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53)
“안녕하세요.”
“오, 왔어?”
이태겸이 등장하자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로 몰렸다. 아 이런 분위기 적응 못 하는데. 이태겸이 슬쩍 바깥쪽에 앉으려 하자, 한 사람이 그를 중앙으로 앉혔다.
“이 친구가 유연서 매니저야.”
“나도 알아. 방송에 몇 번 나왔잖아.”
그를 초대한 건 오다가다 마주친 다른 소속사의 매니저였다. 제발 와서 자리를 채워 달라고 간곡히 부탁하길래 와 봤더니······ 아니 인기 많은 건 유연서인데 왜 나까지 묶이냐. 이태겸이 울상을 지었다.
“박현상 차기작 들어간댔죠?”
“노코멘트 할게요.”
그래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이 바닥이 이직률이 워낙 잦아서 다들 예의도 있었고, 중요한 정보를 흘리지도 않았다.
“실장 됐다고 하는데, 그럼 로드도 뽑나? 나 거기로 이직할까?”
“와, 나도 갈래.”
몇 년 전에 유연서라면 다들 꺼리던 사람들이 이제는 제발 유연서를 맡고 싶어서 안달이었다. 예전처럼 패악질을 부리지도 않고, 자기 사람이라면 확실히 챙겨주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소문이 난 것이다.
“그럼 유연서 쉬는 동안 너도 쉬는 거지?”
“우와, 태겸 씨 완전 꿀 보직 아니야?”
“하하······.”
이태겸은 물만 벌컥벌컥 마셨다.
“그렇게 매니저 갈아치우던 유연서가 태겸 씨랑은 쭈욱 같이 했잖아요.”
“비결이 뭐예요?”
그······ 여러분도 고의 교통사고를 내서 범인을 잡으면 될걸요?
“혹시 연서 씨는 내년에 계획이 어떻게 된대요?”
“맞아요.”
몇몇 매니저들은 담당 연예인에게 ‘유연서 뭐 하는지 캐내 와라’라고 무슨 지령이라도 받은 듯 행동했다. 이태겸이 한숨을 쉬었다.
“저도 모릅니다.”
“에이, 그러시지 말고······.”
“진짜 몰라요. 걔 지금 쉬고 있어요.”
이태겸은 입을 꾸욱 다물었다. 제발 와달라고 자신을 초대한 사람을 노려보면서.
***
“종서야! 여기!”
약속 시간에서 조금 늦은 김종서는 이미 밥을 먹고 있는 친구들을 향해 걸어갔다.
(또 그 시즌이 돌아왔습니다. 유창호 주성 그룹 명예 회장의 재산 상속 시즌.)
(그 많은 재산을 증여하고도 아직 남아 있다는 게 놀라운데요······ 규모가 어떻게 되나요?)
(이번에도 어마어마하죠.)
TV에는 개그맨 출신 두 MC가 신나서 떠들고 있었다. 최근에 있었던 이슈를 모아 자신의 사감을 듬뿍 담아 방송하는 것으로 유명한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3세들은 장녀고 뭐고를 떠나서 똑같이 배분하잖아요?)
(그렇죠. 유은호 주성 전자 사장은 아무래도 차기 회장이 되실 분이라 그런지 다른 3세들보다는 조금 더 받았죠.)
(유창호 명예 회장님이 ‘유씨 가문’에서 장손을 아끼는 모습이 엄청 많이 나왔었죠?)
자료 화면이 나갔다. ‘유씨 가문’에서 유은호를 보자마자 활짝 웃음을 짓는 유창호의 모습이었다. 자신에게 쉽게 지지 않는 유연서에게 시달려서 더 유은호를 반긴 거였다.
(저라도 아끼겠어요. 인물 좋지, 능력도 좋지. 성격도 좋지.)
(유 회장님은 안 먹어도 배부르시겠어요. 아들들이 이렇게 잘나가니.)
그나저나 왜 이렇게 찬양하나 싶어서 방송국 로고를 보니 JSTV의 파생 케이블 방송사였다. 사실 굳이 JSTV 쪽이 아니더라도 주성에 관련된 일이라면 시청률 때문에 너도나도 관련 주제로 방송한다. 안 그래도 1위 기업인데다가 ‘유씨 가문’으로 국민적 호감을 샀기 때문이다.
(아마 배우 유연서 씨도 사촌들과 똑같은 재산을, 주성 그룹의 주식을 일부 증여받을 거로 예상됩니다.)
(게다가 유연서 씨는 JSENM의 주식을 일부 받았죠? 어머니이신 최유진 회장님의 지분을요.)
(네. 아마 )
(보기 좋네요. 형은 아버지의, 동생은 어머니의 일을 물려받는 것이.)
