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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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카펫
최지훈과 박세화의 약혼식은 별것 없었다. 약혼식의 주인공을 축하해주려는 목적은 별로 없고 이 자리를 빌려 인맥을 다지려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주성 일가에게 쏟아지는 관심이 특히 많았다.
최유진과 최상진은 언제 그렇게 싸웠냐는 듯 나란히 서서 웃으며 손님을 대하고 있었다. 누가 저 모습을 보고 네가 죽였냐느니 회사는 내 거라느니 같은 얘기를 했다고 상상할까? 저런 사람들이 연기하면 잘할 거 같은데.
“영화 촬영했었다면서요?”
“내년쯤에 개봉할 것 같습니다.”
혼자 내버려둔 게 조금 미안해서 남은 시간은 유은호의 옆에 있었다. 성질 죽이고 얌전히 묻는 말에나 대답하는 동생의 모습에 유은호가 새삼스러운 듯 쳐다보고 있었다. 이참에 할아버지한테 말 잘 해주면 좋을 텐데.
“기본은 했으니 이제 가볼게.”
“버, 벌써 가?”
최상진이 최유진을 잡았다. 그렇게 싸워도 최유진과 아들들은 끝까지 있어야 했다.
“아버지 섭섭하게 하지 마.”
“아버지 입장을 왜 오빠가 걱정해? 내가 알아서 해.”
최유진은 매몰차게 거절했다. 어차피 최형수는 무능한 장남이 아니라 딸을 더 아끼니까 상관없다.
어머니가 몸을 돌리니 유은호와 유연서도 냉큼 그 뒤를 따랐다.
“저희도 가 보겠습니다.”
“그래, 은호야. 참한 여자 소개받고 싶으면 언제든지 연락하고.”
“그건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유은호의 관자놀이가 살짝 꿈틀거렸지만, 최상진은 보지 못했다.
‘형도 최상진을 어지간히 싫어하나 보군.’
유연서는 유은호를 따라 밖으로 나가려다가 잠시 걸음을 멈췄다. 그가 뒤를 돌아보고는 최상진과 최지훈에게 얄밉게 웃었다.
아니 자동 행동 모드 안 했는데 왜 저절로 이러지? 이해할 수가 없네? 유연서는 썩어가는 두 부자의 표정을 보고 소리 내 웃고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둘 다 바쁜데, 일찍 가서 쉬어.”
괜히 왔다. 라고 중얼거린 최유진은 뒤늦게 합류한 유연서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너는 괜찮았니?”
“뭐, 재밌었어요.”
주둥이 터는 것도 꽤 재밌었다. 이래서 유연서가 망나니짓을 놓지 못했나?
“그래, 다행이다. 지금 네 모습 보면 네 할아버지랑 그이도 좋아할 거야.”
호텔 로비에 서 있는 그들을 향해 주변인의 시선이 집중되었지만, 다들 익숙한 듯 무시하고 있었다.
유연서는 근처에서 사진 찍는 사람을 향해 손을 흔들었는데, 상대방이 화들짝 놀라더니 사진을 연사했다. 어, 뭐지? 내 팬인가?
“은호는 마음에 드는 아가씨는 없었니?”
“어머니.”
정색하는 유은호를 보고 최유진이 깔깔 웃었다. 전에도 느꼈던 건데, 그들은 사이가 꽤 돈독해 보였다.
“얘는, 농담도 못 하니?”
“아직 결혼 생각 없습니다.”
“그래. 천천히 해. 대신 네 할아버지 증손주는 보실 수 있도록 하렴.”
주성은 장손을 정략결혼 보낼 만큼 궁하지 않았다. 오히려 상대 쪽에서 제발 결혼해달라고 매달리면 모를까. 재벌가 아니어도 인성 좋은 여성만 데려온다면 아마 유 회장은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것이다.
“그럼 가 볼게요.”
“잠깐만.”
최유진이 유연서의 팔뚝을 잡고 유은호와 멀찍이 떨어졌다. 유은호는 표정에 의문을 달고 있었지만, 다가오진 않았다.
“그······ 너만 괜찮으면 가끔 희서 얘기를 해도 괜찮을까?”
같이 추억할 사람이 없어서······. 속삭이는 최유진을 물끄럼 바라본 유연서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러세요.”
절대 신경 쓰는 거 아니다. 그냥 얘기만 들어주는 거야.
***
기억 동기화가 10%가 넘어서 불편한 건 3인칭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이었다. 유연서는 평창동 저택, 자신의 방으로 추정되는 곳 침대 위에 앉아 있었다. 그는 자신의 다리를 끌어안고 있었는데, 바지의 재질이나 형태가 교복 같았다.
“······.”
그는 하염없이 아무런 무늬 없는 벽만 올려다봤다.
