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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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을 한 번 벌려볼까?
“민우 씨.”
“네! 감독님.”
‘백호함’의 촬영이 끝나고 바로 드라마 조연으로 투입된 박민우는 피곤한 기색을 감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다음 주에 찍을 이 장면 말이야.”
감독이 대본을 들이밀었다.
“혹시 이 역할에 나와줄 사람 없을까? 우정 출연식으로.”
“우정 출연이요? 음······.”
“원래는 하늘이가 해 주기로 했는데, 스케쥴이 안 맞는다네? 민우 씨, 누구 아는 사람 없어?”
“잠시만요.”
박민우가 눈을 빛냈다. 자신이 나오는 장면이라 기억하고 있었다. 아마 범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의 지인을 찾아가 알리바이를 수집하는 신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근데 이 우정 출연으로 나올 배역이 딱······ 그 사람인데?
“이 역할이라면 어울리는 사람 한 명 있죠.”
“누군데?”
“연서 형이요.”
감독이 못 들을 것을 들었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그······ 내가 아는 유연서?”
“네.”
박민우가 해맑게 웃었다. 감독은 제 뒷머리를 긁적였다. 이 라이징 신인 배우가 뭘 모르네. 유연서는 한 번도 이런 거에 나서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성격이 너무 더러워서 친하게 지내는 사람도 별로 없었고.
“그······ 분이 시간이 되실까? 다른 사람 없어?”
“그 형 아마 쉴 텐데? 저 영화 찍을 때 많이 친해졌거든요. 소문이랑 너무 다르시던데요?”
하긴 소문만 듣던 자신보다는 최근에 같은 작품 들어간 배우가 더 잘 알지 모르지. 감독이 제 턱을 매만졌다.
유연서라면 화제성은 보장한다. 게다가 현실과 배역과도 얼추 비슷했고, 어차피 짧게 등장하기 때문에 연기가 좀 떨어져도 괜찮을 것 같았다.
“하긴, 요즘 달라졌다는 얘기는 듣긴 들었는데······.”
“이참에 지금 전화해볼까요?”
“그래 볼래요?”
그 소문의 유연서랑 통화를 한다고? 근처에 있던 스태프들도 슬금슬금 근처로 모였다. 박민우는 눈치껏 스피커폰으로 전환했다.
(뭐야?)
유연서는 전화를 받자마자 틱, 내뱉었다.
그럼 그렇지. 감독이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박민우는 웃으며 말했다.
“형! 뭐해요? 혹시 다음 주에 시간 괜찮아요?”
(다음 주? 뭐······ 시간 비긴 하는데.)
“괜찮으시면, 저희 드라마에 우정 출연해 주시면 안 돼요? 형이랑 비슷한 역할이라서······.”
(······무슨 역할인데?)
박민우가 당당하게 말했다.
“개싸가지 금수저요!”
“어, 민우 씨······.”
그런 말 하면 안 될 거 같은데. 라고 생각한 감독이 박민우의 어깨를 잡으려 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유연서의 대답에 황당해서 손을 멈췄다.
(······그거 완전 난데?)
“으학학!”
박민우가 유쾌하게 웃었다.
유연서가 원래 이렇게 자기 객관화가 확실한 사람이었나? 주변에서 듣고 있던 스태프들이 입을 벌렸다.
“괜찮으시죠? 오랜만에 형 보고 싶은데 해 주시는 게 어때요? 대사도 별로 안 많아요.”
(뭐, 그러든지.)
“네, 일정 같은 건 바로 톡 쏴 드릴게요.”
통화를 끊은 박민우가 스태프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됐죠?”
참 쉽죠?
“와······ 유연서 맞아?”
“민우씨 진짜 큰일 했다.”
“시청률 기대해봐도 되겠는데?”
“거 봐요. 이 형 괜찮은 사람이라니까요? 연기도 엄청 잘하시는데······.”
물론 박민우의 뒷말은 아무도 믿지 않았다.
아무리 업계에서 싸가지 없기로 유명해도 유연서는 온갖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었다. 그가 자신들의 드라마에 나온다? 그것도 생전 해 보지 않았던 우정 출연을?
“······보도자료 빨리 뿌리자.”
드라마를 홍보할 절호의 기회였다.
‘개싸가지 금수저라니 딱 나 같은 배역이네.’
마침 심심했는데 잘 됐다.
유연서는 박민우와의 통화를 끊고 사무용 의자를 빙글빙글 돌리며 무료함을 달랬다.
복학 준비라고 특별한 건 없었다. 필요한 건 임승현이 다 해주고 있었고, 밖에서 사람 구경을 하면서 놀기도 어려웠다.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워낙 많아서 그의 위치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실시간으로 올라올 정도였기 때문이었는데, 당연히 그를 따라오는 인파는 점점 불어났고 전처럼 머니 건 안 쏘냐는 미친놈도 있었다.
