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ower of Babel and the Only Begotten Son RAW novel - Chapter 285
00285 부패왕국腐敗王國 =========================
“이상하군.”
우륵카쿠스를 처치하고 나아가던 아이오닐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가 말이지?”
“이 곳이 왕국이라고 들었소. 그런데 적들의 움직임이 너무나 평온하오.”
끊임없이 괴수가 몰려드는 현 상황에 평온하다는 말은 우습게 들릴지 몰라도, 생각해보자면 부패왕국의 입장에서 지금은 전시 상황이다.
그런데 적들의 대응은 너무 평화롭다.
아예 대응을 하지 않으면 모른다.
분명 괴물들은 쏟아진다.
하지만 그것들은 군대라기보다는 향토예비군같은 느낌이다.
“특출나게 강하고 한 지역을 장악한, 일종의 군벌이나 귀족같은 존재가 있었소. 아까의 그 거대한 떨림에 의해 우리가 강제로 흩어진 것으로 미루어보아 아마도 우리 말고 다른 쪽도 각기 그런 이들을 상대하고 있겠지. 우리가 상대한 이는 마치 독립적인 세력과 영지를 구축한 것으로 보이는 존재, 다른 쪽으로 흩어진 이들도 굳이 그렇게 세력을 가진 이와 싸우지는 않겠지만 그 쪽에도 독립적인 영지를 구축한 이들은 있을 것이오. 그런데 아무리 저 자신의 영지를 가지고 있다한들 이 곳은 분명 그들의 왕국일진데 자신의 영지에서 추가적인 전력의 보정을 받는다 치더라도 요격행위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의아스럽소.”
만약 아이오닐이 전체적인 상황을 본 다면 더욱 그 의심이 커졌을 것이다.
일종의 세력을 구축한 이들도 있으나 단일 개체로 홀로 힘을 쌓아온 자도 있었다.
그런 이는 특히나 스스로의 영지에 억매일 필요가 없음에도 그 또한 자신의 영지에서만 싸웠으니까.
“따로 느끼는 것이라도 있나?”
“흠.”
운성의 질문에 아이오닐은 생각에 잠긴 듯 잠시 침음을 흘렸다.
그러는 와중에도 움직임은 멈춤이 없어 인류제국은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좀 비약일지도 모르오.”
“말해봐.”
“뭔가, 적은 스스로 병력을 내다버리는 것 같소.”
“응?”
“어째서 이런 것이냐면 여러가지 가정을 세우겠지만, 뭐 이런 곳이니까 가능한 바에서 생각해보자면 말이오. 이 곳이 왕국인 이유를 생각해봤소.”
왕국인 이유.
그 가장 간단한 이유.
‘왕’이란 존재의 의의.
“어쩌면 이 곳은 그 파리대왕이란 자에 의해 만들어진 곳이 아닐까하오.”
“만들어져?”
“그렇소. 흔히 현대에는 없으나, 지구 상에도 고대로 갈 수록 왕국처럼 한 특출난 인물에 의해 세워진 국가에는 각 인물에 따른 전설과도 같은 설화가 존재하오. 대체로 누군가의 조력을 받았다던가 초월적인 존재의 힘을 받았다던가 아니면 홀로 뛰어났다던가. 여러가지 다른 특성을 보이나 공통점은 하나 있소.”
“뭐지?”
“그 주인공이 되는 인물. 즉, 왕이 그 왕국을 만들었다는 것이오.”
왕국이 왕인 가장 간단한 이유.
그것은 왕이 있기 때문이며, 왕이 존재하는 것은 그 나라를 만든 자가 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 아닐까 하오.”
“음?”
“왕국을 만들정도로 강한 자가 왕으로서 군림하며 왕국을 만드는 곳, 즉 파리대왕과 부패왕국은 그런 곳이 아닐까 생각하오.”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그 말의 속 뜻을 이해한 운성의 눈빛은 기이하게 빛났다.
“그 말은, 지금 만난 괴물들은 그저 병사도 되지 못한, 언제든지 파리대왕이 만들 수 있는 소모품에 불과하다는 것인가?”
“…어떻게 들릴지는 모르나, 내 생각은 그렇소. 게다가 단순히 파리대왕에 의해 양산되는 신세만이 아닐 수 있소. 파리대왕은 이렇게 양산을 강제당하는 것일지도 모르오.”
“강제당한다고?”
“왕국을 이르기 위해서는 개인을 초월한 힘이 필요하오. 그것은 보통 초월적인 누군가에 받거나 조력자의 힘으로 해결하지. 즉, 자신의 힘이 아니란 것이오. 건국설화에서야 그런
힘을 가지고도 해피엔딩을 맞이하지만,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는 그러한 결말이 어떻게 나올지 뻔히 알고 있지 않소?”
“주제를 넘는 힘은 언제나 파국을 예고하지.”
다룰 수 없는 힘은 언제나 결국에 폭주하기 마련.
“그렇소, 일국을 만들정도의 힘을 가졌던 파리대왕. 어쩌면 그는 그 힘에 짖눌린채 지금도 일국을 만드는 것을 강요당하는 것이 아닐까하오.”***가장 먼저 한 영지를 장악한 귀족을 베어내는데 성공한 용화와 바랑마다는 회의 끝에 전진을 선택했다.
‘사실 회의라기에는 내 맘대로 독단에 가깝지만.’
바랑마다는 용화가 전투시에 보여줬던 판단력을 매우 높게 평가했다.
