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ower of Babel and the Only Begotten Son RAW novel - Chapter 463
00463 도룡궐刀龍闕 =========================
차오르는 상념과 함께 아이오닐은 막연히 걸어갔다.
레이븐은 그런 그를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산책이라도 하려나 싶어 서 그저 그를 따라걷고 있자니 그가 번쩍 고개를 쳐들었다.
“여기까지만 해야겠다.”
“엉? 뭐를?’
갑작스러운 변화에 따라가지 못한 레이븐이 묻자 아이오닐은 고개를 돌려 따라온 그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의미없는 고민 말이다.”
인간은 참 모순적인 동물이다.
객관적인 것을 좋아하면서도 주관적이고.
효율적인 것을 좋아하면서도 낭비를 즐긴다.
이성적이고 싶어하면서도 한 없이 감성적이다.
정의로운 만화, 영화를 좋아하면서도 현실은 그렇지 못한다.
먼 이웃 나라 굶어가는 어린 아이 보며 불쌍하니 뭐니 하면서 정작 제 옆 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도 모른다.
TV에 나오는 공인이 작은 잘못만 저질러도 온갖 정의의 잣대는 다 내밀면서 정작 본인들은 사소한 범법행위를 우습게 저지른다.
삶의 방향이라는 큰 것 부터, 살아가는 작은 행동까지 모두 모순으로 똘똘 뭉쳐있다.
혼란스럽고 불안정적이어서 뭐하나 정해져 있지 않은 모습은 인간 그 자체의 어쩔 수 없는 본연이다.
신이 아니니까.
인간은 완전을 향해 달려가는 미완의 동물이니까.
욕망이란 그렇기에 생기는 것이며, 그것이 인간을 달려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러니 나는 내가 할 일을 해야지. 보고 있을 것이오. 이제 나오시오.”
그렇게 말한 아이오닐은 골든 익스퍼리언스를 꺼내 들어 허공의 한 곳을 향해 겨루고는 쐈다.
탕!
시원한 소리를 내며 날아가던 탄환은 허공에서 갑작스레 나타난 손길에 잡혔다.
“첫 인사가 총질이라니, 너무한 것 아닌가?”
“다시 볼 때는 적일 줄 알았오.”
“우리 적인가?”
“글쎄. 잘 모르겠구려.”
클클 거리며 나타난 운성을 보며 레이븐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자신은 조금도 느끼지 못했는데 아이오닐은 운성의 정체를 알아챈 것이다.
그런 레이븐의 반응이야 어찌됬건, 운성은 아이오닐을 보며 재밌다는 듯이 웃었다.
“괴상한 것이 되었구나.”
“당신이 원하던 것 아니었소?”
씨익.
운성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제는 어엿한 황제가 되었군.”
“인간도 신도 아닌 괴물이 말이오.”
황제皇帝.
고대 동양에서는 다른 말로 천자天子라고 불리며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을 벗어난 자리에 앉은 자라고 칭했다.
아이오닐은 신이 되는 것이 아닌 인간으로서 남기를 원했다.
하지만 그냥 인간으로 남기로 선택한 것은 아니다.
앞으로 만날 자들이 어떤 괴물같은 놈들일지 모르는데, 단순히 인간으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다.
그래서 그는 황제가 되었다.
지금까지 처럼 단순히 별명만으로 불리던 황제가 아닌 진정한 황제가!
인류제국은 그런 그의 영토였다.
아이오닐은 자신의 영토에 들어선 이라면 그 누구든 손바닥 안 처럼 볼 수 있었다.
지배.
그러니 그 중 이방인이 발을 디딘 것은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제 좀 급수가 맞는군.”
“이게 무슨 상황이냐?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운성에 중간에 낀 레이븐이 어이가 없어서 아이오닐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그에 아이오닐은 낮게 웃으며 답했다.
“이제 전문분야가 더욱 세분화 되었다고 봐야겠지.”
“전문분야?”
“스타이너 녀석이 말한 것의 연장일 뿐이다. 나는 이제 스스로 황제의 자리에 올랐을 뿐이지.”
“그런데 저 녀석이 온지는 어떻게 안 거야?”
“말한대로다. 인류제국은 이제 내 영토, 내 권역이지. 그 안을 훤히 볼 수 있게 되었으니, 이방인이 끼어들었음을 쉽게 읽어낸 것 뿐이다.
“무슨 소리야?”
“글쎄. 이 이상 설명할 방법이 없군.”
“그게 무슨…’
“저 녀석이 말이 맞다.”
어이가 없어 하는 레이븐에게 운성이 아이오닐의 말을 거들었다.
“저 녀석이 하는 것은, 이제 나도 할 수 없는 것이니까.”
오늘 참 놀랄 일도 많구만.
운성의 말에 레이븐이 가장 먼저 떠올릴 생각이었다.
“급수가 맞다는 것은 역시 그 뜻인가.”
“황제. 나도 알아듣게 설명 좀 해줘.”
“이제 우리가 많이 나갔다는 소리다. 일정 부분에 있서서는 저 자 에게 닿을 정도까지. 아마도 그게 저 녀석의 목적이며, 우리에게 바랬던 것이 겠지. 특정부분에서 자신을 앞 서는 것.”
“왜 그런 짓을 해?’
‘글쎄. 그건 저 녀석 많이 알겠지만, 굳이 추측하자면 우리가 함께 싸워줄만한 그릇이 되어주길 원했나보지.’
“함께 싸워?”
레이븐은 쉽게 감이 잡히지 않았다.
