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ower of Babel and the Only Begotten Son RAW novel - Chapter 313
00313 암흑무저갱暗黑無低坑 =========================
수련열풍이 한창 불고 있는 와중이지만 인류제국이 그간 해오던 기본적인 업무를 태만한 적은 없다.
주변 정찰, 국지적 원정 활동, 정보 수집등의 업무는 비록 에덴의 일행이 많은 지원을 준다고는 하지만 스스로가 해야 할 일이었다.
그리고 현재 아이오닐은 3대정보기관이 수집하고 정리하여 보고한 것들과 운성이 준 수정구를 대조하고 있었다.
“역시나인가..”
두 가지의 정보를 대조한 결과 나오는 지점, 고개를 올려 벽에 걸린 지도를 바라보는 아이오닐은 시가를 입에 물며 불을 붙였다.
후.
뿌옇게 뿜어진 연기가 지도까지 올라서며 사라져갔다.
‘중앙은 인류제국.’
작성자의 시점이 자신들이기에 중앙에는 인류제국의 본성이 큼지막하게 그려져있다.
주변은 자잘하게 정복활동을 벌이며 다른 종족들이 살던, 지금은 중간 보급 기지 혹은 통신소 정도로 이용되는 곳이 있었으며, 그 외에도 큼지막한 전투를 벌여야 했던 곳은 야전기지 정도로 표시 되 있었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는 동북쪽에 존재하는 부패왕국.
라-파르테의 심장을 이용한 수련장이자 후방거점에 있는 이들의 재활장치가 존재하는 곳이다.
서남으로 가자면 만신전.
일단 지상은 대충 스테인이 깔끔하게 쓸어버리고 정수는 운성이 먹어치워버렸다고 해도 지하에 자리잡은 것들이나 숨겨져있던 의식의 장소는 잘 활용하자면 충분히 쓸만했다.
이런 한 세력의 본진이 되었고, 게다가 비슷한 인간이 사용하던 만큼 의식의 제단은 쉽게는 만들 수 없는 것들이 많았고 쓸만한 것들을 잘 수리하고 보수해서 재활용했고 기능이 죽어버린 것도 어느정도는 다시 살려낼 수 있었다.
거기서 다시 서북으로 가면 자유연합이 있던 장소가 나온다.
과거 앙그라 마이뉴가 있던 장소는 압도적인 독기가 끊임없이 나오던 곳으로 사령술사 모비딕스조차 완전히 제거하지 못하고 인외의 비법으로 막아놓기만 했던 곳이다.
당장에 활용하지는 못해도 그것은 연구할만한 가치가 있었고, 자유연합이 행했던 연구결과들은 그 과정이야 끔찍하고 사람이 할 짓이 못 되었다고 하나 그 지식의 가치는 무시할 만한 것이 못 되었기에 역시나 재활용중이었다.
이렇게 인류제국의 본성이라는 한 개의 주성과 부패왕국, 만신전, 자유연합 3개의 부성이 지도에 그려져있었다.
북쪽의 뒤틀린 뿔 산맥은 아직 도저히 쳐다도 못 볼 공간이었으니 3대정보기관은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며 그것을 토대로 행보를 회의해 나갔고 이제 다음으로 갈 곳으로 북서쪽을 집어냈다.
바벨이 아래에서 위로 탑을 오르길 강요했듯이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그들에게 정해진 행보를 강요하고 있다면 그것이 적어도 한번에 사지로 몰아넣는 것은 아닌 사지처럼 보이는 순차적 단계가 있다는 계산하에였고, 주변의 정보를 모으다보니 다음의 그들의 행보는 북서가 나온다는 것이 그들의 보고였다.
그리고 그것은 운성이 보내온 수정구도 마찬가지.
“암흑무저갱…”
갱이라하면 땅으로 판 굴을 의미한다.
당연히 빛 들일 없다고 봐야 되겠지만 굳이 암흑이란 말까지 붙인 이유는 무엇일까?
“그러고 보니.”
문득 떠올랐다는 듯이 입에서 시가를 빼들며 연기를 뿜어냈다.
“요새는 땅 밑으로 많이 들어가는군.”
가장 최근에 싸운 부패왕국도 지하 깊숙한 곳이었고, 자유연합과의 결전 당시 앙그라 마이뉴가 있던 곳 역시 땅밑이었다.
2번이 많다고는 할 수 없으나, 요 근래 가장 중요했던, 인류제국의 세력을 모두 쏟아부어 치루었던 결전의 장소가 전부 땅 밑이니 느껴지는 감정도 새로웠다.
“옛날엔 저 하늘 높이에서도 많이 싸웠는데.”
하늘을 떠도는 부유성에서의 전투, 한 국가 정도의 크기였던 하늘을 달아다니는 짐승, 천공수天空獸 에게르토를 종횡하며 싸운 전투.
“하늘마루에도 오르고, 불타는 무지개다리도 건넜는데.”
까닥하다간 수십km아래로 곤두박질칠 고공에서 이어지는 전쟁과 전투들.
“이제 와서야 무슨 의미가 있겠냐만은.”
쯧.
혀를 차며 그는 문서를 접어넣고 수정구를 바닥에 둔 뒤 지도로 다가갔다.
파피루스재질로 보이는 오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지도지만, 당연히 그런 단순한 기능만 있을리가 없다.
웅.
아이오닐이 지도를 향해 손을 뻗자, 아이오닐의 주변에 방을 가득채우는 반투명한 거대한 입체적인 지형이 그려졌다.
이것이 이 지도의 효과.