자신들의 전력을 보고 틈을 만들거라 확신하고 부탁한 후 짧게나마 들어난 틈에 온 몸을 내던져 적을 베어내는 그 결단력.
그것은 전략을 짜는 것에 전체적으로 통용되지는 않으나 분명히 형언할 수 없는 한가지 날카로움을 보인다.
그래서 어지간해선 자신 맘대로 하는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결정을 위해 그와 회의를 했다.
그런데 그 때 마다 돌아오는 답은,
‘알겠습니다.’
혹은
‘그렇게 하시지요.’
라는 무슨 로봇같은 반복적인 것들이었다.
‘답답하군.’
바랑마다 또한 남들과 커뮤니케이션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는 용화는 정말 어지간했다.
사람이 아닌 칼이랑 대화하는 느낌.
혹시나 해서 의견을 물어봐도,
‘당신이 하는 것에 따르겠습니다.’
라는 삭막한 답변뿐이었다.
물론 용화도 나름의 생각은 있었다.
그는 그 자신을 검이라 생각했다.
검은 벨 상대를 고르지 않는다.
그에게 있어 잔념은 스스로의 날을 무디게 하는 오물에 지나지 않는다.
이 곳에 출전하기 직전 용화는 운성에게 몇몇 인물이 적힌 명단을 받았다.
그가 유의해야 할 인물 정보와 그에 따른 운성의 판단이었다.
개중에 바랑마다에 대한 정보도 있었는데 그에 대한 운성의 판단은 간단했다.
‘야전에서 믿을 만한 자.’
용화는 그 평가를 믿었다.
그는 전략은 잘 모르지만 누구를 믿어야 되는 지는 알았다.
그래서 바랑마다가 하자는 방식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여기까지 온 것이다.
그렇게 바랑마다의 불편한 동거는 시작됬고, 그런 찜찜한 기분속에 진군을 하고 있자니 곧 새로운 공간이 나왔다.
“이번엔 또 무슨 일이 있을지, 크리스마스날의 소녀마냥 설레이는 군.”
“헤헤, 아빠도 설레여요?”
“누가 아빠냐.”
“하긴 아빠는 소녀라기보단 소녀의 아빠죠.”
“그러니까 누가 아빠냐고.”
“히히, 지난번 선물 고마웠어요.”
“…닥쳐.”
킥킥거리며 그들의 단장을 놀리는 바랑마다의 아이들과 그들을 보며 힘없이 한숨을 내쉬는 바랑마다, 그들의 앞에는 붉은 빛을 띄는 구조물이 존재했다.
대지로부터 시작해 저 위로 끝없이 뻗어나간 하나의 탑과 같은 구조물.
그것을 주위로 공동마냥 원형의 공간이 둘러싸고 있었고, 그 공간엔 각기 구멍이 뚫려있어 그 중 하나에서 바랑마다와 용화 일행이 나온 듯 했다.
“아마 다른 쪽도 저 중 하나를 통해 나오겠지?”
건축물이 워낙 거대해 반대편은 보이지 않지만 거대한 공동의 출입구는 저 반대쪽에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너무 많군.”
자신들의 병력은 대군이다.
허나 자신들보다 앞에 사라진 병력을 기준으로 나눠봤을 때에 비교하자면 저 출입구같은 구멍의 갯수가 너무 많다.
저것들을 아무 생각 없이 많들지는 않았을 터라면, 분명 엄청난 대군이 존재할터.
그런데, 자신들이 이 곳에 오는 과정에서 만난 병력들이랑 대조하면 아무리 생각해봐도 부족하다.
“다른 곳에 더 많이 갔나?”
단순하게 생각하자면 그런 결론이 나온다.
“흠, 어떻게 하지.”
만약 그렇다면 찾아나서야 했다.
하지만 어디로 찾아나서는 것이 또 문제.
출입구로 보이는 구멍이 너무나 많다.
아무렇게나 갔다가 멀어져버리면 답이 없어진다.
“역시 기다리는게 그나마 차선이겠군.”
이럴 때는 동료의 강함을 믿는 것이 낫다.
“결계 설치하고, 사주 경계 잘해라.”
“예!”
“알겠습니다!”***아직은 평화로운 회랑.
한걸음 걸을 때마다 10배는 넘는 괴물들이 쏟아져나오지만 그렇게 큰 위협은 없는 길을 걸어나가는 운성과 아이오닐의 부대는 아직은 여유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말이야.”
“말하시오.”
“아까 네가 말한 그 가정.”
“이 왕국의 왕에 대한 것?”
“그래. 근데 이런 생각은 안 해봤나?”
“무슨?”
“누군가의 초월적인 힘을 받았던 것이 아니라, 그냥 그 자체가 원체 강한 것이라면 어떻게 생각하나?”
자신이 감당치 못할 힘이 아니라, 자신이 감당할 초월적인 힘을 가졌더라면?
운성의 질문에 아이오닐은 걸으면서 생각했다.
그러나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글쎄.”
그것은 아이오닐 역시 분명 떠올렸떤 생각.
그러나 접어둔 생각이다.
“그러면 또 어떻겠소.”
“너무 낙천적인 것 아닌가?”
그에 운성이 웃었다.
이에 아이오닐도 웃었다.
“어차피 가정일 뿐이오, 전투 전에 생각해본. 게다가 전략도 아닌 그저 이렇지 않을까 하는 추측. 그런 것에 억매여 전투전에 기운이 꺾여서야 쓰겠소?”
========== 작품 후기 ==========
두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