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79)
영화 ‘비속 살해’ 해외 영화제서 잇단 수상
유연서-박승환 주연 ‘비속 살해’ 해외 영화제서 ‘호평’
[포토] 유연서, 2023 선댄스 영화제 레드 카펫유연서의 영화제 참석 소식은 한국에서도 알려졌다. 그의 사진이 돈이 된다는 걸 알게 된 파파라치까지 따라다니며 그의 실시간 사진을 찍었다.
└비속살해 평 좋더라
└와 근데 유연서는 외국 대포에서도 살아남네
└└ㄹㅇ 게티에서 저렇게 이쁘게 나온거 처음봄
└진심 코리안 뷰티
└우리나라는 언제개봉이야?
한국 개봉 전 시사회를 열었고, 평론가와 언론사의 영화평과 별점이 공개되었다.
덤덤한 문체로 써 내려가는 ‘남겨진 사람’의 일기 – 별점 4.3
도망치는 것도 방법이 될 순 있다. 좋든 나쁘든. – 별점 3.9
누구를 위한 삶인가 두 남자가 짊어진 사회의 무게 – 별점 4.6
그리고 드디어 ‘비속 살해’가 정식 개봉됐다. 유연서의 팬들은 가장 빠른 시간을 예매해 커뮤니티에 인증했고, 임승현의 동생인 임혜주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야? 자리 좋은 데 잡았네.”
“당연하지.”
“조조인데 사람 꽤 많다. 다 너 같은 사람들 아냐?”
그것도 당연하지. 연예인에 별 관심 없는 친구를 끌고 와 옆에 앉힌 임혜주는 핸드폰 화면을 뚫어지라 쳐다봤다.
시사회를 다녀왔습니다.
······특히나 놀라웠던 건 두 주연 배우의 연기 앙상블이었습니다.
유연서는 발연기 배우라는 타이틀을 떼고 연기자로서 성장했지만, 비속 살해에서 그가 맡았던 ‘황민재’처럼 더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여과 없이 보여줍니다. 어쩌면 유연서 배우 본체가 머금고 있는 상황 덕분에 연기가 성장한 것일 수도 있고요.
‘이게 뭔 소리야.’
아무튼, 연기 평은 하나같이 좋았다. 그런데 작품 자체는 잔잔하고 덤덤한, 슬픔과 우울 같은 단어가 눈에 띄는 것을 보니 스토리에 관한 기대는 접어야겠다.
‘평론가가 극찬하면 지루하다는 얘기를 어디서 들었는데······.’
어차피 얼굴이 재밌으니 상관없지 않을까? 실시간으로 SNS에 글을 남기던 임혜주가 갑자기 고개를 번쩍 들어 스크린을 바라봤다. 익숙한 광고 음악, 주성 자동차의 전기 자동차 광고였다.
전속 모델인 유연서가 긴 다리를 뽐내며 차에서 내린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차의 보닛을 훑었다.
‘어떻게 손가락까지 연기하냐.’
임혜주는 속으로 주접을 떨었다.
(우리의 삶을 설계합니다.)
카피 문구를 읊는 부드러운 음성과 잘생긴 얼굴이 화면 한가득 담기자, 상영관 곳곳에서 앓는 소리가 들렸다.
“진짜 잘생겼다.”
역시 큰 스크린으로 보는 건 또 느낌이 다르다. 입을 틀어막고 발을 동동 구르던 임혜주는 친구의 목소리에 눈을 번쩍 빛냈다.
“그렇지? 저거 찍을 때 비하인드도 대박이야. 화보도 찍었거든? 저거 다른 버전도 개쩔어. 한번 볼래?”
“어······ 어어, 나중에.”
갑자기 벅차올라서 주절주절 설명하는 임혜주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 친구는 이내 익숙한 듯 임혜주의 수다를 한 귀로 흘렸다.
10분 정도를 기다리니 상영관의 불이 서서히 꺼지면서 영화가 시작됐다.
‘개떨려 진짜.’
영화 속 황대식이 재판을 받는 장면이 지나고 드디어 유연서의 모습이 나오는 순간, 시야에 시커먼 사람이 난입해 집중력을 흩뜨렸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뒤늦게 영화관에 들어온 남자는 작게 사과하며 임혜주의 바로 앞자리에 앉았다.
‘뭐야······ 매너 없게.’
늦을 수는 있다. 그런데 숙이지도 않고 뻣뻣하게 선 채로 들어오는 게 기분 나빴다. 하지만 그것도 화면에 뜨는 상처투성이 황민재의 얼굴을 보고 정화했다. 역시 배역은 피땀 눈물이 많아야 처연하고 사연 있어 보인다.
‘와······ 세상에.’
잔잔하다는 평이 많아 그저 유연서의 얼굴을 집중적으로 감상하기로 했던 임혜주는 작 중 황대식과 황민재의 서사에 빠져들었다. 친구가 화장실 때문에 도중에 나가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영화에 몰입했다.
