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48)
간결하지만, 속도감 있는 액션으로 사람들을 제압하는 두 형사 그리고 식은땀을 흘리며 기도문을 외는 신부의 말간 교차해 보여주며 긴박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윽고 라파엘이 구마에 성공하자, 그들에게 달려들었던 사람들의 몸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이내 끈 떨어진 인형처럼 풀썩 쓰러졌다.
(······끝난 거 맞죠?)
언제 소란스러웠냐는 듯 고요해진 실내, 강윤성이 나지막하게 물었다. 라파엘이 돌 제단을 짚은 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제단에 누워있던 남자가 작게 신음을 흘리자, 세 사람이 달려들었다.
(정신이 드십니까?)
(구급차 부르겠습니다.)
카메라가 점점 그들에게서 멀어진다. 그리고 장면이 바뀐다. 밤새 세 사람이 고군분투했던 사건은 매스컴을 타진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짐을 챙긴 강윤성이 한유준의 동료들과 악수하고 경찰서를 나가는 뒷모습을 보여주어 수사가 종결되었음을 알려준다.
(그래서, 이제 뭐 하실 겁니까?)
(볼일은 다 끝났으니 바티칸으로 돌아가야죠.)
(고생하셨습니다.)
잠시 경찰서 앞에 만난 세 사람이 짤막하게 작별 인사를 나눴다.
(······라파엘 신부님.)
미련 없이 경찰서 정문을 나서던 라파엘이 몸을 돌렸다. 한유준과 강윤성의 입꼬리가 희미하게 올라가 있었다.
(우리 이제 다시 보지 맙시다.)
(맞아요. 귀신이나 악마 같은 거 모를 때가 나았지······.)
한유준과 강윤성의 말에 라파엘이 입을 크게 벌리고 웃었다. 과거에 인연을 맺은 한 신부와 똑같은 작별 인사였다.
(하하!)
(왜 웃으십니까?)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럼······.)
시원시원한 웃음에 두 형사가 당황해서 그를 쳐다봤다. 라파엘이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다시 제 길로 걸어갔다.
(강 형사님도 바로 가십니까?)
(네. 바로 조사해야 할 사건이 있어서요.)
(그럼, 고생하십쇼.)
라파엘이 공항으로, 한유준은 다시 경찰서 안으로, 강윤성도 자신의 관할구로 복귀한다. 그렇게 세 사람은 다른 길로 향한다. 따스한 햇볕이 올라간 입꼬리를 비추며 화면이 서서히 어두워진다.
그리고 어두웠던 무대의 조명이 단번에 켜진다. 갑작스러운 밝기에 앞 좌석에 있던 사람이 눈을 깜빡였다.
“허억······!”
무대 중앙에는 라파엘 신부의 복장을 그대로 입은 유연서가 스탠드 마이크에 두 손을 올리고 있었다.
“꺄아아악!”
숨을 삼킨 관객들이 폭발적인 함성을 질렀다. 반주가 흐르고, 유연서가 자신의 앨범 수록곡을 불렀다.
관객들의 손에 쥔 응원봉이 느릿하게 흔들렸다. 좌절 끝에 희망을 찾았다는 가사는 유연서가 직접 쓴 가사였다. 그는 자신이 맡았던 배역의 감성을 되살려 가사로 녹여냈다.
그의 위에서 내리쬐는 상아색 조명과 홀로그램으로 뿌려지는 금빛 가루가 신비로움을 더했다.
“여러분 재밌게 즐기고 있나요?”
“네!”
잠시 프롬프터 앞에 놓인 물을 마신 유연서가 다시 마이크를 들었다.
“이번에 팬 미팅을 준비하면서 질문 외에 팬 미팅에서 여러분이 뭘 보고 싶은지 설문 조사를 했었잖아요?”
유연서는 진행을 하면서도 발목까지 오는 긴 수단을 벗고 목에 감긴 흰 로만 칼라도 벗어 던졌다. 몸에 착 붙는 검은 셔츠 위에 반짝반짝한 바디 체인이 둘려 있었다.
“아이돌 커버를 보여달라는 투표가 가장 많았어요.”
“헐, 대박.”
