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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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괜찮니?
재벌가치고는 조촐한 제사를 지냈다. 유연서는 대충 눈치껏 형을 따라 하면서 어영부영 넘어갈 수 있었다.
“출장은 어떠셨어요?”
“이번에 우리 문화재를 반환받을 수 있을 거 같더구나.”
“대단하십니다. 장모님.”
식사는 조용했지만, 가끔 서로의 안부를 물어봤다. 아무래도 경영에 참여하는 사람이 많아서 일 얘기로 빠지게 됐는데, 최근에 있었던 일 때문인지 가끔 유연서에게도 시선이 집중됐다.
“연서는 이번에 또 사고 쳤더라? 좋은 쪽으로.”
“그냥 촬영장 빠진 거밖에 없는데요.”
“다들 네 얘기밖에 안 하던데? 그래서, 원작 드라마는 네가 하는 거니?”
큰 고모의 말에 최유진이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연서가 저한테 먼저 대본 줬어요. 이대로 사라지는 게 아쉽다고······.”
“그랬었어?”
가족들의 시선이 유연서에게로 모였다. 마치 ‘네가 그렇게 배려심 깊은 사람이었니?’ 라는 눈빛이었다.
가장 상석에 앉은 할아버지가 흐뭇하게 웃었다.
“잘했구나.”
“뭐, 네······.”
앞에서 문화재 반환이니 자신이 운영하는 브랜드의 지점이 몇 개 생겼다느니 거창한 얘기를 하다가 고작 촬영장 빠져서 지망생 도움 좀 줬다고 이런 관심을 받는 게 묘했다.
“근데 복학한다고 하지 않았어?”
“드라마 찍으면서 다녀 봐야죠.”
사정을 모르는 사촌들은 정중해진 유연서를 신기한 눈으로 쳐다봤다. 원래는 제대로 말도 안 했나 보지? 아이고, 앞길이 깜깜하다.
“어머, 그러면 우리 선우랑 같이 다니겠네.”
맨 끝에서 조용히 식사하던 박선우가 사레들릴 뻔한 것을 애써 참으며 어색하게 웃었다.
어른들은 아직 일 관련 얘기를 하고 있었고, 유연서는 사촌들과 멀찍이 떨어져 핸드폰이나 만지작거리고 있을 때 누군가가 그를 불렀다.
“저······ 형.”
작은 고모의 아들, 박선우였다.
“어, 왜?”
“형 그러면 몇 학년······ 되는 거예요?”
“말 편하게 해.”
얼마나 벽을 쳤으면 나이 차이도 별로 안 나는 사촌까지 존댓말을 하냐. 박선우는 금세 표정이 밝아졌다.
“내가······ 2학년 되나?”
임승현에게 듣기로는 한국대를 입학하고 한 학기만 다니고 바로 군대로 갔다고 한다. 전역하고 남은 학기를 채운 뒤 돌연 배우 활동한다고 나서서 쭉 휴학 중이었다. 27세에 2학년이라니.
“어, 나도 2학년 되는데.”
“그래? 학교에서 볼 수 있으면 보자. 하도 간 지 오래돼서 길도 잘 모르거든.”
사실 아무것도 모르지만, 잘 됐다. 길 안내해 줄 사람이 하나 늘었네. 너무 임승현에게 다 맡기는 것도 좋지 않지.
박선우는 늘 벽을 치던 유연서가 벽을 허물자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사실 나도 형처럼 회사 일 말고 다른 거 해보고 싶어.”
“어떤 거?”
“글쎄······ 난 형처럼 연예인은 못 하겠고, 마이튜브?”
재벌 3세 마이튜버라······ 그건 그거대로 재밌겠는데. 가진 돈 펑펑 쓰기만 해도 대리만족으로 많이 찾아보지 않을까.
“너는 회사 일 아예 안 할 거야?”
“누나 있잖아. 누나랑 나는 게임이 안 돼.”
유연서는 어른들이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려 박선우의 누나, 박유정을 바라봤다. 유연서와는 한 살 아래로, 외국 유학을 다녀오고 바로 평사원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고 있었다.
박유정은 유은호와 함께 어른들 틈에 껴서 얘기를 경청하고 있었다. 귀찮아하는 구석 없이 눈이 반짝반짝한 게 야망이 느껴질 정도였다.
할아버지는 뭐가 그리 좋은지 껄껄 웃으며 얘기를 받아주고 있었다.
“난 저렇게는 못 살겠다.”
“나도.”
임승현에게 슬쩍 듣기로는 유은호도 업무량이 상당히 많다던데, 오너 일가라고 해도 회사에서 마냥 꿀 빨지는 않는구나.
