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43)
-노래 잘하는건 알았는데 라이브도 미쳤네
-야 미친 라이브 개잘해 ㅅㅂㅅㅂ
-지금 달리는거 유연서팬미야? 중계주소좀
-목소리 긁는거 뭐야? 미쳤다
티켓팅에 성공한 몇몇 팬이 현장에서 음성 중계 채널을 열었고, 반응이 심상치 않자 많은 사람이 중계 채널을 찾았다.
-팬서비스도 장난아님 ㅅㅂ 나도 앞자리 갈걸ㅠㅠ
-야 진짜 고인물 팬들이 아이돌시절 왜 추억팔이하는지 알겠다ㅠㅠ
-유연서는 2집 안낸대? 콘서트하면 가게
록 밴드 느낌의 곡을 열창하면서도 몸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근처 관객에게 손짓하거나, 상체를 숙여 눈을 맞추는 등 다양한 팬 서비스를 했다.
그의 모습은 긴장 없이 자연스러웠다. 긴장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몸의 이완, 연기에서도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 중 하나였다.
팬들은 그의 손짓에 따라 박수를 치거나 응원봉을 흔들었다. 한 곡이 끝나고, 다음 곡으로 넘어가는 순간 누군가가 글을 썼다.
-나 지금 유연서 팬미현장인데
라이브 개쩔고 무대가 ㅅㅂ미쳤음
└아ㅠㅠㅠ나왜현장아니냐ㅠㅠㅠ
└얼마나 무대를 잘하길래
└└아니 무대도 잘하긴하는데 막 무대 연출? 장치가 장난 아님ㅠㅠ
└└└???
└└└아씨 궁금하잖아ㅅㅂ 안구공유 어떻게 안되냐
증강현실 홀로그램은 액션 공연에만 쓰이지 않았고, 다양한 무대 구성에 쓰였다. 마치 뮤지컬 무대처럼 화려하고 실제 같은 무대 소품이 허공에 떠올랐다가 사라지거나 홀로그램 비를 만드는 등 볼거리가 넘쳐났다.
무대 가까이에 있던 관객들은 자신에게 흩뿌려지는 비의 감촉이 없는 것을 신경 쓸 수 없었다. 유연서가 가죽 자켓을 벗어던지고 다른 곡을 부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꺄아아악!”
조명이 꺼지고, 연달아 3곡을 부른 유연서는 무대 밑으로 쏙 들어가 다음 무대를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그동안 관객들의 함성은 계속됐다.
“연서 씨!”
“야, 여기.”
그가 지나갈 때마다 공연 스태프들이 엄지를 치켜들었고, 미리 대기하고 있던 이태겸이 물과 수건을 건넸다. 그동안 전광판에서는 은은한 음향과 함께 전광판의 화면이 바뀌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하얀 공간 속에 푸른 전기 효과가 한 점으로 모였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SF 느낌의 특수 효과 끝에 형체를 갖춘 것은 하얀 머리카락, ‘드리밍’의 춘백이었다. 비명을 지르던 관객들의 소리는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화면 속 춘백이 다시 입을 열었기 때문이다.
(익숙한 얼굴도 보이는군요. 안녕하세요, 주인님.)
현장에 있던 카메라가 홱 돌려지더니, 전광판 화면은 VIP석에 앉아있던 진수호를 비췄다. 지목당한 진수호는 당황해서 눈을 크게 떴다가 입꼬리를 올리며 손을 흔들었다.
‘그 바쁜 와중에 이런 걸 준비했단 말이지······.’
진수호는 허허 웃었다. 보통 이름이 알려지고 지목도가 높은 탑 배우들은 한 작품을 맡으면 영화를 촬영하는 기간에 예능과 광고 아니면 다른 작품 등의 스케쥴을 일절 잡지 않는다. 현장 스태프도 오로지 작품에만 집중해 촬영 콜 타임을 완벽하게 지키는 배우를 선호했다.
단, 예외가 있었다. 바로 유연서였다. 투자와 제작 그리고 배급권까지 쥐고 있으니 모든 촬영 스케쥴은 유연서 위주로 짜여 있었다.
김미영 실장은 있지도 않은 진수호의 스케쥴을 만들어서 이태겸을 건드렸다가 역풍을 맞았다. 쓸데없는 짓을 한 것이었다.
‘우리 영화 촬영도 꽤 바빴는데······.’
아무리 촬영 스케쥴이 유연서 위주로 짜여 있었어도, ‘아이덴티티’의 촬영 일정이 여유 있는 편은 아니었다. 그럼 남는 시간에는 이런 걸 준비했다고? 건강도 좋지 않은데 괜찮은 건가? 그리고, 이렇게 병행하면서도 그런 연기를 했다고? 진수호의 눈빛이 조금 변했다.
(어?)
진수호를 비췄던 카메라가 빠르게 움직이더니 신예원에게 고정됐다.
“나? 뭐, 뭐야?”
