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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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밍Dreaming (5).
박시환과 춘백은 기억의 방을 지나 ‘유토피아’로 들어왔다.
사례자, 이민성의 이상향은 바로······ 고등학교였다.
“특이하네요.”
“사고를 당한 시기가 졸업식도 하기 전이었으니까······.”
“그러면 무사히 졸업식까지 하게 되면 사례자의 미련은 끝나는 걸까요?”
“그럴 수도.”
이민성의 이상향에 맞춰 자동으로 옷이 교복으로 바뀐 박시환과 춘백은 이민성이 있을 교실로 향했다.
“오늘 전학생이 왔다.”
박시환과 춘백은 자연스럽게 전학생으로 소개됐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사례자, 이민성에게 접근해 어울려 다녔다.
“야 축구하러 갈래?”
“그래.”
박시환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간만에 학창 시절 생각도 나고 좋았다. 춘백은 반에서 괴짜로 소문나 주변에 사람이 끊이지 않았다. 춘백의 은발을 보고도 아무 말도 안 하는 것을 보면, 역시 현실과는 달랐다.
이민성과 어울려 축구를 하던 박시환과 춘백은 잠시 벤치에 앉았다.
“왜 인터넷에서 고등학교 시절을 그리워하는 글이 많은지 알것 같습니다.”
“그래? 재밌지?”
춘백은 제 감정이 뭔지도 몰라서 고개를 기우뚱하다가 작게 끄덕였다.
“아까 애들이 가족 관계를 물어봐서 대충 외동이라고 했는데, 주인님은 형제자매가 있습니까?”
“배다른 형이 하나, 걔는 박 회장이랑 판박이라 형이라고 부르고 싶지도 않고.”
“사이가 좋지 않은가 보군요.”
“그리고······.”
박시환이 잠시 멈칫했다. 고개를 숙인 그는 제 손을 만지작거리면서 나지막하게 말했다.
“동생이······ 있었지. 박시우라고······. 걔랑은 친했어. 배다른 형제가 아니라 진짜 형제처럼.”
“있었다고요?”
“어, 고등학교 졸업하고 오토바이 사고로 식물인간이 됐거든.”
“그러면 ‘유토피아’에서 치료 중인겁니까?”
박시환은 고개를 저었다. 그의 표정이 복잡했다. 슬픈 것 같기도, 후회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 개······ 아버지는 시우를 ‘유토피아 프로젝트’에 집어 넣었는데, 실험은 성공했어. 걔가 없었더라면 ‘유토피아’의 개발이 10년은 늦춰졌을걸.”
“오, 양주희 박사님과 함께 제 창조주나 마찬가지겠군요.”
춘백은 고개를 돌려 박시환의 표정을 살폈다.
“그럼 동생분은 깨어나셨습니까?”
“아니.”
눈을 질끈 감았다 뜬 박시환이 멍하니 하늘을 쳐다봤다.
“실험이 성공으로 마무리 되기 직전에, 그 애가 있던 병원에 불이 났어.”
“그럼······.”
“유해도 찾을 수 없었지······.”
하필 거기에 불이 나냐······. 박시환은 깊은 숨을 토해내면서 말했다.
그 당시 박시환은 ‘유토피아’에 접속해 동생의 마지막 유언이라도 들으려 했지만, 박시우는 돌아갈 몸이 없어서 ‘유토피아’에 남은 정신도 자연스럽게 소멸했다고 들었다.
그리고 이 사건은 그가 위험 관리팀의 팀장을 맡게 된 계기가 되었다.
나중에 자신의 친모인 김윤화가 ‘유토피아’ 브로커에게 접근해 가상 세계로 빠진 것을 알게 됐을 때는 어머니를 현실로 돌려보내는 게 최종 목표가 되었다.
“내가 자주 찾아봤어야 했는데······ 그랬다면 내가 충분히 구할 수 있었는데.”
“······.”
“불만 안 났더라면, 멀쩡히 깨어나서 대학도 다니고 그랬을 거야······.”
그래서 이민성을 볼 때마다 제 동생인 박시우의 생각이 났다. 그때와 비슷한 나이대였으니까.
이 곳은 이민성에게 맞춰진 세계였다. 근심 걱정 없이 완벅한 세계. 학교에서는 수많은 친구들의 주목을 받고 있었고, 집에 가면 자신을 따뜻하게 맞아 주는 가족이 있었다.
하지만 현실로 돌아가면 아무도 없는 현실을 마주하게 되는데, 정말 깨우는 게 맞는 건가?
“시간 됐다. 가자.”
마침 점심시간이 끝났다는 학교종이 울렸다. 자리를 털고 일어난 박시환과 춘백이 교실로 돌아가려는 순간, 박시환이 학교 정문에 시선을 고정한 채 걸음을 멈췄다.
“잠깐······.”
“왜 그러십니까?”
