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46)
“네, 참······ 감동적이죠?”
“······.”
“저희가 준비한 질문은 여기까지고요.”
조금 전까지 함성을 지르던 팬들이 잠잠했다. 유연서는 갑자기 숙연해진 분위기에 자기가 뭐 잘못했나 싶어서 눈동자만 굴리며 관객들을 살폈다.
“이상, 일일 MC 최준영이었습니다!”
설마······ 누가 우나? 유연서가 흐느끼는 소리가 나오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최준영은 한 박자 쉬고 밝은 목소리로 마무리 인사를 내뱉었다. 최준영은 팬들의 함성을 받으며 무대 아래로 내려갔다.
“연서 씨! 고생했어요!”
길던 질문 답변 시간이 지나고 팬 미팅의 1부가 끝났다. 유연서가 스태프들의 응원을 받으며 대기실로 들어갔다.
워낙 공연 시간이 길어서 휴식 시간은 필수였다. 관객들이 화장실로, 오랫동안 앉아 있던 몸을 풀기 위해 밖으로 향했고 객석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핸드폰을 들었다.
“형, 오늘 고마워요.”
“나도 재밌었다. 다음에 또 하면 불러줘.”
최준영이 VIP 객석으로 향하고, 유연서에게도 짧은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다음 공연을 위해 의상을 갈아입은 유연서가 대기실 한편에 마련된 침대에 누웠다.
“야, 뭐 안 필요하냐?”
“물이면 됐어.”
“도련님. 몸은······.”
그런 그의 주변을 임승현과 이태겸이 감쌌다. 두 사람은 유연서의 가장 가까이서 본 게 많아서 그런지 극성맞을 정도로 그를 챙기고 있었다.
“예상 시간보다 늦게 끝났지?”
“어. 2부는 조금 빠르게 진행해야 할 거 같은데······.”
“요즘 막차 시간이 언제지?”
“······보통 12시까지는 다 있지 않나?”
이태겸의 대답에 유연서가 임승현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팬 미팅의 예상 종료 시각은 밤 10시 30분이었다.
“아마 제 동생이라면 막차가 끊기면 더 좋아할 겁니다.”
시간이 늦더라도 더 오래 보고 싶은 게 팬 마음이다. 유연서는 잠시 고민했다. 어차피 공연장 대여는 넉넉하게 잡아놓은 상태였고, 시간이 늦으면 알아서 집에 갈 사람은 갈 것이다.
“여러분, 조금 늦게 퇴근하실 거 같은데 괜찮죠?”
유연서의 질문에 스태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퇴근이 늦어진다는 소식을 들어도 스태프들은 불만의 기색이 없었다.
-유연서 팬미팅 1부 끝남
자세한건 공연 끝나고 나중에 후기로 쓸건데 진짜 지방에서 올라오길 잘했다ㅠㅠㅠㅠ
근데 진짜 드라마 퀄리티 개좋았음 메이킹 틀어줬을때 보니까 각자 연기하고 연기하고 나중에 합성한 거 같던데 어케 그렇게 잘하지ㅠㅠㅠㅠ
└ㄹㅇ 어색함도 전혀 없고 개존잼이었음
└기사 보니까 작가들이 재능기부했대서 원작 훼손 논란거리도 없음ㅋㅋ
└하 진짜 이게 본업존잘 덕질하는 삶인가 짜릿해ㅠㅠ
└└근데 이제 자본을 곁들인
└기사보니까 이번 팬미팅에 돈 진짜 많이쓴거같은데
-홈마 프리뷰 사진 엄청 뜬다ㅠㅠ
-야 유연서 팬미 드라마 미쳤음 진짜 돈쓴티 오지게 나더라
-빨리 블레 팔아줬으면ㅠㅠ
-나 왜 주성아레나 아니냐 너네 부러우니까 다 꺼져
커뮤니티에서 반응 폭발 중인 유연서 팬 미팅
유연서, 팬 미팅서 출연작의 팀업 드라마 선보여 반응 화제
카메라를 가져간 홈 마스터들은 무대 위 유연서의 프리뷰를 올렸다. 워낙 대충 찍어도 잘 나온다고 소문이 난 터라 올라오는 사진의 양이 꽤 많았다. 기자들은 인터넷에 올라오는 글을 바탕으로 기사를 냈다.
“진짜 좋았어······.”
“······너 울었냐?”
임혜주는 친구의 질문에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지만, 계속 킁킁 숨을 삼키는 것을 보니 맞는 거 같은데······ 친구는 임혜주가 민망해 할까 봐 시선을 돌렸다.
“아직 두 시간이나 넘게 남았는데 아쉽다.”
“나도.”
