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ower of Babel and the Only Begotten Son RAW novel - Chapter 311
00311 암흑무저갱暗黑無低坑 =========================
“사람은 제 자신의 주제를 파악하는게 중요하지.”
너 자신을 알라.
그 당연한 말이 바벨에서는 특히나 강조된다.
“원래의 자신보다 더 잘난 줄 알면 나대다가 죽는 거고 더 못난 줄 알면 제 실력도 못 써보고 죽는거지.”
“그거야 뭐, 당연한거 아니겠수.”
“그 당연한 것을 인정하는게 힘들지.”
자신의 주제를 아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다.
“그러니까 그 주제를 알려줘야지.”
“어떻게요?”
“원래 제 자신은 자기가 제일 잘 아는 법. 몸에 물어봐야지.”
“몸에? 거 좀..”
“생각해보니 그런 것도 가능하긴 하겠군.”
“에엥?”
“그 쪽을 생각안하다보니 잊고 있었어. 나 같은 천재는 모든 것을 다 알기도 하지만 때론 한 쪽에 편중퇴기도 하지. 다른 쪽을 생각 하다보니 그 쪽은 깜빡했군.”
“악용되면 그렇다는 거요? 그래서 본래 쓰려던 쪽은 어떻게 하는건데요.”
“가상현실.”
“가상현실요?”
“그래.”
“흠.”
“수십만명의 시간배율을 원하는 만큼 조정하긴 힘들어도 수십만명의 정신을 조절하는 것은 쉽지.”
“그 콩알 같은 걸 이용해서?”
“그래. 이게 사람들의 마음을 열어주는 열쇠가 되지.”
“단어만 들어서는 굉장히 따뜻해보이네요.”
“문따고 들어가는 것만 빼면 말이지.”
“잘 나가다가 새네. 그래서, 시간 배율은 얼마나 되는데요?”
“사람마다 다르겠지. 시간이란게 한도 없이 늘려서 수련하면 좋겠지만, 아까도 말했지만 사람마다 주제가 다르거든. 나 같은 천재야 필요하다면 몇십년을 싸울 수 있지만, 평범한 사람은 어느정도 쉬어줘야지. 아무리 라-파르테의 심장을 이용해 만든 회복기기로 스스로 부상을 입고 치료해가며 수련한다지만 그거랑 또 몇십년을 끊임없이 싸우는 것은 다른 일이거든.”
시간 앞에는 모든게 무뎌져 간다.
굳건한 육신도 굳건한 정신도.
오랜 시간 바벨에서 싸워온 인류도 스테인이 만들고자 하는 가상현실의 시간 배율에서는 버티기 힘들 수 도 있다.
“그럼 버틸 능력만 된다면 버틸 수 있다는 거겠네요?”
“그렇지.”
“그 능력이 뭔데요?”
“2가지지.”
“2가지?”
“첫번째는 집중력.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몰입하는 순간엔 옆에서 누가 뭔짓을 해도 흐트러지지 않는 그런 것.”
“몇 십년동안이나요?”
“못할 것도 없지.”
그 까마득한 시간이 너무나 압도적이게 보였지만 태식은 왠지 스테인이라면 그게 가능할 것도 같아보였다.
아니, 에덴에서만 가능해 보이는 사람이 몇몇 더 있었고, 인류제국에도 그가 보아온 사람들 중에는 꽤 될 것 같았다.
“두번째는요?”
“흠, 사실 두번째는 내 취향은 아니지만 말야.”
“뭔데요?”
“분노.”
“예?”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분노. 수 없이 많은 시간이 흘러도, 모든 것이 마모되더라도 그 깊숙한 곳에 남아 스스로를 태우고 다가오는 모든 것을 태우며 타오르는 분노는 수십년의 시간이 아니라 수백년이 지나도 남아있겠지.”
“어…”
태식은 지금까지 보아왔던 이들을 떠올렸다.
바벨을 오르며 싸워왔던 타 종족들.
멸망의 잔해들.
확실히 그 중에는 모든 것이 부스러진채 분노만이 그 거죽을 지탱해 움직이는 이들이 많이도 남아있었다.
“사실 나도 마찬가지였겠지. 만약 그 남자가 구해주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분노만이 남아서 인류를 상대로 화풀이를 하고 있지 않았을까?
누군가 스스로를 죽여주는 그 순간까지.
그렇게 생각하는 스테인의 생각은 정답이었다.
전생에서 그는 가장 소중했던 레인을 잃어버린 후 끝을 알 수 없는 분노에 허우적거리며 최후까지 전 인류를 상대로 싸우는 인물이 되었다.
죽이고 죽이며 또 죽였다.
스스로의 몸을 마 개조하고, 살아있는 모든 것의 생명의 존엄을 훼손하며 싸웠다.
무언가를 위한 것은 없었다.
그것은 어찌보면 화풀이.
걸리는 모든 것과 싸웠다.
그의 뛰어난 지성은 그 와중에도 효율적인 화풀이 방법을 제시했고, 그에 따라 움직였다.
“그런 양반이 있을라나요. 그런 분노에 차 있었으면 진작에 인류랑 싸우고 난리났지 않았을까 싶은데.”
“왜, 한 명 있잖아.”
“누구요? 아, 그 양반.”
“꽤 어마어마한 분노로 점칠된 것 처럼 보이더군.”
스테인은 킬킬거리며 한 남성을 떠올렸다.
브레이커.
인류 최고의 화력.
사실은 애초에 그를 위한 장비였다.