설마, 진짜 하나? 임혜주가 손으로 입을 막았다. 앞선 무대에서도 약간의 안무가 들어가긴 했지만, 각 잡고 댄스곡을 하지는 않았었다.
“그래서 어······ 준비를 하긴 했는데······.”
“꺄아아아악!”
유연서가 멋쩍어서 웃든 말든 팬들은 소리를 질렀다. 그렇게 바라던 댄스곡 커버였다.
“열심히 하긴 했는데, 너무 기대하진 마시고요.”
아무래도 꾸준히 춤을 춰온 게 아니라 자신은 없었다. 안무를 봐주던 김이준이 잘한다고 하긴 했지만, 계속 잘한다 잘한다고 하니 솔직히 믿기 힘든 것도 있고.
“제가 준비한 커버곡은······.”
유연서는 쑥스러워서 제 귓불을 만지작거리며 한 유명 아이돌의 곡을 말했다. 팬들의 함성이 더욱 커졌다. 타이틀 곡은 아니지만, 팬들 사에서는 인기가 많은 곡이었다.
-ㅁ ㅓ? 유연서 톡식커버한다고?
-아니 ㅁㅊ
-(속보) 유연서 톡식커버함
-누가 한번 걸릴각오하고 영상중계 해주면 안되냐
음성 중계로 듣고 있던 사람들의 반응도 현장과 다르지 않았다. 그가 선택한 곡은 내 아이돌이 혹은 내 배우가 커버하길 바라는 1위 곡이었다. 트렌디한 비트지만, 빠르지 않은 곡은 아이돌 판에서 대표적으로 꼽는 관능적인 곡이었다.
댄서들의 유연서의 뒤에 서서 자세를 잡고, 유연서도 고개를 숙인 채 곡이 시작되길 기다렸다. 그리고, 그가 마이크를 들었다.
“어떡, 어떡해!”
“꺄아악!”
유연서의 가족 지인이 대다수인 VIP 좌석은 호응이 있긴 했지만, 체면이 있어서인지 팬들만큼 열띤 호응은 아니었다. 그 사이에서 임혜주와 친구는 목이 쉴 때까지 응원했다.
“어머, 쟤가 저런 것도 할 줄 아네.”
“잘 어울린다.”
아무래도 가족 친지들에게는 조금 민망할 수 있는 안무였지만, 유연서가 완급 조절을 잘해서 그렇게 노골적으로 보이진 않았다.
살랑살랑 춤을 추면서 그가 짓는 민망한 미소는 보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여유로운 미소로 보였다. 게다가 워낙 몸을 잘 써서 그런지 고난도 안무도 능숙하게 소화했다.
그렇게 많은 팬의 환호를 받은 무대가 끝나고, 조명이 어두워졌다. 유연서는 백스테이지로 들어와 바쁘게 옷을 갈아입고 헤어 메이크업을 손봤다.
(여기는······ 아마 내년에 개봉할 ‘아이덴티티’의 촬영장입니다.)
그동안 화면에는 유연서가 팬 미팅을 준비기간 동안 뭘 했는지 비하인드 카메라가 보였다. 감독과 합의하고 ‘아이덴티티’ 촬영장 모습을 잠깐 보여줬다.
(자, 갑니다. 레디!)
감독의 사인과 함께 유연서는 류민제로 변해 연기를 시작했다. 팬들이 바라는 차기작의 기대감을 키웠다.
(우선 한유준부터 찍고 나중에 출력해서 합을 맞춰보죠.)
그리고 관객들이 궁금했던 다중 연기의 비하인드가 나왔다.
모두의 예상과는 다르게 연기하는 데 어려운 부분은 없었다. 한 배역을 먼저 찍고, 홀로그램으로 출력하면 되는 일이었다.
최신 기술이라 비용이 많이 들지만, 유연서는 그 정도 비용쯤은 기꺼이 지급할 수 있었다. 대신, 사방이 초록색인 크로마키 안에서 몰입해야 한다는 장벽이 있었는데, 어렵지 않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음······ 이 부분은 다시 찍었으면 좋겠는데.)
(동선을 다르게 해볼까요?)
유연서의 진지한 얼굴은 얼마나 그가 팬들을 위해 노력했는지 보여주기에는 충분했다.
