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05)
작가의 이름은 낯설었다. 그 밑에는 포스트잇으로 무언가가 적혀 있었는데, ‘다만’의 관계자 시사회 이후 들어온 신인 작가의 시놉시스라고 한다.
차윤호가 쓴 건가? 일 잘하네. 하긴, 할아버지한테 불려가 연예계 속성 강의를 할 정도면 원래도 잘하던 사람이었겠지. 그는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대충 훑어보니 1세대 프로파일러의 제자이자 범인을 잡기 위해서라면 피도 눈물도 없는 한 형사가 범인의 심리를 이해하기 위해 모방범이 따라 했던 연쇄살인마의 자녀를 찾아가면서 벌어지는 사건과 인간관계를 다루는 내용이었다.
유연서에게 제안 온 배역은 남자 주연, 연쇄살인범의 아들이자 범죄 심리학을 공부한 신입 경찰이었다.
‘경찰 역할이면 스네이크랑 살짝 겹치나?······.’
사실 겹치든 말든 상관은 없었다. 그가 언제 이미지 겹치는 걸 신경 쓰면서 작품에 들어갔나 그냥 마음이 이끌리는 대로 선택했지.
게다가 ‘스네이크’는 마약 수사였고 ‘연좌제’는 살인 범죄를 다룬다. 프로파일러와 연쇄살인범을 다룬 수사물은 제법 있었지만, 이 작품에서는 범인과 그들을 잡는 사람들이 아닌 직·간접적인 피해자들을 중점적으로 담는 것 같았다. 피해자와 그 가족들 그리고 가해자의 가족들.
생각해 보니 지금 그가 겪은 상황과 묘하게 비슷했다.
‘우연도 이런 우연이.’
유연서는 낮에 보고 왔던 박선우의 얼굴이 떠올랐다. 유연서는 검지로 시놉시스를 탁탁 두들기며 생각에 잠겼다.
‘극의 흐름이 어떻게 되려나?’
그가 이런 시나리오에서 중점적으로 보는 것은 바로 가해자의 미화가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 집안도 힘들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범죄자가 되었다’라는 합리화가 들어간다거나 악역에 사연을 부여하는 작품은 선호하지 않았다.
아직 시놉시스뿐이고 대본이 다 나온 게 아니다. 신인 작가라 제작사와 투자자의 관점에서 수정 요구를 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너무 간섭하기는 껄끄러웠다.
(네, 이사님.)
“차윤호 씨, ‘연좌제’ 쓴 작가 연락처 받아놓았나요?”
(김예진 씨요? 네, 받아놨습니다.)
차윤호는 막힘없이 대답했다. 언젠가 유연서가 물어볼 때를 대비해 다 외워둔 것 같았다. 유연서는 기분 좋게 웃었다.
“미팅 잡아줘요. 직접 대화해보고 싶네.”
(네, 알겠습니다. 날짜는 언제로 할까요?)
날짜를 정해주고 통화를 끊은 그는 ‘연좌제’의 시놉을 따로 빼 두고 다른 시놉시스를 뒤적였다.
유은호는 그런 동생의 모습을 보고 작게 웃고는 조심스레 자리에서 일어났다. 워낙 집중해서인지 형이 조용히 제 방으로 들어간 것을 나중에서야 알 수 있었다.
***
그가 대본을 살피는 동안 온라인과 오프라인 구분 없이 다들 유연서에 관한 얘기로 시끌시끌했다. 한 대표가 보도자료 돌릴 시간은 줬어야 했다며 버럭 소리치게 만든 게시글 때문이었다.
Y__Yeonseo
안녕하세요. 유연서입니다. 잘 지내셨나요? 저는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덤덤하게 시작한 글은 짧았다. 하지만 최근 사진과 모두가 궁금했던 사실에 관한 짤막한 사실 확인 내용이 있었다.
사건이 밝혀진 이후로 치료에 전념하고 있었습니다. 건강상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걱정하실 정도는 아닙니다. 가족 의료진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조만간 뵙겠습니다.
담백하게 끝마친 문장이지만, 기다리고 있던 팬들에게는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모든 인터넷 커뮤니티가 불탔다. 외국 팬까지 그의 SNS에 응원 댓글을 달았다.
-드디어 내배우 근황떴다ㅠㅠ
-얼굴이 반쪽이 됐네ㅠㅠㅠㅜㅠㅜ
-조만간 보자고?? 차기작이야?! 나 기대해도 돼?