박시환은 갑자기 교문을 향해 뛰었다. 그가 잘못 본 게아니라면, 교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엄마!”
그가 그토록 찾았던 친모였다.
하지만 전력질주를 한 박시환이 교문 앞에 도달했을 때, 어머니는 없었다.
‘내가 잘못 본 건가?’
아니 잘못 본 게 아니었다. 어머니, 김윤화는 자신을 보고 흐릿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무슨 일 있습니까?”
숨을 거칠게 몰아쉬는 박시환의 뒤로 평온한 얼굴의 춘백이 의아한 듯 사방을 살폈다.
박시환은 손으로 제 얼굴을 쓸어내리면서 한숨 쉬듯 말했다.
“아니······ 아무 것도 아니야.”
사례자, 이민성의 이상향도 점점 끝을 보고 있었다. 시간은 빨리 감기를 하듯 며칠을 건너뛰었고, 드디어 이민성의 졸업식이 되었다.
교복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춘백과 박시환은 부모에게 꽃을 전달받는 이민성을 쳐다봤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
“주인님,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동안 박시환의 갈등을 옆에서 지켜본 게 춘백이었다.
“깨워야지.”
“이민성에게는 현실이 더 지옥일 수도 있습니다. 그냥 이 세계에서, 현실의 몸이 노화할 때까지 안락한 생활을 하는 것도 좋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깨워야 해.”
박시환은 결심한 듯 고개를 들었다.
“네 말대로 현실이 더 지옥일 수 있지. 하지만 거짓된 행복 속에서 아무런 갈등 없이 사는 게, 이게 삶일까?”
“······.”
“이민성의 사고는 안타깝지만, 산 사람은 살아야 해. 이런 데가 아니라······ 제대로 된 현실에서. 가끔은 넘어설 수 없는 벽에 부딪쳐도보고 그 벽을 넘었을 때의 성취를 알아야지.”
그렇게 말하는 박시환의 표정과 행동에서는 아직 망설임이 남아 있었다. 그는 이 결정을 후회할지도 모른다.
이민성이 만약 자신의 동생인 박시우였어도 잘 만들어진 거짓 세계보다는 현실로 꺼내는 것을 선택했을 것이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춘백은 환하게 웃으면서 박시환을 응원했다.
“야 박시환! 춘백이도 그렇고 왜 이렇게 늦게 와? 우리 사진 찍······.”
“이민성 씨.”
박시환과 춘백의 복장은 어느새 교복에서 단정한 정장 차림으로 변했다.
“이제 돌아갈 시간입니다.”
이민성은 얼떨떨한 듯 박시환과 춘백을 바라봤다. 졸업식이 진행되고 있던 학교 강당에서 몇몇 사람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뭐, 뭐라고······.”
“이민성씨는 동해 바다로 가던 길, 터널에서 교통 사고를 당했습니다. 기억나시죠?”
“나, 나 이미 죽은 거 아니었어요?”
천국 혹은 사후세계인 줄 알았다. 박시환이 겪었던 수많은 사례자가 으레 하는 착각이었다.
“아뇨, 민성 씨의 몸을 회복하기 위해 잠시 가상 세계에 와 있습니다. ‘유토피아’라고 아시나요?”
“그······ 들어본 것 같아요.”
이민성은 혼란스러운 듯 눈동자를 굴렸다.
“현실로 돌아가시죠. 이제 이민성씨에게 할당된 서버도 다른 분께 드려야 합니다.”
“······우리 부모님은 어떻게 됐어요?”
“그건, 올라가셔서 직접 확인하시죠.”
박시환은 주먹을 꽉 쥐었다. 차마 영문을 모르는 천진한 얼굴에 대고 당신은 이제 가족이 없습니다 라고 확인 시켜줄 수 없었다.
“이제 고등학교는 졸업하고 대학 새내기 생활을 즐기시죠. 현실에서.”
이민성은 잠시 망설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그는 빛 무리로 승화했다.
“······나도 이만 간다.”
“네, 주인님.”
박시환은 그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더니 황급히 로그 아웃을 찾았다.
“환자분, 정신이 드세요?”
그리고 현실, 눈을 깜빡이며 초점을 잡는 이민성은 낯선 천장을 마주했다. 그는 간호사의 말에 따라 몸을 움직이다가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엄마, 아빠가······ 죽었다고요······.”
“······.”
사고 경위를 전하는 ‘유토피아’ 관계자는 참담한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다. 이민성이 숨을 거칠게 쉬었다.
“우리 엄, 마가······ 아빠가······.”
“이민성 씨의 향후 생활은 저희 ‘유토피아’ 재단에서······.”
“나를, 나를 왜 깨웠어요······?”
이윽고 이민성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호흡을 점점 가파르게 쉬다가 이내 꺽꺽대며 울었다.
“으아아악!”
“환자분! 진정하세요!”
