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69)
미끼를 자처한 손진호가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왔고, 경찰 제복을 입은 유연서가 여기서 등장했다. 숙연한 표정으로 팀장의 가는 길을 배웅한 마약 3팀은 장례식장 앞에서 박기훈 검사를 마주친다.
“너네 뭐야. 내가 손 떼라고 하지 않았어?”
“무영 그룹 회장님과 청담동에 있는 일식집이라······ 좋은 거 드시고 오셨네.”
“뭐?”
박 검사가 어깨를 흠칫 떨었다. 그걸 어떻게······.
“마침 그쪽 장남이 조직과 연관되어 있던데······ 박 검사님은 그분 왜 만났습니까?”
“그, 그걸 어떻게······.”
박 검사가 황급히 오태성을 바라봤다. 경찰청 전광판을 해킹한 전적이 있어서 특채로 발탁된 게 오태성이었다. 혹시 개인 정보를 해킹한 거 아니냐는 눈초리였다.
하지만 정작 오태성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대체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는데, 박 검사의 행동을 보니 찔려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뭐, 뭐야······ 이 형 왜 이래.)
마치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처럼······ 생각해보면 의심할만한 구석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 새끼 갑자기 왜 이래?)
(근데 좀 이상하긴 했지, 어떻게 심문만 하면 다 맞추냐고.)
(그러고 보면 손 팀장님도 예전에는······.)
한유준은 점점 자신을 이상하게 보는 동료들의 시선을 느끼며 쉴 새 없이 입을 놀렸다.
박 검사가 어디서 누구를 만났고, 어떤 생각을 하며 여기까지 왔는지를 아주 상세하게. 그리고 그가 어떤 식으로 뒷돈을 받았는지, 누구랑 유착 관계에 있는지까지도 말했다.
“그, 그만!”
“최 의원님께 받은 음료 박스에 얼마 들어있었습니까? 이거 밝혀지면 어떻게 될 거 같아요?”
“너, 지금 뭐 하는 짓이야. 지금 나 모함해?”
“모함이라뇨, 사실을 말한 건데.”
네 소리를 읽고 있잖아. 한유준의 눈빛을 마주친 박 검사가 뒷걸음질 쳤다. 자신을 괴물 보듯 보고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지?’
그들이 ‘스네이크’의 본거지를 친다는 사실은 박 검사도 몰랐다. 비밀로 했으니까. 동료들의 소리를 읽었지만 배신한 사람은 없었다.
(‘그러게 좋은 말할 때 손 떼라고 했지, 손진호처럼’)
사건 현장에서 들었던 그 ‘소리’가 갑자기 생각났다.
“제가 어떻게 알았냐고요? ‘스네이크’에게 물어보지, 그러십니까?”
“······이대로 안 넘어간다. 각오하는 게 좋아.”
치부가 들킨 박기훈은 끝까지 센 척을 하더니 도망치듯 자리에서 빠져나갔다. 한유준이 뒤돌아 제 동료들을 바라봤다. 그는 주춤거리는 사람들을 보고 씁쓸하게 웃었다.
“······너무 심한 거 아니야?”
“그런데 어떻게 알았냐?”
“우리 이제 어떡하죠? 이대로 조사 접어요?”
하지만 동료들의 ‘소리’는 확고했다. 끝까지 손진호를 죽인 ‘스네이크’를 찾겠다는 의지가 들렸다. 이 사람들은 믿을 수 있었다. 잠시 생각에 잠긴 한유준이 불현듯 고개를 들었다.
“······손 팀장님의 정보원을 캐야겠습니다.”
‘스네이크’는 손진호의 능력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들킨 것이다.
그렇게 한유준이 중심이 되어 ‘스네이크’의 진짜 본거지를 찾게 된다. 손진호가 죽은 뒤로 묘하게 각성 상태에 빠졌던 한유준은 소리를 걸러 듣지 않고, 그가 서 있는 일대의 모든 소리를 수집했다.
컨테이너가 겹겹이 쌓여 있는 한 창고, 극의 후반부 액션 장면은 여기서 ‘스네이크’와의 전면전을 치른다.
“정말 와이어 없어도 되겠어요?”
“네. 아까 리허설 하는 거 보셨잖아요.”
“그건 그런데······ 혹시 다치시면······.”
“괜찮아요.”
스태프는 떨떠름한 얼굴로 뒤로 물러섰다. 그도 액션 팀과 합을 맞추는 유연서의 모습을 봤다. 사실 촬영장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넋 놓고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유연서의 몸값이 몸값이니만큼 혹시 어디 하나 다치면 큰일 난다.
“혹시 어디 삐거나 아프면 말씀해 주세요. 의료진 있으니까.”