-더 쉴줄 알았는데 복귀 빠르네ㅠㅠㅠㅠ 나야 좋은데ㅠㅠ
-팬아닌데도 소식궁금했음 응원한다ㅠㅠ
유연서, SNS서 근황 밝혀 “잘 지내고 있다”
SNS서 최근 심경 밝힌 유연서, “곧 보자” 복귀 시동거나
이어서 박선우의 채널에서는 ‘형이 괜찮대요’라는 다소 어그로가 짙은 제목으로 동영상이 올라왔다. 유연서가 그의 집에 쳐들어가는 것과 그를 보고 눈물이 터져 버린 박선우가 날것 그대로 나왔다.
(형이 괜찮다고 했고, 저도 이대로 입장 발표도 없이 잠수 타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이어서 하얀 배경에 초췌해진 박선우가 등장했다.
(사실 마이튜브를 관둘까도 생각했었는데, 제 채널에 얽힌 친구들도 있으니까요······ 조금 생각을 정리하고 복귀하도록 하겠습니다.)
└서누야 잘생각했다 건강보다 영상이 우선인거 알지?
└솔직히 서누 잘못 아니었잖아ㅠㅠ
└주성에서 나서기 전까지 억까 진짜 많았었음 얼굴 보니 맘고생 많이했네
└서누야 형이 응원한다!
└와 근데 유연서 다시보인다ㅠ 직접 찾아가서 격려한거잖아
유 회장의 칼춤 덕에 비난 글은 보이지 않았고, 초반에 과하게 까인 터라 동정하는 여론도 많았다. 다들 박선우의 복귀를 응원했고, 그렇게 상황이 일단락됐다.
SNS에 글을 올린 뒤 유연서는 여러 목격 사진에 등장했다. 주로 회사 근처에서 발견됐는데, 자신이 출연할 작품을 고르고, 영상으로 만들면 좋을 작품들을 골라 제작하기 위해 JSENM에 출근해 차윤호와 함께 일정을 조율했다.
“연서 씨!”
“이 피디님, 오랜만이네요.”
그는 퇴근길에 누군가에게 만나자 연락했었는데, ‘게스트 하우스에 어서 오세요’의 피디, 이재학이었다. 연락을 받자마자 급하게 온 것인지 숨을 크게 헐떡이고 있었다.
“이렇게 급하게 오실 필요는 없는데.”
“당연히 급하게 와야죠. 제가 연서 씨 연락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세요?”
이재학 피디도 사건이 밝혀지고 난 뒤 꾸준히 안부 메시지를 남겼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내가 너무 무심했나? 유연서는 그에게 물을 내밀었다. 그걸 벌컥벌컥 넘긴 그가 급하게 말했다.
“그, 괜찮으세요? 이런 얘기 많이 들으셨겠지만······.”
“네, 괜찮습니다.”
“그럼 다행이고요. 걱정 많이 했는데 답장 좀 해 주시지.”
하도 걱정하는 메시지를 많이 받아 봐서······ 유연서는 뻔뻔하게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것 보다, 미리 말씀드려야 할 게 있는데······ 좀 있다가 우리 게하팀 출연진분들 오시기로 했어요.”
“네?”
“연서 씨 만난다고 자랑했더니 다들 거기 어디냐고 장소 말하지 않으면 죽인다고 하시길래······.”
“그거 윤정 누나죠?”
“네.”
‘게스트 하우스에 어서 오세요’는 단체 대화방이 아직도 활발했다. 급하게 오는 와중에도 메시지를 남겼나.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임승현이 슬그머니 밖으로 빠져나갔다. 어딘가로 통화하는 모습을 보니 아마 장소 섭외를 위해서일 거다. 유연서는 오늘 일찍 집에 들어가긴 글렀다는 예감이 들었다.
“······이거 예기치 않게 회식이 되어버렸네.”
“좀 봐주세요. 다들 연서 씨 보고 싶어 하셨거든요.”
“네, 연락 안 한 제가 죄죠. 워낙 많이 와서 까먹고 있었네.”
유연서는 두 손을 들어 보이며 항복 표시를 했다. 이재학은 대뜸 만나자고 한 유연서가 무슨 용건인지 못내 궁금해졌다.
“그래서, 저는 왜 보자고 하셨어요?”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까 해서요.”
“예능이요?”
이재학이 눈을 크게 뜨고 유연서를 바라봤다. 예능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자문이 필요해서 부른 건가? 그런 건 아닌 거 같은데······ 설마. 이재학의 심장이 기분 좋게 뛰었다.
“네, 관찰 예능이면 좋을 거 같은데······.”
“오, 오오오······!”
그러니까, 그걸 지금 나에게 말하겠다는 건······ 연출을 맡기겠다는 뜻이겠지?! 이재학이 기대와 설렘이 가득한 눈으로 유연서의 뒷말을 기다렸다.
“그러니까······ 연서 씨 타이틀롤로 단독 예능인 거죠?”
