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ower of Babel and the Only Begotten Son RAW novel - Chapter 312
00312 암흑무저갱暗黑無低坑 =========================
굳이 비유하자면 사마귀의 알과 같았다.
거대한 포도알같은 것들이 듬성듬성 매달려서는 그 안은 뿌연 기체로 가득 차 있었고 그 곳에 한 공간 당 한 사람씩 들어가 죽은듯이 눈을 감고 있었다.
가상 현실 세계-천년혈전
이 심플하게 이름지어진 공간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공통된 역사의 다른 꿈을 꾸고 있었다.
쩌억.
그 중 한 알이 열리고 그 안에 있던 한 여성이 찌부둥한 듯 목을 이러저리 움직이며 밖으로 나왔다.
“멜리사!”
이리저리 목을 움직이는 그녀를 향해 녹색머리 여성이 다가왔다.
“아, 에른.”
다가온 친구를 반기며 그녀는 웃어보였다.
“이번에 간 곳이 차론 행성 찬탈전?”
“응. 그 쪽 왕가의 최후의 보루였던 비밀기사단으로서 차론 행성을 지키던 일이었지.”
“결과는?”
“마지막에 강간당하기 전에 혀깨물고 자살했어.”
“으으, 너무 어렵다니까.”
“정안 자체의 숙련도는 늘고있으니 괜찮아.”
주변엔 그녀들 말고도 가상 현실 세계에서 나와 경험했던 것들을 이야기하는 이들로 북적거렸다.
가상 현실 세계-천년혈전.
그것은 어느 세계에서 있었던 장구한 하나의 역사였다.
무려 천년동안 이어졌던 우주전쟁.
변방의 한 행성의 소국이었던 마틀란카가 우주를 일통하는 대제국이 되기까지, 그리고 사이좋게 모두 멸망해버리는 일천년의 일대기가 기록된 전쟁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정말 수 많은 전투가 벌어지고 전쟁이 일어났다.
그 중 원하는 시간대에 들어가서 스스로에게 필요한 전장에 들어가 정안을 수련하는데, 가지각색의 상황이 벌어지고 그것을 관통하는 일련의 공통점은 정말 무지막지하게 어렵다는 것이다.
시간대는 정할 수 있지만 전부다 패배가 기정사실화된 세력에만 들어갈 수 있다.
그래도 수십만명이 시간배율을 조정해서 하다보니 공략이라고 할만한게 나오기는 했지만,문제는 그 공략을 수행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다.
10명 남짓 남은 병력.
적은 수십만이 쳐들어오고 있는데 최후의 황가의 후손을 보호해 행성을 탈출해 수백만 km 떨어진 우주공간을 비행선을 타고 가로질러 다른 세력으로 도착해야된다.
그 와중에 거기서 배신자가 나오는데 이게 또 정해져있으면 모를까 매번 들어갈 때 마다 배신하는 자는 바뀐다.
배신한다는 것이 밝혀져있으니 그나마 위안을 가질려해도 천년혈전에서 들어갈 수 있는 모든 사건에 거의 모든 경우에 배신이 존재한다.
배신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란 이미 모든 아군이 전멸한 왕국의 최후의 병사로서 복수를 위해 행성 정체를 잠식한 괴생물체의 본진에 들어가는 것이나 비슷하게 일발역전의 기회를 위해 적진의 본진에 침입한 별동대의 일원으로서 최대한 별동대들을 살리기 위해 홀로 쏟아지는 적 병력을 막아서는 전투 등 밖에 없다.
즉, 단독임무가 아닌 모든 전투에서 배신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 가상현실세계-천년혈전의 또 다른 이명이 사망유희로 불리는 것도 전혀 어색한 일이 아니다.
한편,
“..컥.”
그래도 황제라고 나름 독립된 공간에서 천년혈전에 들어갔다 나온 아이오닐은 고통을 토하며 일어섰다.
“쯧, 그러게 안될 것 같으면 자살하지 그랬나.”
지켜보던 미스틱 도어의 총수 배리어스가 다가와 수건을 건냈다.