유연서가 고개를 끄덕이고, 소품용 경찰봉을 쥐었다. 베타의 말이 아직 걸리지만, 일은 해야지. 그가 눈을 감고 고개를 들었다.
잠시의 몰입 끝에 이슬기 감독의 외침이 들렸다. 한유준이 된 유연서는 눈을 날카롭게 빛내고 자신에게 달려드는 스턴트 배우를 가볍게 제압했다.
“잡아!”
그리고 합을 맞춘 대로 고개를 홱 피해 모형 칼을 피했다. 이어서 상대의 손목을 잡고 배에다가 무릎을 날렸다.
탕!
“윽······.”
총을 피해 뒤로 데굴 구른 한유준이 얕은 신음을 내뱉었다. 아까 상대를 제압하다가 팔이 얕게 베였다. 그는 피가 흐르는 팔을 대충 지혈하고 컨테이너 벽면에 숨었다. ‘소리’가 다가온다. 한유준은 소리에 맞춰 몸을 날리고, 상대의 총을 빼앗았다.
이어서 제압한 남자를 방패 삼아 제게 총알이 날아오는 것을 피하고 빼앗은 총을 겨눠 그들을 쓰러뜨렸다.
“감독님, 이제 끊어야······.”
“······잠시만요.”
원래라면 끊고 다른 각도로 한 번 더 찍어야 했다. 하지만 감독은 여기서 끊으면 안 될 거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
“한 번에 가죠.”
마침 다른 스태프들도 카메라에 걸리지 않게 컨테이너 뒤로 숨었다. 감독이 컷을 외치지 않으니 스턴트 배우들도 계획된 동작을 펼쳤다.
유연서도 그것에 맞춰 경찰봉을 휘두르고 빼앗은 칼을 던졌다. 의도치 않은 원 테이크 액션 장면의 탄생이었다.
한유준은 총에 총알이 다 떨어져서 그것을 상대의 얼굴에 던지고 컨테이너 손잡이를 양손으로 잡고 두 발을 날려 상대를 덮쳤다. 마치 중력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가벼운 움직임이었다.
“우와······.”
한유준이 자신에게 몰려드는 사람을 피해 컨테이너 위로 올라가 멀리 있는 다른 컨테이너로 몸을 날렸을 때는 감독의 입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와이어 없이는 불가능할 것 같은 거리를 맨몸으로 뛰어서 안착하고, 그림같이 한 번 굴러 낙법까지. 완벽한 동작이었다. 그것에 그치지 않고 다시 몸을 날려 상대의 뒤를 제압한다.
“내가 이거 보려고 이걸 썼구나······.”
고대하던 액션 촬영이라 촬영장을 찾은 김대성 작가가 주먹을 꽉 쥐었다. 화면 속 유연서는 물 만난 고기처럼 날아다니고 있었다.
“좋아요, 촬영 끝내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다들 크게 환호하며 손뼉을 쳤다. ‘스네이크’의 마지막 촬영이 드디어 끝났다. 유연서는 스태프가 이끄는 대로 케이크를 들고 중앙에 서서 단체 사진을 찍고 대충 고개를 꾸벅이며 어깨를 치는 사람들에게 인사했다.
“도련님.”
“······.”
“무슨 일 있습니까?”
“어?”
그제야 정신을 차린 유연서가 고개를 퍼뜩 들었다. 임승현의 의아한 시선이 느껴졌다.
베타는 아직도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보여주지 않았다.
‘다 해석하면 얘기해.’
유연서는 인상을 찌푸렸다. 뭐길래 이렇게 뜸을 들이는지······.
“형, 뒤풀이 가요!”
“연서 씨!”
그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외면하고 몸을 돌렸다. 지금은 그럴 기분이 아니다.
“······집에 가자.”
“뭐? 뒤풀이 안 가?”
주연 배우가 빠지면 어떡해? 이태겸이 당황해서 유연서의 앞을 막았지만, 이어서 들리는 대답에 몸을 옆으로 비켰다.
“몸이 안 좋아서.”
“가자. 나 일단 감독님한테 얘기 좀 하고 올게. 승현 형님.”
“우선 차로 가시죠.”
방금까지만 해도 고난도의 액션 연기를 보여줬지만, 몸이 안 좋다는 말에 이태겸과 임승현은 군말 없이 짐을 챙겼다.
유연서가 어떤 식으로 아픈지 이미 수없이 많이 겪어왔기 때문에 부드러운 손수건을 그의 손에 쥐여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대체 뭘까······.’
