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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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밍Dreaming (3).
박시환의 회심의 미인계는 안 통했다. 하지만 적당히 거리를 유지한 채 이 회장 모친의 일탈을 도왔다.
“재밌었어. 그만 가 봐.”
이 회장의 모친은 박시환과 춘백을 남겨놓고 단독 주택의 대문 앞에 섰다.
“엄마!”
마침 어린 이 회장이 모친에게 달려들었다. 모친은 아이를 끌어안고 환하게 웃었다.
“어이구 우리 아들.”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한 남자와 인공 지능은 팔짱을 끼고 그 뒷모습을 지켜봤다.
“이충원 가람글로벌홀딩스 회장은 왜 저분을 다시 꺼내려고 하는 걸까요.”
“글쎄······ 깨워서 잘 보살피려 하는 거겠지.”
박시환은 대충 대답했다. 솔직히 알고 싶지 않았다. 알 필요도 없었고.
특히 이 회장은 자신의 부친인 박 회장과 친하다고 알려졌었다. 끼리끼리 논다고 하지 않는가. 그냥 빨리 이번 일을 해치우고 자신의 어머니를 찾는 일에 집중하고 싶었다.
“글쎄요······ 인간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으로 막장이던데요. 아들이 치매 노인을, 아버지가 자녀를 버리기도 하죠.”
“그건 또 어디서 학습했냐? 유해사이트 아니지?”
“유해 사이트는 아닙니다만, 주소는 www.dre······.”
“아, 됐다 됐어.”
박시환은 손사래 쳤다. 이제 한계다. 여기서 더 지체했다가는 박시환 본인도 ‘유토피아’에서 표류하게 된다.
“어르신.”
“아들 밥은 먹었어?”
“그거 어르신 아들 아니에요. 아시잖아요.”
아이를 쓰다듬던 이 회장의 모친이 동작을 멈춘다. 카메라는 점점 위치를 옮겨서 뒷모습에서 얼굴을 비춘다. 그리고 젊은 모습이 아니라 나이 든 노인의 모습으로 변한다.
박시환은 이 회장의 모친이 처음부터 다 알고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방금도 재밌었다고 그만 가 보라고 하는 것도 그렇고, 가끔 박시환과 춘백을 경계하는 것과 방어 기제가 평소보다 더 많이 발생했다는 것도.
“늙은이가 주책 맞게 나이트클럽이나 다니고 꼴불견이지?”
“그럴 수도 있죠.”
춘백은 오른쪽 눈을 깜빡이며 평온한 어조로 말했다.
“시끄러운 음악을 듣고 몸이라도 흔들어야 잊힐 줄 알았거든. 근데 생각나는 게 나이트클럽밖에 없더라고.”
“······.”
“내가 모르는 줄 알았지? 나 알고 있었어.”
아들이 자신을 여기에 버린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여기가 현실이 아니라는 것쯤은······.
“나도 알고 있었어······.”
한숨 쉬듯 혼잣말하던 노인의 눈이 그렁그렁해진다.
[내가 이 나이 먹고 치매 걸린 시어머니 보살펴야 해요?! 당신이 해! 당신 엄마잖아!] [내가 그럴 시간이 어딨어?] [그럼 요양원 보내면 되잖아요! 도우미 쓰거나!] [우리 엄마가 회사 일으킨 거나 다름없는데, 도우미? 요양원에 처박는다? 안 그래도 주주들 반발 심한데 불 지필 일 있어?!] [그렇다고 나한테 떠넘기기만 해요, 당장 이혼 서류에 도장 찍을 테니까!] [기다려 봐! 내가 생각이 있으니까. 어, 여보세요. 박 회장?]하필 그럴 때 정신이 또렷할 게 뭐람. 차라리 그때 제정신이 아니었으면 모른 채 지나갔을 텐데······. 노인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이만 돌아가시죠.”
“난 안 가.”
노인이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여기는 내가 원하는 게 다 있어.”
평범한 중산층에서 부자가 되어 형편은 지금이 더 나았지만, 노인은 이 시절이 그리웠다.
먹고 살 걱정 없는 평범한 단독 주택에서 듬직하고 가정적인 남편의 출근을 배웅하고 아이를 직접 등원시켰다. 고사리 같은 손이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들면 자신도 잘 다녀오라고 화답했었던 포근하고 안락했던 옛 추억.
“아드님이 어르신을 찾으세요.”
“그 아이가?”
“네, 이충원 씨가요.”
노인이 고개를 돌려 박시환을 쳐봤다.
“그 아이가 왜······?”
“어쩌면······ 다시 잘해보려고 하는 걸지도 모르죠.”
“그럴까?”
표정이 아이처럼 밝아지면서 환하게 웃었다. 박시환은 양심이 쿡쿡 찔렸지만, 마주 웃어주면서 말했다.
“네, 저를 믿어보세요.”
결국, 노인은 박시환의 설득에 넘어가 현실로 돌아갔다.
