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73)
오늘도 어김없이 늦게 귀가한 유은호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일단 소파에 앉았다. 등받이에 몸을 눕듯이 기댄 그가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동생의 건강 이상 때문에 잠시 같이 살았던 것뿐이지, 이젠 동생도 멀쩡하니 그 집에 있을 이유는 없었다.
[도련님, 전에 요청하셨던 자료 말인데요······.] [야, 유연서! 길 막혀서 빨리 나가야 돼!]유은호는 평소 주변이 조용한 것을 선호하지만, 그가 동생의 집에서 머무는 동안 많은 사람이 오갔었다. 주로 이태겸과 임승현이었다.
[유연서, 유은호 중 아무나 내 술친구 해주라.]유연서가 촬영 때문에 집을 비워도 백서준이 인터폰으로 귀찮게 한 적도 있었다.
그거에 적응이 되어 버린 걸까? 집이 너무 고요한 것 같아서 백색소음용으로 티비를 켠 그는 이윽고 들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야 했다.
스핀오프 확정! 전 시즌 몰아보기!
티비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나왔으니까.
(연서야, 이거 어떻게 할까?)
(연서야?)
(얘 어디 갔어?)
유씨 가문은 폭발적인 시청률과 화제성으로 그 해를 거의 휩쓸었다. 그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오죽하면 그룹에서 돈 들여 홍보 마케팅하는 것보다 오너 일가가 방송 하나 출연하는 게 낫다는 평도 있었다. 그 때문에 유은호도 ‘유씨 형제’의 출연을 수락했고.
(얘는 갑자기 어디로 튄 거야?)
(이래놓고 전처럼 우리가 다 해결한 사이에 오는 거 아니겠지?)
(음······ 일단 우리끼리 해보죠?)
유연서가 돌연 자리를 비우고, 다른 게스트들이 어리둥절했다. 유연서가 처한 상황을 어느 정도 짐작한 진수호가 상황을 수습하고 있었다.
‘설마, 저 때도······.’
유은호는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 화면 속 유연서를 바라봤다. 저 예능을 찍었을 당시에는 동생이 아직 원인 모를 병 때문에 고생했던 시절이었다.
아마 변기를 부여잡고 검붉은 피를 토하고 있었겠지. 그 생각이 들자, 유은호는 인상을 찌푸리고 리모컨을 들었다.
스핀오프 확정! 시즌 2, 1화
채널을 돌리자, 시즌이 다르다는 것 외에는 또 같은 프로그램이었다.
호랑이 같은 할아버지지만 알고 보니 뒤에서는 자식 손주들을 덕질 중이었던 유창호.
그리고 잘 알려진 팔불출 유건민, 비교적 점잖은 줄 알았지만 맘만 먹으면 유건민보다 더 한 팔불출 최유진, 그 사이에서 환장하는 유은호의 캐릭터 성이 좋아서 가족들 위주로 나왔던 시즌 1은 너무 기업 홍보 같다는 평을 받기도 했었다.
‘유씨 가문’ 시즌 2 확정, 시즌 1과는 다른 시청 포인트 보여드리겠다
‘유씨 가문’ 시즌 2 재벌 3세, 톱스타의 아들, 기업 이사, 배우 유연서의 삶을 전부 보여드리겠다.
그리고 말이 많았던 시즌 1과 달리 시즌 2는 유연서를 더 주목했다.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 그리고 그걸 남몰래 숨겨왔던 과거, 다 이겨내고 한 사람으로 우뚝 선 유연서의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이었다.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첫 화는 유연서가 정신과 의사인 윤호영을 만나는 장면이었다. 밝은 얼굴인 유연서가 윤호영과 가볍게 대화하고 있는 사이, 배경을 모르는 사람을 위해 시즌 1에서의 상담 장면이 짤막하게 지나갔다.
(왜 가족들에게는 밝히지 않았나요?)
(그럴 만한 사정이 있어서요.)
박경석 구속 이후 허심탄회하게 밝히는 속마음이었다. 안 그래도 사건에 관심이 많은 대중은 유연서의 상담 장면에서 숙연한 반응을 보였다.
-아니 그걸 혼자 삭이고 있었던거야ㅠㅠㅠ?
-편집이 노골적으로 유연서 미화같은데
-아무리 연출이라고 해도 사건 타임라인이랑 딱맞아떨어지는데?
-솔직히 자기 엄마 관련된 사건인데 자기 이미지관리하려고 이용하겠냐? 여물고 방송이나 봐
-ㄹㅇ 저 의사 학계에서도 유명한 정신과의인데 방송 꼴랑 몇분나온다고 짜고쳤겠어
└나 저의사쌤한테 상담받으려고 1년째 대기중ㅠㅠ
아무리 유연서가 수저 잘 물고 태어난 사람이라고 해도 개인적으로 맞닥뜨린 비극은 감히 상상할 수도 없었다.
