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ower of Babel and the Only Begotten Son RAW novel - Chapter 473
00473 도룡궐刀龍闕 =========================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것보다 중요한가.
실제보다 보이는 것이 중요한가.
허상은 무엇이고 진실은 무엇인가.
현실은 허상으로 짜여진 것이다.
실제와는 다른 것들로, 거짓으로 이루어져 있다.
외부에서는 그저 보기 좋은 것들이 그 내부에서는 썪고 고인 것들로 가득 차 있다.
외부에서는 그저 보기 추악해 보이는 거들이지만 그 안에는 너무나 작아서 보이지 않는 아름다운 것들이 존재한다.
태식이 살아온 사회는 그랬다.
뉴스에도 종종 나오고는 했다.
들키기 전에는 성인군자니 정의로운 인물이니 하던 인물이 누군가의 폭로로 사실은 엄청나게 악행을 일삼던 인물이었다고 나온다.
그러면 인터넷에서는 그런 인물을 매도하는 글이 도배된다.
허나 웃긴 일이다.
악행을 일삼았던 인물은 물론 나쁜 놈이지만 그에게 배신당했다고 글을 쓰는 사람들은 대체 뭘 믿고 그를 믿었단 말인가?
그들은 대게 뉴스에서나 나오던 그의 좋은 면만을 보고 그를 믿었을 것이다.
실제로 그가 어떤 인물이었는지는 잘 알지도 못하는 주제에 멋대로 믿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또 뉴스에서 그가 일삼은 악행을 보도하면 그걸 또 쪼르르 믿고는 그를 악인으로 매도한다.
얼마나 값싼 믿음인가?
자신이 뭐 하나 제대로 알아보려 하지도 않고, 그저 뉴스에서 나오면 나오는대로 믿었니 배신당했니 한다.
그럴 바에 믿음이란 말이 의미가 있을까?
뉴스가 욕하라면 욕하고 칭찬하라면 칭찬하면 되는 것 아닐까?
그럼 그게 괴뢰 인형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뭐하나 스스로 진실에 닿아보려 하지는 않은 채, 겨우 인터넷 몇 번 클릭하고 남이 올린 글만 보고 그게 진실이니 믿고 마는 그런 어리석은 믿음.
그런 것들을 보면 태식은 믿음은 허상과 다를바가 없구나, 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런 생각이 다섯번째 머리가 보이는 환상과 곂치니 문득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환상이란 것은 결국 보는 이에 따라 달라지는 것, 믿음이란 주체의 의지에 따라 변하는 것.
그렇다면 내가 저 곳에 뛰어들어 저것을 나의 의지대로 변화시킬 수는 없을까?
태식은 그 생각을 떠올리고 짧게 고민하다가 그대로 환상을 향해 뛰어들었다.
그의 주먹이 공간을 후려치자 그와 다섯번째 머리 사이의 공간이 일렁거리더니 단번에 그 사이를 통하는 길이 나타났다.
다섯 번째 머리를 이루는 사념들은 자신에게로 무언가 이물질같은 것이 끼어들자 그것을 밀어내려 했다.
폭풍과 같이 몰아치는 사념 속에서 태식은 자신이라는 존재가 사념들에 녹아내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크윽!’
순식간에 육신이 지워졌다.
이 경험을 잘 안다.
의지를 먼저 보내고 그 자리에 육체를 구현하는 방식.
태식이 주로 쓰는 이동법이다.
그러니 육신이 지워졌다고 한들, 의지가 여기 있는 한 자신은 살아있다.
사념속을 해치고 나가니 환영은 일렁거리며 온갖 참상을 보였다.
그 곳에서 태식은 1초만에 수 만번도 찢겨나가며 별에 별 죽음을 보았다.
그럼에도 태식은 계속하여 앞으로 전진했다.
한 편, 태식을 포함한 묵시자 율의 계약을 통해 에덴의 모든 이들의 시야를 공유하던 운성은 자신의 예상조차 벗어난 태식의 행동에 짧게 혀를 찼다.
‘이런.’
미친 짓이다.
미친 놈이다.
그리고 이게 인간이다.
다 안다고 싶어도, 가끔씩 상리를 벗어난 일을 보여주는 인간이다.
이런 가능성이 있기에 멸망한 세계에서 희망을 노리는 것이다.
‘도움이 필요하겠는데.’
운성은 비릿하게 웃었다.
그의 정신과 태식의 정신이 링크로 이어졌다.
‘내 말이 들리나.’
‘으윽, 아재요?’
태식은 지끈거리는 머리 속에서 불량한 주파수를 타고 들어오는 듯한 운성의 목소리를 들었다.
‘내가 길을 열지.’
혼란스러운 상황에도운성의 목소리에 따라 태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고개를 끄덕였는지도 모르겠다.
무엇하나 분간되지 않고, 육신은 이미 갈기갈기 찢겨진 뒤니까.
그럼에도 태식은 운성이 제시하는 길을 따라 움직였다.
태식의 굳건한 의지는 몰아치는 사념속을 파헤쳐나갔고, 정확히 다섯번째 머리의 사념이 가진 코어라 할 수 있는 부위에 닿았다.
‘버틸 수 있나?’
‘어, 얼마정도?’
‘1시간정도?’
‘예? 아재요, 미쳤어요?’
운성의 요구에 태식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한 시간은 커녕 일분 버티기도 힘들었다.
‘최대한 빨리 기회를 만들어주지.’
