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47)
(조심하십시오!)
강윤성은 라파엘이 도망칠까 봐 그를 잡았고, 한유준은 갑자기 자신을 덮치는 사람을 단번에 제압했다. 역시 특수부대 출신의 날렵한 몸놀림이었다.
(캬악! 캬아악!)
(뭐야?)
한유준은 자신이 깔고 앉은 수상한 사람이 인간으로서는 내뱉기 어려운 소리를 내며 짐승처럼 입을 딱딱거리는 모습에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어! 저기요!)
강윤성도 침을 꿀꺽 삼켰다. 마약 사범이라기에는 뭔가 이상하다. 그때, 강윤성이 붙잡고 있던 라파엘이 한유준의 가까이에 다가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강 형사님, 이 사람 좀 잘 잡고 있······.)
라파엘의 어깨를 짚은 한유준이 말을 제대로 끝마치지 못하고 눈을 크게 떴다.
[역시 흑야교의 잔당들이군. 아직도 악마 소환 의식에 미련을 못 버리고······.]그 종교? 악마 소환 의식? 무슨 소리지? 미친 사람치고는 ‘소리’가 맑았다.
한유준이 멈칫하는 사이에 묵주를 손에 두른 라파엘이 성서를 읊으며 성수를 뿌렸다. 치이익 타들어 가는 소리와 함께 검은 연기가 흘러나왔다.
그게 염산인 줄 알고 라파엘을 제압하려던 강윤성은 가만히 있으라는 한유준의 손짓에 의아해서 두 사람을 관찰했다.
이상하리만치 가만히 있는 한유준, 그리고 라파엘이 기도문을 외자 저항하면서도 점점 발버둥이 잦아지는 사람. 뭔가 있다고 생각한 강윤성의 몸이 이완된다.
(다 됐습니다.)
(그, 흑야교가 뭡니까? 악마 소환 의식은 뭐고요?)
(······저는 아무 말씀도 안 드렸는데요.)
아차, 너무 이상해서 그만. 한유준은 고개를 돌려 자신의 당황을 숨겼다. 라파엘은 눈을 가늘게 좁히고 한유준을 관찰했다. 그 사이 강윤성은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저······ 한 형사님?)
(예?)
(이거 보셔야 할 것 같은데요······.)
강윤성의 떨리는 음성에 한유준이 고개를 돌렸다. 갑자기 그를 덮친 사람이 등장했던 곳, 양초와 벌레의 사체가 즐비한 어수선한 현장이었는데, 그들이 집중한 건 따로 있었다.
벽면에 그려진 이상한 문양. 두 형사는 확신했다. 익숙한 붉은 색으로 보건대, 저건 피로 쓰인 게 맞을 거다.
(이게······ 뭐야?)
두 사람이 넋을 잃었을 때, 바닥에 쓰러져있던 사람이 신음을 내뱉었다.
(으, 으윽······.)
(아저씨. 정신이 드세요?)
(여, 여긴······.)
강윤성이 쓰러진 사람을 번쩍 일으켰다. 한유준이 의외라는 듯 그를 쳐다봤다. 힘이 꽤 센데?
(일단, 신부님도 같이 서로 가주셔야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구마 의식이 끝난 라파엘은 순순히 그들을 따라 경찰서로 이동했다. 기력이 빠져 보이는 낯선 사람과 신부를 데리고 오자, 사무실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몰렸다.
(야, 또라이. 저건 뭐냐?)
(관심 끄십시오.)
강윤성은 일단 자신이 데려온 사람을 유치장에 가두고 한유준을 따라 회의실로 향했다. 그도 라파엘의 정체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사 현장에는 왜 갔습니까?)
(악마 소환 의식을 저지하고 피해자를 찾아 구마 의식을 치르려고요.)
(아니, 그게 말이 되는 소리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럼 제게 왜 그런 질문을 하셨습니까?)
한유준이 입을 다물었다. 그가 만물의 ‘소리’를 들을 줄 안다는 사실을 보통 사람이 알게 되면 미쳤다고 할 것이다.
화면은 은근한 신경전을 보이는 두 사람의 얼굴을 집중했다. 반사판을 더 받은 듯 얼굴이 빛나 신비로워 보이는 라파엘 신부와 의심을 지우지 않는 냉철한 형사의 얼굴이 번갈아 보인다.
한유준은 라파엘의 ‘소리’를 읽었다.
(눈싸움은 그만합시다.)
먼저 뒤로 물러난 건 한유준이었다. 그가 숨을 후, 뱉으며 긴장을 풀었다. 그러자 라파엘 신부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흑야교의 잔당을 처리하려면 경찰의 도움이 필요하다. 아예 못 믿는 눈치도 아니었다. 라파엘은 두 사람을 설득하기로 했다.