그것을 받아 흘러내린 땀을 닦으며 아이오닐은 숨을 골랐다.
“할 만 큼 해보려는 거지.”
천년혈전에는 친절한 종료기능이없다.
그냥 죽으면 끝난다.
그런데 천년혈전에서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편히 죽지 못한다.
“어떻게 죽었는데?”
“바늘보다 가는 촉수에 모공이란 모공은 다 뚫려죽은 것 같더군.”
참 별에 별 상대를 만나다보면 죽는 방법도 가지가지.
괜히 재생을 막고 몸의 능력을 바닥까지 떨어트려 혀깨물고 자살하는게 추천받는게 아니다.
“큭큭. 정말 죽는 방법도 가지가지라니까.”
“고통이라도 좀 덜어줬으면 좋겠지만, 그것도 안 되니.”
고통을 줄였다가는 감각이 저하되고, 그러면 훈련하는 이유도 없으니 싱크로를 조절하지도 못한다.
그나마 정신이 육체에 미치는 영향을 3번 정도 필터링하는 장치를 설치해놨기에, 원하는 시간대에 취사선택해 들어가 한 번에 한 번 정도의 죽음만을 거치기에 버틸 수 있는 것이다.
“그래도 확실히 숙련도는 빠르게 오르는군.”
이제는 좀 필요할 때 맞춰서 정안을 개방시킬 수 있게 됬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고.”
전체적으로 많은 이들의 숙련도가 월등하게 올랐다.
“흠.”
땀에 젖은 머리를 뒤로 넘긴 아이오닐이 시선을 돌려 벽에 걸린 지도를 향했다.
그들이 합류하고 표시된 부분이 4배는 넓어진 지도.
“이 훈련은 아무래도 그를 위한 것이겠지.”
“아마도 그렇겠지?”
“그는 아직도 ‘그걸’하는 중인가?”
“그렇다고 하는군.”
“정말 어지간히 미친 짓이야.”
“동감이다. 특히나…”
“그러게 말이야.”
마지막 말은 삼킨다.
그것은 이젠 부서져버려 껍데기만 남은 그를 지탱하는 마지막 기둥.
설혹 이 자리에 없다고 한들 쉽게 입에 담을만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지금은 어디쯤 이라고 하지?”
순간 무거워진 분위기를 털어내며 아이오닐이 화재를 돌렸다.
“잠시.”
그 물음에 답하기 위해 배리어스는 눈을 감고 귀에 손을 올렸다.
일정 거리에 있는 휘하 미스틱 도어 부대들의 눈과 귀를 빌리는 술법.
정안을 익숙하게 해주었던 다각도의 시선과 다방면의 파동, 다중의 정보를 동시에 받아들여 개인의 것으로 정련해내는 스킬이 발동해 빠른 시간내에 정보를 수집했다.
그리고
“허.”
수집한 정보를 읽어들이던 그가 놀랍다는 듯이 탄성을 뱉었다.
“왜 그러지? 어디 쯤 이기에 그러나.”
아이오닐이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고, 배리어스는 자신이 본 정보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면서도 답했다.
“우로보로스…회전.”
“미친..!”
배리어스의 말을 들은 아이오닐 역시 놀람을 금치못했따.
우로보로스 회전.
그것은 천년혈전의 모든 것이 끝을 맞이하는 최후의 전쟁이었으니까.***푸쉬쉬…
허연 증기가 뿜어져나왔다.
가상현실세계-천년혈전에 접속하는 접속기이자 사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역할을 하던 이 안개는 과도한 사용으로 그 역할의 최후를 고했다.
“와, 나온다.”
“미친, 진짜 이걸 다하다니.”
“‘브레이커’라면 솔직히 혹시나 하고는 했지만…”
“이것 봐. 죽은 횟수가 323521회야.”
외부에서 읽을 수 있는 정보를 보던 모두가 혀를 내둘렀다.
천년혈전은 한 번 들어가면 죽음으로서 밖에 나올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굳이 나오지 않고 그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반복할 수 있다.
