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ime-Limited Leader Makes the Raid a Success RAW novel - Chapter (456)
제456화
#456. 이번에도 험한 일이 될 것 같군요.
찰나 호크는 오른팔의 통증마저 잊었다.
‘나보다 훨씬 위다. 같은 랭크가 아니야.’
호크의 랭크는 A+.
같은 랭크라도 특성에 따라 전투력이 갈리는 바닥이라지만, 이렇게 허무하리만치 당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결과는 뻔했다.
‘알려지지 않은 S랭크구나!’
결론을 내리기 무섭게 호크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동시에 통증이 되돌아왔다.
“크읍!”
호크는 조금 전보다 강해진 압력에 끝내 무릎을 꿇었다.
이쯤 되자 알렉스가 적극적으로 말릴 수밖에 없었다. 자칫하다간 유럽 지부 팀장 중 하나를 병신으로 만들 것만 같았다.
“그만! 그만합시다, 토마스 헌터,”
알렉스가 토마스의 팔을 잡으며 만류했으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
토마스가 힐끔 흘기며 말했다.
“연맹에서 단 네 명뿐인 커맨더. 우리 단장님이 헌터라도 이랬을까요? 이건 미리 주의를 주지 못한 당신의 잘못이기도 합니다, 알렉스 헌터.”
“인정합니다. 주의시키긴 했으나 생각만큼 충분하지 못했던 것 같군요.”
“생각만큼? 그렇다면 그 생각의 기준을 좀 달리 봐야 할 것 같군요. 결국, 당신도 강 단장님을 허투루 보고 있었단 뜻이니까.”
토마스에게서 기세가 절로 흘러나왔다.
알렉스는 헛바람을 들이켰다. 자신마저도 토마스의 영역 안에 갇힌 기분이었다. 시야도 흐릿해졌다. 어두운 심해의 수압에 짓눌린 듯했다. 이내 그의 눈높이가 호크와 같아졌다.
‘의심의 여지가 없어. S랭크다. 토마스 헌터는 S랭크 마법사야!’
LA에서부터 의심했었다. 정확히는 LA 사태 후 조사하는 과정에서 묘하게 삐걱거리는 부위를 발견했었다. 천리안의 불길한 예언이 실현됐다고 나왔기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던 때였다.
그 와중에 토마스의 존재가 걸렸고, 강무혁과 함께 현장에 돌입한 헌터라는 걸 알아냈다.
이후 당시 벌집 레이드에 참가했었던 건 파우더와 콜 마이 네임 길드의 헌터들에게 여러 증언을 들으면서 토마스의 경지에 대해 의심을 하던 참이었다.
‘그런데 그동안 숨겨왔던 걸 이렇게 드러낸다고?’
알렉스는 강무혁에게로 시선을 향했다. 평소라면 진작 말렸을 타이밍. 아니, 이미 그 타이밍도 훨씬 지나 있었다. 강무혁은 토마스의 행동을 묵인하고 있었다.
‘그렇군. 기, 길들이기는 호크 쪽이 아니라 강무혁이 하고 있는 것이었어.’
알렉스는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그가 원해서 싸움을 건 것은 아니었으나 이런 사태를 초래한 건 자신의 실수였다.
게다가 아일라를 구하기 위해 도움을 받는 처지. 아쉬운 건 이쪽이었다. 강무혁이 아니라.
알렉스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커, 커맨더… 토마스 헌터 좀… 어떻게…….”
토마스가 뒤를 돌아봤다. 강무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토마스 헌터. 이만하면 됐습니다.”
그 한마디로 공간을 짓눌렀던 마나가 사라졌다.
“흐윽…….”
“헉!”
밭은 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떨구는 두 헌터의 머리 위로 토마스가 경고했다.
“나인 걸 다행으로 생각해요. 우리 길마였으면, 호크인지 참새인지는 벌써 팔이 뽑혔을 테니까.”
토마스의 위협을 들은 강무혁은 내심 그 의견을 부정했다.
‘아무리 길드장님이라도 그 정도로 과격하진 않지… 않은 게 아닌가? 음, 확신할 수가 없군.’
아니, 부정에 실패했다.
어쨌든 강무혁은 얌전해진 알레스와 더욱 얌전해진 호크를 부축해 일으키며 최대한 우호적인 미소로 말했다.
“브리핑, 시작합시다.”
* * *
카사블랑카, 무함마드 5세 국제공항.
대형 군용수송기를 타고 온 게리 디는 전용기 활주로를 통해 공항 최외곽에 자리한 격납고로 이동했다.