그리고 영화의 엔딩에는 잘 뻗은 대로를 걸어가는 황민재의 뒷모습이 나왔다. 이윽고 화면은 건물에 매달린 간판을 비춘다. 병원과 사진관, 꽃집과 학원 그리고 퇴폐업소도 있었다. 마치 남겨진 그에게도 좋든 나쁘든 많은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듯.
영화가 끝나고 상영관을 나온 두 사람은 훌쩍이면서 눈을 비볐다. 영화의 마지막 즈음에 황민재가 할아버지의 신발을 끌어안고 오열하던 장면에서는 수도꼭지처럼 눈물이 콸콸 나왔다.
“영화 어땠어?”
“어우, 나 이런 신파 영화 싫어.”
“근데 막 그렇게 신파는 아니지 않았어? 그냥, 슬픈 거지.”
과거 비슷한 흐름의 영화가 쏟아지면서 관객들은 한국식 신파에 질린 상태였다. 배우가 지칠 만큼 오열하고, 슬픈 음악을 튼다. 작품 흐름과 상관없는 억울하고 가난한 시절을 회상하고 자기연민 하면서 처절함을 연출한다.
‘자, 슬프지? 어서 울어’라고 대놓고 떠 먹여주는 영화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고 ‘에이, 흔한 한국 신파 영화네’라고 평가하며 낮잡아보기도 했다.
“굳이 따지자면, 잘 만든 신파 영화?”
임혜주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지만, 팬 깍지가 끼어서 그런지 ‘비속 살해’는 괜찮았다. 쓸데없는 과거 회상도 없고 오히려 주변 소리를 죽여서 배우의 연기에 더욱 몰입하도록 했다.
‘그러고 보니 이번 영화는 무슨 말 하는지 다 들렸네?’
가끔 한국 영화인데도 대사를 알아듣기 힘든 게 있었다. 이것도 내 배우의 딕션이 완벽해서 그런가? 임혜주가 또 발을 동동 굴렀다.
“아무튼, 난 슬픈 거 싫어. 이왕 볼 거면 가볍고 즐거운 거 볼래.”
“그럼 다음엔 네가 좋아하는 영화 보러 가자.”
아침 일찍 같이 와준 것에 대한 보답으로 밥까지 사준 임혜주는 신나게 유연서의 사진을 보여주며 친구에게 영업했다.
“근데 우리 앞에 앉은 아저씨 봤어? 흐느끼는 소리 다 들리더라.”
임혜주는 끅끅거리며 몸을 들썩이는 늦게 온 아저씨 때문에 집중이 흐트러졌었다. 그의 앞 좌석에 앉은 사람도 뒤를 돌아봤을 정도로 요란스러웠다.
“······아냐.”
임혜주는 친구의 표정을 보고 이상함을 눈치챘다. 친구는 중간에 화장실에 다녀왔다가 앞 사람의 표정을 본의 아니게 마주쳤었다.
“왜 그래?”
“그 사람, 웃고 있었어. 기분 나쁘게.”
“······진짜?”
“어. 좀 사이코 같아서 무섭더라.”
하필 그때 나왔던 장면이 목숨을 끊을까 망설이던 황대식을 황민재가 가지 말라고 붙잡는 장면이었다.
남자는 입꼬리를 활짝 찢으며 웃었다. 그래도 에티켓은 지켜야지 싶어서 손으로 입을 막았지만, 웃음소리가 새어 나오는 걸 막을 순 없었다.
소란을 느낀 앞사람이 뒤를 쳐다보며 눈치를 주려 했지만, 남자의 모습을 보고 놀라서 고개를 틀었다. 남자는 경련하듯 몸을 흔들고 끅끅거렸다.
(나 두고, 가지 마세요······.)
영화의 여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던 남자는 기억 속 어린 유연서를 끄집어내면서 황홀감에 빠졌다.
‘많이 컸네, 이젠 정말 어른이야.’
누구 아들인지 대견해······ 남자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고는 영화관 밖을 나섰다.
유연서가 ‘스네이크’ 홍보 행사를 한다고 게릴라 데이트를 했을 때, 그는 그 현장에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촬영장 정보를 사 스태프인 척 지나치기도 했다.
그렇게 점점 거리를 좁혔지만, 들키지 않게 근처를 맴돌기만 해서는 이제 욕구가 채워지지 않는다.
‘기다려. 아빠가 곧 갈게.’
슬슬 존재감을 보여야겠다고 다짐한 남자의 눈동자에 광기가 비쳤다.
***
‘비속 살해’는 대중적인 영화가 아님에도 오프닝 성적이 꽤 좋았다. 굳이 유연서의 팬이 아니어도 얼굴 보려고 간다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고 한다.
-비속살해 어땠음?
