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06)
“아예 거기 가기 전에 짤막하게 제 일상을 담아도 좋을 거 같고······.”
“연서 씨. 저 심장마비 올 거 같아요. 너무 좋아서.”
이재학은 거의 자지러졌다. 그 반응이 재밌어서 더 말하는 이유도 있었다. 게다가, 아이디어가 계속 나와서 시즌제로 편성해도 좋을 거 같다.
전 국민이 그를 안쓰러워하는 것을 나쁘게 볼 필요가 있을까? 딱 이 시기뿐이다. 이걸 이용해 나에게 이익이 된다면 좋지 않겠어?
“무슨 얘기들 하고 계세요?”
이 피디와 예능과 관련된 심도 있는 상의를 하고 있을 때, 뒤에 들리는 목소리에 유연서가 고개를 돌렸다.
“어······ 누나. 오랜만.”
“그래.”
팔짱을 낀 이윤정이 물끄러미 유연서를 쳐다보고 있었는데, 표정이 뭔가 무서웠다. 뒤에는 뭐야? 숨는다고 숨었지만, 타고난 덩치는 숨길 수 없었다.
“이 짜식이!”
“악!”
이윤정의 뒤에 어설프게 숨어있던 사람들이 유연서를 덮쳤다. 순식간에 몸이 앞으로 쏠린 유연서가 짧은 비명을 질렀다.
“형님들이 걱정했는데 어떻게 전화 한 통을 안 할 수가 있어?!”
“했잖아요!”
유연서가 항변했지만, 그들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너무 늦었잖아!”
“맞아! SNS에 글 올릴 시간에 우리한테도 답장 좀 해주지!”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박승환과 최준영 그리고 안 그럴 것 같았던 진수호도 무게를 실었다. 강제로 엎드려진 유연서는 갑자기 사레가 들린 것처럼 크게 기침하기 시작했다.
“잠깐······ 콜록.”
“······어?”
기침이 멎지 않자 그를 덮쳤던 세 사람의 표정이 점점 사색이 됐다.
“뭐, 뭐야.”
“삼촌, 그러니까 적당히 하지 그랬어요?”
“아니 그렇게 세게는 안 했는데······ 괜찮아? 아직 안 나선 거야?”
다들 유연서의 안색을 살피고 있을 때, 뒤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던 김이준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너 지금 장난치고 있지?”
“들켰네.”
어떻게 알았지? 유연서가 멀쩡한 얼굴로 고개를 들자, 그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썩었다.
“야!”
“지금 나랑 장난해?!”
“어디서 자해공갈을 하고 있어!”
그들은 아까보다 더 격한 환영 인사를 건넸다. 이 피디는 언제 녹화하고 있었는지 핸드폰을 들고 낄낄거리고 있었다. 방송국 근처라 지나가는 연예인들은 많았지만, 모인 사람들은 흔히 볼 수 없는 얼굴들이라 점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몰렸다.
“도련님, 장소 섭외됐습니다.”
“이 근처입니까?”
“네.”
마침 장소를 물색하던 임승현이 조용히 다가와 귓속말을 했다. 유연서는 벌떡 일어나 뒤에 달라붙은 사람들을 떼어냈다.
“여기서 이러지 말고 자리 옮기죠? 모인 김에 밥이나 먹게.”
“비싼 거로 사야 할 거다.”
“내가 언제 안 비싼 거 샀어요?”
그들이 신나서 앞장서 걸었고, 뒤에 남겨진 유연서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오랜만에 보는 건 좋은데 이상하게 기가 빨린다. 컨디션 때문인가?
이윤정은 그걸 다르게 오해했는지 조심스럽게 말했다.
“너무 마음에 담아 두지 마. 다들 너 걱정 많이 했어. 분위기 풀려고 장난치는 거 알지?”
“알아요, 누나. 그래서 나도 장난친 건데.”
“그건 너무 심했고.”
“아야.”
이윤정은 유연서의 등을 아프지 않게 찰싹 때렸다.
근처 식당을 아예 전세를 내 버려서 그런지 텅 비어 있었다. 식당 종업원들은 느닷없이 누군가가 식당을 전세 냈다는 소식에 놀란 상태였는데, 들어오는 연예인들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마침 잘 됐다. 우리 멤버들 불러도 되지? 다들 너 보고 싶어 했는데. 한결이 형도 그렇고······.”
“그러든가.”
어차피 하루 전세 낸 거고, 먹는 입이 좀 늘어난다고 유연서의 통장에는 스크래치 하나 안 난다. 그리고 그 대화를 엿듣고 있던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핸드폰을 꺼냈다.
