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72)
“이쪽으로 오십시오.”
‘유씨 형제’의 제작진은 정말 드라마에나 봤던 대기업 최상층, 부회장의 집무실에 입을 멍하니 벌리고 사방을 쳐다보았다.
“안녕하세요.”
“앉으세요.”
마침 통화를 끊은 유은호가 그들을 자리에 앉혔다.
“번거롭게 이쪽으로 불러서 미안합니다. 요즘 좀 바빠서요.”
“아뇨. 저희야말로 이런 곳이면 환영이죠. 감독님, 이거 찍고 있죠?”
감각이 남다른 아버지가 쓰던 집무실을 그대로 물려받은 유은호의 집무실은 예스러우면서도 현대적인 세련됨이 공존했다.
“바쁘시니까 인터뷰 빠르게 진행하고 철수할게요.”
“궁금한 게 있는데······ 연서 사전 인터뷰는 이미 하셨죠?”
“네.”
“걔가 뭐라고 말하던가요?”
작가의 쥐어박고 싶은 남동생이라면 누나 걔가 내 뒷담을 말했냐고 하겠지만, 이 두 형제는 그런 티격태격을 보여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장난이 아니라 정말 순수하게 궁금해서 하는 질문이었다.
“여행을 가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어릴 때 섬에 갔던 적이 있다면서요?”
“네.”
“정말 기대돼요. 저희가 개인 소유 섬에 가볼 일이 얼마나 있겠어요?”
유은호의 표정이 묘해졌다. 그 섬은 친모가 살아 있을 때 갔던 휴양지였다. 동생이 요양한다고 다시 찾긴 했어도, 유은호는 한 번도 그곳을 다시 가보지 않았었다.
[연서 씨는 저희가 잘 알지만, 은호 씨는 아직 잘 모르잖아요? 혹시 은호 씨에 대해서 뭔가 말씀해주실 게 있나요?] [음······ 형은 제가 뭘 하든 받아주긴 했죠.] [연서 씨는 그게 불만이시군요?] [그렇죠. 보호자는 이제 필요 없거든요.]문득 유연서와 했던 인터뷰가 생각나 작가는 운을 띄었다.
“연서 씨가 저희와 인터뷰하면서 은호 씨에 관한 칭찬이 자자하시더라고요.”
“칭찬이요?”
“네. 형은 자기가 뭘 하든 받아준다고 하시던데······ 은호 씨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작가는 유은호의 표정 변화를 살폈다. 반쯤은 그냥 잘생겨서 눈에 오래 담아두려는 목적이 크긴 했지만.
“글쎄요······ 제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그러신가요?”
작가는 유연서가 왜 싸움을 걸고 싶어 하는지 얼핏 이해할 수 있었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참아주는 건지, 아니면 어릴 때 풀리지 않은 앙금이라도 있는지. 작가는 유연서의 작전이 성공하기를 바랐다.
***
유연서가 또···동료 배우 최재원에 “거지 같다” 일침
유연서, ‘불면의 밤’ 현장서 갑질 의혹 불거져
-나 모 드라마 스태프였는데 진짜 성격 더럽더라
-ㅇㅇㅅ 말버릇 그거잖아 ‘너 나보다 돈 많아?’ 재수 ㅈㄴ 없음
-너의 계절 찍었을 때 조연 배우 인텁 봤음? 모 배우가 힘들게했다라는데 이거 너무 유연서 아니냐?ㅋㅋㅋ
첫 드라마 주연 이후 고삐 풀린 유연서의 기행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심해지면 심해졌지, 덜하지는 않았다.
이쪽 업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렴풋이 확인한 유연서는 차기작부터는 투자자로 나서 불만이 있어도 아무 말 못 하게끔 했다.
한준오가 그를 영입할 때 했던 ‘이희서의 그림자를 지우자’라는 의도는 먹혔다. 다른 의미로 말이다.
유연서가 좋은 연기 좋은 작품을 쌓아가며 그냥 배우 유연서로 남길 바랐지만, 지금은 그냥 논란 제조기 유연서로 각인됐다.