-솔직히 호불호 세게 갈릴듯
-유연서 팬 아니면 비추 근데 연기는 개잘하더라
-비속살해 좀 어둡고 힘들어ㅠㅠ 난 오락영화가 맞는듯
흔한 신파 영화라 평가하는 사람도 있었고, 지루하긴 했는데 연기는 빠져들게 하더라는 평을 남긴 사람도 있었다. 확실한 건 이미 손익 분기점을 넘었다는 것이다.
유연서의 팬들은 한풀이하듯 ‘비속 살해’의 멋짐을 모르는 사람은 영화를 볼 줄 모르는 것이라는 이상한 말까지 하면서 커뮤니티를 들쑤셨다.
그도 그럴게, 유연서는 덕질이 뽕 차오를 만하면 갑자기 건강 이상으로 심장을 철렁하게 했다. 그래서 떡밥이 하나 나오면 과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존나 잊고 있었다 유연서 팬들도 커뮤니티 여포였다는것을
-그 연예인에 그 팬들 답다 ㅅㅂㅋㅋ
-비속살해 노잼이라고 하면 영화알못 취급하면서 유난 오져ㅋ
-유연서 팬덤도 신기하다 비호감인데 기부는 꾸준히 한다?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같음
└꼭 지배우 같네
└그거 유연서가 팬서폿막아서 그래ㅠㅠ 장벽이 너무 높음ㅠ
오랜만의 영화에 팬들이 갈증을 해소하고 있을 때쯤, 새로운 소식이 떴다.
[단독] 유연서, 가족과 함께 미국 자선 행사 참석 예정······배우 유연서가 LA에서 열리는 자선 행사에 참석한다. 이 행사에서는 할리우드 및 한국 톱스타들도 참여한다.
소식에 따르면 박금주 주성 미술관 관장과 곧 회장으로 취임할 JSENM 최유진 부회장도 참석하여 주성의 3代가 모일 것으로 예상한다.
박금주 주성 미술관 관장은 국내와 해외를 막론하고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꾸준히 기부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JSENM 최유진 부회장도 참석하는데, 유연서의 JSENM 입지를 다지기 위한 게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유연서는 ‘비속 살해’에 관한 팬들의 반응이 재밌다는 듯 관찰하다가 화면을 껐다. LA에서 열리는 자선 행사에 참여할 예정인 그는 같이 입장할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연서야!”
오랜만에 만난 새어머니는 우아한 드레스를 입은 채로 그를 향해 뛰어왔다. 유연서는 작게 웃었다.
“어머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몸은?”
그를 만나는 사람마다 건강해 관해 물어봐서 그런지 이젠 익숙했다. 최유진은 유연서의 어깨를 붙잡고 그를 살폈다.
“이제 다 괜찮은 거지?”
“괜찮으니까 여기 왔죠.”
유연서는 최유진의 옆에 선 박금주를 보고 몸을 움찔했다.
“괜찮아 보이는구나.”
“할머니.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래. 너도.”
어색한 두 사람을 보고 최유진이 곤란한 듯 웃었다. 알아도 못 본 척하는 것보다 지금이 낫긴 했다.
“일단 차에 타죠.”
그리고 어색한 분위기 속 행사장에 도착한 세 사람이 차에서 내렸다.
“두 사람, 팔짱 끼고 들어가세요.”
“어머니는요?”
“나는 많이 찍혀봐서. 먼저 갈게요.”
최유진은 대놓고 조손을 붙여놓고 먼저 입장했다. 넓은 보폭으로 여유롭게 손을 흔들며 지나가는 모습을 멍하니 보던 유연서가 어색하게 팔꿈치를 내밀었다.
“······가실까요?”
“그래.”
박금주는 이곳에서도 저명한 인사여서 그런지 기자들의 반응이 남달랐다. 특히 유연서와 박금주가 붙는 일은 흔치 않아서 출장 온 한국 기자들도 연신 사진을 찍었다.
레드 카펫을 지나 후원사의 로고가 박힌 벽면 앞에 선 조손은 잠시간 사진을 찍혔다.
“영화 잘 봤다. 상 탄 것도 축하하고.”
“감사해요. 그런데 여기까지 안 오셔도 되는 거 아니에요?”
키 차이 때문에 상체를 숙인 유연서가 박금주에게 속삭였다. 이에 한국 매체는 다정한 조손이라고 제목을 붙여 바로 기사화했다.
“박 비서에게 다 들었다.”
“······그래서, 저 말리러 오신 거예요?”
“아니.”
박금주는 고개를 들어 손자를 바라봤다. 언제 이렇게 컸지라고 생각하면서
“더는 실수하기 싫더구나.”
그 말의 의미를 단번에 눈치챈 유연서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박금주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러니까, 나를 도와주신다는 건가?’
대체 왜? 의문이 가득하지만, 그래도 심장은 기분 좋게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