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85)
(문틈 사이로 그, 그분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했지?)
(어, 얼굴에 보자기를 씌웠습니다.)
(누가?)
(미, 민성철.)
형제는 감시 카메라 화면 앞에 나란히 서서 백서준이 심문하는 것을 말없이 관찰했다.
“여기서 보고 있지, 왜 저기 앉아있었어.”
“나를 보니까 마음이 약해진 것 같더라고.”
“다시는 저기 들어가지 마라.”
유연서는 대답하지 않고 화면에 집중했다. 유은호도 대답을 바라고 한 말은 아니었다. 백서준은 떨떠름했지만, 그들은 사건의 전말을 꼭 알아야 했다.
특히 유연서는 그 사건의 진실을 어렴풋이 알았음에도 마음에 담아둔 시간이 길었다. 그러니 저들이 어떤 식으로 범죄를 계획했는지 낱낱이 알아야 그동안의 시간을 보상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희서가 별채에 혼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세 사람은 곧장 그녀가 있는 방에 기습했다. 그리고 민성철은 이희서의 시야를 가리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안녕, 자기?]백서준이 인상을 팍 찌푸렸다. 역겨운 새끼······ 그는 곧 평정심을 되찾고 질문을 이어갔다.
(갑자기 시야가 차단당한 데다가 그렇게 소름 끼친 말을 들었으면 그분도 가만히 있진 않았을 겁니다. 그렇죠?)
(그, 그랬죠.)
당연히 이희서는 저항했다고 한다. 저택의 사용인이 알 수 있게 크게 소리치고 발버둥 쳤다고 한다. 양홍식과 박경원은 그런 그녀를 제압해 의자에 앉혔고, 보자기를 벗겨 민성철과 마주하게 했다.
[너무 세게 잡지 마. 멍이라도 나면 큰일이니까.] [당신, 당신 그때 스토커······!]이희서는 민성철을 단번에 알아봤다. 결혼 전, 그녀를 지독하게 괴롭히던 스토커. 경찰서에서 마주쳐도 뻔뻔하게 웃던 남자.
민성철의 귀에 남은 흉터는 이희서가 저항하다가 남긴 상처였다. 정작 민성철은 피를 흘리면서도 이희서가 남긴 상처를 사랑의 증거라고 왜곡해 생각했다.
[역시 날 기억할 줄 알았어, 자기.] [누구, 누구 없어요?!] [쉬이······ 조용히 해야지. 오랜만에 감동적인 재회인데.]민성철은 이희서의 입을 살포시 막았다. 하지만 이희서는 저항했다. 민성철의 손을 물고는 누가 알아차리도록 소리쳤다고 한다.
(계속 그렇게 되면 들킬 위험이 있었을 텐데, 어떻게 했습니까?)
(밖에서 아, 아들을 봤다고 말했어요.)
(민성철이?)
양홍식이 고개를 작게 끄덕이자, 유은호가 인상을 찌푸렸다. 설마 아들 가지고 협박을 했다는 건가?
(가만히 있지 못 하면 아들부터 데려간다고 했습니다.)
(데려간다? 죽인다가 아니라?)
(그게······ 조금 이상했어요.)
양홍식은 말을 더듬으며 그 당시 민성철의 말을 그대로 읊었다.
[조심해. 우리 아들이 잘못되면 어떡해?] [내, 내 아들한테 무슨 짓을······.] [역시 내가 데려가서 키워야겠어. 친부 밑에서 자라는 게 낫지 않겠어?] [친부는 건민 씨야! 네가 아니라······ 이 망상 병자야!]우리 아들? 친부? 진짜 단단히 미쳤군. 백서준은 무거운 눈꺼풀을 꾹꾹 눌렀다.
(제정신 아닌 거 같았습니다. 무슨, 무슨 도련님들이 자기 아들들이고 부회장님이 그분을 약탈한 것처럼 표현하면서······ 이제 진짜 우리 집으로 돌아가자고······.)
아마 이희서도 제대로 된 사리 분별을 못 한 것 같았다. 제대로 된 가정을 꾸리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가 과거에 우울증이 걸릴 정도로 자신을 괴롭힌 남자가 보란 듯이 찾아왔다.
게다가 그 남자는 이제 제 아들들까지 데려가겠다며 위협하니 화가 났을 거다.
(꽤 자세히 기억하시네요.)
(잊을, 수 없어서······ 저는 진짜, 진짜 몰랐어요······.)
(몰랐다는 게 변명이 될 순 없지. 양심이 있다면 그날 바로 뛰쳐나가 사람을 불러야 했어.)
백서준은 다시 오열하는 양홍식을 한심한 듯 바라봤다. 이윽고 그는 감시 카메라가 있는 곳에 고개를 돌렸다. 아마 형제는 저기서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대충 어떻게 된 일인지 알겠어.’