“잘됐네. 나도 김 감독 불러야지.”
“그럼 나도 작가님 불러야겠다.”
“예원 언니도 부를까? 마침 쉬고 있다고 하던데.”
“천 감독님은 요즘 뭐 하시지?”
각자 유연서와 겹치는 지인을 물색해 마구잡이로 연락하고 있었다. 그와 작품을 했던 작가와 감독 그리고 촬영 때 친하게 지냈던 스태프까지 부르는 모습을 보고 유연서는 허허 웃었다. 이러다가 진짜 판이 커지겠는데.
“그래서, 피디님은 왜 만난 거야? 피디님, 뭐예요?”
“저 연서 씨랑 예능 하기로 했어요.”
이재학 피디는 마치 프러포즈 반지를 받은 것처럼 수줍어하며 말했다. 이윽고 그는 신나서 조금 전 상의했던 내용을 줄줄 읊었다.
그 사이에 김이준이 부른 원세븐 멤버들이 도착하고, 그중에 이한결의 연락을 받은 박민우와 ‘백호함’ 그리고 ‘스네이크’의 김대성 작가가 슬그머니 합류했다.
“와, 재밌겠다.”
“우리도 불러 주는 거지?”
“봐서요.”
“왜! 불러 줘!”
안 그래도 바쁜 사람들인데 그의 예능에 나오려고 안달이라니······ 게스트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드리밍’에서 호흡을 맞췄던 조유미가 오랜만이라며 유연서의 어깨를 살짝 치고 자리에 앉았다.
“안녕하세요.”
“감독 커플 오셨네.”
이어서 ‘백호함’의 박호진 감독과 ‘드리밍’의 이수지 감독이 함께 등장했다. 몇몇 사람들이 환호했는데, 그 내용을 듣고 유연서가 눈을 크게 떴다.
“커플? 두 분이 사귀어요? 언제?”
“그러게 자주 연락 좀 하시지 그랬어요.”
“가끔 안부 메시지 남겼으면 됐지, 결혼하게 된다면 꼭 불러 주시고요.”
“이거 재벌 축의금은 얼마일지 궁금해서라도 결혼해야겠네요. 연서 씨가 온다면 제가 오징어가 되겠지만.”
두 사람이 히죽 웃었다. 합이 딱 맞는 거를 보니 잘 만났네. 유연서도 따라 웃었다. ‘백호함’과 ‘드리밍’은 그에게도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 교통사고 이후에 들어간 첫 영화와 드라마 작품이었으니까.
“나 같은 늙은 사람까지 와도 되는 자리야?”
“선배님.”
“선배님이 어때서요! 이따가 천 감독님도 오신대요.”
이선자가 등장했을 때는 거의 모든 배우들이 일어나 선배님을 맞이했다. 이선자는 중앙에 앉은 유연서를 보고 자애롭게 웃었다.
“오랜만이네.”
“안녕하세요.”
이제는 ‘故 이희서 사망 사건’이 아닌 ‘박경석 살인 교사 사건’은 어린 유연서가 민성철을 목격했었고, 예전부터 범인을 의심했다는 정도로 공개되었다.
체포 장소에 유연서가 있었고, 피까지 토하고 쓰러진 데다가, 총까지 쐈다는 유언비어 아닌 유언비어가 돌고 있었으니, 어느 정도 정보 공개는 해야 했기 때문이다.
뉴스를 통해 전해 듣던 이선자는 ‘드리밍’ 종방연 때 유연서와 했던 대화를 떠올렸다. 잊어버리라 가볍게 조언했던 게 무거운 짐으로 다가왔다.
“이젠 괜찮은 거니?”
유연서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선자의 눈빛은 박금주가 저를 보는 시선과 비슷했다. 이선자는 그러면 됐다며 빈자리에 앉았다.
이윽고 누군가가 부른 사람들이 한 명씩 합류했다. ‘다만’의 이정훈 감독과 천성민 감독, ‘국새’의 신예원 등 유연서와 함께 작품을 했던 사람들은 얼추 다 모인 것 같았다. 스케쥴 때문에 아쉽게 오지 못한 사람들은 밤늦게라도 가겠다고 애원했다.
“예능 얘기 나와서 말인데······ 우리 게하 시즌 2도 하면 안 돼요?”
“맞아요. 여기 모인 사람들만 모아도 시즌 5까진 갈 거 같은데. 재밌을 거 같지 않아요?”
“안타깝게도 연서 씨 예능이 우선이라서요.”
이재학 피디는 구름 위에 있는 듯 황홀한 목소리로 대답했고, 다들 야유했다.