짧은 휴식 끝에 공연장에 방송이 흘러나왔다. 곧 2부가 시작되니 자리에 앉아달라는 안내 방송이었다. 관객들이 다시 제 자리를 찾아 앉았고, 앨범의 수록곡을 은은하게 틀어주던 음향이 잦아들었다.
본 영상은 보는 사람에 따라 무서운 장면이 나올 수 있습니다. 시청에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전광판에 뜬 안내 문구가 물에 잉크를 탄 것처럼 사라지고, 스산한 바람 소리가 들린다.
잿빛 화면이 공사 현장을 비춘다. 곳곳에 붙은 현수막을 통해 토지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공사가 중단된 건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분의 도래가 머지않았다.)
어두컴컴한 공사장 안쪽에는 사이비 종교의 악마 소환 의식이 한창이었다. 이상하고 소름 끼치는 주문 끝에 광신도들이 감탄하는 소리가 들린다.
장면이 인천 공항으로 바뀐다. 카메라는 검은색 옷을 입고 있는 어느 한 사람을 따라간다.
(감사합니다.)
공항 직원에게 세관 신고서를 건넨 이의 목깃에는 하얀 띠가 둘려 있었다.
이윽고 카메라는 천천히 목에서 턱, 그리고 얼굴을 비춘다. 검은 정장에 하얀 로만 칼라, 그에 어울리는 경건한 외모에 팬들이 함성을 지른다.
“야 진짜 잘생겨서 욕 나오네.”
“신앙심 충만해진다.”
이래서 사람들이 코스튬에 진심이구나. 관객들이 작게 속삭였다.
라파엘 신부
한유준 형사
강윤성 형사
앞선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거친 붓글씨로 캐릭터 소개가 화면을 채웠다. 그리고 장면은 경찰서로 이동한다.
(부검 결과는 어떻게 됐어?)
(아무것도 없습니다.)
경찰서 안으로 들어온 한유준이 신경질적으로 부검 결과서를 책상에 내려쳤다.
(이거 진짜 마약사범 맞습니까?)
(네 그 신통방통한 감을 활용해 보지 그러냐?)
그 신통방통한 능력으로도 이상하니까 그러지. ‘소리’를 읽을 수 있는 한유준은 자신의 능력을 십분 활용해 경찰서에서의 입지를 굳혔다.
한유준은 ‘스네이크’의 마지막에서 검찰청 건물을 보고 웃는다. 그가 검사가 될 거라는 암시를 줬지만, 이 영상에서 한유준의 후일담을 보려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팬 서비스용 드라마이기 때문에 상관없었다.
‘스네이크’의 작가인 김대성도 ‘경찰 관두기 전에 벌어진 사건이라고 하죠.’라고 깔끔하게 넘겼다.
(이건 뭡니까?)
(광수대에서 사람이 하나 올 거야. 이번 사건 관련해서.)
한유준은 상대가 건넨 서류철을 열었다. ‘연좌제’ 강윤성의 프로필이었다. 최근 ‘시궁쥐 연쇄 살인 사건’의 모방범을 잡아 승진했다는 이력을 보여줬다.
(요즘 세상에도 연쇄 살인범이 있나 보죠?)
(너는 마약사범 때려잡는 거 외에 다른 거에도 관심을 가져라. 네가 하도 사람 좀 붙여달라고 찡찡대서 특별히 붙여주는 거야.)
붙여 달라는 건 마약 수사대의 수사관이지 광역수사대에서 파견 온 사람이 아닌데. 폭탄 돌리기에 당했군. 한유준이 쯧, 혀를 찼다.
(제가 원한 건 베테랑 수사관입니다만······.)
(그럼 손 형사님 다시 불러오던가.)
선배 형사의 이죽거림에 한유준이 눈살을 찌푸렸다. 함정에 빠져 도망칠 곳 없었을 때 미끼를 자처해 자신을 살린 손진호는 그의 죄책감이었다. 한유준의 표정 변화에 선배 형사는 아차 싶어서 빠르게 말을 돌렸다.
(광수대 소속이지만, 일하긴 편할 거야. 진급한 지 얼마 안 됐거든.)
(흠, 그렇습니까?)
(얘 별명이 뭔지 아냐? 예쁜이란다.)
(예? 뭔 그런 징그러운 별명이······.)
선배 형사는 한유준의 말을 무시하고 볼펜을 들어 그를 가리켰다.
(또라이랑 예쁜이. 잘 어울리지 않냐? 골때리는 조합이네.)
(저 놀리시는 겁니까?)
한유준의 표정이 험악해졌다. 선배 형사는 불에 덴 듯 몸을 떨고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뭔 후배 놈 눈빛이 이러냐? 이거 아주 마약사범 때려잡으면서 악바리가 됐네······.)
