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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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도 오시지?
유연서는 정다희를 만나러 가면서 뉴스를 살폈다. 기사는 사그라지지 않고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었다.
‘너무······ 노골적이잖아.’
한 대표가 신나서 언플한 것치고는 너무 많지 않나? 이건 좀 심한데?
유연서는 때마침 울리는 전화를 받았다.
“네, 어머니.”
(연서야. 재밌는 일을 벌였네.)
“······사실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는데요.”
기억 상실이라 아직 자신의 영향력을 모르나? 라고 생각한 최유진이 작게 웃었다.
“대본은 보셨어요?”
(그래. 난 이런 거 잘 모르지만, 재밌더라? 직원들 반응도 좋고.)
“그래요?”
(작가 쪽에서 원한다면 금방 제작 들어갈 거 같아.)
“잘 됐네요.”
부회장이 직접 내린 지시면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JSTV 쪽도 제작을 빨리할수록 ‘가상 현실’의 화제성을 바로 이어가서 좋을 것이다.
통화를 끊은 유연서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밖으로 향했다.
“어?”
“뭐야, 유연서 아니야?”
고개를 숙이고 빠르게 걸었는데, 알아보는 사람이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마스크도 챙길 걸 그랬나.
“이쪽입니다.”
차를 주차하고 온 임승현이 어느새 앞장섰다.
“아, 안녕하세요!”
정다희는 카페 구석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는데, 유연서를 발견하고 벌떡 일어나 인사했다. 그 소란에 몇몇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저를 보고 싶어 하셨다고요?”
맞은 편에 앉은 유연서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래도 직접 얼굴 뵙고 감사 인사를 드려야겠다 싶어서요.”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유연서는 심기 불편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 이런 말랑말랑한 분위기는 도통 익숙해지지 않았다.
“정말 감사합니다.”
정다희는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작가님, 착각하고 있는 게 있는데······ 나한테 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유연서의 냉정한 말에 정다희가 고개를 들었다.
“나도 내 이미지 개선하려고 작가님 이용한 거라서. 서로 윈윈이지.”
“······.”
“아무튼 감사 인사는 받았으니 이거로 끝.”
누가 이미지 개선한다고 이렇게 판을 크게 벌여? 정다희는 유연서의 뒤에 서 있는 임승현을 흘끔 바라봤다. 그는 의미심장하게 웃고 있었다.
“아, 작가님. JSTV는 어떻게 생각해요? 공중파를 더 선호하시는 건 아니죠?”
“네?”
“데뷔하셔야죠. 곧 연락 갈 겁니다.”
무슨 말인지 몰라 잠시 멍하니 있던 정다희가 두 손으로 제 입을 막았다. 그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촉촉해졌다.
“정말 감사······.”
“아, 나는 아무것도 관여한 거 없어요. 대본이 좋아서 그런 거니까.”
그냥 이 대본 어떠냐고 슬쩍 내민 거밖에 없는데, 제작사 부회장한테.
정다희의 ‘드리밍’은 본체의 대본 선택에서도 살아남은 작품이지만, 그걸 다 떠나서 2207년의 강진후가 봐도 매력적인 시나리오였다. 아마 표절 당하지 않고 무사히 방영됐으면 미래의 그가 재밌게 봤을 것이다.
그리고······ 이 시대로 와서 첫 기억 동기화했을 때 봤던 사람이 정다희였다.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대본을 내밀던 그 간절함이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었다.
“저······ 그럼 제 대본 괜찮게 보신 거죠?”
“네, 재밌었습니다.”
기뻐하는 정다희를 보고 유연서는 그만 자리에서 일어나도 되겠다 싶었다.
“그러면 ‘드리밍’에 출연해 주시면 안 될까요? ‘가상 현실’에서 했던 것처럼.”
유연서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기우뚱했다. 애써 보답하려 하지 않아도 되는데?
“감사 인사받았으면 끝난 거 아닌가? 내가 없어도 제작비 충분할 텐데요.”
무려 부회장 지시니 촬영 현장 분위기야 안 좋을 수가 없을 거고, 워낙 대본이 좋으니 개인적으로 투자할 의향도 있었다. 근데 이렇게 대놓고 요청을 받으니 당황스러웠다.
“아뇨! 그런 거 원하고 드리는 말 아니에요!”
정다희는 두 손을 황급히 흔들었다.
유연서는 더 이해가 안 돼서 미간을 찌푸렸다. 내가 영향력 있다는 건 인정하지만, 시청률 보증 수표는 아니다. 첫 데뷔작인데 발연기로 유명한 배우를 써도 되는 거야? 욕심이 없나?
“연기하신 걸 봤어요. ‘가상 현실’에서······ 잘하시던데요. 제가 상상하던 인물이랑 비슷해서······.”