(5년 전에 노원구에서 일어났던 사이비 종교의 악마 빙의 의식을 혹시 아시나요?)
(네, 무슨 사이비 종교의 만행이었다고 들었는데요. 이름이······ 흑야교던가?)
한유준이 강윤성을 바라보며 소리 없이 물었다. 어떻게 알았어? 강윤성은 그런 한유준을 이상하게 쳐다봤다.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었던 사건이었다. 아마 관심 없었던 건 한유준 뿐일 것이다.
(한 번 검색해 보세요. 그 당시 현장과 지금의 현장과 다른 점이 있는지.)
(······.)
(진짜야?)
강윤성은 소리 없이 자신이 검색한 결과를 보여줬다. 5년 전 사건 현장과 조금 전 발견한 공사 현장과 비슷했다. 특히 벽면을 가득 채운 이상한 문양이 똑 닮아 있었다.
(그러니까······ 그 사건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알고 보니 악마, 뭐 그런 거 때문이라는 겁니까?)
(네.)
(아니, 그게, 말이 되는 소리······.)
한유준이 어이없어서 말에 웃음을 담았다. 강윤성도 마찬가지였다. 5년 전의 그 사건은 사이비 종교에 빠진 광신도들이 벌인 연쇄 살인인 줄 알았지, 악마라던가 빙의 같은 비현실적인 무언가 때문이라고는 믿기 힘들었다.
(······뭐지?)
그때, 밖에서 소란이 일었다. 한유준과 강윤성은 회의실의 문을 열고 밖을 쳐다봤다.
(무슨 일입니까?)
(네가 잡은 사람 좀, 이상한데?)
한유준과 강윤성이 유치장 근처로 향했다. 힘없이 바닥에 누워있던 남자가 경련하듯 몸을 파르르 떨다가 벌떡 일어나서 이상한 소리를 내뱉었다.
(크큭, 케흐윽!)
(아니! 이 양반 왜 이래?!)
(흑야교의 도래가 머지않았다! 그분의 종복들은 눈을 떠라!)
남자가 몸부림치며 난동을 부리더니 머리를 벽에 찧기 시작했다.
(야! 말려!)
(구급차 불러!)
자신의 피를 검지에 묻혀 벽에다가 수상한 문양을 새기려 했다. 사무실에 있던 경찰들이 다급히 유치장의 문을 따고 들어가 남자를 말렸다. 하지만 남자의 몸부림은 쉽게 제압되지 않았다.
(한 형사님······.)
(허······ 허허.)
(그, 신부님이랑 일단 같이 다녀보죠? 어차피 단서도 없는데.)
단순 광신도의 소란일 수도 있지만, 심상치 않아 보이는 모습이었다. 강윤성의 제안에 한유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컬트를 믿지 않지만, 라파엘의 ‘소리’는 진실만을 말하고 있었다.
(강 형사님, 어떻게 됐습니까?)
(외국인이라서 자세한 건 알 수 없었어요.)
(그렇습니까? 5년 전 사건 파일은요?)
(그게······ 한 번 보세요.)
한유준은 강윤성이 건넨 파일을 열었다. 흑야교라 불리는 사이비 종교가 행한 악행들에 눈살이 찌푸려진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는 바티칸이 개입했다는 증거가 있었다.
(······진짜 뭐 있는 거 같죠?)
강윤성의 질문에 한유준은 말없이 서류만 쳐다보았다.
(신부님. 그래서, 뭘 하면 됩니까?)
전에는 의심을 지우지 않았는데, 갑자기 적극적으로 변한 태도를 보고 라파엘이 작게 웃었다. 조회가 끝났나 보군.
(일단 이곳부터 조사해 보려고 합니다.)
그렇게 두 형사와 한 신부의 이상하고도 기묘한 수사가 시작됐다. 화면은 유하지만 할 때는 하는 강윤성과 ‘소리’를 읽으며 거침없이 나아가는 한유준 그리고 보는 것만으로도 경건해지는 라파엘을 번갈아 비추면서 시각적 재미를 높였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은 왜 여기까지 와서 빙의를 자처하는 걸까요?)
(마음이 약한 거겠죠?)
그렇게 조사 끝에 흑야교의 잔당이 있을 본거지를 찾은 세 사람이 한 지하 건물의 복도를 거닐었다.
(글쎄요······ 이 사람들이 무슨 죄겠어요. 그냥, 뭐라도 잡고 싶으니까 이렇게 된 거지.)
나지막하게 말하는 강윤성의 말에 누구도 토를 달지 않았다. 어느 정도는 공감했기 때문이다.