단순히 함께 싸우기로는 지금까지도 같이 싸워왔다.
하지만 지금 말하는 함께 싸울 대상이 겨우 지금까지의 이들이라고 여기지는 않았다.
지금까지는 함께 싸웠다기 보다는 함께 싸워줬다는 개념이 더 맞는 것 같았다.
“그럴 만한 상대가 없지는 않지.’
“상대.. 아, 악마놈들?”
그제야 알겠다는 듯이 레이븐이 혀를 찼다.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 운성을 보며 그 생각이 확신으로 바뀌자 레이븐은 그 대국관의 크기 고개를 저었다.
설마 설마 하기는 했다.
당연히 이 곳으로 끌고 온 놈들을 족치는게 맞기는 했다.
하지만 현실이 어디 소설인가?
자신들의 상황이 어딘가에 소설이고 글로 읽는 독자들이 본다면 뻔한 내용이지 당장 그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인 자신들에게는 당장의 고난을 헤쳐나가기에도 벅찼다.
그런 와중에 악마를 상대 한다라.
“정말 재밌겠군.”
옛 지구 시절에 느꼈던 감정이, 전율이 몸 서리 친다.
그 때,
“아 미안하지만 아직 좀 남았다.”
운성이 찬 물을 끼얹었다.
“뭐야.”
“아직은 조금 부족하거든. 너희들이나 다른 이들이나.”
“부족해?”
“물론 너도 이번에 얻은 게 있는 것은 알지. 대부분 얻은 게 있을 거야. 아직은 부족한 이들도 있겠지만, 무기를 얻었으면 다루는 연습을 해야지.”
“그것 참 재밌는 소리네.”
운성의 말에 레이븐은 입꼬리가 크게 올라갔다.
“어떻게 생각해? 황제.”
“그렇군. 그럼 정식으로 요청해야지.”
“요청?”
이번엔 또 무슨 소릴 하냐고 묻는 레이븐을 지나쳐 운성의 앞까지 다가간 아이오닐이 손을 내밀었다.
“인류제국의 황제, 운 아이오닐. 정식으로 동맹을 요청하겠소.”
“큭.”
그를 마주한 운성이 웃으며 그 손을 잡아챘다.
“승낙하지.’
“독생자, 그리고 에덴이라 했소?”
과거에 첫 만남 때 그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편하게 불러.”
“좋소. 독생자, 우선 우리가 대적해야 할 적이 누구요.”
“일단 큰 게 하나 남았긴 한데, 그 전에 마지막 내정이나 치중하고 있어.”
“내정이라, 그렇게 강요할 정도면 꽤 중요한가 보구려.”
적을 향해 싸우라고 재촉한 적은 많아도 내정을 추천한 적은 없었다.
그가 이리도 강요하자 아이오닐도 새삼 그의 말을 다시금 듣게 되었다.
“주변 정리나 좀 하고 있어. 때가 되면 찾아가지.”
운성은 그리 말하며 몸을 돌렸다.
“잠깐.”
그런 그를 아이오닐이 불러세웠다.
“왜 그러지?”
“그래도 이름 정도는 알려줄 수 있지 않소?’
“이름?”
“그렇소.”
“그런가.’
운성은 잠깐 생각했다.
그래, 이제 이름 정도는 알려줘도 될 때가 됬긴 했다.
그렇게 생각한 운성은 말했다.
“도룡궐刀龍闕.”
***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녹림에서 있었던 일들 이후, 스타이너로부터 들은 조언을 통해 인류제국은 자신이 인간으로써 밀고갈 하나의 방향성을 정해 그를 향해 갈고 닦았다.
그 덕에 극단적이지만 그 부분에 한해서는 비교도 되지 않게 강해졌다.
힘을 관리하는데 실수하여 문제를 만들지는 않았지만, 정말 이게 될까? 하던 것들이 실제로 되니 그것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이게 될까? 하던 자기 의심이 이게 되는구나. 라는 자기 확신이 되니, 그에 맞춰 의지는 더욱 굳건해졌고, 그것을 다룰 방법들이, 그 아이디어들이 폭발하듯이 샘솟았다.
창의력創意力!
말 그대로 의지意志를 창조하는 것만 같았다.
유령 선단을 타고 최종층을 순회하며 그렇게 인류제국은 그들이 만들어낸 하나의 가시를 더욱 정련하고 더욱 잘 다루게 되었다.
“여긴 또 오랜만인데.”
“그러게 말이다.”
유령 선단을 타고 북방을 순회하던 인류제국은 뒤틀린 뿔 산맥을 스쳐지나가며 여러가지 감정을 느꼈다.
초대 여명의 단장인 스틸 브라운이 전사한 곳.
악마들의 농간에 의해 온갖 고통은 다 겪은 곳이다.
‘얼마 남지 않았다.’
분명 그는 말했다.
이제 최후의 결전도 그리 크게 남지 않았다고.
‘기다리고 있어라.’
지금 보이지 않는 벽이 가리고 있어 악마들의 땅을 넘보지는 못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저 악마들이 자신들에게 먼저 공격해오지 못하게 하는 경계 선상이 되고 있다.
그러니 녀석들이 먼저 다가올 수 있는 지금 이 시간에, 녀석들의 명줄을 끊을 칼을 갈아둔다.
모두의 생각이 통했다.
안달이 날 정도의 시간이지만, 조급함이 차오를 것 같지만, 그 원한과 분노는 그들을 찌를 비수를 갈아준다.
========== 작품 후기 ==========
길면 3시나리오 정도 남았을 듯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