군용기는 그의 용병대 소유였으나 동체 외부에는 어떤 나라의 국기가 새겨져 있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를 상징하는 범아프리카 색 중 하나인 초록색, 노란색, 빨간색이 대각선으로 그려진 옛 콩고 공화국의 국기에, 정중앙엔 검은색 왕관이 그려진 모양.
중앙아프리카 왕국의 국기였다.
중앙아프리카 왕국은 독재자이자 S랭크 헌터인 에머슨 무가베가 지배하는 곳이라 UN에 가입조차 못 하는 나라였으나 표면상으로는 아프리카 각국과 외교 관계를 맺고 있었다.
모로코는 유럽에서 지원받는 북아프리카 소속이었으나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강력한 헌터 전력을 가지고 있는 중앙아프리카 왕국과도 관계를 이어갔다.
그 탓에 군용기의 공항 이용에 대한 협약 역시 맺고 있었기에 아무런 제지 없이 무함마드 5세 공항에 착륙할 수 있었다.
군용기가 중앙아프리카 왕국에 할당된 격납고에 들어가자 문이 닫혔다.
외부의 시선이 차단되기 무섭게 군용기 뒷문이 열리며 수십 명의 헌터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그들은 쉬지 않고 저마다 맡은 역할을 수행했다. 보급품을 내리고 장비를 정리했다.
“포션 박스 먼저. 떨어트리지 말고.”
“보조 무기 수량 확인해!”
“연마제 어딨지? 날 상하지 않고 관리하려면 오우거 뱃살 기름도 챙기라고.”
“위장용 아머 코트 사이즈 점검했지? 안 맞는다고 벗고 다녔다가 죽을 줄 알아라.”
“야야, 그건 허수아비 그림이잖아! 우리 용병대 마크 말고, 왕국 깃발 그려진 아머 코트로 챙기라고. 도대체 몇 번을 말해야 알아 처먹을 거야?!”
다채로운 인종들로 구성된 용병대는 영어를 공용어로 소통했다.
그들이 바삐 움직이는 가운데 마지막으로 게리 디가 군용기에서 내렸다.
그의 곁으로 용병대의 제반 사항을 관리하는 비서가 따라붙었다.
게리 디는 바로 표적을 확인했다.
“강무혁은?”
“숙소에 짐 푸는 것까진 확인했습니다.”
“미행은 안 붙였지?”
“예. 분부하신 대로. 그런데 정말 미행하지 않아도 괜찮을까요?”
“괜히 사람 붙였다간 눈치챈다. 자오커지에게 듣기로 강무혁이란 놈은 눈치가 S랭크라더군. 들이칠 준비가 완벽하게 끝나지 않는 이상 괜한 경계를 줄 필욘 없겠지. 그렇다고 아예 손 놓은 건 아니겠지?”
“물론입니다. 호텔 지배인을 매수해뒀습니다. 그들 동선까진 파악하기 어렵더라도 출입 정도는 파악할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글로리아 길드와 계약된 호텔이 어디라고?”
“임페리얼 가든입니다. 47층 로열스위트 룸에 머물고 있습니다.”
“역시 돈 많은 길드답군. 카사블랑카에서 가장 비싼 방을 잡다니.”
“조만간 가장 비싼 관이 될 겁니다.”
“강무혁은 죽이면 안 된다. 되도록 죽이지 않고 일루전 님께 끌고 가야 해.”
“나머지는 어찌할까요?”
비서의 물음에 게리 디가 발걸음을 멈췄다.
“그걸 굳이 물을 필요가 있나? 하던 대로 다 죽여.”
* * *
브리핑은 알렉스의 첫마디로 시작했다.
“천리안의 메시지를 전하겠습니다.”
알렉스가 검은색 봉투를 꺼냈다. 토마스는 그 봉투가 마법적인 처리가 된 물건임을 눈치챘다.
알렉스는 봉투의 표면에 손가락으로 알 수 없는 문양을 그렸다. 마치 패턴을 그려 여는 스마트폰 같았다. 다른 점이라면 손가락에 마나가 담겨 있다는 정도였다.
이내 마법 보안이 풀린 봉투가 저절로 찢기더니 알렉스의 손에 검은색 쪽지만 남겼다.
쪽지는 반으로 접혀 있었다. 그는 접힌 쪽지를 열어 바로 읽었다.
“위치도, 깊이도 알 수 없는 틈에서 붉고 푸른 존재가 눈을 부릅뜨고 있다.”
잠시 침묵이 지나갔다.
강무혁이 조심스레 물었다.
“설마 그게 답니까?”
“예.”
