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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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어?
‘백호함’의 마지막 촬영을 끝낸 원세븐의 이한결은 곧장 숙소로 향했다.
“어? 형, 일찍 왔네?”
“이준이는 아직 안 왔어?”
같은 멤버인 강준우의 말을 무시하고 방문을 열어젖혔다.
“그 형 아직 스케쥴 안 끝났을걸?”
“그래?”
무덤덤하고 속을 알 수 없던 이한결의 흐트러진 모습은 오랜만에 본다. 데뷔했을 때랑 유연서가 팀을 탈퇴할 때 빼고는······.
“뭔데? 뭔 일 있어?”
“······이준이랑 먼저 얘기할 게 있어서.”
헐, 뭐야. 둘이 싸웠나. 강준우가 손에 들고 있던 감자 칩을 와삭 씹었다. 먼저 얘기할 게 있다는 것은 나중에 얘기해 준다는 거겠지?
이한결은 소파에 앉아 팔짱을 꼈다. 그는 임승현과 오범수의 대화를 들은 뒤부터 촬영에 집중하지 못했다.
유연서가 탈퇴하고 잠시 공백기를 가진 뒤 원세븐은 1년에 기본 두 번 이상은 컴백했다.
앨범 종수도 많았다. 음악 방송은 3주를 꽉 채워 돌았고, 가끔 해외 로케이션을 돌 때도 있었다. 지금 이 숙소도 역주행 터지기 전에 옮긴 건데······.
‘그럼 이걸 다 걔 돈으로 한 건가?’
그렇게 원세븐에 들어간 돈을 대충 계산하고 있을 때, 문득 생각난 말.
[만약에, 만약에 말이야.]유연서의 병실을 찾았다가 뜬금없는 소리를 내뱉었던 김이준. 걔는 뭔가 들었으니 그런 말을 꺼낸 거겠지.
“왔다! 다들 있어?”
“방금 앞에서 주원이 형 마주침.”
이한결이 기다렸다는 듯 벌떡 일어나 현관으로 향했다.
“이준아, 잠깐만.”
“뭐, 뭐야?”
김이준은 한쪽 신발도 제대로 벗지 못한 채 방으로 끌려왔다. 그는 제 신발을 어정쩡하게 쥐고 이한결을 올려다봤다.
“너 전에 연서 병실 갔을 때 걔한테 뭐 들은 말 없었어?”
“어······ 그때?”
김이준은 신발을 대충 바닥에 던지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구질구질하게 굴지 말고 우리 인생 살라던데?”
“그런 거 말고······ 너 그때 이상한 소리 했었잖아.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느니······.”
이 형이 왜 그 얘기를 하지? 김이준은 사실 유연서가 다른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에 마음이 기울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 말을 한 뒤로 멤버들의 분위기를 너무 이상하게 만든 것 같아 속으로만 간직하고 더는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었다.
“······사실 계속 걸리는 게 있었어.”
“뭔데?”
“그래도 역주행은 인정한다고, 드디어 투자한 보람이 있다고. 그런 얘기를 했어. 걔가.”
이한결이 숨을 삼켰다.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나? 계속 생각했는데······ 사실 그때 분위기 이상하게 만든 거 같아서 더는 얘기 안 꺼냈어.”
“······.”
“형 뭐 들은 거 있지?”
순식간에 표정이 바뀌는 이한결의 모습을 본 김이준이 미간을 찌푸렸다. 정말 의심했던 게 맞는 건가?
“내가 뭘 들었냐면······.”
이한결은 임승현과 오범수의 대화를 간략하게 설명했다. 얘기를 듣는 김이준의 표정이 점점 경악으로 바뀌었다.
“그럼 걔가 진짜······.”
“우리 갑자기 정산 밀린 것도 그거 때문에 그런 거 같아.”
“아니, 하······.”
김이준이 자신의 머리를 쓸어올리면서 숨을 토해냈다. 갑자기 정산이 밀린 것에 대한 짜증이 아니었다.
그냥 회사에서 잘하는 줄 알았다. 그것도 모르고 마주치면 서로 화내기 바빴는데, 죄책감이 들면서도 왜 그걸 말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원망도 들었다.
“아니, 걔가 왜? 왜 말을 안 해?”
그럼 진짜 걔가 집안 반대 때문에 탈퇴했고, 갑자기 탈퇴한 것에 미안해서 7년간 투자했다고? 아무리 재벌이라도 그렇지 말이 안 되지 않아? 그 유연서가?
“너네 방금 뭐라고 했어?”
