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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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아닌데.
그가 2207년에서 봤던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중에서 지금과 비슷한 상황의 장면을 본 적이 있었다.
‘이래서 땡땡이를 치는 건가.’
청춘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야자 째고 선생님을 피해 도망가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냥 이태겸이 운전하는 밴에 타서 달리는 도로 밖 풍경을 멍하니 보고 있었지만, 늘 촬영장에서 촬영 준비를 하고 있던 시간에 밖에 있으니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연서 씨 어디 갔어요?”
“어? 안 보이네.”
유연서가 사라지고 몇 분 뒤, 사람들이 그의 부재를 눈치챘다.
“유연서 씨 본 사람 있어요?”
“아까 밖에 나가시던데요?”
“그래요? 담배도 안 피우던데······.”
한 스태프가 밖으로 향했다. 다른 차는 다 있는데, 유연서의 밴이 없다. 스태프는 쭈뼛거리며 촬영장 안으로 돌아왔다.
“저······ 연서 씨 차도 없는데요?”
“네?”
“설마 잠적 탄 건······ 아니겠죠?”
“설마요.”
유연서가 성격이 더러워도 그렇지 나름 공과 사는 구분할 줄 알았는데?
“······안 받는데? 어?”
유연서의 매니저, 이태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연결음만 길게 들릴 뿐이었다.
(고객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핸드폰 꺼졌는데요?”
스태프들이 웅성거렸다.
“뭐야?”
***
그 이후 유연서는 이틀간 자신의 집 침대에서 뒹굴었다.
“역시 집이 좋아.”
간헐적으로 핸드폰이 울렸지만, 임승현이나 이태겸의 연락 아니면 다 무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전화는 슬슬 받아야겠지?
“어, 한 대표. 무슨 일이에요?”
(무슨 일? 무슨 일이냐고? 설마 그걸 모르는 건 아니겠지?)
“음, 모르는 건 아니지. 내가 다 계획한 게 있거든.”
(계획은 무슨! 너 대체 무슨 생각이야? 이태겸, 걔는 왜 전화를 안 받고?!)
이태겸, 점점 훌륭한 노예가 되어가고 있군. 사실 연락을 무시하라는 유연서의 말을 들은 게 아니라 대표와 실장의 추궁이 무서워서겠지만······ 유연서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듣고 있는 한 대표는 속이 터질 것 같았다.
(웃긴 왜 웃어!)
“아, 내가 다 생각한 게 있다니까?”
모르쇠로 일관하는 유연서의 대답에 한 대표는 답답해서 소리를 지르려다가 참았다. 그는 한참을 심호흡 끝에 침착하게 유연서를 설득하기로 했다.
(연서야······ 네가 성격이 좀, 좀 문제가 있어도 공과 사는 지켰잖아. 갑자기 촬영 잠적이 말이 되니?)
“내 성격에 뭐가 문제가 있어, 한 대표. 나 좀 섭섭하다?”
(아 쫌! 꼬투리 잡지 말고!)
결국 한 대표는 버럭 소리쳤다.
“한 대표는 그냥 가만있어 봐요. 내가 다 해결한다고. 어차피 촬영 지연돼서 제작진 일당 주는 거도 내 돈에서 나가는데 뭐.”
(지금 돈이 문제가 아니라 네 평판이······!)
“내가 더 떨어질 평판이 있었어? 한 대표, 자꾸 화내면 나 JSENM쪽으로 간다?”
(그래! 가라 가! 나도 너처럼 사고 치는 배우 필요 없어!)
아, 안 먹히네. 유연서는 쯧, 혀를 차고는 통화가 뚝 끊긴 화면을 쳐다봤다. 어차피 상황이 다 끝나면 정말 JSENM 가냐고 매달리겠지.
이참에 상황이 어떻게 됐는지 한번 볼까.
유연서, ‘가상 현실’ 촬영장서 돌연 잠적
‘가상 현실’ 유연서, 돌연 촬영거부·잠적···촬영장 완전중지
방송국, “유연서 잠적, 유감”···‘가상 현실’ 결방
연예 뉴스는 유연서의 얘기로 거의 도배가 되어 있었고
-유연서가 또? 인간 핫게 유연서 사건사고 업데이트(19.01.30)
-한동안 잠잠하더라니ㅋㅋㅋ
-와 진짜 ㄱㅐ또라이
-인생 재밌겠다 하고싶은대로 다 살고
-언제까지 잠적할거같아?
-가상현실 재밌게 보고있었는데 이게 뭔;;
-요즘 연기도 많이 늘었고 호감이였는데 역시 사람 안바뀐다
커뮤니티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유연서, ‘가상 현실’ 제작사 우리 픽처스에 내용 증명 보냈다.
