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ower of Babel and the Only Begotten Son RAW novel - Chapter 358
00358 망량군도 =========================
“아빠! 알아왔어요?!”
함선과 함선 사이를 날아 건너오는 바랑마다를 반기며 일단의 무리가 다가왔다.
“시끄러, 누가 네 아빠냐.”
그 중 선두에 있던 붉은색의 반쯤 소녀와 같은 이가 쪼르르 달려왔다.
“음, 그럼 오빠?”
“미친년.”
“헉!”
바랑마다는 땀에 젖은 머리를 거칠게 쓸어넘기며 다가오는 무리 앞에 섰다.
“땀? 왜 그렇게 젖었어요?”
“아버지, 괜찮습니까?”
“단장. 무슨 일 있었어요?”
그 짧은 시간에 뭘 하면 저리 지칠 수 있을까.
모두가 걱정 스러운 표정으로 다가오자 바랑마다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손을 내젓…다가 아니, 별건가 싶어 손을 멈췄다.
“괜찮은, 아니 꽤 큰 소득이 있었다. 짧은 시간안에 엄청난 소득이었지. 다만, 그 시간안에 그 만큼의 소득이나 얻을 만큼 대가가 커.”
“대가요?”
“그게 무엇입니까?”
“가장 흔한 것이지. ‘고통’.”
“헤헤, 그거 되게 무난하네요.”
강한 힘을 얻기 위해 큰 고통을 겪어야 하는 것은 굉장히 무난한 선택지다.
어떤 것들은 신체 일부에 제약을 걸거나 해야하는데, 그 어떤 것들이 꽤 많은 편들이란 것을 생각하면 겨우 고통이란 말은, 고통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여타의 후유증이 없기에 무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단장 모습이 그 정도라니까, 좀 무섭기도 하구요.”
고통을 이 악물며 참아내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 한해서는 누구랑 비교해도 서러울 바랑마다 쯤 되는 사람이 저렇게 땀에 젖어왔다고 하니, 그가 저렇게 별 거 아니라고 도저히 말 못할 쯤 되니 솔직히 좀 두렵기도 했다.
그들은, 뼈를 갈아마시는 고통을 이 악물며 참아나고 나가는 것이지, 고통을 즐기는 변태들이 아니니까.
“어설프게 익힐 마음은 버려라. 솔직히, 만반의 준비가 필요해. 지금 당장 익힐 수 있는 이들은 고작해야 여기서 인원의 1% 정도겠지.”
“1%…”
바랑마다의 말에 모두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바랑마다의 아이들하면 그 바랑마다가 책임지고 전장에서의 생존을 가르키기 위해 직접 굴리고 굴린 이들이다.
마력을 사역하는 이들이면 아무래도 육체를 움직이는 강체와 내공에 비해 육체능력이 떨어지는게 당연함에도, 그들을 따라잡기 위해 직접 굴리고 굴렸다.
당연 뼈를 깎는 고통을 느끼게 하는 훈련의 나날을 보내게 했다.
그런 그가 어떤 직접적인 육체의 후유증도 없는 순수한 ‘고통’ 때문에 훈련을 망설인다.
“점점 더 부담스러워 지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꼭 해야된다는 거겠네요?”
“차원이 다르니까.”
차원이 다르다.
바랑마다는 스스로가 말하고도 꽤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그 외에 달리 더 수식할 말도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알겠어요, 그럼 처음은 제가 해도 되겠죠?”
“레아.”
가장 먼저 나선 이는 어깨까지 기른 적발의 소녀와 같은 느낌을 가진 여성.
레아 아스티나, 이명은 최약最弱의 마법사.
“많이 아플거다.”
“헤헤, 괜찮아요.”
퉁명스럽지만 숨길 수 없는 걱정을 담아 말하는 바랑마다에, 그녀는 웃으며 답했다.
그리고 그걸 보는 다른 이들은 야유를 보냈다.
“우우, 편애합니까!”
“너무한데요! 아버지!”
그 답지 않은 모습에 모두가 야유를 보냈고, 바랑마다는 흥 하며 손을 내저었다.
“니들도 딸 키워보던가.”
“헉, 딸?! 아빠!!”
“시끄러.”
감동했다는 듯한 목소리로 안겨드는 레아 아스티나를 밀어내며 바랑마다는 아까의 일을 상기했다.
욱씬!
떠올리는 것만으로 기분나쁜 고통이 함께 부상했다.
“시간이 없다. 다음 섬에 도착하기 전에 빨리 빨리 최대한 해야해.”
“얼마나 걸릴까요?”
“시술이라 해야 되나, 그 자체는 짧지. 후유증이 문제니까.”
그 고통에 어느 정도나 되서야 벗어날 수 있는가, 그게 문제다.
“OK. 알겠어요. 시작해요.”
바랑마다가 하는 경고를 흔치 않다.
그것을 잘 아는 그녀는 마음을 다 잡고 다가섰다.
비록 그 시간은 짧았지만, 그녀가 아는 만큼 바랑마다도 자신의 아이들이 자신을 알아주리라 믿었기에 더 이상 군말없이 두 손가락을 자신의 이마에 붙이며 정신을 집중했다.
찌릿!
두통이 일었다.
그것을 두통이라 여기는 순간, 온 몸이 고통의 비명늘 내질렀다.
“———!!!!!!!”
부릅!
눈이 터질듯이 크게 떠지며 핏발이 서올랐다.
정말 짜릿한 고통이다.
