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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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불쌍한가?
“얘기 못 하실 이유가 있나요?”
“아니, 그건 아니고······.”
이선자는 황급히 화제를 돌렸다.
“희서 얘기라······ 나도 워낙 오래돼서 잘 기억은 안 나는데, 뭐가 궁금하니?”
“그냥······ 같이 작품 했을 때 어떠셨는지, 뭐 그런 것들이요.”
유연서는 제 볼을 긁적였다. 가슴이 시켜서 막상 따라오긴 했는데 뭐라 질문해야 할지 생각나지 않아서였다.
이선자는 다시 담뱃불에 불을 붙이고는 허공으로 사라지는 연기를 쳐다봤다.
“너랑 비슷했어.”
“······저랑요?”
성격이 더러웠다는 얘기인가.
“‘인형’했을 때 너 말고, ‘드리밍’ 했을 때 너 말이야.”
“······그게 차이가 있나요?”
“있지, 아주 많이.”
유연서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이선자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작게 웃었다. 모자지간으로 나온 ‘인형’에서의 유연서는 정말 소문대로였다.
그는 가진 자본을 휘둘러 촬영장에서 우위를 점했다. 자신의 마음에 안 들면 사사건건 간섭했고, 막상 자신의 촬영이 아니면 밴에 콕 박혀서 머리카락 한 올 보이지 않았다.
‘연기는 말할 것도 없었지······.’
상대 배우가 대사도 제대로 못 받아치면 같이 연기하는 배우는 힘이 빠진다. 보다 못한 이선자가 연기 좀 배우라고 한소리 했더니 대차게 무시당했지. 원로 배우를 그렇게 취급한 것도 유연서가 처음일 것이다.
하지만 ‘드리밍’에서는 달랐다. 일단 작품을 대하는 자세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제 촬영 날도 아닌데 와서 작품의 흐름을 파악하고 말단 스태프에게도 뚱한 얼굴이었지만 예의를 갖췄다.
게다가 촬영장 분위기가 화기애애한 것에는 좋은 계약 조건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JSENM과 투자자 유연서가 연관 있다고 생각한다면, 유연서의 입김도 적지 않게 들어갔을 것이다.
“새침데기같이 생겨서는 엄청 노력파였어. 독종이었지 독종.”
“그래요?”
“안 그런척하면서 싹싹하고 붙임성도 좋았고. 처음에 희서 외모 때문에 선입견 품던 사람들도 다 희서를 좋아했어.”
혹시 누군가에게 원한 살 만한 성격인가 했는데, 어쨌든 평가는 좋았다.
“그러면 혹시······ 선생님.”
“응?”
“그렇게 돌아가신 게······ 이해가 가시나요?”
이선자는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끄고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솔직히 이해는 안 되지만 글쎄······.”
청와대 다음으로 보안이 철저하다던 유 회장의 저택에 누가 침입해서 며느리를 살해할 가능성은 거의 0%에 가까웠다. 그 때문에 사건도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이라고 빠르게 종결됐었다.
“사람 속내를 내가 어떻게 알겠니? 나도 남편이랑 자식들에게 숨기고 있는 거 많아.”
“······.”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 보여도 속에는 무슨 사정이 있을지도 모르고.”
이선자가 자리를 옮기자, 유연서도 따라갔다.
“하지만 이 업계가 좋은 환경이 아닌 건 사실이잖니? 특히 그 옛날에, 희서처럼 어리고 예쁜 애한테는.”
“그렇죠.”
“그래서 결혼도 일찍 해버린 걸 수도 있고. 아무튼, 나는 잘 모르겠다.”
이선자는 유연서가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궁금했지만, 자세히 묻지 않았다.
“너무 그렇게 생각하지 마. 잊어버려.”
그래서 유연서는 이상함을 느꼈다.
“나 먼저 들어갈게.”
“네, 선생님.”
이선자가 다시 식당 안으로 들어갔고, 유연서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섰다.
이희서의 얘기를 해도 괜찮냐고 말하는 이선자 그리고 그렇게 촬영장을 깽판 치고 나가도 으레 있었던 ‘유연서가 유연서 했다’라는 반응이 안 나오던 현장.
갑자기 대본을 수정했다더니 감독에게 요청한 것을 수정했다고 말하는 정다희.
‘눈치챘구나.’
유연서는 고개를 숙였다. 어차피 이희서의 사고는 옛 기사를 찾아보면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목격자가 둘째 아들이라는 것도.
“하······!”
갑자기 헛웃음이 나왔다. 어쩐지 다들 친절하더라. 연기가 봐줄 만해서 잘해주는 줄 알았지.
챙겨 주는 건 고맙다 하지만······.
‘내가 불쌍한가?’
유연서는 제 손바닥을 내려다봤다. 그리고는 손바닥을 천천히 쥐었다 폈다.
강진후였을 시절에 기계 팔을 달고 난 뒤 생긴 버릇이었다. 그리고 이 버릇은 어느샌가 사라져 있었다.
“나는 내가 불쌍하지 않은데······.”