노인이 형형색색의 빛 무리로 승화해 하늘 위로 날아갔고, 남겨진 춘백과 박시환은 멍하니 그것을 구경했다.
“다 거짓말이죠?”
춘백은 현실로 돌아가려는 박시환의 어깨를 잡았다. 박시환은 마지못해 고개를 돌렸다.
“······너도 고생했다.”
“주인님. 믿으라는 말 쉽게 하지 마십시오.”
춘백은 평소와 다름없는 무표정으로 말했지만, 그 모습이 섬뜩하게 보였다. 그 미묘한 분위기 차이에 박시환의 표정도 덩달아 경직됐다.
“오늘 일을 후회하게 될 겁니다.”
“뭐?”
“다음 ‘유토피아’에서 뵙겠습니다.”
그리고 박시환도 빛 무리로 승화해 현실로 돌아갔다. 그는 점점 위로 향하는 도중에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춘백은 여전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박시환은 춘백의 경고를 귀담아듣지 않았다. 양주희가 참 희한한 인공 지능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면서.
“시환 씨, 이 기사 보셨어요?”
“네?”
박시환은 양주희가 내미는 태블릿 패드 화면에 시선을 돌렸다. 태블릿 패드도 물론 주성전자의 PPL이었다.
(가람글로벌 그룹 박유례 前 부회장, 가람글로벌홀딩스 이충원 회장에 지분 증여)
(상속 지분 증여받은 이충원 회장 지배구조 공고히 한다)
뭐?
박시환이 눈을 크게 떴다. 내막을 알고 있었던 양주희의 표정도 어두웠다.
“그 사례자요, 이 회장 어머니. 다시 ‘유토피아’ 접속했어요.”
“뭐라고요?”
“저희 직원이 접속시켰대요. 회장님 지시라서 어쩔 수 없다고······.”
그러니까······.
제 좋을 대로 버려놓고 지분을 상속받기 위해 다시 깨워서······ 분간도 못 하는 치매 노인에게 억지로 도장을 찍게 했다? 그리고 다시 버렸고?
“하······!”
박시환이 제 머리를 거칠게 쓸어넘기면서 탄식했다.
[오늘 일을 후회하게 될 겁니다.]춘백의 말이 맞았다.
그리고 2회의 마지막, 다시 ‘유토피아’에 접속한 이 회장의 모친이 어린 이 회장과 놀이공원에 가는 장면이 나왔다.
“우리 아들 엄마랑 와서 좋아?”
“응 좋아! 엄마는?”
“엄마도 좋아.”
엄마와 아들이 도란도란 얘기하는 오디오가 작게 깔리고, 화면은 그들의 뒷모습을 비추다가 이 회장 모친의, 박유례의 뒤통수를 클로즈업했다. 아들의 얘기를 듣기 위해 고개를 틀고 있었지만, 얼굴은 자세히 나오지 않았다.
박유례의 표정이 어땠는지는 시청자의 상상에 맡겼다.
***
‘드리밍’ 동 시간대 시청률 1위
‘드리밍’ 패륜 이 회장을 향한 진수호의 통쾌한 복수
[공식] ‘드리밍’ 2주 연속 드라마 화제성 1위‘드리밍’ 1년 새 연기 변신한 유연서 “무슨 약을 먹었길래 이러나?” 반응 뜨거워
‘드리밍’은 첫 방송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하더니 점점 고공 행진 중이었다. 안 그래도 분위기 좋았던 촬영장 분위기는 더 좋아졌다.
치매 노인을 그렇게 보내고 내가 이 일을 하는 게 맞는 걸까? 죄책감에 빠져 고뇌하는 박시환, 그걸 연기하는 진수호의 연기는 다음 해 시상식의 남우주연상이 거론될 정도였다.
‘대단하긴 했어.’
진수호의 고뇌 연기. 대사 없이 단순 행동과 호흡 그리고 표정만으로 박시환의 생각과 감정이 전해질 정도였다.
“연서 씨 어디 갔나 했더니, 뿌리 염색하고 오셨구나.”
머리는 한 번 전체 염색한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촬영 중에 머리가 자라니 뿌리에서 검은 머리가 올라왔고, 이걸 새로 덮어야 했다.
“따가워 죽겠네······.”
“그래도 은발 반응 좋잖아요. 조금만 참으세요.”
하필 은발이라 머리가 따갑고 가려운데 다 세팅한 머리라 긁을 수도 없었다. 유연서는 불만스러운 듯 인상을 찌푸리고 앉아 있다가 바닥에 떨어진 대본을 주웠다.
“근데 이 대본, 누구 거죠? 아무것도 안 쓰여 있는데.”
“낙서도 없어요?”
“네.”
“그러면 수호 씨 거네요.”
양주희 역의 조유미가 대답하자 유연서가 고개를 기우뚱했다. 보지도 않고 누구 대본인지 어떻게 알지?
“수호 씨 연기 천재잖아요. 한번 쓱 보고 다 외워버리고 캐릭터 분석에 감정선까지 딱!”