좀 익숙해지면 모를까, 어린아이가 강제로 내던져진 사회에서 그 가혹함을 깨닫듯, 처음 겪는 개인이 견디기 힘든 세계라는 고난이 그에게 고통을 선사했다.
우웅.
터져나올 듯한 비명을 겨우 참아낸 바랑마다의 두 손가락에, 예의 운성이 보여주었던 현상이 일어났다.
아주 작은 구체의 무형의 무엇인가가 응어리졌고, 그것은 불투명인지 투명인지 구분할 수 없는 모양새에 그것이 존재하는 공간을 왜곡시키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걸 겨우겨우 참으며 바랑마다는 레아 아스티아를 향해 뻗었다.
“…헤헤.”
정말 쉽게 본 적 없는 바랑마다의 고통에 찬 표정에, 레아 아스티나는 그를 향한 걱정과, 그녀 자신을 향한 걱정에 조금은 눈동자가 떨렸지만, 겨우 헤픈 듯한 웃음으로 무마하고 이마를 가져다 댔다.
그리고,
“————–꺄아아—–ㅏ———–ㅏ–아악!!!!!!!!!!!!!!!!!!”
비명이라는 소리의 흐름이 끊어질 정도의 고통을 느꼈다.
그건 정말 미칠 듯한 고통이다.
아니, 이걸 고통이라 해야할까.
이건 온 몸의 감각이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하는 느낌이었다.
인간의 오감이 미쳐날뛰었다.
단맛,짠맛,신맛,쓴맛,감칠맛,지방맛의 미각과 미각인 것 같지만 미각이 아닌 매운맛,,떫은맛,냄새등이 하나하나가 느껴지고, 후각으로 맡을 수 있다 생각하는 모든 향이, 시각이 보아왔던 모든 영상들이, 청각이 들을 수 있는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가장 높은 곳에서부터의 주파수대가, 온갖 끔찍한 고통으로부터 시작해 온갖 찬란한, 그리고 저열한 쾌락이.
평생에 느낄 감각을 순간에 느끼는 감각은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을 그녀에게 선사했다.
그리고,
“———!!!!”
그와 똑같은 것을 바랑마다는 이를 악물며 버텨냈다.
‘미치겠군.’
적당히 가려서 해.
운성이 내뱉었던 이 말, 처음에는 이 고통을 이겨낼 이들이 그리 많지 않음을 뜻하는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나를 위한 소리였던가..’
느껴지는 극악한 고통에 바랑마다는 이를 부서져라 깨물었다.
매 순간 이 시술을 할 때마다 상대가 느끼는 고통을 자신이 똑같이 느낀다.
‘…이걸 대체, 어떻게 버틴 것이지?’
최초에 자신이 느꼈던 고통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기억을 관장하는 뇌리의 어딘가가 욱씬거리는 느낌이다.
그런데 그걸 분명 운성은 그저 피식 웃으며 버텨냈었다.
“——-아아아–아아아악!”
고통을 억누르며 겨우 고개를 들어, 소중한 자신의 아이, 레아 아스티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제길, 다 도와.”
“네!”
“아이고!”
바랑마다는 마력을 끌어올렸고, 그에 맞춰 주변에 있던 다른 이들도 마력을 끌어올렸다.
화르르륵.
그런 그들에게 화끈한 열기가 들이닥쳤다.
그 열기의 근원은 고통에 비명을 내지르는 레아 아스티나.
그녀는 전신을 휘감는 뜨거운 불꽃을 피워내고 있었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저게 무엇인지는 질리도록 잘 안다.
그녀의 별명은 최약最弱의 마법사.
그렇게 불리는 이유는 그녀가 사용하는 마법의 가짓수가 정말 극도로 작기 때문이다.
다른 이들은 수천 수만개의 마법을 익히고 변형해 사용하는데, 그녀가 사용하는 것은 10가지도 안된다.
그런데, 그것은 달리 말하면 이렇게도 이해할 수 있다.
고작 10가지도 안되는 마법만으로 이 곳 까지 살아남을 수 있다.
화르르르륵.
“관제는 내가 한다, 너희들은 보좌해.”
“알겠습니다!”
“라져!”
촤르륵.
바랑마다는 품에서 부적들을 꺼내 흩뿌리듯이 주변으로 던졌다.
거칠게 던져진 부적들은 곧 날아가더니 고통에 차오르는 레아 아스티나를 주변으로 원형의 고리처럼 펼쳐져 공중에 떠올랐다.
화르르르르륵.
넘실거리는 뜨거운 화염이 거칠게 불타올랐다.
그리고,
구우우우우우웅!
거대한 화마가, 모든 것을 씹어삼킬 것 같은 불꽃이 폭발했다.
“큭!”
바랑마다가 이를 악물여 정신을 집중했다.
그의 뒷편에 있다가 마찬가지로 부적을 따라 원형을 그리며 빙글 돌아선 다른 단원들도 정신을 집중했다.
뚜드려 패서하는 제압이라면 쉽다.
하지만 상대는 그들의 소중한 동료.
그녀를 상처하나 없이 제압해야한다.
이런 경우 그 개인에 따라 난이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는데, 지금 상대하는 것은 최약의 마법사 레아 아스티나.
난이도를 굳이 표기하자면 극악極惡이다.
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거대한 불기둥이 원형의 고리를 이룬 부적을 따라 저 위로 치솟았다.
하늘까지 태우며 피어오른 불기둥은 죽을힘을 다하는 주변 이들에겐 참 미안하게도 너무나 아름다운 경관이었다.
========== 작품 후기 ==========
화륵화르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