치부를 들킨 것 같아서 솔직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원래라면 느끼지 않을 감정을 느끼는 것도 그렇고, 사소한 것에도 휩쓸리는 것이 점점 내가 내가 아니게 된 기분이 들었다.
그가 다시 자리로 돌아왔을 때, 다들 왁자지껄 떠들고 있었다. 한쪽에는 드라마의 종방을 기념하는 케이크 커팅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유연서는 싱숭생숭한 기분을 애써 가라앉히려고 이태겸 옆에 붙었다.
“야, 이태겸. 그러고 보니까 전에 말했던 종방연 케이크 대란이 뭐냐?”
“아, 그때. 너 ‘우리들의 순간’ 종방연 때. 그 드라마가 네가 서브한테 밀린 드라마잖아.”
유연서가 눈을 가늘게 뜨고 이태겸을 쳐다봤다.
“그때 진짜 숨 막히는 줄 알았지.”
배우의 분량 가지고 싸웠던 드라마는 특히 서로 경쟁하듯 서포트가 들어온다고 한다
팬 마음은 내 배우 기 살려주고 싶으니 종방연 서포트를, 특히 나중에 커팅식 인증샷으로 남을 케이크를 성대하게 준비한다고 한다. ‘우리들의 순간’에서는 그것도 배우를 본뜬 슈가 아트 케이크로 말이다.
“하필 고현태 팬덤이 너를 빼고 고현태랑 여주 둘만 제작한 거야.”
“그래?”
“너네 팬덤은 고현태를 빼고 제작했고.”
작가야 마지막에 주조연을 바꿔버렸을 정도니 고현태 쪽 손을 들었고, 감독은 중간에서 갈팡질팡했다고 한다. 고현태도 실실 웃으면서 물러나지 않았고, 유연서는 아무 생각 없었겠지만,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으니 다른 사람들 눈에는 기분이 안 좋아 보였을 테고.
팬덤은 팬덤대로 공식 계정과 공식 카페 등을 통해 누구 케이크 자른 사진 올릴 거냐고 압박했고, 결국 각자 배우들이 자신의 팬덤이 가져온 케이크에 동시에 커팅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고 한다.
“골 때리지?”
“이런 일이 흔해?”
“남자든 여자든 주조연이 분량 싸움했던 드라마는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하더라.”
유연서는 허허 웃었다.
“뭐, 촬영하는 내내 엿 같았다고 사진 찍을 때 얼굴 안 보이는 건 양반이지. 아예 따로 기자 불러서 혼자 종방연 같은 거 한 배우도 있었거든. 나도 실장님한테 들었어.”
“허······.”
“감독이랑 배우가 사이 안 좋으면 감독이 배우 물 먹이려고 2차는 비싼 곳 가고 그래. 2차는 보통 배우가 내잖아.”
레드 카펫은 무조건 마지막이라고 주장하는 거나 고작 케이크 가지고 이러는 것을 보면 유치하다 생각하면서도 기 싸움이 만만치 않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그래도 팬들끼리 합의점을 봤는지 드라마 스틸컷이 공평하게 프린팅된 2단 케이크였다.
“아홉 번째가 그러던데, 너 종방연 2차에 고급 소고깃집 데려가서 스태프들 민심 회복했다고.”
“아홉 번?”
“몰랐어? 회사에 ‘유연서 파일’ 있는 거?”
“뭐?”
유연서가 목소리를 높이자, 근처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모였다. 이태겸은 당황해서 제 볼을 긁적였다.
“아니 하도 네가 매니저를 갈아치우니까 인수인계할 시간도 없어서, 네 번째였던가? 다섯 번째 매니저가 탈주했을 때부터 만들었다던데?”
“그래? 내 욕도 써 있냐?”
“그런 건 아니고······ 그냥 네가 스케쥴 할 때 뭐가 불편하다. 어느 브랜드 옷은 안 맞는다. 뭐 그런 거 써 있는 게 다야.”
언제 한 번 박 실장을 털어봐야겠다.
유연서는 주연배우뿐만 아니라 말단 스태프에게도 준비된 서포트 종이 가방을 고갯짓했다.
“그나저나, 저거 준비한 팬들 어디 있는지 알아?”
“따로 좌석은 안 내줬다고 들었고, 옆 가게에 가 있다는데?”
“그래?”
유연서는 팔짱을 끼고 서서 생각에 잠겼다.
“연서 씨! 케이크 커팅해야죠!”
“아, 네.”
그것도 조유미에 의해서 바로 깨졌지만.
“정말 제가 가지고 있어도 되나요?”
“나중에 사람 시켜서 받으러 갈게요.”
이수지 감독은 제 손에 놓인 블랙 카드를 신줏단지 모시듯 꼭 쥐었다. 아니 이런 카드를 턱턱 내줘도 되는 건가. 역시 재벌이란······. 유연서는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었다.
“연서 씨. 곱창 먹어도 되나요?”
“감독님, 내장 먹는 거 안 좋아요. 소고기로 먹어요 소고기. 그 카드 한도 없으니까.”
“허억······!”
“2차든 3차든 맘껏 긁으세요. 이때 아니면 언제 재벌 돈 쓰겠어.”