“그거 되게······.”
“재수 없죠?”
“재수 없네.”
동시에 말이 통하자, 조유미는 작게 웃었다.
“그러는 연서 씨도 재수 없는 거 알죠?”
“저는 원래 재수 없지 않았나요.”
“아이, 그런 거 말고요.”
그게 아니면 뭐지? 유연서는 진짜 몰라서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다. 조유미가 허, 하고 웃었다.
“진짜 모르시겠어요? 지금 연서 씨 연기 대변신으로 난리잖아요. 저 아는 관계자분들도 지금 연서 씨 얘기밖에 안 하던데?”
“그래요? 워낙 전에 했던 연기가 발연기였으니 나아져 보이는 거겠죠.”
“에이, 겸손도 지나치면 과해요.”
진짠데. 유연서는 미간을 찌푸렸다.
박민우의 제안으로 나왔던 ‘허리케인’의 특별 출연은 배역 자체가 재벌 3세라 본체가 나왔다고 생각해서 넘어갔다.
‘가상 현실’에서는 연기를 다 보여주기도 전에 드라마가 그렇게 공중분해 되어 버렸고, 유연서의 연기보다는 지망생을 위해 솔선수범한 주연 배우에게 집중되었다.
그리고 ‘드리밍’에서야 확실한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유연서가 은발로 나온다는 것, 탑 스타인 진수호가 나온다는 것에 연타를 터뜨려 사람들의 관심은 ‘가상 세계’보다 더 뜨거웠는데 여기서 유연서의 연기 변신이 180도 달라져서 더 주목을 받았다.
방영 전까지만 해도 춘백 역할은 로봇 같고 인간적인 행동에 어색한 배역이라 예전의 발연기여도 넘어갈 수 있다는 여론이 대세였다.
하지만 정말 인간 같지 않음을 연기해 몇몇 시청자들은 위화감을 느꼈다. 과장 좀 보태서 불쾌한 골짜기도 느꼈다는 사람도 있었다. 게다가 액션 연기와 몸 쓰는 것까지 예전과 딴판이었으니······.
“누가 보면 사람이 바뀐 줄 알겠어요.”
“그렇게 생각하세요.”
진짜 바뀌었거든.
“이건 제가 수호 씨한테 전달할게요.”
“네, 그러세요.”
조유미가 진수호의 대본을 들고 사라지는 동안, 유연서는 제 대본을 바라봤다. 음절은 어디서 강약을 줘야 할지, 호흡은 어디서 뱉어야 하는지 여기서는 어떤 감정을 잡아야 할지 빼곡히 적혀 있었다.
그런데 진수호의 대본은······.
‘너무 깨끗했어.’
심지어 자기가 맡을 배역에 강조 표시도 하지 않았다. 마치 대본이 아니라 소설책을 읽는 것처럼.
생각해보면 진수호는 촬영장에 와서 대본을 잘 펼쳐보지 않았다. 그냥 장면 체크 용도로 접어놓은 것을 잠시 확인했을 뿐.
‘그래놓고 NG도 잘 안 냈단 말이지······.’
타고난 천재.
유연서는 복잡한 생각을 느꼈다. 이게 무슨 감정일까. 질투? 아니, 그것보다는······.
‘이게 경쟁 심리라는 건가.’
넘어서고 싶었다. 그리고 가능하면 이기고 싶었다.
‘아직은 아냐.’
더 노력해야지.
“커피차 서포트 들어왔어요!”
“뭐지? 우리 뭐 들어올 데 있어요?”
“수호 씨 팬인가?”
“수호 씨는 아침에 들어왔었잖아요?”
상념에 잠긴 유연서를 깨운 건 스태프들의 시끄러운 소리와 임승현이었다.
“도련님, 밖으로 나가보셔야겠습니다.”
“왜요?”
“도련님 앞으로 커피차 서포트가 들어왔는데요······.”
“서포트? 나보다 돈 많은 사람만 하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나보다 돈 많은 팬이 있다고? 그런 사람은 적어도 대한민국에 없을 텐데?
“······허.”
있다. 나보다 돈 많은 사람.
임승현을 따라나온 유연서는 커피차에 쓰인 문구를 확인하더니 망연자실하게 섰다.
우리 연서 잘 부탁합니다
아빠가♥
저 하트는 뭐야.
어쩐지 임승현의 표정이 웃음을 참는 것 같더라니······ 게다가 문구와 함께 프린팅된 사진은 바로 유연서의 어린 시절 사진이었다.
“연서 씨! 잘 먹을게요!”
“아버님이 연서 씨 정말 좋아하나 보네요.”
“잘 먹겠습니다!”
유연서는 대충 고개를 끄덕거리다가 고개를 푹 숙이고 곤란한 듯 제 이마를 짚었다.
“아 진짜······.”
어느 대기업 부회장이 이런 걸 해? 너무 팔불출인 거 아냐?
생각은 그렇게 해도 입에는 기분 좋은 미소가 달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