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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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놔둬서는 안 되겠다.
故 이희서.
17세에 4인조 아이돌로 데뷔해 단번에 스타덤에 오른 그녀는 얼굴만으로 화제가 되었다. ‘그룹 중에 진짜 예쁜 사람이 있대.’라는 입소문을 탔고, 데뷔하자마자 당대 최고의 아이돌 그룹으로 성장해 바쁜 스케쥴을 소화했다.
그렇게 쭈욱 성공 길만 달리던 그룹은 소속사 사장의 야반도주로 돌연 해체, 이희서는 2년의 공백기 이후 배우로 전향한다.
이희서 화려한 복귀
‘트윙클’ 이희서, 2년 만에 영화로 복귀
이희서의 복귀는 신문에 대서특필됐다. 배우 데뷔작인 영화 ‘행복한 작별’은 작품성과 흥행을 둘 다 잡았고 그녀는 각종 영화제와 연기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휩쓸었다.
이희서는 인터넷이 발달 되지 않았던 그 시대에, 잡지 사진 하나만으로 해외 진출까지 진지한 논의가 오갈 정도로 아름다운 얼굴과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가 있었다.
-이희서 진짜 예쁘지않냐
-개존예임 솔직히 저런 마스크가진 사람 다신 안나올듯
-유연서 얼굴은 인정했는데 누구닮았나 했더니 엄마 판박이네
지금도 이희서의 이름이 잊힐 때쯤 사진이 올라와서 그 세대 사람이 아닌 이들에게도 감탄을 자아냈다.
얼굴뿐만 아니라 실력도 좋아서 아이돌 그룹에서는 준수한 춤 실력과 메인 보컬로, 평론가들은 얼굴에 가려진 연기력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랬던 그녀가 반년간 돌연 잠적 끝에 발표한 소식은 여론을 뜨겁게 달궜다.
이희서, 주성 그룹 유건민 부사장과 ‘핑크빛 열애’
이희서-유건민 주성 그룹 2세, 톱스타와 재벌가의 결혼 ‘현대판 신데렐라’
대한민국을 말 그대로 조져놓던 배우와 대한민국 최고 기업 후계자와의 결혼은 언론에 대서특필됐고, 당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했다.
(근데 갑자기 결혼? 재벌이라서 그러나?)
(돈 때문에 결혼하는 거겠지.)
(개념 있는 줄 알았는데 결국 돈이구나. 연예인이 다 그렇지 뭐.)
(이희서 학창시절 돈 밝히기로 유명했잖아.)
(데뷔하고 나서도 자기 돈 많은 사람이랑 결혼하고 싶어서 데뷔했던 거라고 말하고 다녔다는 소문이 있었음)
그만큼 루머도 많았다.
결혼과 함께 연예계를 은퇴한 이희서는 루머에 일절 대응하지 않고 보란 듯이 두 아들을 낳고 잘살았다.
유은호와 유연서는 이희서를 많이 닮아 어릴 때부터 다른 재벌가에서 눈독을 들일 정도였다.
이희서 비켜! ‘차세대 디바’ 임윤주, 화려한 귀환
강북 얼짱 출신 최나연, 배우 데뷔···포스트 이희서 노린다
이후 많은 연예인이 이희서의 자리를 탐냈지만, 그만한 ‘스타’ 자체가 없었다. 그만큼 이희서는 은퇴 뒤에도 마르지 않는 떡밥이었다.
기자의 집요한 스토킹 끝에 마트에서 장을 보거나 아이를 데리고 집안 행사를 다니는 일상 사진이 올라올 때마다 실시간 검색어에 오를 만큼 화제성은 독보적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비보가 전해진다.
[속보] 이희서 자살‘신데렐라’ 이희서, 자택서 숨진 채 발견(1보)
톱 여배우 이희서 사망···자살로 추정돼
극단적 선택에 대한 보도 윤리가 없던 시절, 그녀의 사망 소식은 시댁인 평창동 저택에서 목을 맸다. 라는 적나라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녀의 은퇴 후 일거수일투족을 궁금해하던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경악했고, 그녀의 연기 데뷔작 ‘행복한 작별’ 속 명소에 찾아가 꽃을 추모하기도 했다.
(시집살이 장난 아니었다던데? 온 가족이 밥 먹을 때 외국어로 말해서 따 시켰다는데?)
(주성 그룹 집안이 1년에 제사만 20번이 넘는다더라?)
