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ower of Babel and the Only Begotten Son RAW novel - Chapter 155
00155 지하도시 베네프 =========================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세상이 얼마나 좆같은지 알려주는 단어다.
사람이 제 아무리 뻉이치고 지랄발광을 다 해도 하늘이 뭐가 맘에 안들었는지 빈정상해 옛다, 하고 툭 건들여 비틀어버리면 사람의 일은 그대로 틀어져버린다.
웃긴건 그 일이 사람이 하려했던 일의 방향성과 일치할 수도 있고, 정반대일 수도 있으나 전혀 상관없던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의 일은 정면으로 밀고나가려 하는데 하늘이 미쳤는지 만들어낸 방향성은 3차원을 뛰어넘은 12차원 벡터로 나아갈 수 있다는 개같은 소리다.
그런 하늘이 시키는 ‘우연’이라는 빌어먹을 항거할 수 없는 폭력은 지 꼴리는 대로 나아가 사람의 일 따위는 가볍게 무시해준다.
옛날 고전소설에서나 나오는 지나가는 스님, 나그네, 선비로부터 시작되는 우스운 일은 불쌍하게도 1천년 동안 자신의 소망을 위해 간절이 노력하는 이무기와 뱀들에게는 절망을 가져다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하나, 그 일이 일어나는 결과는 사람에 노력과 소망따위와는 전혀 1도 상관이 없다는 것.
일은 그저 자기 원하는대로 일어나 자기 원하는대로 결과를 들이민다.
사람에게 이로울 수도 있고, 해로울 수도 있고, 전혀 상관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쿠쿠쿠쿠쿠쿵!
거대한 울림이 느껴졌다.
이게 무엇인가 싶어 감지능력의 범위를 확장시킨 천수는 곧 어이가 없어서 나지막히 탄식했다.
“씨발, 미친…”
율의 권능으로부터 비롯된 감지, 탐지 능력은 거리가 멀 수록 원하는 것을 볼 때의 정확성은 떨어지게 된다.
그런데 지금 그의 감지에 잡힌 것은 애초에 그딴게 필요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의 감각에 잡힌 이 거대한 진원의 주인공은 대략적으로만 따져도 그 크기가 2km가 넘는다.
2km?
말이 2km지 그가 지금껏 운성의 오더에 의해 싸워 온 것중에서는 1000m가 넘는게 없었다.
그나마 그것들도 다 자신이 유리한 지점을 선점하고 일방적이다 싶은 폭력을 가해 잡은 것이었다.
그런데 여기, 천지사방이 막힌 곳에서 지하 10km 지점에서 싸우라고?
‘아니 그런데 크기가 2km면 이 지점에서 몸을 구르기만 해도 지상으로 뚫고 올라가는게 아닌가? 왜 지금까지 그가 얻은 정보에는 저런 크기의 적이 없었지?’
그의 기존 상식을 때려부수고 깜박이 안 키고 훅하고 들어오는 현실이란 판타지는 천수의 사고를 마비시켰다.
‘아론의 비밀병기? 지랄, 그럴리가 있나.’
혹시나 하고 고개를 돌려 골렘을 상대로 맹렬히 싸우던 망왕 테스베론을 보니 그도 당황해서 그 전투를 멈춘 상태였다.
“제기랄. 어째서, 벌써!”
테스베론은 분노에 차 부서져라 이를 깨물며 소리쳤다.
저 놈들의 정체는 안다.
그들이 사는 지하도시 베네프, 이 곳보다 더욱 깊숙한 곳에 도사리는 괴물들.
평소 자신을 비롯한 최후의 정예병단이 막아서던 초거대괴물.
한 번 그 몸을 휘두르면 그들의 마지막 거처를 부수기에 조금의 어려움도 겪지 않는 괴물.
괴물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다가 한번 씩 베네프가 있는 곳으로 오면 망왕 테스베론이 이끄는 군대와 방어전을 펼친다.
이 때 일정 이상의 피해를 입으면 괴물은 다시 돌아가게 된다.
만약 거기서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경우 다른 괴물들에게 위험해지게 되니까.
따라서 베네프가 있는 곳으로 침공해 근처에 산재한 수정을 어느정도 먹고는 후퇴하는게 보통.
그 주기가 완전히 일정하지는 않아도 그 텀에는 어느 정도 최소값이라는게 존재하기에 망왕 테스베론은 침략자를 벌하기 위해 뛰쳐올라왔다.
“어째서, 어쨰서!!!!!!!!”
참 기가 막힌 우연이었다.
이 괴물이 평소의 주기를 무시하고 올라온 것은.
그리고 위험이다.
저 괴물이 오르면 베네프는 흔적도 없이 그의 일용할 양식, 아니 한끼 식사거리로 사라져버린다.
시간도 없다.
평소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화력을 때려박아도 피해가 생기기 마련인데 지금은 제 아무리 지하를 마음껏 다니는 자신들이라 해도 유리한 고지를 잡기에는 무리가 있다.
자신들은 그래도 어느정도껏 상식적인 선에서 길을 만든다.
지반이 완전히 무너져내리지 않아야 하니까.
그런데 저 놈은 지반이 무너지든 말든 신경도 안 쓰고 위로 치솟는다.
그런데 그 피해는 자신들이 받는다.
놈은 움직이는 것만으로 피해를 준다는 좆같은 소리다.
“제길, 움직인다!!”
한 번 침략자들을 노려보던 망왕 테스베론은 거칠게 고개를 돌리며 명령했다.
다 잡았는데.