이런 영양가 없는 기억은 적당히 넘어가 줘야 하는 거 아냐? 그 생각을 하자마자 시야가 암전됐다.
“잠시만요.”
이번에는 밖이었다. 회사 로비를 지나가는 누군가를 붙잡은 유연서가 대뜸 말했다.
“여기 데뷔조 한 명 더 끼울 생각 없어요?”
“학생, 여기 놀이터 아니에요.”
대충 대답하던 직원이 유연서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눈을 크게 떴다.
“그래요? 그럼 어쩔 수 없고.”
“어······ 잠시만요. 대표님과 상의를······.”
“대표님 불러오세요.”
헐레벌떡 대표에게 전화를 거는 직원을 보며 유연서가 씨익 웃었다. 거 봐, 대표도 내 얼굴 보면 제발 우리 회사에서 데뷔해달라고 사정을 할걸?
그리고 그 예상은 맞았다.
“세, 세상에······.”
AST 엔터테인먼트의 대표, 최동원이 유연서의 얼굴을 보자마자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계약서, 계약서 가지고 왔어?!”
“여기요.”
당시에는 매니저였던 김두현, 훗날 실장이 될 그가 황급히 계약서를 가지고 왔다. 유연서는 여유롭게 다리를 꼬고 앉아 그들이 하는 행동을 지켜봤다.
“그, 근데 우리 데뷔조 있다는 건 어떻게······.”
“당장 데뷔할 수 있는 거 알아요. 다 조사했거든.”
뭐, 뭘 조사해? 최동원이 땀을 비질 흘렸다. 아직 연습생들은 비공개인데······.
“여섯 명이죠? 한 명 더 끼우면 딱 맞네.”
“근데 혹시······ 이희서 씨와는 무슨 관계이신지······?”
유연서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본 김두현이 어렵게 입을 뗐다. 유연서는 어깨를 움찔 떨었다. 그는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했다.
“내 친엄마?”
최동원과 김두현이 숨을 헉 삼켰다. 어쩐지 비현실적인 외모가 이희서와 판박이였다.
“그, 그럼······ 주, 주성의······.”
“손자.”
“재, 재벌······?”
“3세.”
그니까 그 주성의 유 회장 손자이자 재벌 3세가 아이돌 데뷔조에 끼워 달라고 직접 찾아온 거라고? 최동원과 김두현이 믿기지 않아서 서로 쳐다봤다.
유연서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떴다. 그리고는 씨익 웃었다.
“어때요? 놓치기 싫죠?”
베타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든 유연서가 힘없는 몸을 애써 일으켰다.
“우욱······ 케헥.”
결국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다가 화장실에 들어가기 전에 피를 토했다.
아 진짜, 러그에 토했네 이거 빨래하기 힘들 거 같은데······. 차라리 몰래 버리는 게 낫겠다. 이제 피를 토하는 건 일상이라 몸이 걱정되지는 않았다.
“아······ 죽겠다.”
이렇게 후유증이 셀 거면 좀 더 괜찮은 기억을 보여주던가. 유연서는 아예 샤워기를 틀고 몸을 씻었다.
“시간이 아슬아슬한데······.”
오늘은 최유진과 함께 JMA를 가는 날이었다. 가서 레드카펫에서 사진 좀 찍고 자신이 맡은 시상 부문에서 시상하고 내려오면 끝나는 일이다.
“아, 맞다.”
시상식이 끝나고 파티가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유연서가 제 머리를 거칠게 긁적였다. 자동 행동 모드를 안 쓸 수는 없을 거 같은데, 이럴 거면 오늘 기억 동기화 안 했지.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인 걸 어떡하나. 유연서는 최유진이 선물해 준 옷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나갔다.
“왔냐.”
이태겸은 미리 와 대기하고 있었다. 그는 안전띠를 맨 유연서를 확인하고 미리 사온 커피를 내밀었다.
얼떨결에 받은 유연서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입맛에 꽤 잘 맞았다.
“오, 뭐냐? 너 이런 것도 할 줄 알았냐?”
“내가 한다면 하는 놈이라고.”
박 실장은 유연서에게 갈굼 당한 적이 많았다. 매니저가 도망가면 빈자리를 그가 채워야 했으니까. 그런 그의 집중 과외 덕에 이태겸은 행동이 제법 빠릿빠릿 해졌다. 아니면 어제가 월급날이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샵 들르고 JSENM 본사 앞으로 가면 되지?”
“어.”
유연서는 빨대를 입에 문 채 창밖을 바라봤다. 휘황찬란한 2018년의 빌딩 숲이 이제는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
“커피 맛있네, 어디 거야?”
“전에 네가 커피 맛없다고 다시 사오라고 겁나 화냈잖아. 박 실장님한테 물어보니까 따로 레시피가 있더라?”