“그 짧은 분량으로? 회차도 짧았는데.”
“그래도 꼭 유연서씨가 제 드라마에 나와 주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캐스팅 권한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정다희가 횡설수설했다. 일을 해결해 준 것에게 고마워서 충동적으로 이러는 건 아닌 거 같았다.
“음······ 좀 곤란한데.”
유연서가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 당분간은 가볍게 기억 동기화나 하면서 대학 생활을 즐겨보려 했는데······.
그래도.
‘윤하늘이 맡았던 역할은 좀 끌리긴 해.’
그 정도라면 연기가 어렵지 않겠고, 어차피 짤막짤막하게 등장하니까 복학해도 문제 생길 거 같진 않고······.
“좋아요, 대신 다른 역할 주세요.”
***
예상대로 우리 픽처스와 방송국에서는 촬영장을 탈주한 유연서에게 책임을 물었다.
“나를? 뭐로 어떻게?”
하지만 그것도 주성을 등에 업은 유연서에게 통하지 않았다.
“주성은 감당할 수 있겠어요?”
그는 정다희가 들었던 말을 똑같이 되돌려줬다.
유연서는 수정했던 계약서를 들고 와 위약금 3배 조항을 앞세웠다. 임승현이 본사에 어떻게 말했는지, 방송국에서는 빠르게 발을 뺐다. 아마 광고를 다 빼겠다고 했겠지. 역시 금수저가 좋다.
‘가상 현실’ 방송국 측, “황 작가 표절 인지···드라마 방영 중단 결정”
‘가상 현실’ 황미정 작가 표절 인정···제작 중단
결국, 제작사와 작가도 빠른 백기를 들었다. 인정은 했지만, 끝까지 피해자에 대한 정중한 사과는 없었다. 참 졸렬하네.
JSENM ‘가상 현실’ 원작 드라마 ‘드리밍’ 제작 맡는다.
‘신인의 희망’ 유연서, 표절 피해 드라마 ‘드리밍’ 조연 물망···작가 특별 요청
그리고 이때에 맞춰 JSENM이 언론에 홍보를 시작했다.
-와 마지막까지 완벽하네
-유연서가 한다고 하니 바로 제작되는거봐ㅋㅋ
-지망생도 유연서가 챙겨준거 맞지?
└그런듯
유연서는 한숨을 쉬고 핸드폰을 껐다. 예상대로 안 흘러갔지만, 어쨌든 좋은 게 좋은 거겠지.
어쨌든 상황은 일단락됐고 그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바로 이 시대로 오고 나서 처음으로 경험해보는 설날이었다.
‘오늘 코피 좀 쏟겠다.’
수차례 기억 동기화를 했지만, 아직 고모와 사촌에 관한 기억은 없다. 하지만 기억의 단편에서 짤막하게 본 사람이 있었다.
‘할머니는 나를 별로 안 좋아하는 거 같은데.’
바로 할머니, 박금주. 현재 주성 미술관 관장.
젊을 때는 주성의 패션 사업을 맡아 세계적인 SPA브랜드를 만들어 키워낸 능력자로, 지금은 작은고모가 브랜드를 이어 운영하고 있었다.
솔직히 그간 유연서가 보여온 행보는 그런 소리를 들어도 싸다. 하지만 그 말을 들었을 당시 본체의 감정이 꽤 슬펐던 거로 기억한다.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나?
“어······.”
오늘은 임승현도 이태겸도 명절 휴가를 보냈고, 평창동에는 직접 가야 하는데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내가 운전을 할 수 있을까?’
유연서는 탁상 위에 가지런히 놓인 여섯 개의 차 키를 멍하니 쳐다봤다.
2018년의 기본 생활 백서에는 운전하는 법도 들어 있지만, 이론과 실전은 다르다. 그렇다고 자동 행동 모드를 써서 운전하기에는 몸에 무리가 올 텐데······.
그는 때마침 울리는 유은호의 전화를 받았다.
“어, 형.”
(문 열어.)
“엉?”
설마? 유연서는 현관으로 향했다.
“뭐야, 또 잡으러 왔어?”
“전에도 말했지만, 잡으러 온 게 아니라······.”
“챙겨주는 거라고?”
유은호는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곤란한데 잘 됐다. 유연서는 냉큼 형을 따라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그냥 먼저 가지 그랬어? 괜히 여기까지 들리긴.”
“나도 이 근처 살아. 겸사겸사.”
아, 그랬군. 그럼 맘껏 운전기사로 부려 먹을까.
“나 기억 상실인 거 다 알아?”
“어른들만.”
그럼 사촌들은 모른다는 거군. 어쨌든 코피 쏟는 건 확정이다. 유연서는 작게 한숨을 쉬고 안전띠를 맸다.