“야 이거 황미정 작가 대본이다. 한 번 읽어 봐.”
“그게 누군데?”
“너 모르냐? 나름 경력 오래된 작가인데?”
그런 사람이 왜 나한테 대본을 보냈대. 기성 작가면 아쉬울 거 없는 위치 아닌가? 유연서는 대충 대본을 훑어보았다.
“그래서, 원세븐 걔네랑은 화해한 거야?”
이태겸은 도통 안 오는 유연서를 찾으러 갔다가 원세븐에게 둘러싸인 그를 발견했다. 처음에는 원세븐에게 다굴당하는 줄 알았는데, 가까이서 보니 쩔쩔매는 원세븐과 코피를 흘리는 유연서를 둘러싼 미묘한 기류를 눈치챘다.
“몰라.”
JMA에서 원세븐과 마주쳤던 일은 유연서가 피를 쏟는 바람에 흐지부지됐다. 아무래도 서로 싫어한 기간이 오래돼서 어색한 게 컸다.
그리고 사실 원세븐은 모든 것을 유연서 탓으로 돌리는 일종의 정신 승리를 했던 기간이 길었다.
이제 와 유연서가 갑작 탈퇴에 대한 도리는 했다는 것을 알아도 머쓱해서 뭐라 말을 이어가야 할지 잘 몰랐다.
유연서는 귀찮게 울리는 진동음에 신경질적으로 핸드폰을 들어 올렸다.
“얘네는 지겹지도 않나.”
다만 그렇게 투자를 받고도 늦게 터진 게 양심에 찔리는지 이한결을 통해서 연락처를 알아낸 원세븐은 그에게 자주 톡을 남겼다.
(김이준) 투자금 회수 안해? 나 정산받은 돈 남았는데
(유연서) 그깟 푼돈 가져서 뭐해
(유연서) 너네 대표한테 받아냄 신경ㄴ
아마 본체도 처음 몇 년간은 자신의 돈이 제대로 원세븐에게 투자되는 것을 보고 신경 껐겠지, 그 정도 돈은 유연서에게 아무렇지도 않았으니.
그래서 AST 엔터가 나중에 야금야금 뒷돈을 빼돌려도 몰랐을 것이다. 아마 강진후가 아닌 본체가 계속 살아 있었으면 영영 몰랐을 거고.
그리고 투자금 회수 목적으로 한 건 아닐 테고, 그냥 자신이 탈퇴한 만큼 책임은 지고 싶어서 그런 건데, 애들 푼돈 뺏어서 뭐 하나. 잘못한 건 대표랑 실장과 매니저인데.
‘그리고 걔네들은 임승현이 알아서 털어 줄 테고.’
그럼 상황 끝, 나는 가만히 앉아서 다음 작품이나 고르면 된다 이거다. 유연서는 실실 웃으며 황미정 작가의 대본을 살펴보다가 미간을 찌푸렸다.
“이 시놉 어디서 많이 봤는데?”
워낙 소재가 특이해서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벌떡 일어나 구석에 쌓여있는 대본의 산을 뒤적였다. 오래됐는지 약간 바랜 시놉시스와 대본 집이 유연서의 손에 들렸다.
“야 이태겸, 이거 두 개 읽어봐.”
“엉?”
이태겸은 자신에게로 던져진 대본 집을 얼떨결에 받았다.
“······뭐지? 똑같은 사람이 쓴 거 아니지?”
“어.”
유연서는 낡은 대본의 작가를 확인했다. 정다희, 정다희······.
‘기억 동기화에서 봤던 여자네.’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내밀었던 그 대본의 이름은 유연서가 지금 들고 있는 것과 같았다.
아마 유연서가 신인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어서 찾아왔던 거다. 그쪽 바닥도 경력 없으면 아예 시작이 힘든 업계니까.
유연서는 그들을 검색해봤다. 정다희는 공모전에 수상했다고 짤막한 기사가 올라온 게 다였지만, 황미정은 인물 정보에 등록된 기성 작가였다. 무려 10 작품이 넘는 활동 기록도 있었다.
‘신인이 이름 있는 기성 작가를 베낀다고?’
솔직히 일어날 확률이 낮다. 이거 한 작품 하고 말 것도 아니고 업계에 소문 다 날 텐데 누가 그런 짓을, 그렇다면 황미정 쪽에서 베낀 거나 다름없다는 소리인데······.
자세히 비교해보니 정다희 쪽이 좀 더 구체적이고 세세했다. 황미정 쪽은 어디서 ‘썰’을 들은 것 마냥 엉성했고.
“야, 이건 하지 말자. 구린 냄새가 난다.”
이태겸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유연서의 손에 든 대본을 뺏으려 했다. 하지만 유연서의 손은 미동도 없었다.
