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84)
“아직도 못 찾았다고?”
“그게······.”
“황 비서, 똑바로 말해.”
남자의 말에 황 비서라 불린 남자가 고개를 숙였다.
“빚쟁이에게 쫓기느라 잠적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소식이 없는 게 말이 돼? 정원사는 어떻게 됐어?”
“소재지는 파악했는데, 갑자기 일터에 나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 어디서 정보가 샜지?”
주먹을 꽉 쥔 남자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위험하게 번들거리는 눈빛을 보고 황 비서는 침을 꿀꺽 삼켰다.
“설마 저를 의심하십니까?”
“후우······ 민성철은?”
“······아직 못 찾았습니다.”
“빨리 찾는 게 좋을 거야. 안 그러면······ 알지?”
황 비서, 너도 무사하지 못할 거라는 경고였다. 남자의 엄포에 황 비서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일 처리를 제대로 못 하면 최남윤처럼 될 거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가 봐.”
남자가 손을 휘적이자, 황 비서는 허리를 꾸벅 숙이고 뒤로 물러났다.
“쓸모없는 놈······ 능력 없는 후배 데려다 먹여 살려 놨더니······.”
남자가 혀를 쯧, 차며 말했다. 다 들으라고 한 소리였다. 문손잡이를 돌리던 황 비서의 손이 움찔 떨렸다.
“뭐해? 안 나가?”
황 비서가 황급히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남자는 분이 안 풀렸는지 씩씩거리며 창가에 섰다. 차가워 보이는 빌딩 숲, 가장 높은 건물 꼭대기에 선 사람은 자신이었다. 그는 이 자리를 평생 놓치지 않을 것이다.
‘누가 냄새를 맡았나?’
갑자기 사라진 박경원과 양홍식, 그리고 아직 소재지도 파악하지 못한 민성철 때문에 남자는 문득 불안함을 느꼈다.
‘아냐, 그럴 리가 없어. 내 계획은 완벽했으니까.’
그가 황 비서를 시켜 최남윤을 죽인 것은 계획된 일이었다. 자꾸 그날의 일을 들먹여 돈을 요구하는 거머리들이 거슬려서였다.
‘진작 죽였어야 했는데······.’
아내의 사망이 자살이 아닐 거라 확신한 유건민이 이곳저곳 들쑤시는 탓에 몸을 사려야 했다. 간신히 유건민을 설득해 손을 떼게 했지만, 사업을 확장하느라 제거할 타이밍을 놓쳤다.
[선생님, 오랜만입니다.] [1999년 5월 12일.] [끊지 마시고요. 우리 예전엔 좋았잖아요.]남자는 민성철과의 통화 내용을 떠올렸다.
[설마 ‘그게’ 원본이라고 생각하십니까?]“민성철 이 개자식······.”
그가 이희서의 사망을 지시했다는 증거가 있는 걸까? 아니, 그럴 리 없다. 민성철은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었다.
본인을 이희서의 진짜 사랑이라고 표현하며 그녀를 채간 유건민에게 증오를 불태우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따로 조사했을 때, 이희서가 민성철의 스토킹에 시달려 경찰서까지 간 사실을 알아냈었다.
‘그래서 조종하기 쉬웠는데······.’
이희서에 관한 집착으로 돌아버린 민성철은 자신을 버린 그녀에게 복수하기로 마음먹었고, 남자는 그걸 적절히 이용했을 뿐이다. 그렇게 미친 사람이 철두철미하게 증거를 수집했을 리가······.
‘거머리들을 숨긴 게 민성철일 수도 있지.’
단체로 나를 곤란하게 하려는 수작인가? 남자는 분노했지만, 자신 있었다.
그들은 돈이 떨어져 비빌 언덕이 없는 거머리들이었고, 그도 더는 유 회장의 눈에 들기 위해 애쓰던 예전의 초라한 모습이 아니었다. 지금은 어엿한 주성 계열사의 수장으로 남들은 손에 쥘 수도 없는 권력을 얻었다.
금고의 문을 열어 낡은 파일철을 꺼냈다. 이희서가 썼다는 사업 계획서는 그의 손에 있었다.
‘죽어서도 나를 괴롭히는군.’
자신은 그렇게 기를 써도 유 회장의 승낙 하나 받아내기 어려웠는데, 이희서는 사랑받는 며느리라고 오냐오냐 다 들어주기 일쑤였다.
남자는 항상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얼굴 좀 타고났다고 별로 노력도 안 했는데 연예계에서 정상에 오르고 세기의 미녀라 칭송하는 것이 싫었다. 게다가 자신에게는 눈길도 안 주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유 회장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망, 자신은 힘들게 얻은 것을 쉽게 가져가는 이희서에 관한 열등감에 매몰돼 있었다.
