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ower of Babel and the Only Begotten Son RAW novel - Chapter 287
00287 부패왕국腐敗王國 =========================
가장 먼저 거대한 공동에 도착한 바랑마다는 일단 거점을 정했다.
총 지휘권을 그가 잡을 뿐 그랜드캐슬의 팀장급 인물이 알맞은 위치를 잡고 전두 지휘를 하여 임시거점을 만들어냈다.
일단 휴식도 필요할 뿐 더러, 이 넓은 공동에 자리한 많은 회랑으로 통하는 구멍 중 어디서 헤어진 동료들이 나올지 모르니 정찰도 필요했다.
그러나 정찰은 함부로 할 수가 없다.
어설프게 쪼개졌다가 갑작스레 습격을 받을 수도 있고, 이런 낯선 공간이 갑작스레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도 있는 노릇이다.
그래서 안정적으로 거점을 만들고 조금씩 원거리에다가 표식을 설치했다.
혹시나 후속으로 다착하는 이들, 혹은 자신들보다 먼저 도착한 이들이 자신들을 발견할 수 있게 특수한 방법으로만 확인할 수 있는 도료로 훼손을 방지한 것들이었다.
그런데,
“이 곳으로 오고나서는 꽤 평화롭군.”
이 공동으로 들어서고는 심심하면 나오던 괴물들이 나타나지를 않는다.
처음에 막 들어왔을 때야 조금 잠잠해도 곧 나오겠지 싶었는데, 시간을 흘러도 나오지 않고 표식을 설치하는 와중에도 별 다른 이상이 없다.
“흠.”
물론 그렇다고 방심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방법은 또 없으니까.”
야전이면 몰라도 이런 상황에서 적들의 의중까지 파악하는 것은 큰 그림을 그릴 줄 아는 다른 동료들의 재주다.
그러니 일단 할 수 있는 것 부터 한다는 마인드로 할 수 있는 것을 해나갔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지나 헤어졌던 동료들이 저마다의 무리를 이끌며 다가왔다.
“왔냐.”
“먼저 도착했었나?”
돌격병단 크림슨 혼의 단주 솔리움 듀 루멘이 그의 애마를 타고 다가왔다.
“우리 쪽에 괴물이 하나 있었거든.”
“괴물?”
바랑마다의 표현에 그가 갸웃거렸다.
십존이라 불리는 그가 괴물이라 표현할 정도의 상대라니.
“그렇게 알아둬. 그보다 다른 쪽은 만난 적 없나?”
“없다네. 그것은 내가 묻고 싶었던 것일세.”
“꽝인가. 완전히 찢어졌었군.”
“그리고 여기서 합쳐졌지.”
“뭘 노리는 건지 원.”
“별 수 있겠나, 자네나 나나 야전을 그리는 쪽, 아무리 좋게 봐줘도 일선사령관이 끝일세.”
“그건 그렇지.”
오랜 시간 전장을 구르고, 훌륭한 동료들과 함께하며 어깨너머로 보고 배운 것들은 분명히 있으나, 전장의 수준과 기기괴괴함, 일어나는 변수가 도저히 그 정도로는 따라가기 벅찰 정도다.
그것은 정말 자신들의 다른 동료들만이 할 수 있는 부분이니까.
어쩔 수 없는 일에 결국 루멘은 바랑마다가 미리만든 거처에 정착하고 그가 하는 일을 도왔다.
그 자신이 당장에 할 일은 없으니 자신은 신체 컨디션을 가다듬고 휘화의 인물들 중 그 일에 특화된 이들을 지원하는 정도였지만.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자니 하나둘 다른 이들도 합류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나타난 회랑은 제법 거리가 있는 곳들도 있으나 새로운 일행들이 합류할 때마다 조금씩 먼 곳 까지 표식을 남기다보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합류할 수 있었다.
합류한 이들은 부상자와 사상자를 파악하고 곧 자기들도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그 동안 수뇌부들은 일단 합류하는 이들대로 모여 회의를 진행했는데,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자니 하나 둘 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각기 흩어진 만큼 서로가 마주했던 적들도 달랐지만 기본적으로 굉장히 강해보이는 누군가의 영역내로 들어갔다는 것은 같았다.
그렇게 서로가 마주한 적들의 정보를 총합하고 있는데,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합류하지 않는 마지막 팀이 있었다.
그 팀의 리더는 바로 인류제국의 리더, 황제 운 아이오닐과 에덴의 일행을 이끄는 운성이 함께 있는 팀이었다.
“허, 생존률이 제일 높을 것 같은 쪽인데 말이지.”
“그러게 말이오. 다른 쪽은 몰라도 그 쪽이라면 반드시 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하지만 또 모르지. 사실 황제의 무력은 그리 뛰어난 편이 아니고, 그 쪽에는 이렇다 할 무력에 뛰어난 이가 없으니까. 어쩌면 그 쪽에는 어떠한 기술, 기예도 통하지 않는 압도적인 무력을 요하는 적이 나타났을 수도 있으니까.”
“…납득하기는 힘들지만, 그럴 수 도 있소.”
아무래도 모든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성을 간직해야 하는 그들이기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도 나타날 수 밖에 없었다.
거기에는 아직까지 운성이 특출난 무력을 안 보인 이유도 있었다.
무력을 본 이라고 해봐야 직접 싸워본 만병장 스타이너 뿐인데, 당시에도 2명은 스타이너가 미쳐날뛰어서 저 멀리 휙 날아가서 싸운지라 아무도 싸움의 현장을 잘 보지는 못했다.