(유건민 내연녀가 있다는 소문이 있음 모델이래)
(재벌가인데 시집살이 엄청 시켰겠지ㅉㅉ 불쌍하다)
이희서의 죽음을 두고 많은 추측이 난무했다. 이에 편승해 대중의 관심을 끌려던 지인은 ‘재벌가 며느리 노릇 하느라 평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평소 시집살이 때문에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故 이희서의 사망을 둘러싼 의혹에 주성 그룹 ‘묵묵부답’
주성 그룹 대변인, “故 이희서 측근 주장 사실 아니다. 괜한 억측 자제 부탁”
걷잡을 수 없는 소문에 주성 그룹 측에서 입장문을 냈지만, 오히려 소문에 불을 지폈다.
이희서의 죽음을 둘러싼 루머는 다른 톱스타의 열애설로 뒤덮이기 전까지 계속되었다.
‘근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던데, 소문이 마냥 거짓은 아닌가 보지?’
그가 ‘엄마’ 얘기를 꺼냈을 때, 유 회장을 비롯한 아버지와 형은 이희서의 언급 자체를 피하는 느낌을 받았다. 유연서는 어쩐지 기분이 이상해졌다.
‘드라마 같은 일이 진짜 현실에 있구나.’
2207년의 강진후는 2010년대를 비롯한 과거의 사회를 영상 매체로 배웠다.
‘어쩌면 현실에서 드라마가 만들어진 것일지도 모르지.’
그가 어딘지 묘하게 불편한 감정을 삭이려 재벌가에 시집간 평범한 여성이 시어머니에게 구박을 받으며 이혼하는 대가로 돈 봉투를 받는 상상의 나래를 펼칠 무렵, 임승현이 차를 세웠다.
“도련님, 도착했습니다.”
상념에서 깨어난 그가 대충 눈치껏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이쪽입니다.”
다행히 임승현이 앞장서 유연서를 안내했다.
엘리베이터에 들어온 유연서가 어, 근데 나 몇 층이지? 망설이고 있을 때 임승현이 눈치껏 버튼을 눌렀다. 맨 꼭대기 층, 펜트하우스였다.
“어······ 비밀번호가 뭐지?”
“그건 저도 모릅니다.”
유연서는 잠시 끙, 앓고는 자동 행동 모드를 다시 켰다. 손이 저절로 움직였다.
‘0821? 얼마나 자기애가 강하면 집 비밀번호도 생일로 해 놓냐.’
그는 일부러 임승현 보라는 듯 대놓고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눌렀다. 임승현도 눈치껏 그 번호를 기억해뒀다.
“수고했어요, 가 보세요.”
“네, 가기 전에 정식으로 인사를······.”
“그건 내일 듣도록 하죠.”
내일? 별다른 스케쥴은 없을 텐데, 의문이 들었지만 임승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몇 시쯤 올까요?”
“오전 10시쯤에 오세요. 내가 못 일어나면 알아서 들어오시고. 비밀번호는 봤죠?”
“그래도 됩니까?”
“안 될 게 있나요?”
임승현은 놀란 표정을 애써 가다듬었다. 다른 전략기획실 동료에게 듣기로는 유연서는 자신의 영역에 침범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쉽게 허락하는 것을 보니, 유연서의 소문이 과장되었거나 아니면 진짜로 기억에 문제가 있거나 둘 중 하나일 거라고 생각 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도련님.”
유연서는 대충 손을 흔들어주고는 집안으로 들어왔다. 저절로 켜지는 불, 넓은 신발장에 유연서가 멈칫했다.
‘무슨 신발장이 예전 내 집이랑 크기가 똑같냐.’
안으로 들어가니 복층이라 층 고가 높은 천장에 우아한 샹들리에가 존재감을 드러냈다.
“아······.”
이게 정말 내 집인가. 싶어 멍청히 집안을 쳐다보던 그의 코에서 붉은 피가 주륵 흘러내려 옷과 바닥을 적셨다. 기억 동기화의 후유증이었다.
‘자동 행동 모드는 뭐라고 해야 할까······ 가성비가 떨어지네.’
고작 1분도 안 했는데 코피가 흐르다니. 그렇게 생각한 유연서는 대충 소매로 피를 닦고는 자신의 집 방문을 하나씩 열어봤다.
“혼자 쓰는 집이 뭐 이리 넓어.”
***
유연서가 집을 나간 뒤 평창동 유 회장의 저택에서는 침묵이 감돌았다.
“그 일을······ 기억하고 있었구나.”