VCR이 끝나고, 슬슬 공연의 종료 시각이 다가왔다. 하지만 도중에 일어난 사람은 없었다.
“꺄아아악!”
하얀 바탕에 금색 수를 놓은 제복 차림의 유연서가 무대 위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마지막 곡은 신나는 곡이었다.
“······참, 쟤가 저런 모습도 할 줄 알고.”
유창호가 낮게 중얼거렸다. 박금주도 옅게 웃었다. 넓은 무대 위를 뛰어다니며 관객의 호응을 받는 유연서는 활짝 웃고 있었다.
“재주가 많긴 하죠? 누구를 닮아서 저런지.”
“누구겠어, 제 엄마겠지.”
“건민이는 아마 자기 닮았다고 할 거예요.”
“걔는 어릴 때 재롱 잔치도 못 했던데, 무슨.”
화면에 잡힌 사람들이 모두 둘째 손자를 응원하기 위해 늦은 밤인데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는 중간 휴식 시간에 살짝 나가보았었다. 관객들의 연령대와 인종이 다양했다. 그리고 소수였지만 남자도 보였다. 그들은 유창호를 발견하고 크게 환호하며 손을 흔들었다.
미디어에서 잘나간다 잘나간다고 하지만 단순 활자로는 체감할 수 없었던 손자의 인기가 피부로 와닿았다.
과연 연예인이 아니었으면 이런 응원을 받을 수 있었을까? 손자가 연예인이 아니라 적당한 계열사를 물려받은 보통 회사원이었더라면, 과거 힘든 시기를 버틸 수 있었을까?
“슬슬 이거 들 시간이죠?”
“벌써 그렇게 됐나······.”
유건민과 최유진이 주섬주섬 무언가를 챙겼다. 다른 관객들도 마찬가지였다. 후렴구가 끝나고 2절로 넘어갈 때의 짧은 공백, 관객들이 종이 슬로건을 들었다.
유연서가 눈을 크게 뜨고 사방을 쳐다봤다. 사실, 알고 있었다. 전성기 시절의 일부를 가져온 그의 신체 능력은 시력도 월등히 높였다. 앞쪽 좌석에 공식 굿즈도 아닌 똑같은 슬로건이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와······ 뭐예요?”
하지만 미리 알았다고는 해도 공연장을 꽉 채운 사람들이 똑같은 타이밍에 슬로건을 들어 올리는 건 장관이었다. 팬들이 따로 준비한 슬로건 이벤트, 거기에는 유연서를 위한 응원과 격려의 문구가 있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풍경을 눈에 담으려는 유연서의 눈동자가 유난히 반짝였다. 팬들이 소리를 질렀다.
“음, 이렇게 끝내긴 아쉬우니까. 앵콜 곡 할까요?”
“네!”
이미 공연 종료 예정 시간은 훌쩍 넘어 있었다. 원래라면 마무리 인사를 하고 잠시 들어가 관객의 앵콜 호응을 받아야 했지만, 다 삭제하고 바로 앵콜 곡으로 넘어갔다.
사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어서는 관객은 아쉬운 눈으로 무대를 바라봤고.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던 관객 사이에서 누군가 크게 외쳤다.
“10!”
카운트 다운은 옆자리로, 그리고 다른 구역으로 2층과 3층의 관객들에게로 퍼져나갔다.
“3, 2, 1!”
“생일 축하해!”
12시가 지나고, 관객들이 크게 소리쳤다.
“고마워요!”
유연서도 활짝 웃으며 화답했다.
***
“아직 안 가셨어요?”
“우리가 갔으면 좋았겠니?”
“아니, 오랫동안 공연 보시는 거 힘드셨을까 봐 그러죠.”
그래도 끝까지 남아서 무대를 봤다는 건 기분이 꽤 좋았다.
“누굴 다 늙은이 취급해?”
“늙은이 맞잖아요. 아야.”
결국 유창호에게서 등을 얻어맞은 유연서가 몸을 움츠렸다. 무대에서 바로 내려와 기다리고 있을 가족들에게 합류했던 유연서는 아직 무대 의상과 화장 그대로였다.