아마 이희서는 스토커의 주장을 전면 반박했을 것이다. 이에 화가 난 민성철이 해코지를 했겠지. 이미 건장한 장정 두 명이 제압하고 있는 상태라 그녀는 아무것도 못 했을 것이다.
‘정확히 어떻게 죽였는지 쟤네들이 알 필요 없고.’
백서준은 양홍식의 울음이 멎을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그가 물을 내밀자, 양홍식이 벌벌 떨리는 손으로 물을 마셨다.
(그래, 그래서 우리가 아는 대로 사건이 흘러갔다고 치자. 당신들을 시킨 사람의 목적이 뭔지는 알았습니까?)
(그, 그건 잘 몰라요······ 민성철, 그 사람은 아는 거 같은데······.)
(사소한 거도 좋습니다. 일이 끝나고 어떻게 됐죠?)
휴지로 눈가를 닦던 양홍식이 퍼뜩 고개를 들었다.
(무슨 서류철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서류철?)
백서준이 원하는 답은 유연서에게서 나왔다.
“엄마의 사업 계획서야.”
“그걸 어떻게 알아?”
“할머니한테서 들었어. 뒤져 보니 일기장만 있더라고.”
“······너 설마 별채 들렀어?”
유은호가 어이없어서 동생을 쳐다봤다. 아직도 어머니의 모습이 보인다고 본인의 입으로 말해놓고, 트라우마의 진원지에 직접 갔다는 소리인가?
“그러고 보니 별채의 문이 갑자기 열렸다던데······.”
“와아 신기하다. 잠겼을 텐데 그게 갑자기 열리네? 바람 때문인가?”
옆에서 느껴지는 시선이 뜨겁다. 갑자기 형의 눈치가 보인 유연서가 황급히 덧붙였다.
“아무 일도 없었어.”
조금 고생했지만,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 유연서는 화면에 고갯짓했다.
“저거나 마저 보자.”
(그걸 가지고 어디로 갔죠? 어쨌든 계획대로 일 처리를 했으니 대가를 받아야 했을 텐데요.)
(민성철이 저희를 데리고 갔습니다. 어, 어딘지는 몰라요. 이동하는 동안 안대를 꼭 하라고 해서······.)
안대를 풀고 도착한 곳은 컨테이너가 가득한 어느 창고였다고 한다. 양홍식과 박경원은 자신들을 감싸는 장정들에 흠칫 놀랐다.
[일 깔끔하게 처리했더군, 수고했다.] [도, 돈은?!]대리인은 현금 몇 다발과 대포 통장을 내밀었다. 양홍식과 박경원은 그제야 긴장이 풀려서 허겁지겁 그것을 챙겼고, 민성철만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그들을 관찰했다. 그의 눈빛은 조금 허무해 보였다.
[물건은?] [무, 무슨 물건······.] [내가 가지고 왔어, 근데 조건이 있는데······.](그, 그 서류가 중요한 것 같아 보였습니다. 민성철이 보스를 직접 봐야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봤나요?)
양홍식이 입을 달싹였다. 머뭇거린다는 건 기억이 떠오르지 않거나 어떤 말을 해야 자신이 빠져나갈 수 있는지 계산 중이거나. 후자로 판단한 백서준이 크게 소리쳤다.
(봤냐고!)
(어, 어두워서 잘 안 보였습니다.)
이 아저씨, 알맹이가 없네. 백서준이 대놓고 실망한 티를 내자, 양홍식이 손을 뻗었다. 쓸만한 정보를 불지 않으면 곱게 살아나가지 못할 거라고 본능적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가, 가족 중에 한 명이에요! 빨리 처리하고 장례식에 가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걸 우리가 모를 거라 생각하십니까?)
(헉, 지······ 진짜요?)
양홍식은 살기 위해 막 던진 거지만, 우연히 들어맞았다. 오히려 백서준의 아무렇지 않은 태도에 저 혼자 놀라서 손으로 입을 막았다.
(하, 하지만 전달책이라면 제가 알아볼 수 있습니다! 지, 진짜예요! 몇 번 연락한 적 있습니다!)
(그 말, 잊지 마시죠.)
(어, 어디 가세요?)
(얘기 잘 들었습니다. 나중에 또 오죠.)
(잠시만요! 저 계속 여기 있어요?!)
백서준은 양홍식의 간절한 태도를 무시하고 밖으로 나갔다. 남겨진 양홍식은 제 머리를 부여잡고 고개를 숙였다.
“원하는 대로 들었지? 이제 집에 가라.”
그들이 있는 곳으로 들어온 백서준이 감시 카메라의 화면을 껐다. 유은호는 팔짱을 풀고 제 친구를 바라봤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전달책부터 확인해야지. 아마 그 일에 개입했다면 제거당했거나 지금은 꽤 중요한 위치에 있을 거야. 아무튼, 이 건은 내가 알아서 할게.”
영 미덥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범인을 제 손으로 잡고 싶어서인지 두 사람은 물러나지 않았다.
“어차피 너도 바쁠 거고, 연서 너는 곧 출국한다며.”