-아 맘아프다 진짜ㅠㅠㅠ
-앞으로 응원한다..ㅠㅠ
-재벌 그사세 보려고 켰다가 별안간 우는 사람 됨
-내가 저 상황이었다면 감당 못했음
게다가 과거 유연서가 아무리 빌미를 제공했다고 해도 그를 비난하는 여론도 과열될 정도로 심각했다. 과거에 그렇게 욕하던 사람이 알고 보니 이런 속사정이 있었다니, 동정을 사기 마땅했다.
(근데 괜찮아질 리가 없죠. 몇 년을 시달려왔던 일인데.)
(······.)
(가끔은 내가 직접 이걸 끊어야 괜찮아질까 싶었는데······.)
그 말에 윤호영의 안색이 미묘하게 찌푸려졌다가 금세 아무렇지 않은 듯 상담의의 본분을 다했다.
(이제 괜찮죠?)
(네, 뭐······ 이제 아무렇지도 않네요.)
그리고 시즌 2, 모르는 사람이 봐도 유난히 잘 웃고 안색이 밝아진 유연서와 앞으로 상담은 없다는 의사의 선언에 실시간 반응은 터졌다고 한다. 심지어 실시간으로 달리던 커뮤니티가 잠시 마비될 정도였다고 한다.
-고생 많이 했다 진짜ㅠㅠㅠㅠ 솔직히 나라도 내 엄마 그렇게 된거 보면 미칠 텐데ㅠㅠ
-내배우 항상 행복하길
-다행이다ㅠㅠㅠ 난 사실 즌1도 재밌게 못봤는데 즌2로 괜찮다고 땅땅시켜주니까 안심이야
특히 팬들의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왜 얘기를 안 했을까.’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사건도 해결했다. 동생을 괴롭히던 원인 불명의 증상도 기적처럼 없어졌다. 정신적 문제도 깔끔히 사라진 것 같았다.
그래서 동생에 대해 궁금한 것을 참았다. 그는 나름대로 동생을 잘 살펴봤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동생은 자신에게 도통 털어놓지를 않았다. 엄마에 관한 기억을 찾았는데 왜 그동안 말을 안 했었는지, 매니저와 비서도 알고 있었던 건강상 문제를 내가 왜 늦게 알아야 했는지 자세히 물어보지 않았었다.
하지만 유은호는 동생이 왜 자신에게 안 알렸는지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그가 먼저 얘기 듣기를 거절했으니까.
‘그때 왜 그랬을까.’
관련 사건은 다 해결됐어도, 가끔 생각하면 후회되는 일이었다.
***
친모에 관한 기억을 되찾은 유연서는 혼자서라도 사건의 진실을 캐기로 했다.
그렇게 가기 싫어했던 할아버지의 저택도 가족들 없는 사이에 몇 번 오가면서 친모 살인 사건의 단서를 찾으려고 했다.
“하긴, 몇 년이 지났는데 지금까지 남아 있을 리가.”
하지만 역시 쉽지 않았다. 이미 사건 현장에서 흔적을 찾기에는 늦었고, 당시 있던 사용인들도 슬슬 은퇴했으니까. 게다가 사용인들에게 질문하면, 그가 과거 일을 캐묻는 게 가족들 귀에 들어갈 게 분명했다.
‘그래선 안 되지.’
그렇게 보안이 철저했던 저택에 침입할 정도면, 범인은 내부에 있다는 소리니까.
역시 그의 역량으로는 부족했다. 분명 내가 범인을 봤는데, 내가 내 손으로 그 사람을 안내했는데, 잡으려고 해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답답하고 짜증이 났다.
-나 아는사람이 업계인인데 ㅇㅇㅅ 요즘 지랄병 심하대
-진지하게 ㅇㅇㅅ 좀 이상하지 않냐? 어디서 약하는 거 아냐?
-솔직히 약해도 주성이니까 다 덮어주는것일지도
-ㅇㅇㅅ 차기작 드라마에서 조연 배우랑 마찰 있었나봄
-유연서 어록 갱신됨ㅋㅋㅋ 레전드다 진짜ㅋㅋ
그 때문에 예민한 신경이 날뛰기 시작했다.
뒤늦게 찾은 ‘엄마’에 관한 기억. 따스하고 포근했던 과거를 떠올리고 있노라면 잠깐 행복했다.
하지만 나는 그것도 모르고 환영으로 남은 엄마를 원망했었나 하는 죄책감과 나는 왜 이렇게 나약해서 그걸 다 잊어버릴 수가 있느냐는 자학이 동시에 밀려왔다.
[연서야.]“제발, 그만······!”
그럴수록 자신을 원망하는 엄마의 목소리는 점점 더 선명하게 그리고 자주 들렸다.
“무슨 일 있나?”
“쉿, 그냥 모른 척 지나가. 재수 없게 잘 못 걸리지 말고.”
“원래 한 성격 했잖아.”
그가 돌연 소리치고 물건을 던지게 되니, 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더욱 나빠져만 갔다.
하지만 유연서는 멈추지 않았다. 멈출 수 없었다. 눈앞의 저걸 볼수록 심장이 기분 나쁘게 쿵쿵거렸고, 자신을 탓하는 엄마의 목소리가 중첩돼서 들려온다.