“겨우 그 정도로 단서라고 하기엔 많이 부족한데요. 아무리 저라도 그건 좀 무리입니다. 아니, 누구라도 뭔가 알아낼 순 없을 겁니다.”
강무혁이 곤란해하자 알렉스가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죄송합니다. 천리안의 메시지라는 게 원래 이런 식이라서.”
“그런 메시지로 용케 모로코라는 걸 알아냈군요.”
“사실 메시지는 천리안이 본 광경을 묘사한 것일 뿐입니다. LA 때도 그랬지만, 장소에 관련한 것 역시 직접 눈으로 보고 알아내죠.”
“천리안이 이곳 모로코에 관련한 장면을 본 거로군요.”
“맞습니다. 모로코의 어디라는 정확한 위치까지는 아니지만, 대략적인 지형의 형태나 주요 유적지 등 장소를 특정할 단서를 얻어서 온 겁니다.”
“그렇다면 이게 그 존재와 관련이 있다는 것 역시…….”
“예. 천리안은 광경을 볼 뿐만 아니라 해당 장소의 기운이나 감정도 그대로 느끼죠. 이전에 확인했었던 그 존재들과 연관된 사건에서 느꼈던 것과 같은 것이라고 했습니다.”
강무혁은 천리안에 관한 생각을 정리했다.
‘천리안의 예언은 연맹의 강력한 무기 중 하나인 건 분명해. 하지만 모호한 부분이 많아서 그게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겠어.’
즉, 곧이곧대로 믿고 가기엔 변수가 많다는 뜻이었다.
강무혁이 물었다.
“그렇다면 천리안이 준 단서를 토대로 범위를 줄일 수 있겠군요.”
“예. 몇 군데 예상한 장소가 있고, 그중에서도 가장 높은 확률로 지정한 곳이 있습니다.”
이번엔 호크가 강무혁의 말을 받았다. 전과 달리 예의를 차린 음성이었다.
그가 미리 준비해둔 대형 스크린에 화면을 띄웠다. 화면엔 아틀라스 산맥이 확대되어 있었다.
호크는 산맥의 북동부를 가리켰다. 유럽과 아프리카 사이를 불과 십수 킬로미터 떼어놓고 있는 지브롤터 해협의 아래쪽이었다.
대서양 쪽으로 돌출된 아틀라스 산맥의 일부.
강무혁은 모로코로 오기 전에 미리 아틀라스 산맥에 대해 조사한 덕에 그곳의 지명을 알고 있었다.
“메두사의 머리…….”
“예. 맞습니다. 모로코에서도 가장 험난하고 까다로운 몬스터가 서식하고 있는 곳이죠.”
강무혁은 속으로 신음을 뱉었다.
‘부디 저곳만은 아니길 바랐는데.’
강무혁은 에도아르도와 의견을 주고받으며 나가가 숨어 있기 좋은 장소 몇 군데를 예측했었다.
그중 한 곳이 바로 호크가 가리킨 ‘메두사의 머리’였다. 그것도 가장 높은 확률이었다.
‘대전쟁 때의 여파로 해저의 지형이 솟구쳐 만들어진 곳이지. 산맥 쪽에서도 땅이 밀려 나갔고.’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오랫동안 하늘을 떠받치는 데 지친 거신 아틀라스가 메두사의 목을 베어 돌아가던 페르세우스에게 자신을 돌로 만들어달라고 부탁해 메두사의 얼굴을 보고 산이 되었다고 했다.
그런 면에서 메두사의 머리처럼 엉킨 지형이 툭 튀어나왔으니 신화 속 이야기를 본떠 명명한 지명은 썩 잘 어울려 보였다.
‘더해서 메두사의 머리라는 불길한 이름처럼 마나의 유동도 어지럽게 얽혀 있어서 헌터들이 꺼리는 곳이지.’
마경보다는 덜했으나 들쑥날쑥한 해안선에 여기저기 구멍이 뚫린 험한 지형이라는 특성 때문에 어지간해선 깊숙이 들어가지 않는 곳이기도 했다.
‘굳이 따지자면, 한국의 특활지와 비슷한 특성을 지닌 곳이야. 물론 그 난이도는 더 높지만.’
강무혁은 항상 그러하듯 금세 침착을 되찾으며 ‘메두사의 머리’ 공략에 대한 계획을 수립했다.
공략 방향은 보스 레이드나 헌팅이 아닌 수색.
장소의 위험성과 실종자의 생존을 고려하면, 시간을 다투는 일이 될 터였다.
“항상 그렇지만. 이번에도 험한 일이 될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