곧 ‘비속 살해’와 ‘바람의 향기’의 영화제 캠페인이 있었다. 1년 전부터 준비해온 거라 빠질 순 없었다.
유연서의 묘한 표정을 관찰한 백서준이 피식 웃었다.
“취소하게? 그러지 마라. 네가 할 일은 해야지. 이건 내가 할 일이고.”
“이젠 독심술도 해?”
“네 표정 보면 딱 알겠던데. 지 형이랑 똑같아서는······.”
“내가 뭐.”
그래, 이런 표정이 닮았다는 거야. 백서준은 무거운 분위기를 환기하려고 계속 농담을 던졌다.
“너 회사에서 일하고 있을 때, 그리고 네가 미국 가 있는 동안 저 두 사람 잡은 거 누구?”
“너지.”
“······형이지.”
그래서 여기까지 왔다. 아마 백서준이 없었으면 그들은 일에 치여서 지지부진했을 것이다.
“나한테 맡겨. 이러려고 나 끌어들인 거 아니냐?”
“······그래.”
“올해로 끝내자. 이것도.”
백서준은 형제의 어깨를 툭 치며 격려했다. 그는 지친 두 사람을 애써 보내고 홀로 남아 생각에 잠겼다.
‘계속 이렇게 두는 게 맞을까?’
양홍식을 심문할 때 보인 유연서의 반응을 보건대, 더는 개입하게 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사실 두 사람에겐 비밀로 했지만, 양홍식과 박경원이 사라진 장소에서 수상한 사람이 목격됐다고 한다. 아마 ‘머리’ 쪽에도 그들이 사라졌다는 게 알려졌을 것이다.
‘꼬리를 자르기 전에 우리가 먼저 확보하는 게 우선이야.’
그는 고민 끝에 핸드폰을 들었다. 박정호 비서, 유연서가 할머니를 설득해 데려온 인물. 다시 말하면, 유연서 쪽도 아니고 유은호 쪽도 아니라는 소리다.
‘게다가 사정도 잘 알고 있는 거 같고······.’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 박 관장이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하니까······ 세 번의 통화 연결음 끝에 상대방이 통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박 비서님.”
(네, 형사님. 성과는 있었습니까?)
“부탁이 있습니다.”
***
집으로 돌아온 두 사람은 말없이 제 방으로 들어갔다. 생각이 복잡할 때면 방에 틀어박히는 게 형제의 습관이었다.
이미 기억 다시 보기로 몸이 좋지 않았는데, 양홍식의 증언을 듣다 보니 점점 환영과 환청의 강도가 세졌다.
[가만히 있지 못 하면 아들부터 데려간다고 했습니다.]“우윽······.”
화장실로 달려가 변기에 고개를 처박았다. 먹은 게 없어 헛구역질 끝에 위액과 피가 섞여 나왔다.
‘아, 더럽네······.’
몸이 아니라 기분이 더럽다는 거다.
나를 이렇게 만든 ‘머리’ 그리고 지금까지 집착하는 민성철. 몰랐다는 핑계를 대며 끝까지 사과하지 않던 양홍식······ 점점 분이 차올라서 씩씩거리다가 중심을 가눌 수가 없어서 몸이 휘청였다.
간신히 벽을 짚어 넘어지는 것은 피했는데, 눈에 띈 게 빨간색 머니건이었다.
그러니까······ 이걸 가지고 과거의 내가 뭘 했더라?
지금처럼 기분이 좋지 않을 때면 이걸 들고 번화가에 있는 2층 카페에 자리 잡았다. 갓 뽑은 현금을 장전하고, 밖에다가 쐈다.
사람들은 종이가 떨어지는 것에 어리둥절하다가, 현금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달려들었다. 돈을 잡기 위해 환호하고 몸싸움까지 벌이던 사람들을 보고 즐거운 듯 웃었었다.
‘······한 번 해볼까?’
기분 전환이 필요했다.
유연서, 퇴근길 강남 인근에서 머니건으로 현금 살포 ‘아수라장’
유연서가 또! 퇴근길 아수라장 만들고 유유히 차에 탑승하는 모습
└어쩐지 잠잠하더라니
└유연서가 유연서했다
└이번엔 얼마 뿌렸대?
└아씨 나도 회사 강남인데 오늘 왜하필 연차를써서ㅠㅠ
└당장 쌀도 못사는 저소득층이 얼마인데 차라리 기부를 하지
└└지돈 지가쓴다는데 왜ㅋㅋ 나 5만원 주움ㅋ
└└└유연서는 기부도 잘함ㅇㅇ
└나도 처음에는 덮어놓고 욕했었는데 뭐.. 범죄는 아니잖아?
└└주워간사람이 범죄자가 될수있음
└└└뿌린 사람이 알아서 쓰라고 글올림 ㅅㄱ
└어쩐지 길 막히더라 ㅅㅂ
└아 나도 거기 있어야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