유연서가 ‘유연서 했다’는 유행어는 어떻게 유행됐을까
유연서, 갑질·횡포 논란에도 SNS서 슈퍼 카 자랑
-빽으로 주연 차지하지 말고 다른 배우한테 기회를 줘야지
-솔직히 유연서 차기작에 신인 배우 발탁 많이 되어도 다른 배우 자리 뺏은 건 똑같지 않냐?
-연예인은 본업이 존잘이어야 하는데 그분은..ㅋㅋ..ㅋㅋㅋ
그의 기행에 신난 건 기자들과 네티즌이었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기사 한두 개 올라오는 수준이었다면, 그와 관련될수록 클릭 수를 유발하고 어그로꾼이 바라던 관심을 받는다는 걸 알아서였다.
유창호와 최유진이 알게 모르게 유연서의 뒤를 봐줘도, 여론 대응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아서 더욱 사실 확인도 안 한 근거 없는 소문이 사실처럼 떠돌아다녔다.
유연서 스태프 갑질 논란에 헤일로 미디어 “사실무근이다. 해당 스태프 없어”
헤일로 미디어, 소속 배우와 관련한 억측 자제 부탁
찻집 피뎊 딴 거 어디로 보내?
♥♥7시 됐다 연검 정화하자♥♥
솔직히 우리 배우님은 저런 맛으로 빠는 거임ㅇㅇ 울지말고 할일을 하자
한준오가 머리털 빠져 가며 직접 나서서 수습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원세븐 데뷔 때부터 유연서를 좋아했던 팬들은 점점 떨어져 나갔고 소수의 골수팬들이 이를 수습하려 애썼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클릭 수를 유발하는 유연서는 좋은 소스였다. 연예인이라는 게 다 그렇지만, 유독 심했다. 심지어 사고 친 연예인이 나오면 그걸 덮기 위해서 유연서를 이용했다.
아무리 유연서가 빌미를 제공했어도 과열된 분위기가 없지 않아 있었다.
“뭐야?”
(그냥 안부 전화인데.)
“그냥 안부 전화 아니잖아.”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당연히 가족 중 누군가는 먼저 연락이 올 줄 알았다. 아버지나 형의 연락은 꼬박 왔지만, 이번에는 다른 의도가 있을 거라 생각한 유연서는 일부러 틱틱 내뱉었다.
유은호는 이 말을 해야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나지막하게 내뱉었다.
(······연서야. 적성에 안 맞으면 그만둬라.)
“맞네, 그냥 안부 전화 아니네.”
(요즘 어때? 몸은······.)
“괜찮으니까 확인은 그만해도 돼.”
유연서는 형의 말을 끊었다. 송곳으로 찌르는 두통 때문에 골이 울렸다. 지금만큼은 조용히 보내고 싶어서 자꾸 날카로운 말이 나왔다.
“내가 애야? 자꾸 확인하게?”
(연서야.)
“왜?”
하지만 유은호는 물러서지 않았다. 이제 다 큰 성인인 동생을 신경 쓰기에는 유은호도 주어진 일이 많았다. 가족으로서의 염려가 지나친 간섭으로 보일까 봐 조심스럽기도 했다. 동생은 그의 참견을 바라지 않았으니까.
‘그때 왜 문을 닫았을까.’
하지만 유은호는 더는 참견하지 말자 다짐하면서도 익숙한 듯 동생의 번호를 눌렀다. 자꾸 신경이 쓰였다. 동생이 계속 이런 식으로 나가면 어딘가 잘못되리라는 느낌이 들었다.
(무슨 일이 생기면 꼭 나한테 말해야 한다.)
“······그럴 일 없어.”
형과의 통화를 대충 끊은 유연서는 두통약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배우로 재데뷔한 이후에 할아버지에게서는 별말이 나오지 않았다. 가족 모임에 자주 빠지니 화를 내시긴 했어도, 다시 연예계로 돌아간 것에 대해서 생각보다 많이 구박하지는 않았다.
‘드디어 나를 포기하신 건지도 모르지.’