신예원이 당황해서 검지로 자신을 가리켰다.
(부군께서 곧 갈 테니 너무 염려 말라고 전해달라십니다. 잘 버티고 있다고.)
아, 공연 처음에 이태오가 나왔던 것처럼 성현우도 뭔가 있구나. 눈치챈 신예원이 ‘국새’ 속 이서은이 되어 기품있게 웃으며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국새’로 인해 유입된 팬들이 비명을 질렀다.
“이게 먼저 나오는구나······.”
“크으, 나 좀 눈물 나려고 해.”
팬 미팅용 미니 드라마를 썼던 작가들은 입이 근질거렸다. 특히 민주경 작가는 자신의 역작 속 캐릭터가 다시 화면을 통해 나온다는 사실에 많이 설렌 상태였다.
작가들은 유연서의 요청을 받아 신나서 대본을 썼고, 분량이 생각보다 많이 나왔었다.
[작가님들, 대본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데 저희가 너무 많이 썼죠?] [아뇨, 괜찮아요. 생각해 둔 게 있어서.]유연서가 결정한 것은 간단했다. 일단 다 찍어본다. 그리고 공연에 알맞게 편집하면 된다. 개연성은 일단 뒤로 빼고, 공연에서 보일 미니 드라마는 영상 화보 느낌으로 준비했다. 편집된 영상은 후에 나올 공연 블루레이로 풀면 된다.
그렇게 시작된 두 번째 미니 드라마는 ‘국새’의 성현우와 ‘백호함’의 김우진 중사였다.
화면은 한옥의 고풍스러움 그리고 화려한 단청의 문양과 궁궐 안에 피운 싱그러운 꽃 그리고 새파란 하늘을 보여줬다.
“대박.”
“와, 영상미 뭐야?”
팬 미팅용 미니 드라마에서는 작가들뿐만 아니라 감독들도 손을 거들었다. ‘국새’로 영상미에 관해 호평을 받았던 카메라 감독이 이번 미니 드라마에서 활약했다.
“아니, 이런 거 있었으면 나도 부르지.”
나도 엑스트라로 나와줄 수 있는데······ 박민우가 중얼거렸다. 아마 출연작의 조연들은 유연서가 요청하면 다 모였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었으니까.
하지만 유연서가 왜 안 불렀는지 모르는 건 아니었다. 팬 미팅까지 올 관객들은 오로지 유연서만 관심 있는 거지 다른 배우가 궁금하지 않으니까.
“꺄아아악!”
이윽고 궁궐을 가로질러 뚜벅뚜벅 걸어가는 사람이 있었다. ‘국새’ 속 성현우가 넓은 보폭으로 궁 바깥을 향하고 있었다.
고급스러운 정장 차림에 금실로 수를 놓은 한복 두루마기를 코트 대신 어깨에 걸치고 뒤에는 내관과 궁녀들이 뒤따라갔다.
(전하, 폐하는 안 뵙고 가셔도 되겠습니까?)
(네, 아직 자고 있길래.)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원래 결혼 하고 2년간은 많이 싸우는 법입니다.)
상궁의 말에 표정이 어두웠던 성현우가 애써 웃었다.
(자는 모습은 봤으니 괜찮아요.)
잠에 빠진 이서은을 상상하는지 표정만으로도 행복한 감정이 흘러나왔다. 화려한 영상미 속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는 유연서의 얼굴은 드라마를 관람하는 팬들의 심장을 간질거리게 했다.
“언제 저런 걸 찍었어?”
“와······ 우리 ‘국새’ 찍을 때 생각난다.”
VIP석에 앉은 ‘국새’ 팀들도 저들끼리 작게 속삭이면서 화면에 집중했다.
(아마 며칠 뒤면 기분 풀리지 않을까요.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성현우는 씨익 웃고 의전 차량에 올라탔다. 그리고 화면은 바뀌어 군함이 정박한 바다를 보여줬다. CG로 처리된 많은 군인이 군함 앞에 올라타고 있었다.
기자들이 플래시를 터뜨리며 사진을 찍었고, 군함 앞에 펼쳐진 현수막에는 성현우가 직접 외국에 방문에 군함을 세일즈하러 간다는 사전 정보를 보여줬다.
군함 위에서 귀빈을 맞을 준비를 하던 군인들, 그 사이를 군복을 입은 한 사람이 여유롭게 걸어갔다.
(야, 똑바로 안 하냐.)
(죄송합니다. 중사님.)
후임에게 경고한 ‘백호함’ 속 김우진 중사가 군홧발로 바닥을 쓸었다. 눈 부신 햇살에 미간을 찌푸린 그는 자신의 공간에 들어가 분해됐던 총기를 조립하고 허공에 조준했다.
이윽고 총을 홀스터에 꽂으며 임무 전 프로페셔널한 군인의 모습을 보여줬다.
고증은 고려하지 않았다. 어차피 미니 드라마는 팬들을 위한 영상 화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관객들이 짧게 비명을 질렀다.