돌연 잠적한 배우, 촬영 태도 안 좋았다···‘가상 현실’ 제작진 폭로 글 화제
유연서, ‘가상 현실’ 촬영 태도 논란···동료 배우에게 “천박하다”
누가 봐도 의도적인 언론 플레이, 제작사와 방송국 측에서 먼저 선빵을 날린 건가?
하지만 그들이 간과한 게 있다면, 그 어떤 언론 플레이도
‘나한텐 안 되지.’
유연서가 올리는 SNS 화력에 비비지 못한다는 거다.
Y__Yeonseo
아ㅋㅋ 표절 드라마인거 알았으면 안 했지ㅋ
유감을 표하기 전에 상황을 천천히 돌아보는게 어떨지?
자 이제 얼마 만에 기사가 뜨는지 한번 볼까? 유연서는 히죽 웃으면서 새로 고침을 눌렀다.
촬영장 돌연 잠적 유연서, SNS서 입장글 올려···“가상 현실은 표절드라마”
‘가상 현실’이 표절이다? 지망생 호소 글 뒤늦게 화제
유연서, “표절 드라마였으면 안 했을 것”
반응은 거의 바로 왔다.
***
‘가상 현실’의 작가 황미정은 키보드에서 손을 놓았다. 도저히 글을 쓰지 못할 것 같아서였다.
‘가상 현실’은 무기한 연기되었다. 일단 주연 배우도 없고, 곧 묻힐 거 같았던 표절 공론화 글은 유연서로 인해 수습할 수 없이 커졌다. 유연서 없이 윤하늘 중심으로 가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최대 투자자가 유연서다.
결국, 어떻게 할지 눈치만 보다가 모든 게 멈췄다.
‘이게 다 걔가 글만 안 올렸어도······!’
황미정은 정다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정다희는 전처럼 몇 번 안 받지 않고 바로 통화를 받았다.
“네, 여보세요.”
(야 너!)
황미정이 대뜸 소리쳐서 전화를 받은 정다희의 어깨가 움찔 떨렸다.
“네, 말씀하세요 황미정 작가님.”
(너 때문에 ‘가상 현실’에서 난 수십억의 손실, 책임질 각오는 한 거지? 방송국이랑 제작사랑 다 척질 각오한 거야?)
“······.”
(내가 이 바닥 못 밟게 한다고 경고했지? 이 바닥이 아니라 네 남은 생도 비참하게 해줄 테니까 두고 봐. 감히 날 건드려?)
정다희가 헛웃음을 지었다.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까지 뻔뻔하지?
우리 픽처스 김상준이 사정사정해서, 등 떠밀려서 성의 없이 한 사과가 아니라······ 정말 반성해서 진심을 다한 사과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한 적 없었다.
“작가님, 저 이거 녹음하고 있어요. 전에 했던 통화도 다 녹음했고요.”
(뭐, 뭐?!)
황미정이 당황해서 통화를 끊으려 했다. 하지만 도망치는 것 같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녹음하면 뭐 어쩔 건데? 이거 불법 녹취인 거 알지?)
“‘일개 지망생’인 저보다 작가님이 더 잃을 게 많지 않겠어요?”
황미정이 입을 꾹 다물었다. 여차하면 녹취록도 다 풀어버리겠다는 소리였다.
“이만 끊겠습니다. 다신 전화하지 마시고요.”
통화를 끊은 정다희는 한숨을 쉬었다. 더 실망할 게 없을 줄 알았는데······.
‘가상 현실’ 게이트 열리나···황미정 이어 박지혜·김옥선 줄줄이 표절 의혹
‘지청춘’ 박지혜 작가에게 표절 당한 피해자 오히려 명예훼손 피소당했다
‘표절 의혹’ 박지환 작가 뒤늦게 합의 시도 걸렸다
그래도 자신 덕분에 다른 억울한 피해자까지 재조명되는 건 좋았다. 표절을 당했던 것을 알아채고 느꼈던 절망감을 알고 있었기에, 이제라도 그들의 억울함이 풀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유연서가 아니었더라면······.’
이렇게까지 일이 커질 수 있었을까?
“안녕하세요, 정다희 작가님. 저는 박청아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우선 인터뷰 요청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다희는 한 기자를 찾아 인터뷰하기로 했다. 공론화 글을 올리고 나서 꾸준히 표절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투명한 기사 작성 약속한다며 끈질기게 인터뷰 요청을 했던 사람이었다.
표절을 당한 걸 알게 된 경위, 그리고 그때 느꼈을 감정과 같은 질문에 상세하게 답했다.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
“이미 법무법인과 접촉했고, 그쪽에서 합의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저작권 분쟁할 겁니다.”
“그렇군요, 잘 되길 바랍니다.”
박청아가 진심을 담아 말했다.
“유연서 씨의 SNS 글 덕분에 이렇게 사태가 커진 것도 있잖아요? 혹시 작가님은 알고 있었나요?”
“사실······.”
뭐라 말하려던 정다희는 입을 다물었다.