미래에서 내게 메시지를 줄 사람은 없었다. 동료? 다 죽었다. 가족? 있을 리가. 공적도 완벽해서 그의 시간 여행 자격에 문제도 없었다.
“혹시 촬영하다가 어디 다쳤어? 병원으로 가?”
“아니, 그런 건 아냐.”
그것도 아니면 설마 또? 이태겸과 임승현은 심각함을 느꼈다. 마침 얼굴색도 별로 좋지는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집에 유은호가 있다는 점일까.
“혹시 이상 생기면 바로 나한테 얘기해라. 병원 가게.”
“······어.”
“이따가 전화할 테니까 받아라. 야, 듣고 있어?”
“가라. 임승현 씨도 퇴근하세요.”
영혼이 빠진 듯 멍한 유연서의 모습을 끝으로 현관문이 닫혔다. 복도에 남겨진 두 사람은 마치 짠 듯 동시에 한숨을 내뱉었다.
“······괜찮겠죠?”
“전무님도 계시니 괜찮겠지.”
“은호 형 요즘 퇴근 빨리하시네······ 형은 어디 가세요?”
“백 형사님한테.”
임승현은 백서준을 도와 범인 찾기를 하느라 촬영장에도 드문드문 찾아왔었다. 이태겸은 임승현과 짧게 작별 인사를 나누고 차를 돌려 소속사로 향했다.
“어? 매니저님이다!”
“매니저님!”
그가 차에서 내리자,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크게 소리를 질렀다.
‘이게 뭔 일이야······.’
이태겸은 고개를 푹 숙이고 소속사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사무실에 도착하고 나서도 직원들의 야유를 받아야 했다.
“겸이 매니저 왔어?”
“이열, 인기남 왔네.”
“아, 진짜 그만 하세요.”
이태겸이 고개를 푹 숙였다.
“아 괜히 한다고 했어······.”
사실 한다고 한 것도 아니었다. 유연서가 일방적으로 하라고 한 거라 어쩔 수 없이 휘말린 거다.
곤란해 보이는 이태겸을 보고 지나가던 한 대표가 웃었다.
“즐겨, 이런 것도 한순간이야.”
***
이태겸을 알아보는 사람이 갑자기 늘어난 이유는 ‘스네이크’의 방영 전 홍보 예능 촬영 때문이었다.
“내가?”
“그럼 너지 누구겠냐? 예능 컨셉이 매니저의 24시간이잖아.”
이태겸은 뜬금없는 제안에 눈을 크게 떴다. M 사의 인기 예능 ‘매니저 24시’는 연예인과 매니저의 유대, 그리고 매니저가 연예인을 위해서 뭘 해주는지에 관한 것을 주목해서 큰 화제성을 얻었다.
게다가 섭외하는 사람마다 톱스타였는데, 유연서도 마침 드라마 홍보차 촬영하게 된 것이다.
“홍보 활동 다 한다고 했으니까 이거 해야 해.”
“아씨······ 나 카메라 울렁증 있는데.”
“그냥 평소대로 해. 어차피 관찰 카메라도 티 안 나.”
이미 출연은 결정 난 상태였다. 그가 거부해도 소용없었다. 이태겸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여야 했다.
‘어차피 사람들이 나 보려고 보겠어, 다 쟤 보려고 하겠지.’
어차피 주목받는 건 유연서일 테니 괜찮겠지······ 그리고 ‘매니저 24시’의 촬영 전날, 이태겸은 자신의 집을 찾아온 제작진을 보고 땀을 비질 흘렸다.
“······우리 집부터 찍어요?”
“네. 매니저님 관찰 예능이니까요. 연서 씨 집에도 다 설치했어요.”
“어······ 잠시만요.”
후다닥 제 자취방으로 들어간 이태겸은 돼지우리 같던 집을 간신히 치우고 제작진을 맞이했다.
그는 집에 설치된 관찰 카메라를 멍하니 보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태블릿 패드를 켜 할 일을 점검했다. 곧 ‘스네이크’ 촬영도 있었고, 중간중간 홍보 활동도 있었다.
(매24 작가님) 매니저님 말좀 해주세요. 오디오가 비어요
그렇게 한참을 화면만 들여다보던 이태겸의 핸드폰에 진동이 울렸다. 오디오 비는 걸 내가 왜 신경 쓰······ 아 맞다. 나도 촬영 중이지.
“어······ 내일 스케쥴은 연, 배우님의 화보 촬영이 있는 날입니다.”
이렇게 하면 되나? 라는 시선으로 바라보니, 카메라가 작게 위아래로 움직였다.
“워······ 신기하네.”
이런 건 연예인한테나 붙는 줄 알았지, 내 팔자에 매니저 24시라니. 이태겸은 한숨을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