운성이 언질을 남겼기에 제작이 착수된, 그 남자를 위한 장비.
가진 재능이라고는 어림반푼어치도 없는 남자를, 극한의 노력이 가능한 장소를 위한.
“음. 알겠수다.”
태식은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갔다.
스테인은 적당히 배웅하며 다시 실험실 안쪽으로 들어섰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그런 끝을 알 수 없는 분노를 가진자는 한 명 더 있었다.
그 한 명은 바로 운성.
‘생각해보니 이 남자도 재능은 정말 쥐뿔도 없는 것 같은데.’
옛날에야 몰랐지만 이제와서는 어느 정도 감이 왔다.
그는 분명 아직도 뛰어나지만, 그것은 그의 재능이 뛰어나다는 것 같지는 않았다.
마치,
‘현대에서 중세로 시간을 역행한 범재.’
그가 똑똑해서 많은 것을 안다는 것이 아닌, 그 발전된 시대상에 퍼져있는 수 많은 것을 그저 ‘알고있는’ 것일 뿐과 같은 것.
“흠.”
눈을 감고 사고를 정리했다.
그러고보면 이 가상현실과 비슷한 것도 또 있었다.
10년도 더 이전,
한창 바벨을 오를 때 그는 세계수의 뿌리와 줄기에 둘러쌓여 혼자만의 시간에 빠져있던 적이 많았다.
‘그 때 무엇을 한거지?’
육신이 강해지면 정신 또한 강해진다.
반대로 정신이 강해지면 육신 또한 강해진다.
육신이 상처를 입고 고통을 느끼게 되지만 고통을 느끼게 되어 육신을 속이면 스스로 육신이 상처를 입게 되는 환상마법들 처럼.
그가 세계수에서 끊임없이 지금 그가 만들어낸 가상현실과 비슷한 일을 겪었다면?
“어마어마하잖아.”
얼마나 오랜 시간이었을지는 상상도 안 간다.
한 가지 가정이 떠오르니 여러가지 가정이 잇달아 떠올랐다.
태식에게 들었을 때 처음의 운성도 분명 비인외도의 길을 걷는, 선인이라고는 도저히 못할 악인의 길을 걷는 남자였지만, 분명 처음과는 점점 달라졌었다고 했다.
뭐라고 해야할까, 그는 점점 마모되어가고 있었다고 했다.
‘마모된다?’
메마른 사막처럼, 그간 보아온 그의 모습은 일렁이는 불꽃을 깊숙히 숨긴 건조하고 메마른 눈빛을 가진 남자.
‘어쩌면.’
정말 그 긴시간동안 그가 그런 일을 해왔다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것은 겨우 몇 백년으로 해결이 될까?
“뭐 다 가정이니까.”
고개를 저은 스테인은 다시 실험실로 향했다.
분명 그 시간은 압도적이고 그 시간을 버텨온 분노도 어마어마했지만.
그런 오랜 시간을 지나고도 지금 운성이 보여주는 정도라면 운성의 재능은 정말 어지간히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대로, 그런 재능을 가지고도 이까지 그가 달려오게 한 그 분노의 밑바닥이, 도저히 짐작도 가지 않았다.***가상현실.
스테인이 도입한 개념은 빠르게 인류제국의 여기저기에 뻗어져갔다.
가상현실이란 것 자체는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었지만, 그것을 실현시킬 환경을 만드는 것을 그간 꽤 어려웠다.
지금이야 에덴의 일행이 합류하며 꽤 안정을 찾았지만 예전엔 자유연합이니 만신전이니 하는 것들과 싸우고 확실한 적의를 가진 이들이 주기적으로 찾아드니 함부로 가상현실에 들어갔다가 자유연합의 자객에 의해 그 네트워크에 문제가 생기면 단체로 많은 인원이 골로가는 격이니 쉽게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허나 지금은 에덴의 일행에의해 확실한 보호가 보장되니 꽤 많은 인원들이 그 가상현실을 이용해 스스로를 단련시키게 됬다.
“거 참 옜날엔 그렇게 해보고 싶었는데.”
“지금은 참 들어갈 때 마다 진절머리가 나는군.”
가상현실 게임.
옜날 지구에 있을 때는 로망과도 같은 것들을 이미 여러번 체험하고 가서 훈련을 하려하는 이들은 질린다는 표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스테인이 도입한 가상현실 내부에는 분명 게임과 같이 스토리가 있다.
그 스토리에 따른 미션을 클리어 해야하는 것도 있다.
어떻게 잘 즐기면 게임이지만, 절대 즐길 수 없는 게임인게 문제다.
어떻게 된 스토리가 최소가 멸망 직전에 몰린 우주전쟁의 한 행성에서 일만명 이내로 남은 아군을 이끌고 수십억명의 대제국을 상대로 싸워야하는 것에서 시작되니, 모두가 일단 시작하자마자 가볍게 게임오버당한다.
단순히 적만 상대하면 문제도 아닌데 적을 상대하려니 80퍼센트 확률로 현실에 지친 아군이 미쳐버리거나 배신을 때린다.
최후의 만찬이라고 먹은 약에 독이 들어있는 일은 아주 기본적인 일이다.
어떨 때는 잘 싸우고 있으니 행성 통채로 날려버리는 전술무기가 쏟아지니 그것을 일일이 대쳐해가야 한다.
그 과정 중에서 정안의 발전속도는 쭉쭉 올라가니 좋긴 한데, 그 고통 마저 익숙해지진 않았다.
========== 작품 후기 ==========
가상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