(저기 온다.)
갑판 위로 나온 김우진은 저 멀리서부터 다가오는 의전 차량을 바라봤다. 경호원에 둘러싸인 성현우가 천천히 단상 위로 올라갔다.
(안녕하세요, 대공 전하!)
(해외 순방의 목표는 얼마나 되는지······.)
불가피하게 얼굴이 나와야 할 엑스트라는 연극 영화과 학부생이나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단역 배우들을 썼다.
(자, 잠시만요. )
성현우가 모여든 기자들을 향해 짤막한 인터뷰를 하고 군함에 올라탔다. 그리고 배는 천천히 출발해 바다 한가운데로 몸체를 던졌다.
조금 전까지 화려한 색채가 도드라졌던 화면이 점점 밤바다처럼 어둡게 물들며 잿빛으로 변했다.
SSU 김우진 중사
성현우 대공. 황제, 이서은의 부군
거친 붓글씨가 화면을 채운다. 피아노 소리가 앞으로 펼쳐질 불안한 상황을 암시하는 듯 엇박자로 울린다.
“설마······.”
눈치 빠른 임혜주는 침을 꿀꺽 삼켰다. 드라마가 시작되기 전, 춘백이 신예은을 향해 성현우는 잘 ‘버티고’ 있다고 했다. ‘백호함’과 ‘국새’의 세계관을 합쳤고, 본격적인 극의 무대가 함선이면······.
-우리 현우 대공됐구나ㅠㅠㅠ 대공전하래ㅠㅠㅠ
-유연서 팬미 미쳤다ㅠㅠ
국새 성현우랑 백호함 김우진 크로스오버함ㅠㅠ
└뭐? 아씨ㅠㅠ 공연 나중에 딥디로 안풀리려나?
└나 왜 공연장 아니냐 진짜 현타오네..
고요한 밤바다에 군함들이 시원하게 가로질러 간다. 군인들이 교대하면서 경계를 서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동안 음성 중계를 듣고 있던 사람들이 흥분해서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하도 국민 남편, 국민 남편 어쩌고 하길래 어디로 장가가나 했더니 황제를 잡아 버리네.)
(왜, 네 엄마가 제발 성현우의 발톱만큼만 되라고 구박하셔?)
(쓰읍······ 네가 비교당하는 사람의 심정을 알아?)
(이 새끼, 속 좁네.)
(어디 가?)
(교대하러.)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수고.)
침대에 누운 동료를 뒤로한 채 김우진은 총기를 챙기고 갑판 위로 올라갔다. 파도가 심상치 않다. 긴 밤이 될 거라 예상한 그는 갑판 위에 서있는 사람에게 경례했다.
(바닷바람이 좋네요.)
서양 정장처럼 보이는 개량 한복을 입은 성현우가 바지 주머니에 손을 꽂고 여유롭게 서 있었다.
설마, 바닷바람이나 쐬자고 여기까지 올라온 건가. 중요 경호 대상이? 김우진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진정하자, 상대는 황제의 남편이다. 애써 표정 관리를 하는 군인을 보며 성현우가 피식 웃었다.
(내가 좀 가볍게 행동했나?)
(아닙니다.)
(곧 들어가려고 했어요.)
성현우가 미안한 듯 입꼬리를 아래로 늘어뜨렸다. 사실, 어제 싸우고 제대로 된 대화도 안 하고 온 터라 이서은에게 연락하고 싶었다. 하지만 연결되지 않는 통화에 밖에서라면 통화가 잘 될까 올라온 것이다.
(SSU 김우진 중사라······ 함장님께 들었어요. 특수부대원 중에 유능한 사람이 있다고 하던데······.)
(감사합니다.)
김우진과 성현우의 어색한 첫 만남, 둘 다 유연서의 얼굴이었지만 생각보다 위화감이 들지 않았다.
화면에 효과를 준 것도 있지만, 시간이 흘러 연기에도 연륜이 묻어난 유연서가 성현우와 김우진을 완벽히 연기하고 있었다.
쿠웅!
그러던 중 갑자기 굉음이 들리며 배가 크게 흔들렸다. 김우진이 발 빠르게 움직여 앞으로 고꾸라지려는 성현우를 부축했다.
(괜찮으십니까?)
(네, 고마워요.)
김우진이 무전기를 들었다. 하지만 무전기 너머는 응답하지 않았다. 그는 계속 무전기를 만지면서도 제 총기를 확인했다. 일단 성현우를 보호하는 게 우선이었다.
(······저기, 김우진 중사.)
(잠시, 제가 무전을······.)
(저게 뭡니까?)
(예?)
김우진이 성현우가 보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움직인다. 맹수가 사냥감을 향해 다가오는 발걸음과 비슷했다.
(키에에에엑!)
‘백호함’속에 나왔던 괴물이 두 사람을 향해 큰 입을 쩌억 벌리며 괴성을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