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ower of Babel and the Only Begotten Son RAW novel - Chapter 428
00428 결정 =========================
“오빠.”
“왜.”
“심심해.”
“삼킨 것들 꺼내서 가지고 놀렴.”
“흥!”
땅의 그림자에서 상반신만 튀어나온 어둠이는 심통이 났는지 밑으로 손을 넣어 집채만한 생물을 쑤욱 꺼내들어 운성을 향해 던졌다.
그것을 가볍게 받아내어 다시 땅에다 박아넣은 운성은 마저 하던 일을 했다.
또 다시 볼이 뿔룩해진 어둠이는 몸 보다 더 큰 칼 2개를 꺼내들고 달려들었고, 어디선가 나타난 라이오넬이 달려와 머리로 박아버렸고, 거기에 맞고 날아간 어둠이는 땅바닥을 구르고 구르다가 부들부들 떨며 라이오넬에게 달려들었다.
둘은 서로 얽히며 땅바닥을 굴러다녔고 그러든 말든 운성은 하던 일에 열중했고, 이것을 보던 스테인은 그저 웃었다.
“그래서, 이대로 계속 진행합니까?”
“그래야지.”
인류제국이 자신들만의 길을 결정하고 독자적인 길을 걸어나갔듯, 에덴의 일행도 자신들의 길을 걸어나갔다.
사실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결별을 선언한 것은 인류제국이지만, 지금도 운성은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직접적 간섭의 차이냐, 간접적 간섭의 차이일 뿐이다.
다만 오래전엔 간접적인 간섭을 했고, 그 다음엔 직접적인 간섭을 했을 뿐이다.
그러다가 다시 좀 멀어질 필요가 있었고, 마침 그들의 선택에 따라 갈라진 것이다.
“제법 낮은 가능성의 선택지였는데, 이뤄졌군요.”
“변수라는 것은, 언제나 차고 넘치니까.”
모든 것이 생각대로 이루어지리라고는 여기지 않는다.
따라서 전혀 다른 과정과 결과의 여러가지 선택지를 생각해두지만, 그럼에도 일어날 확률이 높다고 여겨지는 것들이 있다.
스타이너의 결정에 이어 아이오닐의 가세는 분명 가정해두었던 일이지만 그 확률은 상당히 낮게 측정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그런 결과는 벌어졌다.
그것이 최고의 결과냐고는 확신할 수 없지만, 그렇게 낮은 결과의 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은 인간에게 잠재된 가능성을 보이는 것만 같아서 운성으로서는 썩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발전은 좀 있나?”
다만 그래도 그들에 제약이 있는 것은 결국 최종층은 순차적으로 가야할 루트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 인류가 닦은 길 보다 더욱 깊은 곳을 함부로 개척해버리면 최종층의 격이 올라가 인류제국이 상대해야 할 난이도가 말도 안되게 높아져 버린다.
안 그래도 매 순간 한계에 부딪치며 달려오는 그들이다.
계단식 강함도 정도껏이지, 다음 난이도가 계단 수준이 아니라 절벽급 차이를 만들어버리면 그가 가진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물론 그 계단도 어지간히 아찔한 차이를 가지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만큼 극한을 겪게해야 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에덴의 일행의 발전은 늦추어질 수 밖에 없다.
이제 대부분, 각자의 방면에서는 운성의 아성을 넘보기 시작했기에 그들의 강함을 더욱 단련시키는 것은 운성이라도 쉽게 관여할 수 없는 영역에 이르렀다.
세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과 그들이 가는 길에 관한 것은 또 다른 영역이었기에, 에덴의 일행은 서로 겨누며 각자에게 필요한 길을 찾아 나아갔다.
“워낙에 알게 많다보니까.”
“막히는 것은?”
“막힐만큼 여유롭지도 않거든요.”
“그래?”
운성은 다시 고개를 숙이며 눈을 감았다.
스타이너는 육공의 모든 분야를 연구하고, 삼라만상의 비의를 향해 나아가며, 때에 따라 소피아와 교류하며 그녀의 코덱스기가스를 연구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그게 그가 가장 강하다거나 가장 아는게 많다고는 하지 못한다.
분야가 넓은 것과 한 분야에 깊은 것은 또 다르니까.
다만, 그것이 그가 어디 막힐 여유는 없다는 것은 된다.
소피아의 일월성신日月星身을 연구하여 인격을 분화하고 다시 신경을 가속해 남들과는 다른 시간감각을 살아가며 운성과 대화하는 이 순간에도 각종 연구를 계속하지만 해야할 것은 줄어들지를 않고 있다.
“당신은 어떻습니까?”
“글쎄.”
운성의 강함은 이제 벽에 다다랐다.
전생에 아둥바둥 살아보겠다고 익히던 것들은 당시를 풍미하던 이들에 비해 저급하기 그지 없었다.
당시 인류가 익혔던 대부분의 것에 손을 뻗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끝에 다다르고도 십존끝트머리에도 못 걸칠 지경이었으니까.
그 덕에 그 경지에 한해서 전생에 이르렀던 것에는 지금 다 이루었다고 볼 수 있지만 그 급이 낮기는 참 비참하게 낮다.
벌써부터 부분적으로 에덴의 일행에게 추월당하고 있는 정도니까.