“말이······ 너무 심하신 거 아닙니까?”
“오늘 촬영 여기까지 합시다. 주연이 저러니, 뭔 말을 못 하겠네.”
그리고 정신을 차려 보면 자신을 보고 황당하다는 듯 외면하고 기분 나빠서 씩씩거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감독 교체 요구’ 유연서, 이번에는 작가와 마찰?
재벌 3세 도련님의 철없는 행보는 어디까지? 유연서, 이대로도 괜찮나
유연서, 또 ‘말썽’ 하지만 소속사는 묵묵부답
비난 여론이 거세진다. 하지만 유연서는 기분 나쁘지 않았다. 어차피 죽은 엄마도 나를 원망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욕하면 어때. 그리고, 이렇게 욕을 먹을수록 죄책감이 씻어 내려갈 줄 알았다.
“엄마가 정말 자살했다고 생각해?”
결국 고민 끝에 유은호를 찾아간 유연서는 조심스레 운을 뗐다.
형이라면 잘 들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언제나 무슨 일이 생기면 꼭 말하라고 했으니까. 진지하게 들어주고, 사건 해결을 위해 함께 움직여줄 줄 알았다.
“연서야, 이미 끝난 일이다. 경찰이 몇 번이나 조사한 사건이야.”
경찰뿐인가 아버지랑 막내 고모부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려들었던 사건이었다. 별다른 특이점을 찾지 못하고 종결 난 지도 오래됐다.
‘이미 끝난 사건을 왜······.’
유은호는 요새 엄마를 언급하는 빈도가 잦아진 동생이 걱정됐다. 그리고 딱 그 시기에 맞춰 업계 소문도 점점 나빠지고, 수습할수록 여론은 악질적인 것도 마음에 걸렸다.
이러다가 또 발작하면 어쩌지? 엄마에 관한 기억을 찾았다가 또? 그래서 애써 외면했다.
“형, 내 말 들어봐. 그때······.”
그래, 대뜸 저렇게 말하면 이런 반응을 보일지도 모른다. 유연서는 그때 내가 누굴 봤는지, 엄마가 자살이 아니라는 근거를 댈 수 있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이제 그만 엄마는 잊어버려.”
하지만 유은호는 그의 말을 끊었다. 그는 할아버지와 부모님과 마찬가지로 알게 모르게 동생의 뒤를 봐주고 있었다. 그게 형인 자신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그도 사람이었다. 가뜩이나 당시에는 할아버지가 내준 시험 때문에 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다.
그런데 동생마저 이럴 때면 가끔 힘들다. 이희서는 자신의 엄마이기도 했다. 그는 머리가 좋은 탓에 동생이 태어났을 때 친모의 부탁도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
[은호, 네가 동생을 잘 돌봐주렴. 형이니까.]동생이 겪은 일 때문에 상대적으로 외면 받았어도 괜찮았다. 그룹의 일로 바쁠 테니 네가 동생을 잘 봐달라는 조부의 부탁도 기분 나쁘지 않았다.
아버지는 사건을 헤집느라 바빴고, 동생은 병원에 입원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몇 년간은 혼자 울며 삭혔다. 그렇게 간신히 마음 정리가 끝난 사건을 붙잡고 들쑤시는 모습에 그날 하필 날 선 반응이 나왔다.
“형은 잊었어?”
“······.”
“그게 벌써 잊혀져?”
그래, 대체 그게 뭔데?
유은호는 당시 엄마가 어떻게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 그리고 상황을 부정하는 듯 중얼거리던 동생의 음성은 도저히 잊을 수 없었다.
당장이라도 어째서 그날 문을 닫았어? 묻고 싶었다.
하지만 유은호는 그 말 대신 눈이 충혈된 채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어뜨릴 것 같은 모습을 외면했다.
“연서야.”
“······됐어.”
유은호가 몸을 돌렸을 때, 유연서를 태운 차는 이미 저 멀리 사라진 후였다.
“늦은 시간에 미안합니다.”
(아닙니다. 지시하십시오.)
그리고 남겨진 유은호는 누군가와 통화했다.
“그동안 연서 촬영장에서 무슨 일 있었는지 정리해서 내일 아침까지 올리시죠.”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비상’의 감독 김택현과 있던 일도 알게 되었다.
아마 최유진은 이쪽 업계와 관련이 있다 보니 별 조치는 안 한 것 같았다. 자칫하면 찍어 내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니까. 하지만 유은호는 아니었다.
“이 사람, 다신 연서랑 못 마주치게 조치해 주시죠.”
“네, 알겠습니다.”
뒤에서 무슨 말이 나오는 거야 막을 수 없다는 걸 안다. 하지만 대놓고 도발하려고 이런 짓을? 김택현이 욕보인 이희서는 자신의 친모이기도 했다.
유은호는 무심코 주먹에 힘이 들어가서 부러뜨린 만년필을 쓰레기통에 던졌다.
‘얘기를 더 잘 들어줄 걸 그랬나.’
뒤늦게 후회가 밀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