얘는 요새 운동 좀 하더니 악력도 세졌네. 이태겸이 미간을 찌푸렸다.
“빨리 줘.”
“잠깐······.”
곰곰이 생각에 잠겼던 유연서가 씨익 웃었다. 재밌는 생각이 났다.
***
유연서, 드라마 ‘허리케인’ 우정 출연···박민우 요청 흔쾌히 수락
유연서, ‘허리케인’ 특별 출연한다···‘백호함’ 박민우 인연
└유연서 특출 처음아님?
└└ㅇㅇ
└백호함 분위기 좋았다더니 바로 특출하네
└뭐하는지 아직 모르지?
└└방송으로 확인해달라는데
└허리케인 요새 내 최애드인데 굳이 유연서를?
└└2222
└와 유연서가 특출을ㅋㅋㅋ안보는데 한번 봐봐야지ㅋㅋ
“형!”
“오랜만.”
‘허리케인’ 촬영장에 도착한 유연서는 큰 개처럼 자신을 맞이하는 박민우를 보고 손을 들었다. 직접 마중하러 오시다니 아주 황송하다.
“와, 형 진짜 부내 난다. 캐 해석 대박.”
“그냥 집에 굴러다니는 거 대충 입고 왔는데.”
유연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치장하고 왔다. 그가 잠시 맡을 배역은 재벌 3세의 친구인 재벌 3세기 때문에 따로 신경 쓰지 않아도 옷장만 열어보면 필요한 게 다 있었다.
유연서는 바쁘게 지나가는 스태프들을 흘끔 쳐다봤다.
‘드라마 현장은 되게······ 바빠 보이네.’
영화와는 다르게 드라마는 한 주에 2편 정도의 분량을 찍어내야 하는 편이라 바빴다. 그래서 디테일이 조금 부족해도 내용 전달에 문제가 없으면 바로바로 넘어가는 편이었다.
지금도 주연 배우가 카메라 안에서 열연을 펼치고 있었고, 다른 배우는 촬영 현장에서 즉시 후시 녹음을 진행하고 있었다.
“바빠 보이네.”
“형이랑 같이 촬영할 때가 그리워요. 형은 드라마 안 하세요?”
“뭐, 하나 골라둔 게 있긴 한데.”
“진짜요?”
그 순간 감독이 컷을 외쳤다.
“일단 감독님이랑 인사부터 해요.”
“그래.”
‘허리케인’ 감독이 드라마 쪽에서는 유명하다던데, 눈도장 찍어 두면 좋겠지.
“감독님, 연서 형 왔어요.”
“어이고! 안녕하십니까. 이영진입니다.”
감독이 화들짝 놀라 일어섰다.
“유연서입니다.”
유연서는 감독이 내민 손을 맞잡아 악수했다. 이영진이 눈을 빛냈다. 생각보다 얌전해 보이는데?
“귀한 발걸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만, 잠시 민우랑 대기해 주실 수······?”
“뭐, 그러죠.”
감히 날 기다리게 하느냐며 난리 칠 줄 알았던 유연서는 얌전히 뒤로 물러났다. 이영진이 남몰래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 어떤 드라마 들어가시는데요?”
“너 황미정 작가라고 알아?”
“아, 그분······. 의외네요? 형이라면 또 신인 작품 들어갈 줄 알았는데.”
박민우의 뉘앙스가 살짝 이상하다. 유연서가 눈을 가늘게 좁혔다.
“이 작가 뭐 있어?”
“그으······ 제 입으로 말하기 조금 곤란한데······. 형도 잘 아시지 않아요?”
“아니, 모르는데.”
유연서의 뻔뻔한 대답에 박민우는 자신의 매니지먼트 실장을 불렀다.
“황미정 작가요? 소문이 좋지 않죠.”
“왜요?”
“처음에는 진짜 혜성같이 등장한 신인이었는데······ 갈수록 글빨 떨어져서 여기저기 갖다 쓴다는 얘기가 있어요. 실제로 해외 드라마나 영화 장면을 많이 따 오기도 했고.”
“근데 그런 작가가 계속 작품 활동하는 게 가능해요?”
“공론화가 되어도 사람들은 별 신경을 안 쓰거든요. 성공만 하면 되니까. 만약 진짜 심각하다 싶으면 뒤에서 합의금 제시하면 끝이고.”
그렇다고 소송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이런 쪽에서 피해자는 힘이 약하다.
공론화가 되어도 한순간이고 시간이 지나면 다들 잊는다. 작품만 재밌으면 표절인 걸 알아도 흐린 눈하고 보는 사람들이 많기도 했고.
“근데 황미정 작가라면······ ‘가상 현실’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뭐······ 아무튼 감사합니다.”
유연서가 생각에 잠겼다.
‘판을 한 번 벌려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