“우우, 우리는 화제성이 약하다는 소리냐!”
“벌써 연서 라인 타는 거예요?”
“계산적이다!”
“앞으로 이재학 감독 예능 보이콧합시다!”
누구 하나 빠지는 사람 없이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 유연서는 웃으며 술잔을 기울였다. 이런 자리도 나쁘지 않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생일 파티를 하기도 했었다. 딱 한 번뿐이었지만, 나름 친구라 생각했던 사람들과 그와 별로 친하지 않은 재벌가 자제들까지 모아서 성대하게 치렀었다. 거기서 찍힌 사진 때문에 이유 없이 욕을 먹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별 게 기억나네.’
당시에는 공허함 같은 걸 채우기 위해서 그냥 아무렇게나 준비하라 시켜서 벌인 일이었다. 당연히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아서 그 뒤로 생일 파티 같은 건 열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이라면 언젠가 다시 열어도 될 거 같은데······.
‘이게 취기가 오르는 느낌인가?’
영혼 조정 때문인지 점점 몸이 이 시대에 맞춰지는 느낌이다. 유연서는 갑자기 입맛이 썼다. 술 때문인가?
“그런데 예능 생각은 어쩌다 하게 된 거야? 너 원래 예능이라면 별로 안 했잖아.”
“더 쉬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형?”
“그······ 몸은 괜찮은 거야? 정신적인 문제도 무시 못 한다?”
이한결과 박민우 그리고 김이준이 서로 짠 듯 질문했다.
‘귀찮게······.’
그냥 하면 하는 거지 왜 이렇게 궁금한 게 많아. 유연서는 멋쩍어져서 제 볼을 긁적였다.
때마침 식당의 TV를 통해 그와 관련된 화제가 뉴스를 타고 있었다. 민성철은 지난 공판에도 당당하게 입장하고 퇴장했었다.
아직도 자신이 죽인 이희서가 제 아들들을 낳았고, 그 아들이 자신의 유일한 이해자라는 환상 속에 있는 것 같았다.
(故 이희서 씨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된 민성철이 분노한 시민에게 달걀을 맞았습니다.)
사실 입원했을 때까지만 해도 유연서는 민성철을 다시 볼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만나서 다 연기였다고, 나는 너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며 희망을 박살 낼 생각이었다.
(공판을 마치고 호송차로 이동하는 도중에 벌어졌는데요, 달걀을 시작으로 주변에 있던 시민들이 달려들면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나와 마주치고 싶어서 일부러 잡혀준 놈이다. 과연 놈에게 내 얼굴을 보여주는 게 맞는 일일까?
범인을 잡았다고 끝이 아니다. 할아버지가 살아 있는 지옥을 느끼게 해준다고 했지만, 그는 그 나름의 복수를 하고 싶었다.
그렇게 민성철의 뉴스가 지나가고, 이희서 살인에 관련된 사람들의 예상 형량이 화면에 띄워졌다.
그리고 갑자기 주변이 조용해졌다. 유연서는 눈을 두어 번 깜빡이고는 제 주위를 살펴봤다.
“뭐야, 왜 갑자기 조용해졌어요?”
“응? 으응. 아니야.”
유연서의 표정을 보는 순간, 마치 깊은 심해 바닷속에 들어가 있는 느낌을 받았다. 분위기가 형형해서 저절로 입을 다물었다는 건 말하지 않았다. 유연서는 분위기를 풀 듯 가볍게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저 사람 어디서 잡았는지 알아?”
“그걸 우리한테 말해도 돼?”
“우리랑 관련된 일이라서. 원세븐 옛 숙소 알지? 연습생 때랑 데뷔 초에 살았던. 거기서 잡았어.”
“뭐?”
원세븐 멤버들이 경악해서 입을 벌렷다. 김이준은 집었던 고기까지 떨어뜨렸다. 그러니까, 얘 엄마를 살해한 스토커가 우리 옛날 숙소에 살고 있었다고? 왜?
“우리 매니저가 추격전 끝에 붙잡았지.”
“저 완전 카체이싱 했잖아요, 무슨 영화인 줄.”
이태겸은 과장된 행동으로 분위기를 풀려고 했다. 하지만 그걸 어떻게 알았으며 왜 직접 잡아야 했느냐는 아직 의문투성이였다. 언론에서는 자세한 정보를 풀지 않았으니까.
“······혹시 말이야. 그 사건에 대해서 자세히 말해줄 수 있어?”
이한결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 말에 다들 입을 다물고 유연서를 쳐다봤다.
‘이 자리에서 말하긴 좀 그런데······.’
무거운 주제기도 하고. 유연서는 잠시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