그런 빽을 어디서 구했지?’
다시 계약하자는 제안도 무시한 이정훈은 유연서와 함께 촬영을 강행했다. 그 모습에 그래, 어디 한 번 해보자 생각한 그들도 급하게 크랭크인하고 촬영은 중반부에 달했다.
유연서 제작 투자 ‘다만’ 촬영 종료
2022 하반기 기대작 ‘다만’ 우리 사회 문제 다룬다.
하지만 저쪽이 빨라도 너무 빠르다. 영화사 구상에서 이정훈의 시나리오를 빼돌려 제작을 총괄하던 소동현은 주먹을 꽉 쥐었다.
얼마를 주든 하겠다던 장예준은 어디서 소식을 들었는지 길길이 날뛰었다. 미리 계약서에 사인을 받아두지 않았더라면 아마 미련 없이 하차했을 것이다.
[소 팀장, 우리 이거 개봉할 수는 있긴 해?] [이대로라면 우리가 표절작이라고 이미지 안 좋아질 텐데······.] [그러게, 시나리오를 왜 빼 와서 이 사달이 나냔 말이야.]게다가 유연서가 개입했다는 사실이 윗선에 알려지면서 다들 몸을 사렸다.
[최 부회장이 그렇게 극성이었잖아. 유연서 데뷔 초부터 뒤에서 손 쓰는 거로.] [그거야 JSENM 견제한다고 대표로 처맞은 게 유연서니까 이제라도 보상하는 거겠지.] [아무튼 그쪽은 건들면 큰일 나지.]이 바닥은 틀어 주는 사람이 권력이다. 배우일 때도 권력을 알차게 써먹던 그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배급사의 이사가 된 것이다. 후계자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인데다가, JSENM을 비롯한 배급사끼리 담합이 되어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그들 제작사의 영화를 상영관에서 내리는 것쯤은 일도 아니었다.
[게다가 유연서가 그 감독을 꽤 아낀다던데?] [천 감독이 얽혀 있잖아. 소 팀장 잘못 걸렸네.]영세한 감독의 시나리오를 빼 오는 것은 그들 사이에서는 관행이었다. 그 관행을 알려 줬던 사람들이 뒤로 빼자, 화살은 소동현에게 돌아갔다. 그는 뒤통수가 따가워서 탕비실로 향했다.
윤하늘, 과거 폭행 사건 밝혀져 드라마 최종 하차
학폭 허위 폭로자 고소한다던 임고은, 과거 학교폭력위원회 기록 ‘논란’
원세븐 이준·우현 재계약 안 한다···사실상 해체 수순
세븐쥬얼 보라, ‘갑질 논란’ 재점화···피해자 녹취록 공개
‘학폭’ 우미리, 과거 학폭 인정 후 사과 불구 ‘비난 확산’
주연 배우의 학폭 논란···영화 ‘항소’ 제작 중단 결정
설상가상으로 학교폭력 폭로 사태가 일어나면서 연예인들이 과거에 저질렀던 잘못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게다가 이름이 언급된 사람 중에는 그들의 주연 배우도 포함돼 있었다. 결국 영화 제작은 중단됐다. 들인 돈이 적지 않았다. 게다가 투자자들의 신뢰도 잃었다.
-2021년 왜 이러냐 마가 꼈나
-내일은 누가 터질까?
-ㅇㅎㄴ 급하게 사과한거 수상하지 않냐 더 터질거 있는데 급하게 수습한 느낌
-와 근데 소름끼치는거 알려줄까? 유연서가 과거에 뭐라 했던 사람들 지금 다 나가리됨ㄷㄷ
존나 병크탐지견임
└ㅋㅋㅋㅋ아 미친
└유연서 재평가 시급하다
└ㅁㅊ 그러고보니 거지같다고 뭐라 했던 최재원 룸빵가다 걸렸지? 천박하다고 했던 윤하늘 폭행 터졌네?
└전에 또 누구 있었는데 누구더라?
└유연서가 욕한 연옌 누구냐? 미리 피하게ㅋㅋ
-유연서 얘기 나와서 그러는데 유연서는 뭐 없나보네?