자료 화면에는 이사회에 출석하는 유연서의 모습이 담겼다. 격식 있는 차림새에 창백한 얼굴. 특이점은 이사회를 찍으러 온 사람들이 기자 외에도 많았다.
(게다가 박금주 주성 미술관 관장이신 분도 5년 내 자식 손주들에게 재산을 양도하기로 했다고 하는데요.)
(어우, 박 관장님이 보는 눈이 특별하시잖아요? 소장 미술품만 해도 장난 아니겠어요.)
(세금도 장난 아니겠죠?)
(치킨 시켜 먹게 1억만 제게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갑자기요?)
두 MC가 만담하자, 방청객이 웃는 소리가 삽입됐다. 그 뒤로는 시시콜콜한 다른 재벌가의 얘기뿐이었다. 누가 또 마약을 해서 입건됐다더라. 누구는 호화 요트 여행을 즐긴다더라. 같은 가십 거리였다.
“이야······ 무슨 상속받을 재산이 아직도 있어? 이게 몇 번째냐?”
“네 번째던가? 주성이잖아. 그럴 만도 하지.”
음식점 TV에 시선을 고정한 두 남자가 다시 음식으로 젓가락을 들었다.
“다시 태어나면 유연서로 태어나고 싶다.”
“야.”
한 사람이 그에게 주의를 시켰다. 그들의 맞은편에서 술잔을 기울이던 김종서가 뭐가 문제냐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난 괜찮은데?”
“그래?”
“어, 그 뒤로 몇 년이 지났는데.”
애초에 자신의 형이 교통사고로 죽은 건 유연서 잘못이 아니다. 게다가······ 그냥 넘어간 것도 아니고 넘칠 정도로 많은 위로금을 받았다.
“그 뒤로 뭐, 별 건 없었지?”
“있지. 우리 형 기일 때마다 선물 준다는 얘기 했었나?”
“진짜?”
“어.”
김종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 정도의 위로금을 줬으니 잊을 거라고 생각했다. 부모님도 간신히 충격에서 벗어나서 일상생활로 복귀했다.
그렇게 맞이한 형의 1주기. 원래 제사를 안 지내는 집이었지만, 내 자식이 혹여 저세상에서 굶진 않을까 고민 끝에 제사를 준비했다. 그때, 유연서의 비서라던 임승현이 그들의 집을 방문했었다. 두 손 가득 꽃과 선물을 들고서.
[이게······ 무슨.] [도련님께서 보냈습니다. 오늘이 김종호 씨의 1주기니까요.] [아······.]부모님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임승현은 혹시 이걸 드려서 묻어놨던 아픈 기억이 떠올랐다면 다신 안 오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들은 거절하지 않았다. 아들을 기억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있어 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1주기니 한 번은 챙겨줄 만하지 라고 생각했지만, 이어서 2주기, 3주기 때도 임승현이 찾아왔다. 그리고 지금까지 쭈욱 이어졌다.
“와······ 그럼 지금 몇 년 됐지?”
“7년 됐지.”
그래서 김종서는 제 형이 몇 주기가 되었는지 잊지 않았다. 아마 내년에도 임승현이 그들을 찾아올 것이다.
“이야······.”
“역시 형님이시다.”
유연서는 남자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좋았다.
“나 이거 인터넷에 올려도 되냐?”
“뭐······ 안 좋은 얘기도 아니고 괜찮지 않을까? 야, 짠 이나 하자.”
그들이 술잔을 들었다.
다음 날, 흙먼지가 날리는 작은 운동장 구석에 누군가가 린치를 당하고 있었다.
“으윽······.”
“내가 찍소리도 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아직 정신 못 차렸나 보네. 더 때려.”
“넵!”
곧바로 주먹이 날아왔다. 얼굴을 가격당해 몸의 중심을 잃는다. 벽에 부딪혀 쓰러진 채 일어나지 않는 모습에 왜소한 한 사람이 민성철의 어깨를 쿡쿡 찔렀다.
“죽었나?”
“어어, 아직 죽으면 안 되는데.”
꼭 살려서 계속 굴려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쓰러진 민성철은 고통에 눈을 찡그리다가도 입에서는 계속 웃음이 나왔다.
“흐흐······.”
“웃는 거 보니까 상태 괜찮나 본데요, 형님?”
“흐흐흐······ 하하하!”
“하하하!”
민성철을 둘러싼 제소자들은 그를 따라서 웃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정색했다.
“뭘 처웃어.”
이제는 다수의 발길질이 날아왔다. 민성철은 더는 웃을 수 없었다. 입에서는 침과 피가 줄줄 새어 나왔고, 몇 개 빠진 이빨에서는 차가운 바람만 통했다. 귀에서는 이명이 끊이지 않았다.
교도관은 그 광경을 봤지만, 모른 척 넘어갔다. 의무관도 진찰 없이 처방전만 써줄 뿐이다. 다들 한통속이었다.