무슨 원두며 얼음 몇 알 넣는 것까지 일일이 신경 써야 하던데. 라고 투덜거리는 이태겸의 입술이 삐죽 나와 있었다. 전이면······ 12번째 매니저였을 때를 말하는 거겠지?
‘맛있으니 대충 아무 데서 사오라는 말은 안 해야지.’
따로 시키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굴림 당하니 얼마나 기특해. 유연서는 작게 웃었다.
한참을 도로 위를 달리던 차가 부드럽게 멈췄다. 유연서가 가는 샵은 특이했다. 간판도 없는 묵직한 나무문을 열고 들어가,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에 말없이 허리만 숙여 인사하는 직원들이 눈에 띄었다. 소수의 VIP들에만 알려진 곳이었다.
아무도 그에게 말을 걸지 않았고 주어진 일만 빠르게 처리했다. 디자이너는 늘 그렇듯 유연서의 머리를 뒤로 넘겨 줬다. 아마 따로 요청하지 않으면 평소처럼 해주는가 보다.
‘조용해서 좋네.’
머리 손질을 끝내고 바로 메이크업에 들어갔다. 피부가 워낙 좋아 선크림만 바른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샵에 머무는 시간이 짧은 편이라 다행히 늦지는 않을 것 같았다.
“연서야.”
“어머니.”
JSENM 정문 앞으로 가니 마침 회사 밖으로 나오는 최유진을 발견했다. 유연서와 이태겸은 잠시 차에서 내려 최유진에게 다가갔다.
“이쪽이 매니저?”
“처, 처음 뵙겠습니다.”
“반가워요. 우리 애 잘 부탁해요. 도망가지 말고······ 이상하게 연서 매니저들은 금방 관두더라?”
그······ 이미 탈주한 전적이 있는데요, 그것도 길바닥에 버리고. 이태겸이 땀을 비질 흘렸다. 지켜보던 유연서가 허허 웃었다.
‘일부러 말한 거네.’
매니저가 금방 관두는 건 유연서의 성격 때문인 걸 잘 알고 있으면서.
“먼저 출발하면 따라갈게.”
“그러실래요?”
원래는 함께 입장하려 했지만, 유연서의 팬들은 단독 사진을 좋아할 거라며 최유진이 한 발 뒤로 뺐다.
JMA는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로 큰 공연장에서 진행됐다. 유연서와 최유진의 차가 나란히 서자, 레드 카펫 현장 MC가 고개를 쭉 빼고 마이크를 들었다.
“네, 지금 차 두 대가 거의 동시에 도착했죠? 누굴까요?”
“······배우 유연서 씨가 레드카펫에 입장하고 계시네요!”
유연서가 밴에서 내리자마자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가 이어졌다. 방금 들어갔던 아이돌 그룹보다 더 열띤 반응이었다.
레드 카펫은 미리 마이튜브로 공부하고 왔지만, 이렇게 눈이 따가울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는데. 유연서는 애써 먼 곳을 응시했다.
“이어서 다음 분은······.”
“JSENM 최유진 부회장님이 입장하고 계십니다!”
유연서는 레드 카펫에서 내려가 잠시 대기했다. 현장 MC와 기자들이 시상식장으로 들어가지 않는 유연서를 의아하게 쳐다봤지만, 최유진의 입장 소식에 정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최유진은 눈이 따갑지도 않은지 여유롭게 웃으며 카메라를 응시했다.
“아, 유연서 씨가 왜 안 들어가나 했더니, 부회장님을 기다리고 계셨군요?”
“모자가 참 사이 좋네요! 자, 그럼 JMA의 레드 카펫은 여기서 끝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유연서와 최유진의 등 뒤로 현장 MC의 마무리 멘트가 이어졌다.
“저 둘이 같이 들어가는 날도 있네. 저렇게 친했나?”
“그러게요? 요즘 부쩍 같이 다닌다는 얘기는 있더라고요.”
“아, 약혼식?”
남겨진 기자들은 부지런하게 사진을 기사로 옮겼다.
[JMA] 유연서 오랜만의 레드 카펫에 눈 ‘찡긋’유연서·최유진 JSENM 부회장 나란히 시상식장 들어가는 모습
[포토] 유연서, 시크하고 핸섬한 손 인사 (2018 JMA)└워 존멋
└귀여워ㅠㅠㅠㅠ
└악시발존잘
└아우라 개쩔게 들어와서 플래시때문에 눈찡긋ㅋㅋㅋㅋ
└근데 원래 저랬어?
└└오늘 피곤한가봐ㅋㅋ
└요즘 어머님이랑 자주 다니는거 보기 좋다 내남편♥
└└미쳤냐?
└└└이새끼 아주버님 빌런이지?
└└└└맞는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