구설 엄청 많았잖아
└유연서 학교 존나 명문이라 그런 거 없었을듯
└└ 아니 그러니까 학폭뿐만 아니라 모든 과거병크 다 터지고 있잖아
└유연서랑 부딪친 사람들 다 나가리된거보면 모름? 알고보니 오지는 촉이었던것임ㄷㄷ
└별개로 걔 학교 조용히 다녔다더라 두루두루 친하게 지냈다던데?
└매니저 슨스에 유연서가 준 선물 봄? 개쩔어ㅋㅋ 나라도 주성 손자면 번호부터 딴다 반갑다 친구야!
└└ㄹㅇ 만나는 순간부터 평생친구임ㅋㅋ 와 내친구가 유연서ㅋㅋ
└└└누가 우리 주인님 불렀냐
커뮤니티를 살피던 그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고 보니 이상한데?’
표면적으로 저렇게 재평가당하고 있어도, 업계 사람들만 아는 ‘썰’도 있었다.
유연서가 자잘하게 갑질한 것은 사실이었다. 게다가 매니저도 그렇게 자주 바뀌었는데, 지금은 잠잠하다고 해도 과거에 시달렸던 매니저가 지금 시류를 읽지 못하고 입을 꾹 닫고 있다?
‘그렇게 심한 게 아니었나?’
아니, 그럴 리가 없지. 그는 마침 울리는 전화를 받았다.
“어, 한 기자. 뭐 좀 찾았어?”
(찾아보긴 했는데······.)
유연서가 개입하면서 영화사 구상의 손실이 막대했다. 소동현의 책상 위치도 바뀌었다. 손실을 메우라는 압박, 책임지고 퇴사하라는 눈치였다.
내가 이렇게 벼랑에 몰렸는데, 혼자 죽지는 않을 거야. 악바리밖에 남지 않은 소동현은 아는 기자와 함께 유연서의 뒤를 캐고 있었다.
[그쪽에서 제작한 영화 상영도 못 하게 막아 버릴까요? 어디 지방에 조조 심야로 걸어 드릴까?]‘건방진 새끼.’
물론 그럴 힘이 있다는 것을 잘 알아서 당시에는 쫄았지만, 생각할수록 괘씸했다.
‘꼬리 밟히면 퇴사하고 한 기자 회사로 이직해야지.’
영화사 구상은 연예점프처럼 작은 회사가 아니었다. 설마 주성이 여기까지 압박하겠어? 그리고 ‘국새’로 인기가 절정인 지금, 유연서의 뒤를 캐는 다른 기자도 많았다. 그냥 이 흐름에 편승해 중요한 정보만 캐면 그만이다. 게다가······.
‘들키지만 않으면 되는 거 아냐?’
적당히 업체 찾아서 역바이럴 좀 하고, 댓글 알바 고용해서 커뮤니티에 의혹 글만 심어도 알아서 굴러갈 것이다. 그런 것쯤은 다른 업체도 알음알음 하는 방법이라 괜찮을 것이다.
(깨끗해. 털 게 아예 없어.)
“뭐? 클럽도 안 가고 룸도 안 간다고? 그게 가능해?”
(안 가는 연예인도 있겠지.)
한 기자, 연예부 기자가 맞나?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요즘 들어 유연서의 행적을 집요하게 좇았다던 한 기자는 곤란한 듯 한숨을 쉬었다.
(와 진짜 이렇게 깨끗한 연예인 처음이야.)
“진짜 먼지 하나 없어?”
(없어. 전에 병원 간 거 빼고는 다 일 때문에 외출하거나 가족들 만나거나 그게 다야.)
“병원은 왜 갔대? 설마, 약 부작용인가?”
갑자기 얌전해진 성격, 늘어난 연기력. 약물에 손댔냐는 얘기도 유머로 소비되고 있는데 만약 사실일 수도 있지 않나?
(그런 건 아닌 거 같고······ 지병이 있나 본데?)
“쯧, 지병 핑계 대고 다른 거 처치 받았을지 누가 알아. 한 번 알아봐. 나도 알아볼게.”
(아냐 의료 쪽은 건들지 말자. 뒤탈 난다.)
“뭐?”
당연히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런 상식을 무시하고 살았다. 특히 한 기자는 더욱.
예상외의 소극적인 반응에 소동현이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한 기자는 단호했다. 절대로 그쪽은 건드려서는 안 된다고 말이다.
(유연서 아이돌로 데뷔했을 때 말이야. 이쪽에서 유명한 사건이 하나 있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