리더인 윤유찬의 말, 김이준과 이한결이 고개를 돌렸다. 닫힌 줄 알았던 방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남은 네 명의 멤버들이 문앞에 붙어서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얘들아. 정말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어?”
이한결의 말에 다른 멤버들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
시상식에서 무대하고 상을 받을 가수들은 무대 옆에 마련된 대기석에 앉았고, 배우들은 따로 마련된 대기실에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면 됐다.
보니까 가수 대기석을 찍는 카메라도 많던데 핸드폰도 할 수 없고 재미없겠네. 라고 생각한 유연서는 대기실의 문을 열었다.
“근데 기다리는 거 지루하지 않으세요?”
“공연 보는 거 재밌지 않니? 요즘 유행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보고 싶고.”
“그래요?”
유연서는 최유진과 같은 대기실을 쓰게 됐다. VIP라서 그런지 널찍한 대기실 내부에는 고급스럽게 플레이팅된 핑거 푸드와 안마 의자까지 있었다.
“어? 임승현 씨, 오늘 쉬는 거 아니었어요?”
“도련님 스케쥴에는 따라와야죠.”
임승현은 언제 도착했는지 이태겸의 옆에 서 있었다.
“확인할 것도 있고요.”
평소처럼 웃는 표정인데 왠지 모르게 분위기가 이상했다. 이태겸이 임승현에게서 한 걸음 물러섰다. 이제 아나운서 같은 반듯한 외모로 속지 않는다.
‘오범수 털러 왔구나.’
유연서는 피식 웃었다.
처음에는 오범수가 연락하더니 나중에는 대표가 연락해 당장 돈을 마련할 수가 없다고 제발 선처해달라는 애원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그러게 적당히 하지.’
물론 선처는 없다. 괘씸해서 다 받아낼 거지만, 돈은 썩어 넘치게 많으니 기한 정도는 늘려줄 수는 있다.
하지만 임승현은 이왕 알아서 하라고 하신 김에 자기가 끝까지 해 보겠다고 나섰고, 유연서는 허락했다. 솔직히 신경 쓰는 게 귀찮기도 했고.
임승현은 AST 엔터가 빼돌린 돈을 마련할 듯 말 듯한 적절한 지점을 귀신같이 찾아서 ‘이때까지 안 보내면 연예점프 꼴 날 줄 알아라’라며 AST 엔터를 조여 왔다.
“그냥 적당히 하세요.”
“네, 적당히 잘 가지고 놀겠습니다.”
이 인간들이 무슨 얘기를 하는 거야? 이태겸은 한 걸음 더 물러났다. 사실 이태겸의 이런 반응이 재밌어서 더 하는 거지만.
유연서는 기분이 꽤 좋아졌다. 자신이 나서는 것보다는 임승현이 확실히 피를 말려줄 것이다.
(네, 2018년 JMA······.)
화면에서는 시상식이 시작됐다. 화려한 출연진 소개 영상에는 유연서도 짤막하게 지나갔다. MC의 짤막한 소개 멘트 후 올해 데뷔한 신인 그룹의 무대가 시작됐다.
유연서는 가끔 최유진과 대화하면서 공연을 지켜봤는데, 중간 광고가 시작될 무렵 유연서는 손으로 입을 막았다.
‘아까 다 토한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구토감이 느껴져 그는 남몰래 밖으로 향했다. 혹시 모르니 인적 없는 화장실을 찾으려 두리번거리던 그는 꺾이는 길에서 누군가와 부딪칠 뻔했다.
“어?”
상대는 원세븐이었다. 광고 직전에 무대를 하고 내려와서 땀범벅이었다.
그러니까······ 원래 유연서와 원세븐이랑 마주치면 으르렁거렸다고 했지? 기억 동기화 후유증 때문에 자동 행동 모드를 쓰면 안 될 거 같은데······ 그럼 얘네를 어떻게 대할까.
‘전이랑 똑같이 대해야 하나?’
약혼식에서 감을 잡은 유연서는 이제 자동 행동 모드를 안 하더라도 본체가 할 법한 행동을 흉내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냥 적당히 얄밉게 주둥이를 털어주면 된다.
유연서가 나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을 때, 맨 뒤에 있던 이한결이 먼저 손을 들었다.
“연서야. 오랜만이네.”
“어, 오랜만.”
생각보다 원세븐은 잠잠했다. 무대하고 와서 피곤해서 그런가? 유연서는 먼저 옆으로 비켜서서 원세븐을 보내려 했다.
“······뭐야? 안 가?”
“너 왜 그랬냐?”
대뜸 주어 없는 질문을 하는 건 원세븐 특징이냐. 유연서는 인상을 찌푸렸다. 안 그래도 몸 상태가 좋지 않은데 이상한 소리나 하니까 짜증이 밀려왔다.