“그래서, 마이튜브 할 거면 컨텐츠는 뭐로 할 건데?”
유연서는 심심함을 달랠 겸 박선우에게 말을 걸었다. 굳이 마이튜브를 콕 찍어 말하는 것을 보면 셀럽의 삶을 꿈꾸고 있는 것 같은데······.
“아직 잘 모르겠어. 형은 좋은 아이디어 없어?”
“글쎄.”
유연서는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겼다. 솔직히 구독자 수 많이 모을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다.
“나처럼 해야지.”
“형처럼?”
“내가 잘하는 거 있잖아. 돈 지랄.”
번화가에서 머니건 들고 현금 쏘면서 지나가는 거라던가 소장하고 있는 한정판 슈퍼카를 자랑한다든가.
“사람들이 재수 없다고 하지 않을까?”
“그만큼 욕하면서 보잖아.”
실제로 유연서의 SNS는 대한민국에서 팔로워 수가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다. 남부러울 거 없는 삶을 사는 재벌의 삶을 궁금해하면서도 부러워했다. 그들은 평생 일해도 못 모을 돈을 턱턱 쓰는 것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면서도 욕했다.
“솔직히 마이튜브도 계속 컨텐츠 짜려면 쉬워 보이지 않던데, 일단 처음에는 가진 거 잘 활용하는 게 낫지 않겠어?”
“그건 그래.”
이희서의 피를 이은 유은호와 유연서가 비정상적으로 잘생겨서 그렇지, 박선우도 깔끔하게 잘생겼다.
애초에 유창호와 박금주도 그 시대에 태어난 것치고는 키도 크고 비율도 좋았다. 유건민도 그랬고 두 고모인 유민정과 유선영도 평균 이상의 외모였다. 박선우도 잘만 하면 괜찮지 않을까.
“······좋은 거 생각났다.”
“그래? 잘 됐네.”
근데 너 눈빛이 약간 돈 거 같은데 왜 그러니? 이러다가 작은고모에게 애를 이상하게 물들여 놨다고 한 소리 듣는 건 아니겠지?
“무슨 얘기 해?”
“얘 마이튜브 한대서.”
유은호는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저었고, 박선우는 배시시 웃었다. 분위기로 보건대, 유은호와 사촌들 사이도 좋아 보였다.
여기서 이질적인 건 유연서 뿐이었나. 본체에게 또 연민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슬슬 가자.”
“벌써 끝난 거야?”
유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바쁜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대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형, 그러면 나 마이튜브 할 때 잠깐 출연해 줄 수 있어?”
“뭐, 그래. 바쁘지 않으면.”
유연서는 박선우가 내민 주먹에 주먹을 맞댔다.
“아들, 아빠가 데려다 줄게.”
“됐어. 형이랑 갈게.”
유건민이 눈에 띄게 시무룩해졌다. 어째 유은호보다 더 애 같다. 유연서는 마지못해 말을 덧붙였다.
“······연락 자주 하면 되잖아.”
“그래. 이 할아버지한테도 연락 자주 해.”
순식간에 표정이 밝아진 유건민은 유창호가 옆에서 끼어들자 다시 시무룩해졌다. 참······ 표정 변화가 다양하단 말이야.
“연서, 지금 모습 보기 좋다. 자주 좀이래.”
“나중에 우리 백화점에서 쇼핑이나 할까?”
“그거 좋네. 얘랑 다니면 주변이 화사해지겠다.”
트로피 취급인가······ 고모들은 끝까지 유쾌했다.
‘본체가 선을 그어서 그렇지, 정황상 친지끼리 사이는 좋아 보이는데······.’
유연서는 왜 벽을 쳤을까. 싸가지 없는 성격 때문에?
“먼저 가볼게요!”
“연서 형, 나중에 연락할게!”
고모 일가를 먼저 보내고, 다음은 유은호와 유연서 차례였다.
유연서가 조수석의 문을 열고 차에 타려고 할 때, 머뭇거리던 박금주가 유연서를 불렀다.
“그래······ 그, 이제는 괜찮니?”
몸 괜찮냐는 얘기는 아까 하시지 않았나? 어르신이니 자주 깜빡이는 건가 싶은 유연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럼 됐다. 조심히 들어가.”
박금주는 미련 없이 뒤돌아섰다.
‘무뚝뚝하지만 나한테 신경 많이 쓰는 거 같은데.’
유연서는 처음 본 할머니를 그렇게 평가했다. 하지만 처음 봤을 때 몸이 경직됐던 것이 좀 걸렸다.
‘오늘 자동 행동 모드도 안 했으니 기억 동기화나 좀 해봐야겠어.’