“야, 그만해라. 이 정도면 됐다.”
“넵.”
그들에게 형님이라고 불린 사람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발길질을 하던 사람들이 그의 뒤에 섰다.
민성철에게 폭행을 가한 제소자들은 사회에서 주먹 깨나 써 본 사람들이었다. 심각하지만 거동이 가능할 정도로만 조절해서 패고 있었다.
운동장에 있는 그 누구도 민성철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세상과 단절된 공간, 그가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는 자세히 알지 못했다.
하지만 어디서 지령을 받은 듯 갑자기 교도소를 주름잡는 제소자들이 집요하게 민성철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다들 민성철이 사회에서 누군가를 잘못 건드린 것 같다고 짐작하고 있었다.
“아저씨.”
형님이라 불린 사람의 ‘아저씨’ 발음은 마치 ‘아이씨’처럼 들렸다. 그는 민성철의 뺨을 기분 나쁘게 철썩 쳤다. 어차피 무기 징역을 선고받은 마당에 민성철은 누군가 작정하고 쥐여준 장난감이었다.
“내가 자세한 건 못 들었지만, 귀하신 몸을 건드렸나 봐?”
“흐······.”
“이거 아직도 정신 못 차렸네.”
실성한 듯 웃는 모습에 남자가 민성철의 뺨을 후려쳤다. 그들 입장으로는 민성철이 이럴수록 좋다. 모처럼 찾은 장난감인데 쉽게 체념하면 재미가 없지 않은가.
“사, 살려주세요.”
“제발······.”
물론 민성철만 이렇게 당하고 있었던 건 아니다. 이희서 살인 사건에 가담하고 사주한 사람들은 유창호가 말했듯 살아있는 게 지옥으로 느껴질 만큼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사는 게 지옥이 된 사람들은 이희서의 죽음을 조작했던 방법처럼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 하지만 어떻게 알았는지 그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게 조치하고 있었다.
물론 이들이 교도소에서 이런 일을 겪는 것은 밖으로 새 나가지 않았다.
“내, 내가 누군 줄 알아?!”
“아이고, 우리 사장님 아직도 주성 사위인 줄 아세요?”
“오, 오지 마!”
“갈 건데?”
얼굴이 알려졌던 박경석은 그 강도가 셌다. 겁에 질린 박경석이 히죽 웃으며 제게 주먹을 휘두르는 것을 보고는 눈을 질끈 감았다.
***
-아 내배우 보고싶다~!
연서야 뭐하니ㅠㅠㅠ 슨스에 1이라도 올려줘ㅠㅠㅠㅠ
└맞아 있다없으니까 허전해ㅠㅠ
└건강 회복한다고 쉬러갔는데 왜이렇게 징징거리냐 이런것도 배우한테 눈치주는 거 알지?
└└아니 그냥 보고싶다는 얘기도 못쓰냐 유연서가 여길 보겠냐? 너나 눈치주지마 좀ㅋ
└└└너나 진지빨지마 그냥 보고싶다고 앓는 글에 처패지말고ㅠㅠㅋ
-난 어차피 달릴 떡밥 많아서 괜찮음ㅋㅋ 어제 입덕했거든
└와 부럽다
└나도 안본눈 사고싶다
-그래서 차기작은 언제뜰까?
아니 그냥.. 궁금하잖아ㅠㅠ 1년 쉰다고 했으면 지금쯤 뭐 하나 낙점해놓지 않았을까?
└나는 아직도 사극 소취중
└ㄴㄷ 장르물은 많이했으니 다른거 보고싶음
1년의 휴식기를 가진다고 공식 발표한 유연서는 얼마 안 돼서 전용기를 타고 섬으로 떠났다. 회복을 위해 떠난 거라 아무 소식도 올라오지 않았다. 그렇게 활발히 올리던 SNS도 뜸했다. 그래서 그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은 많았다.
“베타, 시작하자.”
그동안 유연서는 영혼 조정에 박차를 가했다. 물론 그를 걱정한 가족들이 딸려 보낸 의료진이 별채에 대기 중이었지만, 그는 은밀하게 새벽 시간대를 이용했다.
그리고 사용인의 숫자를 줄이고 직접 집안일을 하고 심심할 때면 해변에 나와 수영을 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이른 아침,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지인들의 메시지가 줄을 이었다.
‘벌써 해가 바뀌었나.’
유연서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오늘은 가족들이 오기로 했으니 새벽에 뱉은 흔적을 남몰래 처리해야겠지. 그는 능숙한 솜씨로 바닥을 닦고 이불을 세탁기에 집어넣었다.
“베타, 얼마야?”
이제 절반, 남은 시간도 반년. 얼마 안 남았다. 유연서는 콧노래를 부르면서 세탁기의 전원 버튼을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