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ower of Babel and the Only Begotten Son RAW novel - Chapter 429
00429 결정 =========================
멀랭 아더는 타인을 대할 때 냉소적이지만 타인을 평가 절하 하지 않는다.
브라더라며 부르며 다가오는 태식을 무시하며 지내지만 그의 강함까지 무시하지 않는다.
홀로 너무 강해진 주제에 굳이 트리니티라며 다른 2명과 함께 하려는 것도 무시하지 않는다.
그에게 있어 사회생활이라 불리는 인간관계는, 야만에서 자란 그에게 있어서 조금의 가치도 존재하지 않지만, 소피아와의 관계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태식이 가지는 그 친우들과의 관계를 조금도 깔아보지 않는다.
하지만 어쨌건 약한 것은 약한 것이다.
차라리 3명의 수준이 비슷하면 모를까, 태식만 기형적으로 강해졌기에 합이 맞지 않는 그들은 처음 만났을 때 만큼의 시너지 효과는 없어졌고 태식의 발목을 잡는 느낌이 되었다.
아니, 그랬었다.
그런데.
“쉽지 않지? 브라더?”
트리니티의 누굴 노리던, 어떤 타이밍에 노리던 귀신 같이 그를 막아서는 태식, 자신의 창과 주먹을 마주댄 그가 씨익 하고 웃었다.
***
태식은 생각했다.
개인의 의지가 세계에 각인되고 그로부터 세계에 쓰인 법칙을 바꿔쓴다.
그 의지는 세계의 일부가 되고, 세계가 된다.
그렇다면 세계란 무엇인가?
태식은 세계의 특정 지점에 의지를 먼저 보내고 그 의지로부터 육신을 구현 시키는 수법을 썼다.
그러던 도중 종종 그가 구현하는 지점마다 그 곳에 먼저 존재하는 의지를 느꼈다.
그것은 세계의 의지인가?
혹은 다른 무언가의 의지인가.
생각해본다면 개인의 의지가 세계의 의지에 반할 때 세계가 그 의지를 말살하려 드는 것도 웃기다.
모든 것은 결국 세계로부터 태어난다.
태식 자신조차 그렇다.
모든 것이 세계에 소유된다면 자신의 의지가 세계의 의지에 반할 리가 없다.
그럼에도 세계의 의지에 반하여 세계가 자신의 의지를 말살하려들고, 자신은 그것과 싸워나간다면 자신이 느꼈던 의지는 세계의 의지가 아닌 다른 것들의 의지란 말인가?
태식은 그 쪽에 가능성을 두엇다.
또한 자신의 의지가 작은 세계가 될 수 있음에 희망을 가졌다.
태식은 자신의 의지와 혜진, 천수의 그것들을 하나로 엮었다.
하나의 세계에 반하지 않는 의지들은 말살되지 않고 존재할 수 있다.
그렇다면 태식은, 트리니티는 서로에 반하지 않는다면 함께 할 수 있고 그것으로 작은 세계가 되지 않겠는가?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유사세계 – 트리니티trinity.
그들의 의지가 하나로 뭉쳐졌을 때, 그들은 물리법칙을 넘어서 하나가 된다.
바로 지금처럼.
쾅!
아더의 창과 태식이 부딪쳤다.
아더 특유의 적과 자신의 기세를 뒤섞어버리는 기예가 창이 주먹과 맞닿는 순간 발생하지만 곧 그 기세에 다른 무언가가 끼어들었고, 어느새 태식의 어깨 너머로 겨누어진 화살촉이 빛을 발하더니 쏘아진다.
숭!
1m 도 안되는 근접거리에서 쏘아지는 화살.
설혹 최종층에 있는 이들이 쏘는 활이라도, 이 정도 거리에서 쏘는 화살이라도 아더는 이빨로 물어뜯어서 막아내곤 했다.
그런데, 이건 그럴 수가 없다.
분명 화살을 쏜 이는 천수인데, 그 화살에 담긴 기운은 태식의 주먹에 담긴 그것과 똑같았다.
콰앙!
‘친다’라는 의지가 화살에 담겨 날아들어 아더를 뒤로 날려보내고 아더는 날아가면서 창으로 강하게 땅을 후려쳐 균형을 잡고 전방을 노려본다.
분명 천수는 화살이 날아온 곳 보다 더욱 뒤에서 활을 겨누고 있다.
저건 거기를 속이거나 쏜 화살을 숨기는 기예가 아니다.
확실히, 바로 앞에서 쏜 느낌이었다.
아더는 그 무엇보다 자신의 야성의 감각을 믿었다.
‘확인해 볼 필요가 있군.’
다시 한 번 창을 후려쳐 공중에서 자세를 바로 잡은 그가 허공을 강하게 밟고서는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단번에 태식을 넘어서. 천수가 아닌 혜진을 향해 쇄도하며 창을 크게 내려찍었다.
쾅!
이번에도 마찬가지.
분명 저 뒤에 있던 태식이 나타나 그 공격을 막는다.
의지를 먼저 보내고 육체를 구현한다?
뒤에서 날아드는 태식의 주먹을 허리를 돌려 쳐내며 그것은 아니라고 확신한다.
쳐내는 순간 땅 밑에서 솟은 식물이 그의 한 쪽 발을 노리고, 뒷통수에서는 맹렬히 쏘아지는 화살이 날아든다.
그 모든 것을 체공상태에서 화려하게 창을 휘둘러 막아내고 그대로 태식을 노리고 강하게 던졌다.
“휘유!”
휘파람을 불며 그 창을 마주한 태식은 창끝을 향해 정권을 내질렀다.
쿠웅!
자신의 주먹에도 의지가 실렸든 아더의 창에도 의지가 실렸다.