사전에 수집해온 정보가 각인되면 그 지형을 어디서든 이렇게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
몇 번의 조작을 더 하면 실시간으로 상영도 가능하다.
“아직까지는 여기인가…”
작은 미니어처처럼 펼쳐진 지형.
그 중 일정부분이상은 안개로 가려져 보이지가 않는다.
그 곳이 인류제국에서 지금까지 알아낸 부분.
더 알아보기 위해선 직접 가봐야 할 필요가 있다.
“좋아.”
아이오닐은 고개를 끄덕이며 시가를 어깨 뒤로 던졌다.
특수한 장치가 된 시가는 마력이 유입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가루가 되고, 그것보다 작은 고운 입자가 되어 마나로 환원되어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보지도 않은 채 아이오닐은 입을 열었다.
“거기 있소?”
“물론.”
그러자 아이오닐의 뒤 쪽에서 운성이 나타났다.
“매번 느끼지만, 내가 보안을 허술하게 한 것은 아닌데 말이오.”
“모든 것은 상대적이니까.”
산보라도 나온듯이 설레설레 걸어오는 운성을 마주하며 아이오닐은 쓰게 웃었다.
“그래서, 당신이 지금 이 정보를 주었다는 것은 이제 때가 되었다고 보면 되겠소?”
“우리의 여유는 여기까지란 뜻이지.”
“그렇군.”
피토하는 훈련을 했지만, 그런 훈련이 가능했던 환경자체가 평화요, 여유였다.
그 전까지는 그런 훈련조차 자유롭지 못 한 곳에 살았으니까.
“꼭 이렇게 일분일초를 쫓기듯 가야 되냐고 묻고 싶지만.”
“의미 없는 질문인 것은 네가 더 잘 알테지.”
솔직히 편한 시간은 아니었다.
가상현실세계 – 천년혈전을 통해 거의 대다수가 십여번도 넘게 죽음을 체험했다.
훈련의 감각 향상을 위해 조금도 고통을 줄이는 싱크로율 조절을 하지 않고, 각양각색의 방법으로 죽음을 체험했고, 스스로가 그 행동을 결정했다.
당장 자신만해도 바늘보다 더 가는 것으로 모공이 전부 꿰뚫리며 죽어보고 온 몸이 태양보다 더 뜨거운 불길에 녹아내리는 등 별에 별 죽음을 다 겪어봤으니까.
그러나 그렇게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것 또한 결국 여유다.
이 빌어먹을 세계는 항상 자신들에게 선택을 강요한다.
준비를 한 후 선택을 하면 참 좋겠지만, 여기서 조금이라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선택을 하며 다음 선택을 위한 준비를 해야한다.
지금처럼 온전히 준비만 할 수 있었던 것에 감지덕지다.
“이번에도 당신들은 같이 갈 것이오?”
“필요에 따라 달라지겠지.”
“알겠소.”
같이 있으면 분명 든든하나, 이 남자는 언제나 필요에 따라 행동한다.
따로 행동한다면 그 또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준비?”
“그렇소. 지난번 독약을 삼킨 것 처럼.”
48시간의 제한시간 달린 시한 폭탄을 스스로의 몸에 심었떤 그 시절처럼, 혹시 또 뭔가 해야할 게 있을까?
“준비라면 많이 했잖아.”
“정안正眼말이오?”
“그래. 이번엔 잘 보면되.”
“그렇군.”
괜히 암흑무저갱일까.
“알겠소. 출발시각은?”
“길게 들일 것 있나. 내일 바로가지.”
“…참, 행동력 강한 사람이오. 당신은.”
만신전에서부터 시작된 그와의 인연을 보자면 그는 필요하면 바로바로 실행한다.
일단 정했다고 생각하면 바로 행동한다.
“싫나?”
“…그럴리가.”
그렇기에, 오히려 믿음이 간다.
언제든 실천할 수 있는 결단력이 존재하기 위해선 사전요구되는 튼튼한 준비성.
그것을 완비하였으니 동업자로서 어찌 믿음이 가지 않을리가 있을까.
“언질이라도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하는데.”
“말해줬잖아.”
“그 말은, 더 일찍 말해줘봐야 의미가 없다고 받아들이겠소.”
일찍 말해준다면 여러 준비를 할 테니 좋겠지만 굳이 그러지 않는 이유는 있을 것이다.
말해줘봐야 자신들을 납득시키는데 드는 시간이, 자신들이 독자적인 조사를 하겠다고 날리는 노력이 그런 것들이 너무나 낭비라 생각되니 그러하겠지.
“이해력이 좋아서 좋아.”
“아무렴 당신만 할까.”
자신이 어떤 말을 하던, 어떤 행동을 하던.
그 밑바탕에 숨겨진 의도를 이해하고, 자신이 어찌 행동하고, 어찌 놀아날찌 전부 이해해버리고 계획을 짜버리니 방도가 없다.
클클 거리며 사라져가는 운성을 보고 있자니 그저 다 피워서 치워버린 시가가 당긴다.
“안 되지, 하루 할당량은 정해져있으니.”
정신안정과 심신이완, 사고청명의 효과등이 있으나 그것을 너무 의지하면 그것은 곧 마약이 되는 법.
“어차피 기호지세. 물러날 길은 없다.”
달리기 시작한 호랑위에 올라탄 형국이다.
어설프게 멈춰설 수 도 내려설 수도 없다.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길 강요당하며, 그 상황에서 가능한 최선을 모색할 뿐이다.
========== 작품 후기 ==========
으으, 어제 한편 다썻다가 컴터꺼지고, 한 번 더 썻다가 인터넷 또 꺼져서 멘붕와서 오늘써요 흨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