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32)
────────────────────────────────────
────────────────────────────────────
진짜 할 거야?
-박지혜는 표절한거 빼면 다 망하지않음?
-지독한 청춘 표절 의혹 정리글
-어쩐지 서브 서사 잘 쌓았다고 생각했는데 표절이네ㅋㅋ
-오나주도 표절이야?
-인간적으로 지청춘 표절아니라는 쉴드러는 노양심아니냐?
유사한 건 있을수 있지ㅇㅇ 근데 플롯 대사 설정 연출 에피소드 다 똑같은데 이게 어딜봐서 표절이 아니야 ㅅㅂ 이 작가 전작에서도 표절하더니
└박지혜도 그렇고 황미정도 절필해야함ㅇㅇ
└└여기에 김옥선도 추가
└└└박지환도 추가
‘생각보다 표절 얘기가 많네.’
작품이 잘 나가서 까려고 이러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표절 근거 자료까지 있었다. 언급된 드라마는 2207년에도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는데, 어쩐지 다른 거랑 비슷하다 싶더니 표절이었구나.
하지만 이런 논란도 결국은 넷사세다. 일단 불매 운동이 일어날 확률도 낮을 뿐더러 유명 배우가 붙은 유명 작가의 작품은 표절 논란이 일어나면 오히려 피해자를 조롱하는 예도 있었다.
‘방송국도 이미 들어간 돈이 있으니 강행하는 거고······.’
애초에 이런 사람을 계속 쓰는 제작사와 방송국도 문제 있는 거 아닌가? 그렇게 작가가 없는 것도 아니고. 역시 경력 때문인가? 이거 경력 없는 사람들은 어디 서러워서 살겠나.
“형, 시간 됐어요.”
유연서는 핸드폰을 안주머니에 넣었다. 일단 판을 벌일 생각은 있는데, 구체적인 건 다 찍고 생각해봐야지.
“그냥 여기 앉아서 대사만 쳐 주시면 되거든요.”
“네.”
유연서는 스태프의 안내에 따라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고 무릎에 손을 올렸다. 외울 대사는 어렵지 않았다. 쓴 작가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건방지고 성격 더러운 게 딱 자신과 판박이였다. 그래서 이 이름 없는 배역의 이름은 평행 세계의 유연서 쯤으로 생각하고 연기하기로 했다.
“진짜 얼굴 하나는 악마의 재능인데······.”
카메라를 통해 유연서를 보던 한 스태프가 중얼거렸다. 다들 그 말에 대답은 안 했지만, 속으로 공감했다.
물론 ‘외모’만 해당했다. 유연서가 이때까지 어떤 연기를 해왔는지 다들 알고 있기 때문에 연기에 대한 기대는 전혀 없었다.
“제발 국어책만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이영진 감독이 간절하게 중얼거렸다. 유연서의 분량은 적지만, 그래도 범인을 검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박민우가 그렇게 연기 늘었다고 극찬을 해도 친분에 의한 립 서비스일지도 모른다. 직접 ‘백호함’ 촬영을 가본 것도 아니고······.
“가볼게요, 액션.”
카메라가 유연서의 발끝부터 천천히 올라가고, 이어서 그가 대사를 친다. 감독은 속으로 빌었다. 그냥 무난하게, 극에만 튀지 않게만 한다면······.
“내 시간은 비싼데······ 우리 형사님, 돈 많으신가 봐?”
어?
감독은 모니터 화면으로 보이는 유연서를 뚫어지라 쳐다봤다. 여느 때와 같은 경직된 국어책 읽기는 어디 가고 안정된 톤으로 연기하고 있었다. 그 유연서가!
“그래서, 뭐가 궁금한데?”
모니터 속 유연서가 재수 없게 웃으며 박민우를 응시했다.
“17일 오전 1시, 강남의 H 클럽에서 백태현 씨와 함께 계셨죠?”
감독의 액션 사인을 듣자마자 형사로 변한 박민우는 유연서의 맞은 편에 앉아서 낮은 목소리로 추궁을 시작했다.
“뭐, 그랬지.”
유연서가 검지로 제 무릎을 두어 번 톡톡 쳤다. 지문에는 없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백태현이 범행과 관련 있다는 사실을 알아서,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 봐 초조해서 나오는 행동이었다.
‘허, 의도한 건가?’
그 디테일을 감독이 눈치 못 챌 리 없었다.
“몇 시까지 함께 계셨습니까?”
“글쎄······ 한 세시쯤 됐으려나? 근데 형사님은 이런 일 하면 얼마 받아요? 한 500만 원은 받나?”
유연서는 얄밉게 눈을 굴렸다. 굳이 형사의 월급을 들먹인 건 이런 얘기를 하기 싫어서 나오는 일종의 방어 기제였다.