(어디 가십니까?)
한유준은 휘적휘적 바깥으로 향하는 형사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밥 먹으러 간다! 으휴······ 손진호 있을 때가 좋았지······.)
[손진호 아니면 누가 저 미친개를 컨트롤하겠어.]선배 형사의 ‘소리’를 들은 한유준이 피식 웃었다. 손진호의 생각이 나서 잠시 표정이 어두워진 한유준은 뒤에서 조심스럽게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저······.)
(강 형사님이시죠? 안녕하십니까.)
(네, 안녕하세요. 한유준 형사님.)
한유준이 강윤성에게로 손을 뻗었고. 손이 맞닿는다. 한유준은 정신을 집중해 강윤성의 ‘소리’를 들었다.
[어······ 되게 세 보이시네. 류 형사님 보는 거 같다.]한유준은 웃음을 삼켰다. 조금 긴장한 것 같지만, 심성 자체는 착해 보였다. 강력계에 있었으니 잘 가르치면 쓸만하지 않을까?
이제는 주변 소리를 마구잡이로 듣는 게 아닌, 접촉으로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손진호가 떠나고 그가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장면이었다.
(사건 얘기는 들으셨습니까?)
한유준이 사건 파일을 강윤성에게 넘겼다. 요즘 그의 관할 구역에 수상한 사람들이 잇따라 발견됐다.
이상한 소리를 내뱉으며 자신의 몸에 불을 지르거나, 지나가는 사람에게 갑자기 흉기를 들고 달려드는 사람들.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는데, 몸 어딘가에 칼로 그은 이상한 표식이었다. 마치 조직원에게 뱀 문신을 새겼던 마약 조직 스네이크처럼.
(네, 누가 봐도 마약사범 같은데 수상한 점은 없었다고 들었는데요······.)
(부검 결과도 깨끗했습니다.)
(용의자는요?)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났습니다.)
한유준이 수사에 애먹는 것도 이 때문이었다. 겉으로 보나 속마음으로 보나 제정신이 아니어서 딱 약 빤 사람 같은데, 아무것도 검출되지 않았다. 그는 혹시 검사에는 나오지 않는 신종 마약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었다.
(마약계 일은 처음이시죠?)
(넵. 잘 부탁드립니다. 저희 그럼······ 뭐부터 할까요?)
(일단 탐문 수사부터 합시다.)
그렇게 두 사람이 협업해 사건의 조사를 시작했다. 화면은 팬들을 위한 미니 드라마를 강조하듯 길거리를 걷는 두 형사를 마치 런웨이 걷듯 표현했으며, 자연광 아래 드러난 시원한 이목구비를 크게 담았다.
근처 주민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던 강윤성은 갑자기 길을 멈추고 벽이나 가로등 따위를 짚는 한유준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강 형사님, 뭐 찾은 거 있습니까?)
(주민의 말로는 저 공사장에서 수상한 사람들이 들어가는 걸 봤다고 하네요.)
해가 저물어갈 무렵, 두 사람은 아무도 없을 공사장 안으로 들어갔다. 덜 지어진 아파트 공사 현장. 당연히 엘리베이터도 없다.
하지만 두 사람은 사건의 실마리를 잡겠다는 생각 때문에 계단을 오르내리면서도 누구 하나 내려가자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
(······한 형사님.)
(쉿.)
인기척을 느낀 강윤성과 한유준이 서로를 흘끔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권총을 빼 손에 쥔 두 사람이 모퉁이를 돌아 상대에게 총을 겨눴다.
(손 들어!)
(경찰이다!)
인기척을 낸 상대는 수상한 의식의 흔적을 조사하고 있었다. 바닥에 있던 핏자국을 조사하다가 들킨 것이다.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있던 상대가 천천히 일어섰다.
(천천히 뒤 돌아!)
권총에 달린 손전등 불빛을 받아 양손을 뒤통수에 모은 라파엘이 모습을 드러냈다. 강윤성이 로만 칼라를 보고 의아한 듯 눈을 찌푸렸다. 상대는 검은 사제복을 입고 있었다.
(······신부?)
(뭡니까? 왜 여기 계시죠?)
두 사람의 추궁에 입을 꾹 다물고 있던 라파엘이 입을 열었다.
(바티칸, 교황청 소속의 사제입니다.)
뭐? 바티칸? 교황청? 뜬금없는 소리를······ 그런 사람이 왜 이런 수상한 장소에 있지?
두 형사는 황당해서 헛웃음을 지었다. 강윤성이 수갑을 꺼내 라파엘에게 채우려 할 때, 한유준의 뒤에서 무언가를 본 라파엘이 크게 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