“뭐가?”
“너 우리한테 투자한 거. 한결이 형한테 들었어.”
이한결? 아니 설마······ 그 자리에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있었나. 유연서가 이한결을 쳐다보자 그는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촬영 막바지에 이상하게 나사가 빠져 있더라니.
“하······.”
유연서가 한숨을 푹 쉬었다. 솔직히 나도 알고 싶다. 본체는 왜 그랬을까?
‘몸이 버틸 수 있을까?’
유연서는 잠시 망설이다가, 이빨로 아랫입술을 꾹 짓눌렀다.
‘베타. 자동 행동 모드 켜.’
‘조금만 하고 끄자.’
유연서의 입이 멋대로 움직였다.
“이유 없는데?”
“뭐?”
“너희는 거지한테 적선한 거에 이유가 필요하냐? 불쌍한 거 빼고?”
이한결이 바람 빠진 소리를 냈다. 예전 유연서라면 속아 넘어가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미 전후 상황을 다 파악했고, ‘백호함’에서 달라진 모습을 알고 있었다.
“연서야, 이제 그거 안 통한다.”
정곡을 찔린 유연서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그냥, 갑자기 탈퇴한 거에 책임은 져야 할 거 아냐.”
“그걸 7년 동안이나 했다고?”
“그럼 그냥 두냐? 너네 나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었잖아. 그리고 나 돈 많아.”
그거 안 통한다니까. 이한결이 딴죽을 걸려 했지만, 원세븐의 데뷔 초는 유연서로 인한 관심으로 그룹 이름을 알렸다. 실제로 유연서가 탈퇴한 뒤로 관심이 시든 것도 맞았고.
“적어도 아티스트 계약 기간까지만 하려고 했어. 어쨌든 갑자기 탈퇴하지 않았으면 그때까지 활동했을 테니까.”
“너네 할아버지 때문에 탈퇴한 건데?”
“뭐, 할아버지 설득 못 한 것도 있고······.”
김이준이 병실 침대 밑에서 다 들었으니 더는 발뺌하지 않았다.
“형, 진작 말하지 그랬어······.”
“맞아. 그걸 왜 우리한테 말 안 했는데? 그랬으면······.”
우리가 덮어놓고 원망하지 않았을 거 아냐? 원세븐 멤버들이 한 마디씩 보태자, 복도에서 벌어지는 소란에 몇몇 사람들이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말할 이유가 없잖아.”
“아니! 왜 말할 이유가 없는데.”
김이준이 제 머리를 벅벅 긁었다. 뭐라 말하고 싶은데 제대로 된 문장이 안 나왔다.
“너 이런 거 노렸냐? 우리가 나중에 알아서 너한테 막 미안해하길 원한 거지?”
“하긴 이 형이라면 그럴만한데······.”
“얘들아. 그걸 7년이나 존버하는 미친놈이 어디 있어.”
“얘는 미친놈 맞잖아.”
이 새끼가? 유연서는 저도 모르게 김이준을 쏘아 봤다.
김이준이 입을 다물었다. 사실 이렇게 따질 일이 아니었다. 어쨌든 고맙다고, 그동안 화내서 미안하다고 말하려 했는데,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동안 싫어한 게 쪽팔려서도 있었다.
‘그래, 꺼.’
이유는 대충 알 것 같았다. 원세븐과 있던 시간이 꽤 행복했어서, 나름 의리를 지키려고 했다는 가정이 맞았다.
‘점점 이상한데······.’
어릴 때 기억을 보아하니, 타고나길 성격이 더러운 것도 아니고. 나름의 책임감도 있고 인정머리도 아예 없는 건 아닌데. 본체는 왜 그렇게 싸가지 없게 굴었지?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심해졌던데.
유연서는 거의 자동 반사로 고개를 푹 숙였다. 피가 후드득 떨어졌다. 원세븐이 화들짝 놀라서 그에게 다가갔다.
“야, 야야! 피난다!”
“어떡해 형?”
“나 휴지 있어!”
“그거 너 땀 닦았던 거잖아.”
“이건 아냐! 새 거야!”
원세븐 멤버들은 유연서를 둘러싸고 호들갑을 떨었다.
어우 정신없어. 유연서는 원세븐의 누군가가 건네준 휴지를 코에 댔다. 심장이 기분 좋게 두근거렸다.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나 오늘 시상식 헬퍼갔는데 ㅇㅅㅂ이랑 ㅇㅇㅅ랑 싸우더라
막 소리치고 난리났음ㅇㅇ 코피도 흘리고 그러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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