그 심드렁한 말에 근처에 있던 다른 스태프들도 눈을 반짝였다. 선수를 놓친 진수호가 멋쩍게 웃고 있었다.
“야, 유연서!”
“그럼 먼저 들어갈게요.”
유연서가 고개를 까딱이며 인사하자, 스태프들이 그의 뒷모습에 대고 크게 환호했다.
“안녕하세요.”
그는 이태겸 앞에 서 있는 여성들에게 인사했다. ‘드리밍’의 종방연 서포트를 맡은 팬들이었다.
“아직 안 갔네요?”
뭐야 이 정적은. 유연서가 이상해서 눈을 맞췄다. 팬들은 서로 짜기라도 한 듯 얼어붙어서 유연서의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다.
“뒤, 뒷정리를 해야 해서요.”
“아, 그랬구나.”
서포트 총대를 맡은 임혜주가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이고 애써 대답했다.
[저희 배우님이 팬분들 보고 싶다고 하셔서요.] [유, 유연서······님이요?] [네.]그 말을 들었을 때는 심장 터지는 줄 알았다.
유연서의 팬덤, 러브 레터는 이런 식으로 꼼수를 부려 서포트를 했었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 와도 유연서의 얼굴을 못 보거나 대충 고맙다는 말만 받고 지나갔던 적이 많았다.
물론 그조차도 매력이라고 좋아했지만, 아무튼 배우님이 이렇게 가까이서 말을 먼저 건 것은 처음이었다.
[저거 우리 배우님이죠?] [맞네요.] [와 무슨 멀리 있는데도 후광이······.] [야, 유연서!] [이, 이쪽으로 오는데요?!] [헉, 매니저님 잠시만요······!]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는데! 임혜주는 그 짧은 순간에 이빨에 고춧가루 끼지 않았나 진작 수정화장을 할 걸 별별 생각을 다 했었다.
다들 유연서의 실물을 보고 말을 잇지 못했다. 심지어 옆 사람은 진수호의 팬인데 유연서의 얼굴을 보자마자 입을 떠억 벌리는 것을 애써 손으로 가리고 있었다.
“오늘 서포트 감사합니다.”
“괘, 괜찮으셨나요?”
“네. 좋았어요. 선물 감사히 잘 쓸게요.”
유연서가 옅은 미소를 머금고 말하자, 임혜주는 제정신을 부여잡았다. 안 그러다가는 체면도 잊고 방방 뛸지도 모른다.
다른 서포트 스태프들도 마찬가지였다. 감사 인사를 바라고 한 건 아니지만, 그동안 고생했던 것을 전부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도련님, 일단 차에 있는 거 다 가져왔는······.”
임승현은 유연서의 앞에 서서 애써 주접을 참고 있는 동생을 보고 멈칫했다.
‘오빠가 왜 여기에 있어?’
‘너는 왜 여기 있냐?’
임혜주를 제외한 팬들은 ‘도련님이래······.’라고 수군거리고 있었다.
유연서는 임승현에게 받은 대본에 사인하느라 그 분위기를 눈치채지 못했다.
“뭐지, 비서 형님 아는 분이에요?”
뭐? 비서 형님?! 임혜주가 도끼눈을 뜨고 임승현을 쳐다봤다. 동생이 유연서 팬인 걸 알면서 유연서 비서 일하는 것을 숨겨?!
‘아······ 들키지 않으려 했는데.’
임승현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드라마 갤러리 서포트라길래 방심했다. 설마 동생의 의욕이 이 정도일 줄 몰랐지.
“그러고 보니 두 분이 닮은 거 같은데······.”
“태겸 씨, 우리 입 좀 다물까?”
“허업.”
임승현의 얼굴을 확인한 이태겸이 입을 꾹 다물었다. 사인을 마치고 고개를 든 유연서는 이 미묘한 분위기에 눈동자를 굴리다가 임혜주를 향해 대본을 내밀었다.
“이거, 가져가요.”
사인한 대본은 그가 ‘드리밍’ 촬영 동안 손에서 놓지 않았던 대본이었다. 얼떨결에 받은 임혜주가 화들짝 놀라서 말했다.
“저, 저희 이런 거 받을 수 없어요. 특혜 논란도 있을 거고······.”
“그래요?”
임혜주의 뒤로 다른 스태프들도 손사래를 치고 있었다. 정직하네······ 그래도 고생했는데 빈손으로 그냥 보내는 것도 마음에 걸리는데.
“그래도 가져가요. 논란 거슬린다 싶으면 이벤트로 뿌리던가 하시고.”
혹여 또 안 받는다고 할까 봐 유연서는 미련 없이 돌아섰다.
“어떡해······.”
“이거 진짜 사용한 대본인데요?!”
“와 미친······!”
남겨진 팬들은 대본을 훑어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밴에 탄 유연서는 이태겸을 향해 말했다.
“임승현 씨는 왜 이래?”
“······아무것도 아닙니다 도련님.”
절대 들키지 말아야 할 사람에게 들켰다. 임승현은 명절에도 본가에 가지 않겠다 결심하면서 동생의 연락을 미리 수신 차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