게다가 스타이너도 그와 싸우기는 했으나, 그에게는 압도적인 무력으로 깨졌다기 보다는 마치 기술적인 숙련도로, 상성을 이용한 절대적인 우위를 상대로 뚜드려 맞았다는 생각이 있다보니 함부로 의견을 제시하기도 약간 곤란스러웠다.
물론 운성의 무력을 아는 에덴의 일행이야 여유만만이었다.
‘그 아재가? 그럴 리가 없지.’
그들 입장에서야 나머지 다 죽어도 운성은 여유롭게 살아남을 남자였으니까.
“그래서, 계속 기다릴 것이오?”
“아니, 그건 좀 힘들겠지.”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던 그들은 더 이상 대기할 것인가는 논제에 결국 고개를 저었다.
이 정도면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
한가롭게 기다리는 것도 한계가 있지, 아무래도 이 곳에 들어오고 나서 매순간 뛰쳐나오던 괴물이 갑작스레 출현하지 않는 것에 의아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대비를 해야하고, 이런 상황에는 때에 따라 먼저 요격을 나서야 할 수도 있는 일이다.
“아직 우리가 가보지 못한 곳, 그러니까 여기서 정 반대편에 떨어진 회랑에서 그들이 나타날 수도 있지만, 어찌됬건 더 이상 기다릴 시간은 없겠지. 우리는 돌파한다.”
“찬성이오.”
“좋소.”
“알겠습니다.”
수뇌부의 의견이 일치했다.
일단, 그들끼리라도 공동의 중앙에 자리한 거대한 붉은 건축물로 들어가기로.***에덴의 일행이 예상한대로 운성과 아이오닐은 잘 살아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이 도착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운성이 다른 곳으로 그들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어이.”
“왜 그러시오?”
“생각해보니까 말이지. 우리는 잘 있다가 갑자기 여기로 납치됬지.”
“그렇소.”
“그럼 우리가 합류했다고 치더라도 또 찢어질 수 있는 노릇 아니냐?”
“맞는 말이오. 혹시, 우리를 흩어지게 만들었던 그 정체를 찾아보자는 말이오?”
“그래.”
“흠.”
운성의 제안에 아이오닐은 고민했다.
“우리는 흩어진 이들과 합류해야 하오.”
“그렇지. 근데 그렇다고 이 곳을 쭉 직진한다고 헤어진 이들과 만난다는 확신도 없잖아?”
“그것은 그렇소. 허나 보통의 경우 이렇게 헤어진 상태에는 계속하여 앞으로 나아가다보면 마주치는 적들을 분쇄하고 최후의 공간에서 만나는 경우가 더욱 빈번하오.”
“이런, 황제여. 이런 곳에서 보통을 논하나?”
“흠…”
“애초에 말이지. 우리를 이렇게 흩어지게 만든 것이 일종의 기관장치라면, 그 기관장치를 조사하면 이 부패왕국의 지형을 알 수 있고, 그것을 통해 흩어진 이들을 유추해 만나러 가는 것이 더욱 확률이 높지 않겠나?”
“이것 참 달콤하고도 위험한 제안이군.”
계속되는 운성의 말에 아이오닐은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만 이미 자신의 마음 속에는 그의 제안에 혹하는 생각이 머리를 들고 있음을 인지했다.
“좋소이다, 어쩌면 좋겠소.”
“어쩌긴. 돌아가자.”
운성은 웃으며 손을 들어 자신의 어깨 뒤로 엄지를 세워 가리켰다.
“돌아가다니?”
“왜 우리를 흩어트리고 갑자기 닫혔다가 열린 공간있잖아. 그 쪽으로 가보자고.”
“…?”
돌아가보자는 말. 그럴 수 도 있다.
헌데 그럴 거면 좀전에 우륵카쿠스와 만나기 전에 진작에 그런 제안을 했어야 했다.
허나 이미 그의 제안에 승낙한 노릇이다.
“알겠소.”
결국 찜찜하면서도 마땅히 앞으로 나아가는 것 또한 딱히 다를 바는 없기에 그들은 돌아온 길을 되짚어갔다.
“그런데 말이오.”
“뭐지?”
“돌아온 것은 좋은데, 어쩌자는 것이오.”
결국 다시 그들을 흩어지게 한 공간, 닫혔던 입구가 활짝 열린 곳 까지 도달해서 아이오닐은 운성을 보며 의문을 토했다.
그에 운성은 활짝 웃었다.
“넌 잘 안되는 가전제품을 잘 나오게 하는 방버을 알 고 있나?”
“무슨 소리요?”
“지지직 거리면서 잘 안나오는 텔레비전을 잘 나오게 하는 방법 말이야.”
“잘 모르겠소. 의도부터 이해가 안 되는 군.”
“그건 바로 두드리는 거야.”
파지직.
운성의 한 쪽 손에 뇌전의 기운이 감돌았다.
딱 봐도 위험해보이는 그것.
“설마.”
아이오닐의 표정이 아연하게 변해갔다.
“설마는 항상 사람을 잡지.”
콰지지직!
한 쪽 손에 뇌전의 기운을 감돌게 한 운성이 그대로 거대 구더기 인버즈의 입구를 향해 손을 뻗었다.
콰아아아아앙!
거대한 폭음이 울렸다.
그리고,
“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온 천지를 뒤흔드는, 거대한 비명도 울려퍼졌다.
========== 작품 후기 ==========
잘 안나오는 티비는 두드려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