그럼에도 운성이 다른 이들과 붙었을 때 압도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것은 그런 많은 경우의 수를 십분 활용해 극악의 상성의 수법을 꺼내든 덕이다.
현 세계의 극에 이른 이들은 정말 오랜 시간을 쉬지 않고 싸울 수도 있지만, 아주 짧은 찰나에 그 승부가 결정이 지어지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 말은 역으로 하자면 에덴의 일행도 정말 조합을 잘 짜면 지금 이 수준에도 운성을 골로 보내버릴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이제 운성에게 남은 것은 최후에 로드마이어와 함께 자폭한 수법 뿐이다.
최종결전.
십존에 이르던 이들의 2할이 초반에 저격당해 쓸려나가고 어떻게 버티던 이들도 결국 마크당해 죽어나갔다.
흔히 말하던 제 천명에 쓸려나갔다고 해야할까, 앞서 나간 이 일수록 그에 비례해 극도로 어려워지는 현실에 죽어갔고, 오히려 어정쩡하게 약한주제에 정말 다양한 수법을 어정쩡하게 쓸 수 있었던 운성은 상대적으로 적은 관심속에 어떻게든 꾸역꾸역 버티다가 마지막에 얻은 것으로 최후에 장렬하게 자폭할 수 있었다.
다만 그 자폭수는 지금 도저히 쓸 수가 없다.
아니, 쓸 수 없는 수준이면 그나마 낫지, 연구를 위해 제대로 실현시킬 수 도 없다.
그건 실현시키는 순간 존재의 소멸이 강요당한다.
그럼 앞으로 얼마간 남을지 모르는 미래가 벌써부터 막을 고하니, 운성으로써는 정말 이론적 실험 밖에 답이 없었다.
허나 그것만으로도 분명 가치가 있긴 했었다.
그것은 아직까지도 풀지 못한 과거 회귀에 대한 근거가 되어줄테니까.
실수로라도 스테인이나 소피아가 그것을 구현시켜 훅 가버리지 않게 조심하여 부분적인 과제를 내주기도 하여 그들의 연구결과를 보기도 하며 그 나름대로의 노력을 하고 있었다.
물론,
“아직 모르겠군.”
그 결과는 아직도 오리무중.
어두운 밤길을 등불 없이 걸어가는 느낌과 같아서 운성은 그저 눈을 감았다.
‘대체 어느 정도길래.’
그런 그를 바라보는 스테인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그가 바라보는 운성은 마치 지구시절에 수천년 미래에서 온 사람과 같았다.
미래에서 과학자를 하던 인물은 아닐 지 몰라도, 어쨌건 수천년의 시간이 밝혀낸 비의를 알고 있는 남자인데, 그런 이도 아직 감도 제대로 잡지 못하겠다고 말하는 지식은, 과연 인류라는 종에게 허용된 지식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당장 그가 가끔씩 자신과 소피아에게 던지는 질문이 그러했다.
물을 때 마다 카테고리가 다른 것 같은 그것들의 공통점은 답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연구할 때 마다 다른 견해로 들어갔을 때 다른 결과가 나오고 그것들을 보고할 때 마다 운성은 그럴 수 도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데 그것은 어떤 것이든 스테인에게 있어서 새로운 연구 소재가 되어주었다.
사실 그럴 만한 것은, 운성이 고민하는 것은 결국 전생에서 최후까지 남았던 로드 마이어도 어쩔 수 없었고, 그것을 사용한 운성도 제대로 알지 못하던 우연인지 필연인지도 알 수 없는 결과이자 현상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것을 알 리 없는 스테인은 그저 운성이 다시 눈을 감고 사색에 빠져들자 저 쪽 한 편에서 아직도 투닥거리고 있는 어둠이와 라이오넬을 한 번 슥 보고 약간의 기분전환을 한 뒤 발걸음을 돌렸다.
이런 밑도 끝도 없는 심연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는 그의 삶의 이유인 엘리스 레인을 보러가는게 답이 었다.
아마도 그녀는 저 깊은 곳에서 세계수의 화신 뮤즈와 그랜드 터틀의 화신 거북이와 함께 놀고 있을테니 아픈 머리를 식히기에는 나쁘지 않을 터이다.
***
마땅히 어디로 갈 수 없는 에덴 일행이지만, 부족한대로 그들이 행하는 방법은 있었다.
일단 그들 개개인도 강자니까 서로 서로 겨눠보는 것.
물론 사선을 넘는 혈투를 벌일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그들 나름대로 서로 전투를 반복하다보면 자신들의 약점을 발견하게 되고 각자의 분야에서 각자 월등히 앞 서 있는 그들은 자신의 약점을 궁구하며 매 번 진화한다.
그럴 때 마다 서로 서로의 약점을 찌르고 다시 보완하고를 반복하니 확실히 매 순간 진보해 나갔다.
“그럼 시작하자고, 브라더.”
“와라.”
태식을 필두로 한 트리니티와 아더가 마주했다.
얼마전 백운산맥을 다녀오며 스타이너를 보고 감명을 받았던 태식이기에 한 번 해보고 싶은게 있었다.
지금은 그걸 실험해볼 시간이다.
========== 작품 후기 ==========
정말 오랜만에 어둠이 등장!
사실 전화 댓글 보고 되게 뜨끔했습니다.
이번에 나올 예정이었거든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