거의 다 잡았는데.
맹렬히 몰아치던 광전사는 사납기 그지 없었으나 스스로에게 피해가 누적되고 있었고, 자신들 중 하나를 완전히 끝낼 만큼은 되지 못했다.
치명적인 피해는 가할 수 있었으나 그것이 목숨을 앗아가지는 못했다.
맹렬히 주먹을 휘두르던 남자는 분명 단단했으나 자신의 군세로 점점 찍어눌러가고 있었다.
요상한 갑옷을 입은 자는 현상유지가 끝이 었으나 그 마저도 무너트려가고 있었다.
자신을 막아서던 이 5기의 골렘들은 자신의 발목을 잡고 늘어졌으나 곧 끝낼 자신도 있었다.
금방이다.
아주 조금이다.
자신들에게 그 짧은 시간만 더 있었더라면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침범하고 동포를 살해한 빌어먹을 침략자놈들을 끝낼 수 있었을 것을, 그 시간을 지금 써버린다면 베네프 전체가 멸망할 것이다.
“크아아아!”
거칠게 포효한 그가 일격을 날려 자신을 막아서던 골렘들 중 3기를 부숴버리고 괴물이 나타난 곳을 향한 자신이 아는 가장 가까운 길을 향해 달려갔다.
그 뒤를 따라 그를 따르던 수백의 군세가 달려갔고, 몇번 경계태세를 갖추던 일행은 그제서야 숨을 내쉬었다.
“뭐, 뭐지?”
“그러게, 무슨 일이지?”
초근접난전을 펼치느라 감지범위를 축소시킨 태식이나, 화분의 정밀한 컨트롤을 위해 역시 감지범위를 축소시킨 혜진은 아직 거대한 진동만 느꼈을 뿐 2km가 넘는 괴물의 접근은 알아채지 못했다.
허나 천수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넓은 범위의 감지를 활용하기에 괴물의 접근을 눈치채고 여전히 인상을 굳힌채 말했다.
“도망쳐야 된다. 지금 당장.”
적의 위치는 대략 15km쯤 아래.
그들이 내려온 거리보다도 2배쯤은 더 아래에 그 적이 존재한다.
그런데 그 적이 얼마나 큰지 그 거리를 씹어 삼키고 올라온들 이상할게 없다.
“왜?”
“감지를 확장…무리려나.”
대충은 그들도 알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이 율의 권능으로부터 비롯된 감지는 천수 자신의 특화분야다.
말이 15km지 밑으로 경도와 강도가 뺵뺵한 암석층으로 가득한 환경을 뚫고 감지하긴 그들로서는 무리다.
“크기만 2km가 넘는 괴물이 저 밑에서 치솟고 있다.”
“뭐?!”
놀라서 소리지는 것은 태식이지만, 일행전체에게서 심지어 그 아더의 얼굴에조차 경악이 떠올라있다.
“원래 예정된 시간은 좀 부족하지만 저 정도의 적이라면 그 남자조차 납득하겠지.”
운성은 자신들에게 극한의 환경에서의 능력발휘를 요구하지만 개죽음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그러니 지금 당장 도망쳐야 된다.
망왕 테스베론의 군세는 물러갔지만 베네프에 있던 이들은 자신들을 죽이기 위해 따라붙을 수 있다.
지금 자신의 전력은 암담하다.
망왕을 상대하려 불러냈던 5기의 골렘은 어지간히 아작나 자폭시키는 것은 몰라도 회수에는 무리가 있다.
일행은 지칠대로 지친 상태이고 아더는 어찌나 격렬히 싸웠는지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신체컨디션이 바닥으로 치달아 있는게 분명했다.
“가자.”
천수를 비롯한 일행은 지상을 향해 내달렸다.***”네?네!! 알겠습니다.”
보통 전파에 의한 통신은 그 전파를 가로막는것이 있을 때 방해가 많이 끼인다.
베네프의 주변에 산재한 두꺼운 수정의 벽을 보자면 그냥 통신하지 말라는 소리를 하는 환경이다.
하지만 아론들은 그 수정으로부터 발하는 특수한 파동을 이용하다보니 그것이 오히려 중간통신소의 역할을 하고, 이 지하도시근처에서는 그 거리가 얼마나 되고, 그 중간에 얼마나 두꺼운 암석의 벽이 자리하든 쉽게 통신하고는 했다.
베네프의 수비총책임자 로크-하론은 스스로를 망왕이라 칭하는 그들의 위대한 지도자 테스베론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자신들은 그들의 도시를 침공하는 초거대괴물 엘마키아를 저지하러 갈테니 도시에 병력들이 나서서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침범한 저 빌어먹을 침략자들의 목숨을 끊어내라고.
누구의 명령이든 거부할 것인가와, 일족의 원수나 다름없는 그들의 추격은 당연이 해결해야만 할 일이었다.
힘차게 대답하며 망왕의 통신을 끊은 수비총책임자 로크-하론은 곧 자신의 통신이 닫는 전 범위의 베네프의 군세에 명했다.
“전 베네프 수비병력에게 전한다.
우리는 지금부터 저 간악한 침입자들의 최후의 숨통을 끊는다!”
이를 가는 그의 명령은 베네프 주변에 산재한 수정의 파동을 타고 전역으로 흘러들었다.
바야흐로 추격전이 시작이다.
========== 작품 후기 ==========
우연이든 필연이든 저는 그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세상은 그렇게 이유하나하나 따지며 돌아가기에는 너무나 무지막지한 곳이라 여기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