박민우가 표정을 굳혔다. 이렇게 뺀질거리는 사람은 자신과 상극이었다. 그는 항공 점퍼 주머니에서 SD카드를 꺼내 유연서의 눈앞에 내밀었다.
“현장 인근에 주차된 차량의 블랙박스를 확보했습니다.”
“······.”
“영상 속에 뭐가 담겨있을지, 궁금하지 않습니까?”
사실 안에는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유연서의 마음을 흩트려 놓기에는 충분했다.
“난 더 할 말 없습니다.”
“백태현 씨는 그날의 용의자로 당신을 지목했던데, 하실 말은 없고요?”
이 새끼가? 감히 날 범인으로 몰아? 라고 생각한 유연서가 헛웃음을 지었다.
그의 얼굴을 클로즈업한 카메라는 그의 보조개 쪽 얼굴 근육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찍었다.
“더 할 말 없다고.”
여유롭게 등받이에 몸을 기댔던 유연서가 표정을 무섭게 굳히고는 박민우를 쏘아 본다. 여기서 유연서의 존재감이 폭발했다.
“와······ 뭐야?”
“에이, 역할이랑 본인 성격이 워낙 비슷하니까 그런 거겠지. 메소드 연기, 뭐 그런 거 있잖아.”
“아무리 비슷해도 그렇지, 발성 자체가 달라졌잖아요.”
“하긴, 발음도 되게 또박또박하네?”
지켜보던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감독이 놀라서 입을 멍하니 벌렸다. 그냥 사고 후 브라운관에는 오랜만에 나오니 화제 몰이나 해 보려고 부른 건데······ 생각지 못하게 대박을 건졌다.
‘이거 방영되면 난리 나겠는데?’
***
“헐, 유연서네?”
“뭐? 아 허리케인······ 너 안 봤냐? 유연서 나온다고 해서 우리 엄마도 보던데.”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던 정다희는 손님들의 대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벽의 티비에서 ‘허리케인’의 재방송이 방영되고 있었다.
“오, 국어책 읽기가 아닌데?”
“뭐야, 너 드라마 별로 안 본다며.”
“유연서잖아.”
온갖 이슈를 불러일으키는 유연서는 하나의 고유명사가 되었다. 그만큼 대중의 인지도와 관심은 탑 배우를 웃돌았다.
(너, 네가 불었어?)
(태현아······ 나는 정말 의리를 지키고 싶었는데, 그 형사님이 너어무 무서워서 그만······ 미안하다. 우리 우정이 몇 년이냐, 내가 면회는 꼬옥! 갈게.)
결국 ‘허리케인’속 유연서는 백태현을 배신하고 다 불어버린다. 백태현은 수갑을 차기 전, 유연서와 통화를 끊고 화나서 핸드폰을 던져버린다.
“와 진짜 개열받게 잘하는데?”
“나 처음에 유연서 아닌 줄 알았잖아.”
유연서의 등장 장면이 끝나고 백태현이 경찰서에서 심문을 받는 장면이 나왔지만, 손님들은 티비에서 시선을 떼고 다시 먹는 것에 집중했다.
‘뭐야, 되게 잘하네.’
테이블을 닦던 정다희는 멍하니 티비 화면을 바라봤다. 원래 저렇게 잘했나? 아닌데.
그는 작년에 유연서를 찾아갔던 일이 생각났다.
[이럴 시간에 시놉이나 한 줄 더 쓰시죠? 대본은 됐습니다.]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아갔지만, 그 신인의 희망이라던 유연서에게도 까이고 지금은 작가라는 꿈을 거의 접은 상태였다.
‘그때 보조 작가 제안을 그냥 받아버릴 걸 그랬어.’
그랬으면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촬영 현장이라도 볼 수 있는 건데······.
공모전 수상으로 방송국 및 제작사에 묶인 대본만 세 개. 하지만 성공적으로 영상화한 작품은 단 한 개도 없다.
[이거 좋네, 우리같이 합시다.] [정말요?!] [근데 작가님이 네임밸류는 떨어지는 게 사실이잖아요? 신인이니까. 그래서 말인데······ 황미정 작가 밑으로 들어갈 생각은 없어요?] [네? 그, 그럼······. 제가 메인이 아닌 거예요?] [이 바닥이 원래 그래요. 신인 작가 대본에 누가 투자를 해. 일단 유명 작가 보조 출신으로 들어가서 필모 쌓아 갑시다. 이 작품은 황 작가가 맛깔나게 살릴 수 있을 거 같은데?]한 제작사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받았지만, 결과는 정다희가 생각한 것과는 달랐다.