유은호와 유연서를 태운 차가 길 저편으로 사라질 때, 최유진은 박금주의 옆에 서서 넌지시 물었다.
“어머님이 하셨죠?”
“뭐를?”
“연서 기사요.”
유연서가 너무 노골적이라고 평했던 올려치기 기사들은 헤일로 미디어의 영향도 있었지만, 절반 이상은 박금주의 지시로 이뤄진 거였다.
“이왕 일 벌인 거 제대로 해야지. 저 애가 이렇게 좋은 일을 한 게 처음이잖니.”
“그렇긴 해요.”
“사고 이후로 성격 바뀌었다더니······ 지금이 훨씬 낫구나.”
옆에서 듣고 있던 유창호 회장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박금주와 최유진을 바라봤다.
“무슨 기사를 말하는 게야?”
“이번에 연서 촬영장 잠적 사건 있잖아요, 이후에 일이 잘 풀려서 기사가 쏟아져 나왔잖아요?”
최유진의 설명을 다 들은 유창호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 걸 왜 해요? 걔 회사가 알아서 하겠지.”
“당신은 뭘 몰라요. 사람 시켜서 보고받지 말고 직접 인터넷도 보고 하세요.”
되려 타박을 받은 유창호가 크흠, 헛기침했다. 사실 아랫사람을 시켜 주기적으로 유연서에 대한 정보를 받아 봤는데, 직접 찾아볼 생각은 안 했다.
이대로 놔둬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던 유창호는 물밑으로 유연서 전담팀을 꾸려서 악의적인 비방글을 올린 사람들을 조용히 잡아들이고 있었다.
“사실 어머님이 연서 싫어하는 줄 알았어요.”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는다.”
박금주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내가 걔한테 잘못한 게 있어서, 그게 걸려서 그래······.”
“그게 뭔데요?”
박금주는 대답하지 않았다. 최유진도 굳이 답을 재촉하지 않았다.
박금주는 기업 사모님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브랜드를 세계적으로 키워낸 사업가였다. 그 완벽한 모습에 다른 이들의 시기와 질투를 받기도 했다.
그리고 이희서는 워낙 한 세대를 풍미한 연예인이라 재벌가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실제로 이희서의 외모에 반한 재벌 자제들의 구혼요청이 쏟아질 정도였다고 한다.
[며느리를 너무 엄격하게 대한 거 아니에요?] [세상에 목을 매달다니······ 얼마나 구박했으면 그랬겠어요?] [심지어 그걸 손자가 봤다고 하잖아요. 어떻게 자기 집에서 그런 사건이 나는데 모를 수가······.]그런 이희서가 안타깝게 목숨을 잃고 나서 박금주도 한동안 견제와 루머에 시달렸다. 늘 완벽함을 추구했던 박금주의 자존심에 큰 균열을 일으켰다.
아끼던 며느리를 그렇게 잃고도 모자라서 언론과 주변인들은 은근한 속삭임으로 박금주를 손가락질했었고 아들은 절망에 빠져 남몰래 울었다.
[으아아악!] [연서야!]집안 분위기는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안 좋았고 사고를 목격한 손자는 미쳐버렸다.
행복했던 가정이 깨져 버렸다. 박금주는 그 당시 상황이 너무도 싫었고 도망치고 싶었다. 우울증 증상을 겪고 있다는 것은 나중에 알았다.
[할머니······. 나 이상해.] [엄마가, 엄마가 자꾸 보여.]그래서 그만, 자신에게 의지하는 어린 손자의 손을 홧김에 쳐내 버렸다.
[어······.]충격받은 유연서의 표정을 아직도 잊지 못했다. 바로 사과하려 했지만, 유연서는 도망쳤다.
사과할 시기를 놓친 자신에게 화가 났고, 갈수록 이희서를 닮아가는 모습에 좋은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잠시 외국에 나가 있는 건 어때요?]이변을 눈치챈 남편의 권유로 외국을 자주 돌아다녔다. 틈틈이 상담을 다니며 마음을 치유했지만, 이미 벌어진 손자와의 사이는 좁혀질 수 없었다.
사실 박금주는 유연서가 중환자실에 있을 때 잠시 한국으로 들어와 그를 본 적이 있었다. 온갖 기계 장치로 연명하던 모습은 박금주에게 상당한 충격을 안겨 줬다.
[그래, 넌 몸은 괜찮고?] [네, 괜찮아졌습니다.]그래서 자신을 향해 의연하게 대답하는 유연서를 보고 눈물이 찔끔 나올 뻔한 것을 참았다.
박금주는 한참을 유연서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봤다.
“망할 년, 왜 그렇게 죽어서는······.”
그 목소리는 원망이라기보다 진한 슬픔이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