“눈두덩이에 뭐 이렇게 치덕치덕 발랐어?”
“조명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요.”
유연서에게 인사를 하려고 기다리던 지인들은 멀찍이 떨어져서 로열패밀리의 모습을 살폈다. 투닥거리는 조손과 웃음기를 띈 다른 가족들은 ‘유씨 가문’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였다.
“안 그래도 임 비서가 대기실로 안내해 주더구나.”
덕분에 편한 자리에서 큰 모니터로 손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유연서가 임승현을 흘끔 바라봤다. 따로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처리하는 게 편했다.
“그래요?”
“어쨌든, 첫 공연 축하한다. 생일도 축하하고.”
“뭐 이런 걸다.”
유연서는 형이 건넨 꽃다발을 받고서는 툴툴거렸다. 그래도 꽃은 좋다. 그가 강진후였을 시절에 이런 것은 사치였으니까. 영혼 조정의 조건이 완화된 뒤로 부쩍 이전 생이 떠오른다.
“아들, 오늘 너무 멋있었다.”
“집에서 한 번 더 공연해줄래?”
이어서 그는 유건민과 최유진의 포옹을 받았다.
“맞다. 생일 축하해.”
“나도. 공연 보는 내가 감동이더라.”
그리고 할머니, 고모들과 사촌들의 축하 인사를 받았다. 유연서의 입꼬리는 아직 위로 향해 있었다.
“그럼, 우린 이만 갈게.”
“벌써요?”
“출근도 해야 하고, 저녁에 식사나 같이하자.”
“네.”
가족들은 짤막한 인사를 끝으로 밖으로 향했다. 어차피 언제든 만날 수 있으니까.
“나도, 간다. 오늘 재밌었다.”
“어. 가.”
백서준이 가볍게 유연서의 어깨를 툭 치고 유은호와 함께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그 자리를 채운 건 유연서의 지인들이었다.
“나 여기 와도 되는 거야?”
“되니까 왔겠지. 오빠, 감사합니다.”
임혜주와 친구가 쭈뼛거리며 백스테이지에 들어섰다.
“어? 저분들은 누구셔?”
“임승현 씨 동생이랑 친구분.”
“아아······ 임 비서님 동생?”
아마 VIP석에 앉은 사람이라면 두 사람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안녕하세요.”
“네, 넷! 안녕하세요.”
“덕분에 공연 잘 봤어요.”
팬처럼 열렬히 응원하던 두 사람, 덕분에 분위기에 휩쓸려 공연을 더 재밌게 즐길 수 있었다. 자신과는 연이 없을 것 같은 톱스타들이 훈훈하게 말을 걸어오자, 두 사람이 당황했다.
“새, 생일 축하합니다!”
졸지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몸값이 높은 연예인들에게 둘러싸인 임혜주와 친구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선물을 준 뒤 도망치듯 자리에서 벗어나야 했다. 그 자리를 계속 지킬 정도로 뻔뻔하지는 않았다.
“동생분 벌써 갔어요?”
“버티기 힘들다고 하던데······.”
“하긴, 저 사이에 껴있으면 누구라도······.”
임승현과 이태겸은 멀찍이 떨어져서 유연서의 안색을 살폈다. 이태겸은 불현듯 예전이 생각났다. 그러니까, 유연서의 12번째 매니저였을 시절 말이다.
“뭐 해?”
말없이 멍하니 보던 이태겸이 핸드폰을 꺼내 카메라 앱을 눌렀다.
예전의 유연서는 늘 혼자 다녔다. 모난 성격이 소문나서 말을 거는 사람도 없었다. 항상 미간을 찌푸린 채 가시를 뾰족이 세웠었다. 그때에는 유연서가 저렇게 사람들에게 둘러싸일 줄 몰랐다.
“표정이 좋아서요.”
그가 유연서의 사진을 찍었다. 주변에 아무도 없고 본인도 밀어내던 예전보다, 가족 지인의 축하를 받는 지금의 모습이 훨씬 자연스러웠다.
“······잘 나왔네.”
“그렇죠?”
사진 속 유연서의 표정은 몇 년 동안 그를 봐 왔던 표정 중에 가장 밝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