‘빨리 제거해야 해.’
느낌이 좋지 않았다. 남자가 손에 힘을 쥐자, 파일이 살짝 구겨졌다.
***
“앉으세요. 얘기할 게 많은데.”
유연서가 먼저 자리에 앉자, 양홍식은 머뭇거리며 그와 백서준을 번갈아 쳐다봤다. 백서준은 얼어붙은 양홍식의 어깨를 쥐고 강제로 의자에 앉혔다.
“나 기억하세요? 아저씨가 자주 목말도 태워 줬었는데······.”
걱정한 것치곤 퍽 살갑게 말하는 유연서의 눈빛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백서준은 유연서가 한계까지 참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기, 기억하지······.”
“말투 조심하시고. 내가 아저씨 친구는 아니잖아?”
“······기억합니다.”
양홍식은 혀로 메마른 입술을 축였다. 옛정을 들먹여 감정에 호소하려 했지만, 눈앞에 이 작은 도련님은 자세한 상황을 다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왜 죽였어요?”
“제, 제가 한 거 아닙니다!”
“아니긴 뭘 아냐. 박경원이 다 불었어.”
백서준의 대답에 양홍식은 한 번 더 몸을 떨었다. 박경원, 이희서가 사망했던 날 저녁에 얄팍한 죄책감을 술로 달래던 사이였다. 술을 마시며 무덤까지 갖고 가자고 약속했건만······.
“나, 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에요!”
“대가로 뭐 받았어요? 돈?”
대답이 없는 것을 긍정으로 받아들였다.
“아저씨, 솔직히 자백해서 감형받으셔야지. 아저씨가 직접 죽인 거 아니잖아?”
“내가 바라는 건 아저씨가 아니라 아저씨 위에 있는 사람인데. 답을 알려주면 무사히 보내 드릴게.”
백서준과 유연서가 한마디씩 하자, 양홍식이 숨을 거칠게 쉬었다. 감금되어 있느라 제대로 된 사고를 하지 못했다. 창문이 없어서 며칠이 지났는지도 파악할 수 없었다. 벼랑 끝에 몰려있는 기분이 이런 기분일까?
“처음부터 끝까지 말해 보세요. 1999년 5월 12일에 뭘 하셨는지. 시킨 사람이 누구였는지.”
“연서야.”
백서준은 손을 들어 유연서를 말렸다. 그날의 일을 자세히 들어봤자 좋을 게 없다. 하지만 유연서의 눈빛은 죽질 않았다. 한숨을 쉰 백서준이 그의 등을 툭 쳤다.
“힘들다 싶으면 바로 나가. 알았어?”
유연서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안심할 순 없지만, 제 친형도 못 꺾은 고집을 고작 아는 형이 꺾을 순 없었다.
“자, 양홍식 씨. 연서가 질문했던 거에 답을 해 주시죠.”
“사, 사실대로 말하면 풀려날 수 있습니까?”
“그거야 양홍식 씨가 얼 만큼 불었느냐에 따라 다르지.”
이어서 백서준은 최남윤이 사망했고, ‘머리’가 범인이라고 살살 구슬렸다. 본인의 목숨도 부지할 수 없을 거라는 은근한 압박, 그리고 이미 유연서의 얼굴을 보자마자 마음이 약해진 그는 잠시 심호흡 끝에 더듬더듬 말했다.
“후우······ 그날은 비가 왔습니다.”
체념한 어투였다.
그는 당시에 보증을 잘못 서서 빚을 진 상태였다고 한다. 유 회장의 저택에서 일한다는 건 다른 이들보다 높은 연봉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했지만, 그렇게 벌어도 막을 수 없는 막대한 빚이었다.
급히 돈을 구하려는 와중이었다. 박경원을 통해 도와주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시키는 일만 해주면, 빚을 전부 갚아주겠다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했다고 한다.
“누군지 알았습니까? 정원사였으니 저택에 드나드는 사람 얼굴을 봤을 텐데요.”
“아뇨, 처음 보는 사람이었습니다.”
“계속 얘기하시죠.”
백서준의 손짓에 양홍식은 기억을 더듬었다.
그 사람은 양홍식과 비슷한 사정의 사람들을 모집했다. 딸의 수술비가 필요한 최남윤, 그리고 도박에 빠진 지 얼마 안 된 박경원까지.
“그때는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 몰랐습니다. 하지만 돈을 갚지 않으면 저는 가정을 잃고······.”
“아저씨 사정 안 궁금해. 본론만 말해.”