그럼에도 운성은 알아서 버티라는 듯이 일방적으로 그들 사이의 링크를 끊었다.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 사념에 의해 집중이 흔들려서는 안되서 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홀로 남겨진 태식은 또 전신이 초 단위로 수 만번씩 갈려나가는 고통을 느꼈으나 어쩔 수 도 없기에 그저 버티기로 했다.
“시간이 없어졌군.’
다시 본연의 육체로 돌아온 운성은 주위에 있는 에덴의 일행에게 말했다.
“시간이 없다니?’
갑자기 잘 싸우다가 그런 말을 하는 운성의 말에 스타이너가 고개를 돌려 묻자, 운성은 그에 답하지도 않고 용화에게 다가갔다.
“길을 열 수 있겠나?’
운성의 요청에 용화는 잠깐 고민하다가 답했다.
“네. 허나, 그러면 제가 한동안 제가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어질 것 같습니다.”
“걱정마. 뒤는 어떻게든 해볼테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용화가 고개를 끄덕이자 운성은 소피아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시간을 벌어라.’
“알겠어요.”
고개를 끄덕인 소피아는 수인을 맺었다.
단순히 보이는 수인외에도 보이지 않는 마나들이 어지럽게 배열을 만들고 수 많은 패턴을 이루었다.
진정한 의미의 마법.
웅!
그녀를 주변으로 에덴 일행을 둘러싼 벽이 생겼다.
달려들던 망자들은 그 벽에 막혀 뒤로 쭈욱 밀려났다.
“4초가 한계에요.’
“충분합니다.”
용화는 정신을 집중했다.
“방향은 저 쪽.”
그리고는 운성이 가리킨 방향을 향해 검끝을 겨눴다.
‘저런?!’
그걸 지켜보던 스타이너는 소름이 끼쳤다.
저 현상을 안다.
자신이 무차별로 백운산맥이라는 세계를 부술 때 느꼈던 그 감각이다.
세계를 부순다.
세계의 법칙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법칙으로 세계의 일부를 베어버리는 것이다.
서걱.
검끝을 겨눈 용화가 일순간 검을 휘둘렀다.
아주 작은, 마치 종이를 베어버린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허나 그 결과는 겨우 종잇장 하나가 아니었다.
스타이너로서는 도저히 불가능하리라 여겼던, 내부의 공간이 용화의 검에 의해 베였다.
카가가가가각!
이 내부는 수 많은 법칙이 얽히고 섥힌 곳이라는 운성의 말이 틀린 것이 아닌지, 베인 공간이 그 순간 분해되기 시작했다.
분해는 곧 붕괴로 이어졌다.
“스테인, 칼 챙겨라.”
“알겠습니다.”
공간을 베어버린 직후 힘 없이 허물어지는 용화를 부축한 스테인이 반대쪽 손을 들자 착용한 손목시계같은 것에서 나온 빛이 스크린을 만들고 스테인이 그걸 조작하자 그들 주변으로 옅은 빛이 형성되었다.
“가자.”
운성과 일행은 단번에 공간을 건너뛰었다.
그들이 공간을 건너뛰자 곧 거대한 알 같은게 보였다.
“아더!”
건너뛴 공간은 혼란스러워서 그 어떤 존재도 제대로 존재할 수 없도록 뒤죽박죽 섞이고 있었다.
그 무엇도 제대로 존재하기 힘들 것 같은 공간, 그 사이를 아더가 내달렸다.
만물을 뒤틀고 비틀어버릴 것만 같은 기세의 폭풍속에서 아더는 오히려 자신의 기세를 뒤섞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끝가지 잡아당긴 활 시위 처럼 팽팽하게 늘어진 근육과, 그 팔 끝에, 손 끝에 쥔 창으로 나선의 기운이 감기고 또 감겼다.
콰드드드드드드득!
으깨지고 부서지는 육신을 제어하고 강제하며 내지르는 혼신의 일격!
마창이 단번에 공간을 가로질러 죽음으로 주박하는 핵을 꿰뚫었다.
‘지금이다!’
그 일격이 정확히 닿았음을 인지한 운성이 태식을 향해 신호를 줬다.
‘크아악, 드, 드디어!’
운성의 신호에 태식은 반색을 했다.
용화의 검으로 공간을 베고 그것을 건너뛰는 시간은 운성 일행의 입장에서는 그리 길지 않았을 지 모르지만 외부에서는 한시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른뒤였다.
그 동안 고생하고 고생한 태식은 자신의 주변에서 있던 사념이 크게 뒤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해도 불도저로 사방에서 갈아버리는 것 같은 고통이 어디가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자신 하나만을 향해 일방적으로 향하던 사념의 방향성이 흐트러진 것만으로 크게 이득이었다.
‘간다아아아아!’
태식은 힘껏 비명을 지르며 떨쳐일어섰다.
쾅!
연쇄 폭발을 일으키는 듯한 폭음이 울려퍼진 다고 느꼈다.
태식이 그 속에서 주먹을 내지르며 날아드는 모든 것을 후려치며 마침내 그 끝에 다달았다고 느꼈을 때,
“저게 뭐야?’
“무슨..?”
마침내 시야가 다시 잡혔고, 정말 세상에 놀랄 게 아직 이렇게도 남았구나 하는 듯한 목소리를 들었다.
“어?”
그리고 자신의 상태를 파악한 태식도 어이가 없어 혀를 찼다.
힘껏 뛰쳐나온 태식은 다섯번째 머리를 대신하여 그 곳에 튀어나온 상태였다.
========== 작품 후기 ==========
반용반인