차라리 이게 낫다. 아무도 그의 상태에 대해서는 몰랐으면 했다.
그는 차기작에 들어갈 배역의 연습 영상을 바라보았다. 아마 그를 아는 사람들이 이 영상을 본다면 대체 무슨 변덕이길래 저런 연기를 할 줄 알면서 못하냐는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나도 몰라.’
이렇게 할 수 있는데 왜 촬영에만 들어가면 굳어버리는지 그도 이해할 수 없었다. 단순 환영 때문에? 저건 어떻게 해야 없어지지?
“아······ 쓰읍.”
약을 먹었어도 이명과 함께 또 두통이 밀려왔다. 비틀거리며 침실로 향하던 그가 도중에 주저앉았다.
“제발······.”
진짜 내가 죽어야 없어지려나.
“하, 아무리 이희서 아들이라지만 연기력이 이렇게 없을 수가 있어?”
“그래도 마스크는 좋잖아요. 흥행 실패해도 돈 메꿔준다고도 했고.”
“그래서 짜증 난다는 거야.”
“감독님도 계약서에 사인하셨으면서 왜 그래요?”
영화 ‘비상’의 감독, 김택현은 ‘너의 계절’에서 주연을 맡았던 유연서의 모습에 더는 못 봐주겠다는 듯 화면을 꺼 버렸다. 그는 혀를 쯧 찼다.
“인생 쉽게 살아온 것들은 이게 문제야. 뭐든 집안, 돈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그 수저빨만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면서······.”
“무슨 열폭이라도 하세요?”
“너 자꾸 토 달래? 너 내 새끼 아냐?”
김택현의 서슬 퍼런 눈빛에 새끼 감독은 몸을 움츠러들었다. 능력치에서 배울 점은 조금 있어도, 인간적으로 존중은 못 할 감독이었다.
주연 배우가 논란이 많긴 하지만, 그래도 투자를 해준 덕분에 무사히 촬영에 개봉까지 할 수 있었다. 새끼 감독은 촬영 경험 하나하나가 소중했다.
“아무리 촬영 전 조율 단계에서나 투자자의 말이 먹혀도, 촬영 들어가면 내가 갑이잖아.”
대체 촬영장에서 뭘 하려고? 새끼 감독의 피부가 급속도로 창백해졌다.
“제발 위약금 물 일은 하지 말아주세요.”
“봐서.”
김택현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다시 화면을 켰다. 목석같은 연기였지만, 얼굴 보느라고 본방사수한 사람이 꽤 있어서 시청률은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하······ 얼굴은 죽이네.”
김택현이 음험하게 웃었다. 유연서를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다른 사람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긴, 이희서도 죽여줬지.”
이희서의 영화에서 말단 스태프였던 그는 이젠 감독이 되어 있었다. 그 아들을 맘대로 주무를 수 있는 건 대단한 특혜였다.
‘제발······ 아무 일도 없어야 할 텐데.’
몇몇 사람들의 불안감 끝에 영화는 크랭크 인에 들어갔다.
유연서는 정말 소문대로 행동했다. 그를 무시하는 스태프를 붙잡고 쏘아붙였다.
“당신이 여기서 일할 수 있는 게 내 지갑에서 나오는 걸 생각하고 내뱉으시라고.”
“······.”
“아시겠어요?”
그렇게 기강을 잡으니 촬영 스태프들은 유연서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와······ 장난 없네 진짜.”
“그냥 마주칠 일 없게 해야겠다.”
그리고 이에 불만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 바로 감독이었다. 촬영장의 절대 권력, 아무리 투자를 해 줬다고는 해도 촬영 현장에서 배우가 감독보다 높은 힘을 행사하는 건 명백한 월권이었다.
“감독은 나야!”
“하지만 연서 씨가······.”
안 그래도 말도 안 되는 연기력 때문에 점점 불만이 쌓였던 김택현은 하면 안 될 말을 입에 올렸다.
“연서 씨, 정말 이러기에요?”
“······네.”