결국, 고민 끝에 거절했지만, 기분이 좋지 않았다. 어쨌든 보조 작가로 경력을 쌓아야 내 작품을 하긴 할 텐데······.
‘아냐, 차라리 잘 됐어.’
복면 작가도 아니고, 내 작품인데 통으로 넘기고 나는 보조로 들어가는 게 말이 돼?
정다희는 다른 생각을 하려고 핸드폰을 들었다.
-허리케인 본사람? 유연서 특출 어땠음?
일하느라 못봤는데
└개열받게 잘함ㅋㅋㅋ
└연기 늘었더라
-솔직히 유연서 그장면 존재감 개쎘음ㅋㅋㅋ
-유연서 나온대서 분위기 해칠줄알았는데 잘하더라
-아니 가는데마다 유연서 얘기하네ㅋㅋㅋ그렇게 잘함?
└잘함ㅇㅇ 각성한거같은데?
└유연서 팬들 설레발은ㅋㅋㅋ그냥 연기가 아니라 본체가 나왔잖아ㅋㅋ
└아니 국어책을 안 읽는다니까?
└└아 ㄹㅇ?
‘백호함’서 열연을 펼쳤다고는 하나 인터넷상에서 ‘썰’만 오갈 뿐이고 개봉까진 시간이 멀어서 결과물은 없었다.
그래서 사고 후 유연서의 연기를 보는 건 ‘허리케인’의 짤막한 연기가 다였다. 직전 드라마였던 ‘우리들의 순간’과는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에 호의적인 여론이 대다수였다.
유연서, ‘허리 케인’ 특별 출연 최고 시청률 달성
‘허리케인’속 유연서 패션 분석···시계만 외제차 한 대 값
짤막한 특별 출연에도 역시 화제성 하나는 장난 아니었다. 정다희는 심드렁한 얼굴로 기사를 넘겼다.
유연서, 황미정 작가 신작 ‘가상 현실’ 제안받은 거 맞다(공식)
영화 이어 이번엔 드라마다···유연서 측 “황미정 작가 신작 긍정적으로 검토 중”
“어?”
‘가상 현실’은 가상 현실 세계에 빠진 VIP를 현실로 빼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가상 현실 해결사의 이야기를 다루는 판타지 드라마다. 현재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황미정 작가의 차기작으로 제작 단계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본 설정이다. 눈동자를 빠르게 굴리며 기사에 나온 시놉시스를 읽고 또 읽었다. 이거, 이거 설마······.
‘뭐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작품을 도둑맞았다.
***
“네가 한다니까 거의 하이패스인데? 편성까지 잡혔어.”
“그래? 역시······.”
배경 하나는 끝장이라니까. 유연서는 히죽 웃으면서 황미정 작가의 대본을 책상에 던지듯 내려놓았다.
“근데 진짜 할 거야? 아, 난 좀 찝찝한데.”
이태겸이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대본을 불길한 것처럼 쳐다봤다.
“재밌는 게 생각났거든.”
“뭔데?”
유연서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원래라면 그가 들어갈 드라마는 그가 주연에 투자까지 겸하고 제작사도 헤일로 미디어나 JSENM쪽으로 거의 확정이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떤 것도 하지 말라고 못 박은 상태였다.
이미 황미정 작가가 속한 제작사가 있어서 그쪽에서 드라마가 제작될 예정이었고, 제작비 대부분은 유연서가 흔쾌히 투자했다. 나중에 갑질하려면 들어간 게 많아야 하거든.
“다녀왔습니다. 도련님.”
“만나고 왔어요?”
“네, 마침 타이밍이 좋았습니다. 재밌는 걸 들었는데······.”
“오, 그래요? 얘기 좀 해 봐요.”
이태겸과 다르게 임승현은 믿음직스러웠다. 이미 유연서의 계획을 얼추 파악한 그는 적극 유연서가 시키는 일을 수행했다.
이태겸만 아무것도 몰라서 발을 동동 굴렀다.
“아니 나도 좀 알면 안 돼? 안 돼요 형님? 재밌는 게 뭔데?”
“음······ 착한 갑질?”
제작 편성까지 다 받고, 한 3,4화쯤 방영될 시기쯤 되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질 무렵에······ 증발할 거다. 아주 깔끔하게.
주연 배우의 런으로 드라마 판의 새 역사를 쓰는 거다. 자연스럽게 작품은 붕 뜰 거고, 표절 작을 받아 준 방송국도 난처하게 될 것이다.
나중에 그쪽에서 계약 불이행이라고 고소하면 어떡하냐고? 나를? 어떻게 고소하게?
‘주성을 적으로 돌리고 싶으면 그렇게 하던가.’
아 빨리 촬영 시작했으면 좋겠다. 유연서가 소리 내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