그리고 브레이커는 천년혈전의 시작인 마틀란카 혁명부터 시작해 모든 것의 끝인 우로보로스 회전까지, 323521회의 죽음을 겪으면서도 단 한번도 나오지 않고 전부 클리어한 것이다.
무려 1천년의 시간이다.
물론, 중요치 않은 사건은 빠르게 넘어가니 실제로는 몇백년이라지만 바벨에 와서 정말 질린듯이 싸운 지금에도 50년이 흐르지 않았다.
그런데 그것보다 몇 배는 되는 시간 동안, 수십만번의 죽음을 경험하며 싸우고 또 싸운 것이다.
“후…”
수백년의 전투를 치르고 밖으로 나온 브레이커는 깊게 숨을 내쉬며 눈을 감았다.
체감상으로는 수백년이나 흘렀는데 밖의 시간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았음은 알고 있었다.
“놀랍군.”
스스로의 몸을 움직이며 기억의 흐름을 쫓는다.
천년혈전이라는 우주적 규모의 전장.
그 곳에는 도저히 상대할 자신이 없는 적들도 수두룩했다.
진정 초월적인, 행성크기만한 괴물들과 함선들.
아군이었던 이들과도 싸우고, 적군이었던 이들과도 힘을 합쳤다.
어차피 데이터에 불과할지라도 지나쳐간 머릿수만 수십조에 달한다.
그것들을 하나하나 다 기억할순 없지만 그 오랜 시간 싸우며 익히고 몸에 박아넣듯이 했던, 이미 자신이 가졌던 전투스킬의 활용의 극의와 정안이라는 그 놀라운 비의를 되새기는 시간을 실로 가치있는 시간이었다.
‘손실이 없다.’
놀랍게도, 분명 수백년의 시간이 흘렀건만 자신의 의식은 이 곳에 분명히 남아있다.
인류제국의 다른 인물들에 대한 정보에 대한 기억에 조금의 손실도 없다.
정말 많은 것을 얻었다.
하지만, 진정 큰 것은.
“개안開眼.”
-정안正眼 Rank S- 발동
-바르게 봅니다.
정안을 개방해 높은 하늘을 바라본다.
수 많은 색채와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고, 머리 속의 기억이 시각정보가 되어 흩날린다.
그것들을 익숙히 차곡차곡 정리하자니 과거의 기억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 중엔 수면 밑으로 묻어두었던 기억도 있다.
‘메르헨.’
아무런 재능도 없던, 잉여인간과 같던 자신에게 미소지어주던 그녀.
자신을 살리며 죽어버렸던, 자신의 원죄가 떠오른다.
“….”
그녀와 함께 했던 추억이 부상하고, 순간적으로 그 시간을 거닌다.
당장 어제만 해도 비명을 내질렀을 것이다.
이 광경을 만들어내는 눈알을 후벼파버리고 싶은 욕망에 차올랐을 것이다.
허나, 이젠 다르다.
단 하루가 지나며 수백년의 시간이 흘렀고, 그 시간 동안 많은 죽음을 보고 겪었다.
그 끝에,
“이제는 괜찮아.”
이제는 그것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오르카.’
지나가버린 과거 속에서 그녀가 미소짓는다.
‘메르헨.’
그녀를 마주하며 브레이커 역시 미소짓는다.
스르르…
환상과도 같은 과거는 물거품과 같이 사라진다.
브레이커는 그것을 피하지 않고 지켜보며 미소짓다가, 다시 살짝 올린 입꼬리를 내린다.
“…”
차분히 감았다가 다시 뜨는 눈.
그 곳에는 언제나와 같은 차가운 눈빛이 감돈다.
끝을 알 수 없이 타오르던 불꽃은 조금도 사그라지지 않았다.
그저, 더욱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 더욱 깊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때가 됬군.”
모든 것을 지켜보던 운성은 마침내 미소지었다.
이제 다음 스테이지로 갈 시간이다.
========== 작품 후기 ==========
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