유 회장이 참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희서가 극단적 선택을 했을 당시, 유연서는 그녀를 맨 처음 발견했다.
소란을 듣고 유은호와 집안의 사용인이 달려왔지만, 굳게 잠겨진 문은 열릴 기미를 보이지 않았었다.
[큰 도련님, 일단 물러나세요.] [하지만······.] [작은 도련님이 보지 말라는 게 이유가 있을 겁니다. 여긴 저희에게 맡겨주세요.]사용인이 열쇠를 찾아 문을 열었고, 참담한 광경에 다들 숨을 삼켰다.
[허억······!] [구급차! 구급차 불러!]유은호는 누군가의 품에 안겨 그 광경을 보지 못했지만, 안에서 들리는 동생의 음성은 똑똑히 들었다.
[아줌마, 내가 잡고 있는데······ 엄마가, 엄마가 이상해······.] [도련님!]나중에 듣기로는 동생이 어머니의 다리를 끌어안고 온 힘을 다해 위로 올리고 있었다고 한다. 혹시 형이 볼까 봐 들어오지 말라고 소리를 지르면서.
[무슨 일이야!] [세, 세상에······ 여보!]유은호는 조부모님이 그렇게 경악한 모습은 처음 봤고, 찢어지듯 비명을 지르는 아버지의 모습도 처음 봤다.
어머니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한 유연서는 정신적 충격 때문에 한동안 상담을 받았어야 했다.
[근데 엄마는 어디 갔어?] [뭐?] [우리 엄, 마······.]이후 유연서는 마치 고장 난 듯 이상한 행동을 했고, 온 가족이 힘을 합쳐 유연서의 트라우마를 없애려 노력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아아아악!] [연서야!]그러던 어느 날, 큰 발작을 일으킨 뒤로 유연서는 멀쩡해졌다. 아예 ‘엄마’란 단어를 모르는 사람처럼.
당시 의사의 말로는 너무 큰 충격이 머리에 영향을 끼쳐서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잃은 것 같다고 했다.
[앞으로 희서, 네 어머니 얘기는 꺼내지도 말아라. 애가 혹시 또 발작할지 모르니.] [······네 할머니.] [은호, 가여운 내 손주. 너도 충분히 보살펴야 하는데······.] [저는 괜찮아요.]이희서의 이름은 가족 내에서 금기어가 되었다.
큰 발작을 겪은 뒤로 동생의 성격이 변했다. 누구보다 배려 넘치고 영민했던 유연서는 이기적이고 버릇이 없어졌다.
그러다가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장기 출장을 갔을 때 돌연 기획사에 들어가 연습생 생활을 했었다.
“······사고 때문에 기억이 깨어난 것 같습니다.”
입을 굳게 다물던 유은호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유건민의 얼굴은 이미 새하얘져서 아랫입술을 덜덜 떨고 있었다.
“일단, 연서는 저대로 내버려 두시죠, 할아버지. 나중에 설득하시더라도.”
“······그래 그렇게 하자꾸나.”
유 회장은 제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지금 유연서에게 뭐라고 하면 그때의 발작이 또 도질까 걱정돼서 한숨을 푹 쉬었다.
“하지만 전처럼 그대로 두고 볼 수는 없다.”
“아버지······.”
유 회장은 제 뜻대로 안 되는 둘째 손자가 괘씸하면서도 뒤에서 은근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순전히 걱정되는 마음 반, 연예인으로 승승장구하는 모습도 나쁘지 않을 거라는 충동적인 마음 반이었다.
그리고 그는 유연서가 업계에서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인터넷상에서 조롱거리로 소비 당하고 있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딱히 대응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욕을 먹고 있으면 알아서 포기하고 돌아와 회사 일이나 하지 않을까 하는 이중적인 생각 때문이었다.
“내가 잘 못 생각했지······. 그렇게 한다고 내 뜻대로 될 녀석이 아닌걸.”
유 회장의 혼잣말에 유건민과 유은호가 그를 바라봤다.
“이대로 저 녀석의 평판이 더 깎일 수는 없지 않느냐.”
“그건 그렇죠.”
정신 차린 유건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아들을 위해 모든 걸 할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유연서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유 회장의 으름장에 손가락만 빨고 있었다.
“저 녀석은 보나 마나 대응할 가치도 없다 생각했겠지. 하지만 이대로 놔둬서는 안 되겠다.”
내가 손을 쓰든가 해야지. 유 회장은 쯧 혀를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