2개의 의지는 세상을 격동시키는 거대한 파장을 만들고, 지켜보고 있던 소피아가 나서 수인을 맺어 마법을 부려 그 파동이 에덴 동산 전체에 퍼지지 않게 막아냈다.
“떙큐!”
그런 소피아에게 감사하며 태식은 빈 손의 아더를 향해 뛰어들었고 그와 함께 각기 다른 방면에서 식물들과 화살이 날아들었다.
빈 손의 아더는 머리 위로 손을 들어올려 무언가를 꽉 쥐는 듯한 포즈를 취했다.
그 곳에는 맹렬한 기세가 회오리 치듯 몰려들었고, 그대로 아더가 바닥을 향해 그것을 내리꽂자 격렬한 용오름이 솟구쳐 자신에게 날아드는 것들을 모두 밀어냈다.
그러나 그 와중에 천수가 쏜 화살은 달랐다.
주문저격.
천수의 화살에 각인된 주문이 빛을 발하니 그 안쪽에 들었던 작은 빛 뭉치가 쏜살같이 날아들었다.
아더가 어떠한 행동을 취할 지 예상하고 쏜 한 수.
그에 당황하지 않고 아더는 손을 휘둘러 그 빛 뭉치를 잡아챘다.
그런데,
우득, 우드드득.
잡아챈 빛 뭉치가 폭발하듯 빛을 발하더니 그 안에서 수 많은 식물들을 쏟아냈다.
순식간에 자라난 식물들은 맹렬하게 아더의 손아귀로부터 몸쪽을 향해 쭉쭉 감기며 성장하기 시작했고, 아더는 그 쪽 팔에 힘을 주어 저항함과 동시에 반대쪽 손을 뻗어 다시 기세를 휘감았고 그 바람에 멀리 튕겨났던 창이 날아와 잡혀들었고 그것으로 쇄도해서 뻗어오는 태식의 주먹을 막아갔다.
“흡!”
연타로 날아드는 태식의 공격을 막음과 동시에 반대쪽 팔에 힘을 주지만 그 때 마다 식물은 형태를 변화시키며 어떻게든 그 한 쪽 팔만 물고 늘어졌다.
그 순간 아더의 눈에서 사나운 기세가 폭사됬다.
그것을 마주한 태식이 설마?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아더는 강하게 창을 휘둘러 태식을 튕겨내고 그대로 자신의 팔을 향해 창을 내리쳤다.
콰직!
팔을 휘감은 채로 덩쿨이 찢겨나갔다.
몸통에서 떨어진 팔을 찢겨나간 덩쿨은 맹렬하게 감아들어갔고, 그것을 한 번 내려다본 아더는 그대로 창으로 내리쳐 함께 짖뭉개 버리고, 잘린 쪽 팔을 태식을 향해 휘둘러 피를 뿌린 후 창을 내질렀다.
겨우 피에 시야가 막힐 리 없는 태식이지만, 무슨 흩뿌려진 피에도 아더의 기세가 담겨있어 일종의 암기같은 것이 되어 날아왔기에 그것을 막아내는 사이 내질러진 창을 막으며 뒤로 밀려난 태식은 그 사이에 기합으로 흘러내리는 피를 막고 순식간에 잘려나가는 팔을 다시 재생시키는 아더의 모습에 역시나, 하는 생각을 하며 혀를 내둘렀다.
그리고는 창을 겨눠오는 아더의 모습에 잠시간의 소강상태가 만들어졌다.
잠시간의 침묵.
그것을 먼저 깬 이는 아더였다.
“…아직은 여기 까지인가?”
“흐흐, 날카롭구만. 브라더.”
아더의 말에 태식은 씨익 웃어보였다.
유사세계 – 트리니티trinity의 정밀 구현은 딱 여기까지가 한계였다.
조금이라도 더 지났으면 파탄.
그것을 느낀 아더가 먼저 멈춘 것이다.
“흥.”
태식의 긍정에 흥이 식었다는 듯이 몸을 돌려 소피아에게 걸어갔고, 그 자리에서 태식은 지친 듯이 주저앉았다.
“으하하, 힘들구만.”
“수고했다.”
“수고했어.”
“니들도~”
그런 그에게 천수와 혜진이 다가왔다.
유사세계를 구현하기 위해서 모두가 고생하지만 그 중에서도 축을 이루는 태식의 고생이 가장 컸다.
애초에 유사세계라는 것은 강함의 척도가 되지 못한다.
그들이 구현하는 유사세계라는 것은 그들의 의지가 법칙이 되는 유사한 세계의 구현이다.
단순히 강함을 추구하는 것도 있는가 하면, 누군가를 치료하고자 하는 것도, 누군가를 지키고자 하는 것도 있는 것이다.
그 중 트리니티는 누군가와 함께 하고자 하는 의지가 만들어낸 것이다.
세상에 정면으로 부딪쳐나가는 태식의 의지가, 버리지 않으면 죽는다는 현실에 맞서싸우며 만들어낸 것이다.
“괜찮아요? 아더.”
“괜찮아.”
한 편, 재생시킨 팔로 장창을 등에 대충 걸어가는 아더에게 소피아가 뛰어왔다.
소피아의 걱정어린 물음에 아더는 그저 손을 저어 대답했고, 그에 소피아는 배시시 웃었다.
“아뇨, 아더. 질문을 바꿀게요. 부러워요?”
“….”
두번째 질문에는 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모습에 충분한 대답이 되었다는 듯이 소피아는 웃으며 그의 팔에 안겨왔다.
“고마워요. 아더.”
세번째 역시, 아더는 답하지 못했다.
========== 작품 후기 ==========
욥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