세 사람은 복도 끝에 있던 큰 문을 양쪽으로 열었다. 어디서 옮겨왔는지 무거운 돌 제단 위에 한 남자가 다소곳이 누워있었다.
(······뭐죠?)
(이 사람이 본체입니다.)
라파엘은 남자에게 다급히 다가가 구마 의식에 사용하는 도구를 꺼냈다.
(두 분이 주의할 게 있습니다.)
(뭐죠?)
(이 사람이 뭘 말하든, 현혹되지 마십시오. 마음의 빈틈을 노려 의식의 본질을 흐릴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니 되게 무서운데. 두 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살폈다.
(크윽······! 아아악!)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라파엘의 기도가 먹히고 있었다. 제단 위에 묶인 남자가 발버둥 치며 검은 연기를 뿜어냈다.
(······괜찮은 겁니까?)
(쉿.)
이러다 저 사람이 잘못될까 봐 강윤성이 전전긍긍하며 구마 의식을 지켜봤다. 한유준은 남자의 ‘소리’에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이 ‘소리’는 절대 보통 사람이 내는 게 아니다. 약 빤 사람도 아니고, 정신이 돌아버린 사람도 아니다. 초월적인 무언가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크윽······ 흐흐흐······.)
남자가 돌연 발버둥을 멈추고 음습하게 웃었다.
(네 친부는 최고의 그릇이었는데······.)
(대천사 성 미카엘이여······.)
(알렉스, 네 친부와 신도들이 죽인 죄 없는 생명이 몇인지 아느냐.)
라파엘은 굴하지 않고 성가를 불렀다. 도중에 끊으면 의식이 물거품이 된다.
(그 핏줄인 네가 자유로울 수 있을까? 뻔뻔하기도 하지.)
강윤성이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라파엘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기도문을 외웠다. 그가 성수를 뿌리자, 다급해진 빙의자는 다른 표적을 찾았다.
(이게 누구야? 우리 진우 아니야?)
진우? 한유준이 강윤성을 바라봤다. 그는 침을 꿀꺽 삼키고 남자를 응시하고 있었다.
(황수철, 네 아비가 몇을 죽였지? 오, 가엾은 시궁쥐까지 포함해야지.)
황수철, 가장 유명한 연쇄 살인범. 세상일을 잘 모르고 있던 한유준도 알고 있었다. 그런 비밀이 있었군. 그는 강윤성이 흔들릴까 봐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강윤성은 덤덤하게 남자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내 잘못이 아니야. 흔들리지 않고 심지가 단단한 모습에 남자는 옆에 서있는 한유준을 응시했다.
(손진호를 희생시킨 기분이 어때?)
(······.)
(네가 가진 것을 이 두 사람이 알면 어떻게 될까? 너도 의심하고 있지? 자기가 미친 게 아닐까 하고.)
한유준은 악마의 속삭임을 신경 쓸 수 없었다. 복도에 나타난 사람들이 좀비처럼 비척거리며 라파엘의 구마 의식을 방해하려고 다가오고 있었다.
(······신부님, 오래 걸릴 것 같습니까?)
기도문을 외던 라파엘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한 형사님······ 저 사람들, 그냥 제압만 하셔야 하는 거 아시죠?)
(알아!)
강윤성과 한유준이 앞에 나섰다. 이윽고 화면은 묵주를 꼭 쥐고 기도문을 읊는 라파엘 신부를 정면으로 보여준다.
이윽고 카메라가 서서히 뒤로 빠진다. 라파엘의 의식을 방해하려는 빙의자들이 문으로 몰려든다. 액션 장면에 어울릴 법한 OST가 흐르고, 한유준이 벽을 박차고 뛰어올라 한 사람을 제압한다.
(죄송합니다!)
강윤성도 주먹을 내질렀다. 저 멀리 중앙에는 기도문을 외는 신부, 그리고 앞에는 두 형사가 방향을 교차해 지나가며 한 사람씩 제압하는 모습을 원 테이크 액션으로 보여준다.
(강 형사!)
(네!)
한유준이 한 사람을 옆으로 흘려보내고 우선 자신에게 달려드는 사람을 제압했다. 강윤성은 그가 흘려보낸 사람을 기절시키고 다음 사람에게 향했다. 급조된 팀이라고는 상상도 못 할 정도로 두 형사의 호흡이 딱딱 맞아떨어졌다.
“꺄아아악!”
그리고 무대에서도 세 사람의 고군분투를 홀로그램으로 출력했다. 단순 화면뿐만 아니라 실제까지 끌어와 볼 재미를 더했다. 관객들의 환호성이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