“······할머니도 오시지?”
“그래, 얼마 전에 귀국하셨다.”
듣기로는 자신이 런칭해서 해외 곳곳에 개업한 SPA 브랜드의 매장을 둘러보고 미술품 경매를 위해 외국에 장기 투숙했다는데, 그래서 유연서의 병실을 단 한 번도 찾지 않은 것이다.
“어떠셔?”
“할머니는······ 표현 방식이 좀 서투르시지.”
“할머니도 지금 나 보면 좋아하실 거 같아?”
유은호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원래의 유연서는 미디어에 비치는 것처럼 막 나가지는 않았지만, 가족들에게 그렇게 살가운 편도 아니었다.
동생은 그냥 인사 몇 번 하다가 묻는 말에 퉁명스럽게 대답하고 빠르게 귀가했었다. 그래서 지금 가족의 눈치를 보는 게 꽤 이질적이었다.
‘그래도 전보다는 괜찮네.’
이희서의 사고를 목격한 이후 유연서는 가족들 사이에서 겉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먼저 벽을 허무는 모습이 꽤 보기 좋았다. 그렇게 생각한 유은호를 보며 유연서가 미간을 찌푸렸다.
“왜 웃어?”
“그런 게 있어. 아마 할머니도 좋아하실 거다.”
어쩐지 비웃음당한 거 같단 말이야. 유연서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유은호가 그렇다면 그렇게 되겠지. 그는 이제 형만큼은 신뢰하고 있었다.
어느새 집 앞에 도착한 유은호와 유연서는 차에서 내렸다. 문 앞을 지키고 있던 정장의 남자가 자연스럽게 유은호의 차를 몰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연서야!”
유연서가 몸을 돌렸다. 그를 부른 두 여성은 미리 사진을 보지 않아도 혈육임을 알아챌 정도로 유건민과 닮아 있었다.
‘음······ 뭐라고 해야 할까.’
어차피 어른들은 다 아니까 상관없겠지. 유연서가 웃으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고모.”
그 미소를 본 두 고모가 숨을 들이켰다. 여태 손에 꼽을 정도로 본 적 없는 조카의 웃음이었다.
“언니 들었어? 고모래. 진짠가 봐. 난 오빠가 장난치는 줄 알았는데······.”
“얼마 만에 듣는 소리야?”
뭐야, 데자뷔가 느껴지는데. 마치 최유진을 처음 봤을 때처럼······. 그나저나, 내 기억 상실이 유건민의 장난으로 치부되다니······ 유연서는 어색하게 웃었다.
고모들이 수군거리는 사이, 두 남자가 그들의 뒤에 섰다.
“오랜만에 보는구나.”
그럼 이 두 사람은 고모부겠군. 큰 고모부는 법조계 집안에 검사장 출신 국회의원이다. 작은 고모부는 주성의 평사원 출신으로 데릴사위였다. 하지만 탁월한 감각으로 뷰티 사업을 키워내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은호는 점점 더 잘생겨지는데?”
“연서, 몸은?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한대서 면회도 못 갔잖니.”
아, 그래서 안 온 거였어? 난 또 무슨 재벌가의 지분 싸움 때문에 데면데면한 줄 알았는데. 오늘도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막장 드라마 시나리오를 하나 버렸다.
유연서는 대충 웃으며 괜찮다고 말하고 뒤를 흘끔 쳐다봤다. 그와 눈이 마주친 사촌들이 대충 눈인사를 했다.
‘사촌이랑은 별로 친하지 않은가 보네.’
그래도 분위기는 화기애애한 것이, 주성의 총수 일가는 단합이 잘 된 편인가 보다. 하긴 이 정도 기업이 쪼개지는 것은 득보다는 실이 많으니까······.
“엄마!”
큰 고모의 외침에 유연서의 몸이 저절로 굳었다. 뭐야, 왜 이래?
그가 겪는 몸의 긴장과는 반대로 할머니, 박금주는 자신의 딸과 사위 그리고 손자들을 자상한 미소로 반겼다.
“은호, 왔구나.”
“네, 할머니.”
유은호와 가볍게 포옹한 박금주는 유연서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날카로운 인상과는 다르게······ 분위기는 괜찮은 거 같은데?
“그래, 넌 몸은 괜찮고?”
“네. 괜찮아졌습니다.”
“······재밌는 일을 했더구나.”
유연서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박금주는 묘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더니 몸을 돌려 안쪽으로 향했다. 무슨 재밌는 일이요? 얘기는 끝까지 하고 가셔야죠!
‘오늘 좀 많이 피곤하겠군.’
유연서는 울상을 지으며 가족들을 따라 안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