코를 킁, 먹은 양홍식이 유연서의 눈치를 봤다. 울고 싶은 사람은 난데 저 아저씨는 왜 벌써 울어. 유연서는 그가 가증스러웠다.
1999년 5월 12일, 지시에 따라 저택 근처에 모여든 박경원과 양홍식은 최남윤이 아닌 낯선 사람과 만났다.
[누구시죠?] [그분에게 말씀 안 들었어요? 최남윤 씨 대타입니다.]두 사람은 원래 일하던 사람이었지만, 남자는 경비가 삼엄한 저택에 잠입하는 것치고는 여유롭게 웃었다.
다른 이의 눈을 피해 저택 안으로 들어온 그들은 담장 근처 수풀 속에 숨었다. 양홍식이 미리 숨을 곳을 알아놓은 것이다.
[잠시만, 기다려.]그렇게 유 회장 일가의 눈을 피해 별채에 숨어들 때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남자가 갑자기 튀어 나가더니······ 어린 유연서와 인사를 했다고 한다.
[뭐, 뭐 하는 거야?!] [저런 미친······!]그들이 말릴 새도 없었다. 남자는 어린 유연서를 퍽 다정하게 쳐다보고는 다시 그들과 합류했다.
[지금 장난해?] [아, 미안. 우리 아들과 똑같이 생겨서.] [뭐라고?] [빨리 가지.]별채에 다가갈수록 남자는 희열에 가득 차 낄낄 웃었다고 한다. 남자가 어마어마한 미친놈이라는 것을 감지한 양홍식과 박경원은 입을 꾹 다물고 별채에 몰래 숨어들었다.
[그래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뭐지?] [맞아. 우린 자세한 건 못 들었어.]양홍식과 박경원의 질문에 남자는 충격적인 대답을 했다고 한다.
“별채에 숨어 들어가······ 유 회장의 며느리를 자살로 위장해 살해하라고······.”
벌떡 일어난 양홍식 때문에 백서준도 덩달아 일어났다. 혹시 유연서에게 해코지를 할까 봐서였다. 하지만 양홍식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기어갔다.
“도련님, 저는······ 저는 진짜 몰랐어요.”
“계속해.”
“연서야.”
유연서는 제 발을 붙잡고 애원하는 양홍식을 차가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충혈된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
완고한 그의 모습에 양홍식은 소매로 눈을 거칠게 훔치고 더듬더듬 말을 이었다.
“그, 그 사람은 저희를 설득했습니다.”
[그래서, 안 할 거야?]남자는 망설이는 두 사람을 한심하게 바라봤다고 한다. 대체 이 쉬운 걸 왜 못하냐는 비아냥도 있었다.
[이런 일인 줄 몰랐어!] [세상에······ 이러고도 우리가 살 수 있을 거 같아?] [살지 왜 못살아?]남자는 가방에서 밧줄을 꺼내 보란 듯이 흔들었다. 양홍식이 낮게 소리쳤다.
[유 회장 며느리라고! 들키면 우리 다 죽어!] [안 들키면 되잖아 이 병신들아!]남자는 양홍식의 어깨를 붙잡고 속삭였다.
[그래서, 밖에 나가서 다 불어 버리게? 미수로 끝나도 이 일에 가담했다는 사실 때문에 넌 지옥에 처박힐 거야.] [······그건 맞아.] [박경원 씨가 뭘 좀 아네. 역시 사람은 이름값을 해야 한다니까.]2대 1의 상황. 양홍식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남자가 내민 손수건을 받았다. 그래, 지금 나가서 자백한다고 해도 유 회장에게 죽는다. 차라리 일을 성사시키고 그에게 남은 빚을 지우는 게 나았다.
[나, 난······ 돈이 필요해.] [그래, 그렇지.] [난 잘못 없어······ 빚만 없었더라면 안 했을 거야······.] [그렇지! 보증 서달라는 그놈이 나쁜 놈이야.]남자는 악마의 속삭임처럼 양홍식과 박경원을 세뇌하고 천천히 이희서가 있을 방으로 이끌었다.
“그래서, 그래서 그분이 계신 곳으로 갔습니다.”
백서준은 일단 양홍식의 말을 끊었다. 더 듣게 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누굽니까? 그 사람.”
“그러니까, 이름이······.”
“민성철?”
이름은 유연서의 입에서 나왔다. 백서준은 참담해서 고개를 떨궜다.
“그, 그걸 어떻게······.”
“하······.”
그제야 숨을 토해낸 유연서는 쏟아지는 눈물을 참으려 하늘을 쳐다봤다. 그러다가 갑자기 문이 열렸다. 뒤늦게 CCTV를 통해 지켜보고 있던 유은호였다.
“······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