흔한 죄송하다는 말조차 하지 않았다. 김택현이 주먹을 꽉 쥐었다. 촬영장의 권력은 난데 고작 배우 따위가 내 권한을 가져가?
“하······ 진짜 내가 이런 말 안 하려고 했는데, 이희서 친아들은 맞아?”
주변에서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어떻게 아들이 재능을 하나도 못 받을 수 있지? 정말 그게 최선이야?”
“······.”
“네 엄마는 그러지 않았는데······ 아, 너는 모르지? 나 그때 스태프였거든.”
“저, 감독님.”
조연출이 황급히 김택현을 불렀다. 하지만 김택현은 유연서를 화나게 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다. 생각이 뇌를 안 거치고 말로 내뱉어졌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어떻게 해봤어야 하는데 말이야. 어? 내가 딱 네 엄마 스타일인데.”
“감독님!”
“······하.”
비틀린 미소를 지은 유연서가 김택현에게 성큼성큼 걸어갔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스태프들이 두 사람 근처로 모였다.
“이 개새끼가.”
“말려!”
“연서 씨!”
유연서는 김택현의 멱살을 잡았고, 주먹을 높게 치켜들었다. 그리고 그의 팔뚝을 누군가가 잡았다.
“한 번 쳐보시던가. 어? 감독 폭행해서 업계 보이콧 당하면 좋겠네.”
“그래?”
어차피 유연서는 꿇릴 게 없었다. 그가 뭔 짓을 하든 여론은 항상 부정적이었으니까.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사력을 다해 막아서 주먹이 나가는 일은 없었다.
“제발 그만 하세요!”
“감독님!”
“카메라 꺼!”
그렇게 촬영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예정된 촬영을 끝내지 못해서 제작비도 수천이 깨졌다.
“연서야. 제발 좋게 좋게 가자. 감독 교체는 진짜 말도 안 돼.”
소식을 듣고 헐레벌떡 달려온 한준오는 유연서를 붙잡고 빌었다.
촬영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든 중도금을 빼버린다는 협박을 하고, 감독 교체를 요구하는 건 있을 수 없는 행동이었다. 자칫하다가는 유연서만 보이콧 당할 수도 있었다.
“시발, 내가 돈 대고 나 때문에 작품이 만들어진 건데 지가 뭐 어쩔 건데.”
“제발, 연서야. 감독까지는 네가 어떻게 할 수 없다니까?”
“시비 턴 건 그 새끼인데 이대로 당하고만 있으라고?”
눈가가 거뭇한 한준오는 울상을 지었다. 아무리 돈이 많고 빽이 좋아도, 감독들이 단체로 그를 보이콧한다면 그는 막을 수 없었다. 영화는 감독 놀음이니까. 이 당시 유연서는 아직 힘이 약했다.
“야 유연서. 내가 진짜 너 생각해서 이러는 거야 이번 한 번만 넘어가자. 내가 무릎 꿇고 빌까?”
두통이 밀려와 그 자리를 벗어난 유연서는 택시를 잡았다. 차를 가져왔지만, 운전해 줄 매니저는 없었다. 촬영장 난동 사건으로 관뒀기 때문이다.
“시발!”
집에 돌아온 그는 손이 닿는 것을 마구잡이로 집어 던지고 소리쳤다.
“나한테 왜 그러는데!”
저절로 눈앞의 형체에게 화가 났다. 왜 자꾸 없어지지 않고 남아서 나를 괴롭혀? 당신은 내 엄마잖아. 엄마는 자식의 행복과 안녕을 바라는 존재 아니었어?
“제발 사라져!”
악에 받쳐서 소리치고 물건을 부쉈다. 그가 깨뜨리는 도자기 따위에서 파편이 튕겨 나와 피를 봐도 멈추지 않았다.
“아······!”
한참을 그렇게 난동을 부리다가 찌르는 듯한 두통에 주저앉은 그가 고개를 들었다.
[너 때문에.]드디어 ‘엄마’에 관해 기억을 되찾은 유연서가 그 형체를 바라봤을 때, 항상 귀를 간지럽혔던 그 음성이 선명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