[이 사건에 저희 도련님이 처음부터 개입했다는 사실은 공개하지 않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위약금 조항도 있어서 마치 위약금 때문에 설계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일단 유연서가 자기가 사전에 도움을 줬다는 걸 밝히길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대로 입을 다물고 있는 게 맞는 걸까?’
어쨌든 과분한 도움을 받은 건 사실이었다. 임승현을 통해 법무법인을 소개받기도 했고 비용도 일체 내지 않았다. 일부러 일을 키워 자신을 이렇게까지 주목받게 한 것도 유연서의 설계 덕분이었다.
‘이 정도 스토리텔링은 괜찮겠지?’
정다희, 그도 작가였다. 곧장 임기응변을 발휘했다.
“사실 제가 판에 글을 올린 뒤에 유연서 씨에게 연락을 받은 적이 있어요.”
“······그래요?”
“네, 표절 의혹 글을 봤다. 이게 사실이냐 확인하는 연락이었어요.”
박청아 기자는 눈을 반짝 빛냈다.
사실 유연서가 돌연 잠적한 사건은 거의 ‘유연서가 유연서 했다.’ 혹은 촬영장을 무단으로 잠적한 것에 정다희의 표절 호소글을 억지로 끼워 맞춘 거 아니냐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사실 확인을 먼저 했다? 이러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래서, 어떻게 됐나요?”
“제 얘기를 다 들으시고, 일단 알겠다고 하곤 뚝 끊겼죠. 근데 그 다음 날 바로 잠적 기사가 떴어요.”
“세상에······.”
“처음에는 뭐야? 확인만 하려고 연락한 거였어? 하고 실망도 했는데······.”
그니까. ‘처음부터’ 개입했다는 사실이 아니면 되잖아?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정다희는 애써 표정 관리를 했다.
“진짜 사건을 터뜨려 주실 줄은 몰랐어요. 저한테는 너무 감사한 일이죠.”
정다희는 감동한 표정을 지으면서 박청아의 눈치를 살폈다. 박청아는 이 사실을 바로 알려야 한다는 어떠한 사명감에 취해 있었다.
***
“이게 아닌데.”
유연서는 쏟아지는 연락을 받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한준오대표) 연서야. 내가 생각이 짧았다
(한준오대표) 네가 기억 상실 덕분에 성격이 바뀐걸 알았어야 했는데
(한준오대표) 설마 진짜로 주성쪽으로 갈건아니지? 내가 잘못했다
(한준오대표) 전화 좀 받아줘
한 대표는 한 시간에 한 번씩 연락하면서 질척대고 있었고······.
(박민우) 어쩐지 전에 황 작가님 얘기를 왜 하시나 했더니
(박민우) 형은 다 계획이 있었군요!
아냐, 그거 아니야.
유연서가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가 원한 건 그냥 ‘싸가지 없는 미친 놈’의 이미지를 한 꺼풀 벗겨 내고 ‘싸가지는 없는데 가끔 좋은 일은 하는구나’정도의 인식을 원했다.
유연서, 이유 있는 잠적이었다···표절당한 피해자에게 미리 사실 확인 해
역시 ‘신인의 희망’ 유연서, 억울한 피해자 위해 촬영 잠적
유연서, 작가지망생에게 먼저 연락해 사실 확인 해···제작진·방송국 중 누구도 안 한 행동
무슨 사람을 불의에 맞서는 다크 나이트처럼 만들어 놨어. 이거 누구야.
앞으로도 개꿀 연예계 생활을 하려면 싸가지 없고 버릇없는 이미지는 그대로 갖고 가야 했다. 이미지 좋은 연예인이 나락 가는 건 너무 쉽다. 차라리 원래 이미지가 안 좋은 놈이 더 낫다.
-와 진짜임?
-진짜 유연서 아니면 게이트 터질정도로 일이 커졌을까?
└ㄹㅇ
-큰그림 그리고 있었네 대박이다ㅋㅋ
-유연서 좀 다시보임
-금수저는 이렇게 쓰는거네ㅋㅋ
-지금도 표절작가 작품 들어가는 다른 배우들은 반성해야할듯ㅋ
하지만 지금 여론 반응을 보건대, 무슨 유연서를 신격화하고 있었다. 나 이용해서 다른 배우 후려치지는 말지······.
“정 작가한테 제대로 주의 준 거 맞아요?”
“네. 도련님이 이 사건에 ‘처음부터’ 개입한 사실은 말하지 말라고 했었죠.”
야 임승현, 너도 노렸지. 유연서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 이미 상황 벌어진 거, 정 작가님 한번 보시겠습니까? 도련님을 꼭 뵙고 싶어하는데요.”
임승현은 그 시선을 피했다. 유연서는 한참 동안 그를 노려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그러죠.”
임승현 말마따나 이미 벌어진 일이지. 유연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