“선생님 불러!”
이민성이 손에 닿는 물건을 집어 던지며 절규했다. 경련과도 같은 몸짓에 간호사가 다급히 병실 밖으로 뛰쳐나가고, 병실 문앞에 서서 다 듣고 있었던 박시환이 참담한 심정으로 눈을 감았다.
‘내가 정말 잘한 게 맞을까.’
비참한 현실에서 살아갈 바에는 영원히 꿈 속에서 사는 것도 좋지 않을까?
원래라면 거짓된 세계인 ‘유토피아’보다는 현실을 선택했을 박시환의 마음이 점점 흔들렸다.
그는 이민성의 비명 소리를 뒤로 하고 다른 병실로 향했다. 그 병실에는 ‘유토피아’ 접속 장치를 몸에 붙인 친모, 김윤화가 누워 있었다.
박시환은 한참을 김윤화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엄마도 그래서 안 깨어나는 거야?”
현실보다 꿈이 좋아서?
의연함으로 포장해 속내를 감췄었던 그의 눈에서 눈물이 툭 떨어졌다.
그는 어머니를 집어넣었던 ‘유토피아’ 브로커에게서 김윤화가 왜 ‘유토피아’로 도망쳤는지에 관한 이유를 들었다.
“엄마······.”
가난한 형편에 아이라도 걱정없이 자랐으면 하는 마음에 박 회장에게 보냈다. 하지만 김윤화는 자신을 붙잡던 어린 박시환을 잊을 수 없었다. 아이의 성장을 함께 하지 못했다는 미련과 죄책감에 ‘유토피아’로 도망친 것이다.
박시환은 사춘기 때에는 자신을 박 회장에게로 보낸 김윤화를 원망했지만, 30대가 된 지금은 이제 어머니를 이해하고 있었다.
어머니와 함께 단칸방에서 살았으면 마음은 풍요로웠을지 몰라도 냉혹한 현실을 맛봐야 했을 것이다. 그가 피아니스트의 꿈을 꾸지도, 번듯한 기업의 팀장을 달지도 못했을 것이다.
객관적으로 봐도 무늬만 아버지인 박 회장 아래에 자라서 그가 가진 돈을 축내는 현실이 더 나았다.
그러니까 죄책감 가지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제는 함께 현실을 살자고 말하고 싶었다.
“엄마 탓 안 할 테니까 이제 그만 일어나주면 안될까?”
눈물이 그칠 줄 모르는 박시환은 크게 오열하면서 김윤화의 손에 이마를 기댔다. 화면은 그의 뒷모습을 점점 멀리서 보여주면서 15회가 끝났다.
그리고 OST와 함께 마지막 회의 예고편이 나왔다.
(접속하겠다고요? 사례자 없이?)
(시환 씨! 빨리 로그아웃 하셔야 해요! 안 그러면······!)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습니다.)
화면은 굳은 표정의 박시환과 다급히 키보드를 두드리던 양주희의 긴박한 순간을 짤막하게 보여줬다.
(갑자기 프로그램이 거부 반응을······! 버그가 너무 많아요!)
그리고 검은 정장과 선글라스를 쓴 남자들을 제 사병처럼 부리던 춘백이 무섭게 굳은 얼굴로 화면을 응시한다.
(여기서 나가.)
총을 소환한 춘백이 총알을 장전했다. 철컥, 쇳소리가 무겁게 다가왔다.
(내가 강제로 내보내기 전에.)
낮은 목소리로 경고한 춘백은 박시환에게 총구를 겨눴다.
-와 ㅅㅂ
-춘백이 머임?
-자고일어나면 바로 막회 시작했으면 좋겠다
-춘백이 흑화 개뜬금없는데
-오늘 조연 분량 왜이렇게 많아ㅋㅋ떼주물도 아니고ㅋㅋ
-용두사망 아니겠지? 작가 신인이라 불안불안하다ㅋㅋ
-대놓고 춘백이 흑화 보여주는거 보니까 반전요소 있을거같은데
└222
-조유미 분량 짜다ㅠ 여주 맞나요ㅠㅠ
-마지막에 춘백이 대형떡밥 하나 나올거같음
원래라면 ‘유연서 연기 못한다.’ ‘극에 몰입이 안 된다.’라고 도배가 되었을 실시간 반응은 이제 유연서가 아니라 춘백에 이입했다. 이제는 유연서의 연기가 극의 몰입에 방해되지 않을 정도로 바뀌었다는 소리였다.
“재밌네.”
이미 최종회의 녹화를 마치고 집에서 본 방송을 시청하고 있던 유연서는 핸드폰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손에는 마른 수건을 쥔 채.
“베타.”
촬영도 끝났으니, 일상으로 돌아와야 할 때다.
“기억 동기화 시작해.”
유연서가 눈을 감았다. 부디 후유증이 덜 아팠으면 좋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