“네. 우리 집에 선산이 하나 있는데, 거기 산골 생활하는 뭐 그런 식의 관찰 예능 같은 거는 생각해 뒀거든요.”
한 번 더 확인 질문을 했던 이재학은 손으로 입을 가렸다.
유연서가 단독으로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 이건 망할 수 없다. 게다가 장소도 환상적이다. 사유지니 지나가는 누군가 목격담 올릴 일도 없고 제작진 관리만 잘한다면 나중에 깜짝으로 터뜨리기 제격이다.
“굳이 TV 방송이 아니어도 되고······ OTT 단독 리얼리티로도 좋겠네요. 가입자 수 좀 늘어나려나?”
며칠 회사에 나와버릇하니 그 와중에도 회사의 이익을 생각하고 있었다.
“연서 씨니까 당연하죠. 그런데 혹시······ 게스트는 생각해 보셨어요? 단독으로 나오셔도 좋겠지만, 그래도 오디오가 꽉 차면 좋잖아요?”
“일단 생각나는 건······ 우리 할아버지?”
“푸흡······ 아, 죄송합니다.”
이재학이 입에 머금던 커피를 살짝 뿜었고, 유연서는 상체를 뒤로 빼 그걸 피했다.
“그, 그 유창호 회장님이요?”
“네. 곧 은퇴하시니까 심심하실 거 같은데? 이참에 방송인으로 제2의 인생을 사시는 거도 좋잖아요?”
“허, 허억.”
이재학은 호흡곤란이 온 듯 제 가슴을 부여잡았다. 그 유창호 회장을 데리고 예능이라니 상상도 못 했지만, 군침이 돌았다.
“할머니도 초대하면 오실 거 같기도 한데······ 아버지랑 어머니도 내가 말만 하면 오실걸요?”
“와······.”
박금주 관장에다가 차기 회장이 될 유건민 그리고 JSENM의 회장 최유진까지? 그러니까, 주성의 로열패밀리가 모이는 리얼리티 쇼? 이건, 이건 대박이다.
이재학은 맹렬하게 머리를 굴렸다. 일단 유건민은 소문난 팔불출이고, 최유진은 점잖은 아들 바보였다. 둘 다 캐릭터 성이 확실했다.
“그, 근데 가족분들과 협의가 된 사항인가요?”
“지금부터 하면 되죠. 다들 내 눈치 볼 때 빨리 확답받아놔야 하거든.”
“하하······.”
유연서의 대답에는 어색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사건의 진실이 뒤늦게 밝혀지고, 다들 어린 목격자이자 범인 검거를 주도한 유연서의 눈치를 볼 때니까 이 틈에 쓱싹 해치우자는 소리였다. 지금의 그에게 가족들의 설득은 어렵지 않았다.
“마침 게하팀 얘기도 했으니 아예 지인들을 불러도 좋겠고요.”
“허억······.”
이재학이 계속해서 숨을 삼켰다. 유연서의 지인들은 하나같이 다들 거물들이었다.
게하팀은 물론이고 ‘백호함’의 박민우는 라이징을 넘어서 탑 배우 반열이 들었다. 이한결도 유연서와 같은 소속사에 들어가면서 되는 작품에만 들어간 믿고 보는 배우가 되었다.
‘악귀’의 서하준은 소속 그룹도 잘 나가고 배우 활동도 라이징이었다. 홍민아는 ‘바람의 향기’로 예술영화계 여신이 되었다.
‘국새’의 신예원은 말할 것도 없다. 극 중 커플이 그 해를 조져놨으니 둘이 한 프레임에 담기만 해도 대박이다.
“형도 오려나? 아예 외국으로 가서 시원하게 돈 좀 쓰는 것도 좋겠네요. 마침 집안 소유의 섬이 하나 있는데······.”
“헉, 연서 씨. 저 숨 좀······.”
개인 섬도 있다고? 돈이 많은 건 알았지만, 역시 스케일이 다르다. 게다가 유은호 전무까지 온다면 대박이다. 박선우의 방송에 나온 적은 있지만, 그마저도 짧았고 거의 신비주의나 다름없는 사람이니까.
주성의 로열패밀리들,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은 어떨까? 사람들은 상류층의 생활에 열광하고 그들이 어떤 걸 사는지, 무엇을 먹는지 관심 있어 하지 않는가. 이재학이 머리를 굴려 기획안의 초안을 짜고 있을 때, 유연서는 씨익 웃으며 쐐기를 박았다.
“그걸 이 피디님이 맡아주셨으면 합니다만······.”
“하겠습니다. 저한테 맡겨주세요.”
정신 차린 이재학이 유연서의 손을 꼬옥 잡았다. 제발 다른 사람한테 맡기지 말아 달라고 애원하면서. 유연서는 그 모습을 보며 히죽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